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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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아가 1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원재의 나오는 것에 맞추어서 엘리베이터에 탔지만, 원재가 계단으로 내려와버린 것이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보다도 빨랐다. 멀리 아니...그렇게 멀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멀게 느껴지긴 했다. 어쨌든 멀리 보이는 원재의 모습은 다가가기 힘들어보였다. 보통 사람이라면.......대아는 이럴 때야말로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고 낯을 두껍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이원재!' 부르며 활기차게 달려가서는 등을 한 대 시원하게 후려쳐주었다. 물론 세게는 아니다. 시원하게 후려칠수록, 소리가 크게 날수록 아픔은 없는법이다.
하지만.....원재는 알고있었다는 듯이 아무 반응이 없었다. 슬픈 얼굴도 아니었다. 그냥 뚱한 표정이었다. 가벼운 뚱한 표정이 아니었다. 마치 세상과 단절되어버린 듯한 표정이었다. 요 며칠간 원재는 대화자체를 안하고 있는것이다. 원재가 대화를 많이 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더욱 그러했고, 나름 대화를 했던 경아나 대아는 원재의 상황을 알고있기에 이상히 여기지는 않았다. 단지 참 어려운 상황이라고는 다들 느끼고 있었다.
"야. 뭘 그렇게 뚱해있어."
"........"
"최선이었잖아. 최선이었다고."
"..........."
"그럼...뭐. 니는 가만히 보고 내가 대신 죽였어야됬나? 그걸 원한거야?"
대아는 뭔가 원재를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니....."
"맞는가본데? 너는 가만히 지켜보고, 내가 대신 죽여주고, 너는 뒤에서 '너가 안했으면 내가 죽였을거야.' 라는 말이나 하고싶었던거야?"
"아니......"
"맞네. 그냥 TV에서 나오는 사람들같이. 범죄자나 나왔다하면 '사형시켜버려!' , '어우, 내가 죽여주고싶다!' 라는 말정도나 해대면서, 막상 자기 앞에 사소한 범죄조차도 막지 않는, 자기 앞에서의 불합리는 모두 눈감는, 자기앞에서 일어나는 왕따사건조차도 방관자가 되버리는 그런 녀석들이 되고싶었던거네."
"아니....아니야....."
"그럼 뭔데......."
"......그냥 아니야......아니야...."
원재는 조금 빠르게 걸었다. 대아는 그 뒤에서 모르겠다. 라는 표정을 하면서 원재를 따라 속도를 높였다.
'이거 어렵게 됬는데...뭐..예상한거였나?'
라는 생각이 대아에게 보이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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