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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튜92 님의 서재입니다.

보라색불꽃의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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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튜92
작품등록일 :
2020.12.28 15:12
최근연재일 :
2021.01.22 20:49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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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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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수 :
164,776

작성
21.01.10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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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보라색불꽃의아크 21화.

DUMMY

21화.



“우리는 상인이야. 수도를 향해 가고 있어.”


다가오는 그를 향해 아크가 상인의 통행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상인이라, 이거 놀라운데. 가볍게 검을 피하고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에 당연히 기사일 거라고 생각했거든.”


“이제 궁금증이 풀렸나?”


“아,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네. 나는 레오. 이 마을을 지키는 기사로서, 아까의 일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어서 왔어. 고마워.”


레오가 아크와 리나를 향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휴우, 우리를 의심해서 쫓아온 게 아니었어.’


리나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리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다가왔기에 제압했을 뿐이야.”


무뚝뚝하게 말하는 아크의 모습에 공기가 어색해지자, 리나가 아크의 옆구리를 찌르며 친절하게 대신 말했다.


“천만에요. 당연한 일을 한 거죠. 저는 리나예요. 이쪽은 아크.”


“하하하, 리나와 아크 멋진 이름이네. 이것도 인연인데 술이라도 한잔 같이하는 게 어때?”


레오가 자신의 새하얀 건치를 보이며 미소 지었다.


“저기... 술은 좀...”


“왜 술을 잘 못 하는 거야? 하하하 괜찮아. 주점에 다른 음료도 많으니까.”


“그게... 저기...”


눈치 없이 해맑은 레오에게 리나의 거절이 번번이 막혔다.


“데이트 중이었어.”


“아, 아, 마, 마, 맞아요.”


아크가 덤덤하게 말하며 리나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덕분에 리나는 얼굴이 붉어지고 말이 더듬더듬 나왔다.


“아하하. 그랬구나. 내가 눈치가 없었어. 커플 모자를 알아봤어야 했는데.”


레오가 자신의 이마를 치며, 아크와 리나가 쓰고 있는 모자를 손가락으로 번갈아 가리켰다.


“그럼 가 봐도 되겠지?”


“잠깐만. 당신들 이곳 아르의 기사가 될 생각은 없어? 기사단원을 모집 중이거든.”


“우리 같은 떠돌이 상인들에게 권유할 만큼. 도시에 인력이 부족한 거야?”


“아하하, 부끄럽지만 맞아. 계속해서 나타나는 검은색 괴물들 때문에 인원이 부족해. 하지만 꼭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야. 당신들의 움직임에서 재능이 보였거든.”


“흠. 흠. 눈썰미가 있으시네요.”


리나는 자신의 실력을 알아봐 주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져 있었다.


“개인의 부를 추구하는 상인도 나쁘지는 않지만. 왕과 백성들을 위해 움직이는 명예로운 기사와 비교할 수는 없을 거야. 어때?”


“미안하지만. 관심 없어.”


“어째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거절하는 아크의 모습에, 레오는 자존심이 상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말은 명예라는 이름으로 괴물과 싸우다 죽으라는 소리로 들려.”


“뭐?”


아크의 말이 자신과 기사들에 대한 모욕으로 다가와 레오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순수한 명예와 정의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 너는 너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상인이 딱 어울려.”


레오의 말이 이번엔 아크의 심기를 건드렸다.


“허세나 부리고 인기나 얻고 싶어 하는 관종인 너에겐 기사가 딱 어울리고, 말이지.”


“아크!”


아크의 발언에 깜짝 놀란 리나가 아크의 입을 막으며 레오에게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뭐, 관종?!”


“내가 틀린 말 했어?”


“좀, 그만하라고요.”


레오와 아크가 서로에게 다가가자 리나가 가운데서 그들을 말렸다.


“결투다!”


“뭐?”


“이런 모욕을 듣고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따라와라.”


레오가 씩씩거리며 앞장서자 아크가 리나를 향해 어깨를 으쓱거리고, 레오의 뒤를 따라갔다. 리나는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고개를 내저었다.


레오는 현재 비어있는 기사들의 훈련 장소로 아크와 리나를 데려갔다. 허수아비들이 세워진 곳을 지나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많은 무기가 있는 넓은 공터가 나왔다.


레오는 그 무기들 사이에서 목검을 꺼내와 아크에게 하나 던져주었다.


“당신답지 않았어요. 왜 덩달아 흥분해 눈에 띄는 일을 벌이는 거예요. 정체를 들키면 어떻게 하려고.”


“녀석이 나에 대해 아는 척하는 게 짜증났거든.”


“당신이 먼저 시작한 일이었잖아요.”


“너무 그러지 마. 나도 생각이 있으니까.”


아크와 레오는 목검을 들고 서로의 앞에 섰다.


“지금이라도 사과를 한다면 봐주도록 하지. 여자 친구 앞에서 망신당하게 하고 싶지 않아. 사나이로서 비참한 일일 테니까.”


“상인을 상대로 대결을 신청해 놓고 말은 잘하네. 부끄럽지도 않아?”


“그래, 사실 부끄러워. 내가 조금 흥분했거든. 그래서 말하는 거야. 내게 사과하고 끝내는 게 어때?”


“아니, 사나이가 그럴 수 없지. 대신 조건을 하나 걸게.”


“조건?”


“내가 이기면 기사의 증표를 줬으면 하는데. 사인을 상대로 결투를 신청했는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아크는 기사의 증표가 분명 여러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너는 정말 기사를 가볍게 생각하는군. 좋아. 약속하지.”


리나가 그들의 중앙에서 심판을 보듯 손을 들어 올리자, 아크와 레오가 서로를 향해 자세를 취했다.


곧이어 리나의 손이 내려가자 아크와 레오가 서로를 향해 움직였다.


타악.


서로의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졌다.


타악. 탁. 탁.


가볍게 상대할 생각이었던 레오는 아크의 검과 맞닿은 순간,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그저 평범한 상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그 어떤 기사보다도 무거운 일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실력자야.’


레오는 가벼운 생각을 버리고 진지하게 자신의 실력을 펼쳤다.


도시의 그 어떤 기사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떠돌이 상인이 자신의 검을 받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세나 부릴 줄 아는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법이잖아. 리나 정도의 실력자일지도 모르겠어.’


아크도 레오와의 대결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몇 차례 합을 주고받으며 대결을 펼쳤지만, 레오는 점점 아크에게 밀렸다.


탁!


크윽.


아크가 뛰어올라 내리치는 검을 레오가 힘겹게 막았다.


‘말도 안 돼. 내가 밀리다니.’


이야앗!


레오가 기합 소리를 내며 아크를 밀어냈다.


‘이제 슬슬 끝을 내자.’


아크가 자세를 잡고는 레오를 향해 달려가 세 번의 연격을 펼쳤다.


첫 번째 공격은 자세를 무너뜨리는 베기. 두 번째 공격은 상대의 검을 튕겨내는 올려치기. 세 번째 공격은 깔끔하게 비어버린 몸을 향한 내려치기였다.


타악.


“크윽.”


아크의 목검에 공격을 받은 레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너는 대체?”


“기사님께서 약속을 어기진 않겠지?”


레오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 줄 아는 기사였다. 아까의 모욕은 잊고 재능 있는 실력자를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는 날이 밝으면 직접 숙소를 찾아와 기사의 증표를 주겠다고 했고, 아크와 리나와 헤어지는 순간까지 기사가 되기를 권유했다.


“당신 때문에 지쳐버렸어요. 조마조마해서.”


“그래도 결과는 좋았잖아. 기사의 증표는 유용할 거라고.”


“기사다운 기사를 만났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은 기사를 만났다면.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뻔했어요.”


“뭐, 괜찮은 녀석이었어. 실력도 있었고.”



때앵- 때앵-


“종소리?”


이른 새벽부터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도시가 혼란스러워졌다.


“괴물이다. 괴물들이 나타났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와 함께 기사들이 도시를 떠나는 소리가 숙소의 창밖으로 들렸다.


해가 뜨면 일찍 찾아와 기사의 증표를 주겠다던 레오는 오후가 되도록 오지 않았다.


덕분에 아크는 식당에서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밥을 뒤적거렸다.


“나 참. 이게 뭐람.”


“하루 더 이곳에 있게 되었네요.”


“저는 더 쉴 수 있어 좋아요. 수도로 가기 조금 무서웠는데. 히히. 이곳 음식도 맛있고. 냠냠.”


때앵- 때앵-


“괴물이다. 괴물이 나타났다.”


다그닥. 다그닥.


도시에 남아있던 기사들마저 마을을 나가기 시작했다.


“다들, 바쁘네요. 이 나라에 나타나는 괴물들은 이 도시 기사들이 다 해결 하나 봐요. 쩝쩝.”


“산초 흘리지 좀 말고 먹어요.”


‘인력이 부족할 만하겠네.’


아크가 턱을 괸 채 창밖으로 멀어져 가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와, 노을이 져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도시에는 치안을 지키는 최소한의 병사들만이 남아, 사람들의 일상을 지키고 있다.


“어? 저기 맨홀 뚜껑이 열려있네요. 모르고 빠지면 어떻게 하려고, 날도 어두워져 가는데.”


빈민가 근처를 지나는 길에 맨홀의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한 산초가, 뚜껑을 닫기 위해 다가갔다.


찍찍. 찍찍찍찍. 오도독. 오독.


“응?”


열려있는 맨홀의 아래에서 딱딱한 것을 씹는 소리와 수많은 쥐의 울음소리가 들려 산초는 소름이 돋았다.


“저기, 여기 아래에서 끔찍한 소리가 나요. 빨리 뚜껑을 닫는 게 좋겠죠?”


“잠깐만.”


맨홀 근처에 보이는 붉은 얼룩을 발견한 아크가 가까이 다가가 얼룩을 만지고 냄새를 맡았다.


“피 냄새야.”


“헉, 피요?”


“아크 여길 봐요. 피가 골목 쪽으로 이어져 있어요.”


핏자국을 따라 빈민가로 간 아크 일행의 앞에. 핏자국으로 얼룩진 낡은 집과 어둡고 냄새나는 길이 나타났다.


“어어어. 피, 피다.”


“으, 냄새. 이상한 냄새가 나요. 무언가 썩은 냄새요.”


리나가 손수건을 꺼내 코를 막으며 말했다.


찍찍. 찍찍. 우르르.


‘쥐 소리?’


으악- 으악- 살려줘.


“비명 소리에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자. 그곳엔 수많은 쥐들이 노인을 둘러싸고 수로를 향해 끌고 가고 있었다.


노인은 바닥에 피부가 쓸려 피를 흘리고 고통스러움에 아파했다.


화르륵.


아크가 쥐들을 향해 보라색 불꽃을 날렸다.


찍찍.


노인을 끌고 가던 쥐들이 아크의 불꽃에 타죽거나 놀라 도망을 쳤다.


“괜찮으세요?”


“아아, 살려주세요.”


피부가 벗겨져 피를 흘린 노인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크, 이분을 치료해야겠어요.”


아크일행은 노인의 집을 찾아 그곳에 노인을 눕히고 상처 난 피부를 소독하고 약을 발랐다.


“괜찮으세요?”


“감사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쥐들이 나타나 이곳 사람들을 습격했습니다.”


“보통의 쥐가 아니야. 쥐들보다 크고 튼튼한 이빨을 가진 녀석이야. 이걸 봐.”


아크가 죽은 쥐의 시체를 가져와 설명했다. 덕분에 리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언제부터 쥐들이 이곳에 나타났나요?”


“아마 2주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순찰을 하는 기사들이 없는 시간에만 나타났어요.”


“지금처럼 기사들이 괴물 사냥을 나갔을 때였나 봐요.”


“돌아왔을 때는 말하지 않았어?”


“말은 했지만, 빈민가라 그런지 제대로 조사를 해주지 않더군요.”


“그럴 수가...”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죽음의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문을 굳게 닫고 있는 것뿐 이였죠.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쥐들은 들어왔고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어딘가로 끌고 갔습니다. 끌려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고요.”


‘빈민가만을 계획적으로 노리고 지하수로 안으로 데려가고 있어. 녀석들을 조종하는 녀석이 지하수로에 있다는 뜻이야’


아크와 리나는 산초에게 노인을 맡기고 횃불을 챙겨 지하수로 안으로 내려갔다. 리나는 냄새나는 지하수로로 들어가는 것에 울상을 지었지만, 손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열심히 따라 내려왔다.


도시가 크기 때문인지 지하수로의 안은 커다란 미궁 같았다.


박쥐나 벌레 모양을 한 음침하고 더러운 괴물들과 독성을 띤 슬라임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가 살다 보니 이런 곳까지 들어와 보네요.”


리나가 잔뜩 찡그린 얼굴로 여전히 손수건으로 코를 막은 채 투덜거렸다.


“불평할 거면 먼저 간다.”


“같이 가요. 아크.”


그렇게 아크와 리나는 지하수로 미궁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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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보라색불꽃의아크 27화. 21.01.18 14 0 11쪽
27 보라색불꽃의아크 26화. 21.01.17 14 0 12쪽
26 보라색불꽃의아크 25화. 21.01.17 22 0 13쪽
25 보라색불꽃의아크 24화. 21.01.15 18 0 12쪽
24 보라색불꽃의아크 23화. 21.01.12 18 0 13쪽
23 보라색불꽃의아크 22화. 21.01.10 21 0 13쪽
» 보라색불꽃의아크 21화. 21.01.10 24 0 12쪽
21 보라색불꽃의아크 20화. 21.01.08 24 0 12쪽
20 보라색불꽃의아크 19화. 21.01.06 26 0 13쪽
19 보라색불꽃의아크 18화. 21.01.06 26 0 12쪽
18 보라색불꽃의아크 17화. 21.01.04 20 0 13쪽
17 보라색불꽃의아크 16화. 21.01.03 23 0 13쪽
16 보라색불꽃의아크 15화. 21.01.02 21 0 12쪽
15 보라색불꽃의아크 14화. 21.01.01 23 0 13쪽
14 보라색불꽃의아크 13화. 20.12.31 22 0 13쪽
13 보라색불꽃의아크 12화. 20.12.30 24 0 13쪽
12 보라색불꽃의아크 11화. 20.12.29 25 0 13쪽
11 보라색불꽃의아크 10화. 20.12.28 24 0 13쪽
10 보라색불꽃의아크 9화. 20.12.28 21 0 12쪽
9 보라색불꽃의아크 8화. 20.12.28 21 0 12쪽
8 보라색불꽃의아크 7화. 20.12.28 27 0 12쪽
7 보라색불꽃의아크 6화. 20.12.28 26 0 12쪽
6 보라색불꽃의아크 5화. 20.12.28 29 1 13쪽
5 보라색불꽃의아크 4화. 20.12.28 30 1 12쪽
4 보라색불꽃의아크 3화. 20.12.28 52 1 13쪽
3 보라색불꽃의아크 2화. 20.12.28 51 1 12쪽
2 보라색불꽃의아크 1화. 20.12.28 9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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