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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iusz Roux

내 작은 우주 속 전능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다리우스루
작품등록일 :
2022.06.11 12:39
최근연재일 :
2022.08.2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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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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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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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8)

Dariusz Roux 소설




DUMMY

아룬은 커다란 거구의 몸을 옮겨 유유히 예배당을 빠져나갔다. 예언자는 그의 뒷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팡이를 내려 치며 말했다.

“모두의 동의를 얻지 못하였으므로 바사드의 능력을 회수할 수 없다. 다만 예배당 안의 난동에 그 책임을 물어 1년간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근신 기간을 두도록 한다. 바사드는 이 즉시 이챨라 트라이브의 리더에서 그 자격을 박탈당하므로 이챨라의 리더는 트라이브의 2인자인 후세인이 맡도록 한다. 이상.”

예언자는 바사드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짧은 기합과 함께 그의 머리 위로 손바닥을 쫙 펼쳤다. 바사드는 온 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 불쾌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예배당을 지키던 사제들이 그의 양 어깨를 감싸고 있던 붉은 휘장을 걷어 내었다. 독수리 문양의 붉은 휘장은 예언자의 손으로 돌아갔고 바사드는 예배당 밖으로 추방을 당하고 말았다. 한바탕 소란이 있었지만 바사드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예배당 안의 난동은 그 자체로 쿠데타와 마찬가지였지만 능력 회수 및 죽음의 형벌을 면하고 근신과 같은 가벼운 처벌로 끝이 났으니 말이다. 그는 자신의 오른 손을 감싸던 끓어 넘치는 힘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사제가 되기 전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어두운 복도를 걸으며 조금 다른 생각이 그의 머리로 떠올랐다. 좁다란 복도를 묵묵히 걸으며 머리 위로 온갖 조롱과 멸시가 떨어지는 듯 했지만 그의 표정은 침울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무언가 커다란 결심을 한 듯 입가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 * *


“이야 그렇지··· 이게 양고기지···”

벤티는 한 손에 양갈비를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세상 행복한 표정이다. 옆에 톰그린은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음식에 빠져 있었다. i는 여전히 얼이 빠진 얼굴로 테이블의 한 복판에 앉았지만 그래도 활기가 넘치는 루비니언 트라이브 사제들 덕에 조금은 긴장이 풀린 듯 했다.

“이쁜 아이구나. 이게 왠 봉변이냐.”

베뉴 사제는 사람 좋은 얼굴로 i에게 말을 걸었다. 트라이브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그는 그렇게 몸집이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체형에 양쪽으로 축 쳐져 선해 보이는 눈빛을 갖고 있었다. 샤프심이 박혀 있는 듯 거칠거칠한 턱수염 사이로 두툼한 입술은 많은 말을 내 뱉기 보다 굳게 닫힌 채 사람들의 이야길 들어주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곁에 앉은 아룬은 본인이 트라이브의 리더이지만 베뉴를 오히려 더 상석에 앉히며 포도주를 대접했다.

“아룬 사제도 고생이 많았어. 롱기누스의 창을 온 몸으로 막아 내다니 역시··· 신의 방패가 틀림 없군.”

아룬은 베뉴의 말을 들으니 괜시리 왼쪽 가슴이 욱신거리는 듯 했다. 온갖 전쟁터에서 총알과 포탄을 맞아도 끄떡 없던 그의 몸이었지만 확실히 롱기누스의 창은 강렬했다. 그리고 붉게 물든 낙인은 마치 살아있는 듯 그에게 말을 거는 듯 하기도 했다.

“제가 무슨 고생을요. 저 아이를 여기로 데려온 죄 값을 받았을 뿐입니다. 자자 i 우리 트라이브 구성원들 소개를 좀 해줄게. 일단 먼저 우리 베뉴 사제님. 트라이브의 정신적 지주이셔. 그리고 톰그린과 벤티는 너도 잘 봐서 알테고··· 저기 테이블 끝에 앉은 콧수염 멋쟁이가 사우튼, 그 옆에 우락부락 탱크 같은 형님이 지프, 밀가루 인형같이 하얗고 키가 큰 저 녀석은 카르고, 그리고 우리 막내 네 옆자리의 앉아 밥만 먹고 있는 저 녀석이 쉐싱이야.”

루비니언 트라이브의 구성원들은 모두다 선하고 밝은 얼굴이었다. i는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하며 인사를 했다. 사우튼은 빙긋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가게 가장자리에 놓여진 화분으로 다가가 흙에 손을 대었다. 마법같이 흙속에서 작은 싹이 하나 띄워 지더니 이내 노란 장미 꽃을 피우기까지 했다. 사우튼은 꽃을 꺾어 i에게 선사하며 느끼한 눈빛으로 인사를 건냈다.

“안녕. 나는 사우튼이야. 우리 루비니언 트라이브의 가장 멋진 남자지. 식물을 자유 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부여 받았어. 꽃 하나 정도 틔우는 건 일도 아니지. 하지만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나무 종류야. 너에게 위협이 닥치면 커다란 나무들이 네 곁을 지켜 줄 수 있도록 해 줄게.”

이번엔 지프가 머리를 긁적이며 꾸벅 인사를 했다.

“사우튼 녀석이 저런식으로 소개를 시작하면 후발 주자가 인사하기 너무 어려워 지는 것 아니야? 하하. 뭐 나는 지프라고 해. 그냥··· 음··· 움직임에 대한 예민함이 있는 사람? 정도로 알아주면 좋을 것 같아. 근방 1km 이내의 움직임은 속속들이 알아 차리지. 정신만 집중하면 정말 개미의 움직임까지 알 수 있을 정도야. 그리고 이건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느껴지는 거야. 그래서··· 깜깜한 밤에도 혹은 질흙 같은 동굴 속에서 오히려 내 능력에 빛이 나지.”

지프의 인사가 끝나자 바로 옆 카르고도 바보같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허허. 허허. 아 내 차례야? 허허. 난 카르고야. 키가 크지. 기린. 허허. 기린 알아? 허허. 그 기린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면 돼. 멀리 볼 수 있지. 허허. 눈이 닿는 모든 곳은 어디든 일반 사람 보다 천배는 크게 볼 수 있어. 허허. 혹시나 멀리서 누군가가 그립다면··· 허허··· 그건 나한테만 살짝 말해. 허허.”

카르고의 옆에서 고기를 먹기 바빴던 쉐싱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해 있는지도 모른 체 먹기에 바빴다. 아룬은 그런 쉐싱을 향해 헛기침을 하며 소개를 종용했다.

“쉐싱. 음식이 어디 도망가진 않아. 그리고 i는 네가 누군지 궁금해 하는 것 같아.”

쉐싱은 아룬의 말에 비로소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쉐싱은 i와 비슷한 나이처럼 보이는 작은 남자 아이였다. 그는 입안 가득한 고기를 우걱우걱 삼키고 나서야 입을 열 수 있었다.

“응··· 안녕··· 난 쉐싱이야. 11살. 너도 11살이라고 들었어. 반갑게 지내자.”

쉐싱이 인사를 마치자 베뉴는 너털 웃음을 웃으며 쉐싱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하하. 녀석. 수줍은게냐? i 반갑구나. 나는 베뉴 사제란다. 네가 구원자라는 이름으로 선언되었지만 사실 그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야.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구원자일 수 있거든. 오늘 너에게 아룬은 구원자였지 않니? 나도 집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는 구원자나 마찬가지거든. 그러니까 말이다.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단다. i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우리는 모두 음지에서 일하며 모습을 숨기고 살지. 세상의 구원을 니가 책임지러 왔다고 해도 네 모습을 만 천하에 들어내는 일은 없을 거야. 넌 다만 네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해 내면 그만이란다. 모든 것은 신의 섭리. 그 과정에서 모든 것들이 질서를 찾게 될 거야.”

베뉴의 말에 i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루비니언 트라이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따사로웠다. 캄캄한 예배당의 그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i는 크게 숨을 내 쉬며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모두들. 정말로 너무 고마워요. 저는 오늘 목숨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고 시험대에 올랐거든요. 하지만 아직도 여러분들 덕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함께 살아 숨쉬고 있네요. 감사한 일이에요. 제 목숨을 한 번 앗아가려 했던 아룬이지만 그 이후 벌써 몇 번을 더 살려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룬이 저를 이 곳에 데려 온 것도 정말 신의 뜻일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사우튼 아저씨의 이 장미꽃도 너무 감사하구요. 정말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구원자라니··· 그런 말 정말 부담되는 수식어이긴 하지만··· 그래도 감사히 받으려구요. 그 수식어 덕분에 살아난 거잖아요? 무섭긴 했지만 때론 따스한 눈빛으로 절 바라봐 주신 예언자님께도 감사를 드려요. 그런데···”

i의 눈빛은 어린아이의 천진함 대신 꽤나 많이 수심이 깃든 듯 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바라보 다가 베뉴와 눈이 마주쳤다. 베뉴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그녀를 향해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i는 그런 그의 모습 덕에 힘들게 입을 떼었다.

“저는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요. 이곳 바오밥 나무를요. 여러분들이 싫어서가 아니에요. 다른 트라이브 사제님들이 저를 죽이려 해서도 아니에요. 저는 그저··· 저의 아버지를 다시 만나고 싶을 뿐이에요. 우리 아빠··· 저 없어져 한참동안 힘들게 찾으러 다니실게 분명하거든요. 아마도 제가 걱정되어서 밥도 제대로 못드시고 계실거에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아까 베뉴 사제님도 말씀하셔서··· 그래서 더 힘을 얻어 말씀드리는 거에요. 아룬. 나 아빠를 보러 가도 되나요?”

아룬은 i의 질문에 곧장 답을 하지 못하고 베뉴의 얼굴을 살폈다. 베뉴는 당황해 하는 아룬 대신 인자한 얼굴로 i에게 답했다.

“i야. 우리 바오밥 나무는 99명의 사제들로 구성된 신의 대리인이란다. 그 뿌리는 지구라는 땅에 박혀 있는 대신 커다란 가지를 하늘 높이 뻗어 그 아래 인간들을 보호하고 있지. 그리고 그 모습은 마치 신과 무척이나 닮아 있단다. 우리는 인간의 존재가 이 땅에 있고난 이래 늘 있어왔고 그 명맥은 대를 이어져 내려 왔지. 한 명이 사라지면 다른 적임자를 찾아 능력을 부여하는 일을 해. 그건 예언자님의 역할이지. 그렇게 긴 시간동안 이어져 내려 오며 많은 일들이 있었단다. 그리고 불과 수천년 전 진화의 진화를 거듭해 오던 인간들은 신을 거슬러 자신들이 신이 되고자 했단다. 신전건설길드는 말은 신전을 짓는 모임이지만 실상은 스스로 신이 되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발현된 조직이야. 최근 이 신전건설길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게다가 어두운 음녀의 움직임도 포착되었고. 아룬이 조직을 무단으로 이탈해 개인적인 행동을 한 것도, 그리고 니가 납치가 되고 죽을 뻔 한 고비를 겪은 것도 모두 이 일련의 흐름과 맞닿아 있단다. 세상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 거지. 그래서··· 예언자님이 말씀하신 그 구원자라는 타이틀은 어찌보면 중요한 부분이기도 해. 하지만 앞서 내가 분명 너에게 부담을 갖지 말라 이야기 했을거야. 그리고 그 말뜻은 서로 모순되긴 하지만 둘 다 맞는 말이기도 하단다. 너는 부담가지지 말고 너의 길을 가면 되는 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 많은 선택의 길에 직면하겠지만 그 역시 모두 너의 판단 아래 있을 거란다. 세상을 구원하는 일이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네게 부여된 일이니 만큼··· 늘 신중하고 또 차분히 판단해 주렴.”

“베뉴 사제님. 사실 말씀이 조금 어려워요. 저는··· 구원자로서 이 곳에 남아야 하나요? 바오밥 나무라는 조직의 상징이 되란 말씀이신가요?”

“아니··· 전혀 아니지. 아빠를 찾아 가고 싶다지 않았니? 당장 떠나렴. 그게 너의 길이란다.”




계속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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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6) 22.08.21 11 0 10쪽
49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5) 22.08.18 13 0 14쪽
48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4) 22.08.10 11 0 12쪽
47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3) 22.08.08 12 0 13쪽
46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2) 22.08.02 22 0 12쪽
45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1) 22.07.26 12 0 15쪽
44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쿠키) 22.07.24 23 0 14쪽
43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10) 22.07.22 10 0 17쪽
42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9) 22.07.18 17 0 10쪽
»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8) 22.07.15 13 0 12쪽
40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7) 22.07.11 21 0 10쪽
39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6) 22.07.10 17 0 10쪽
38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5) 22.07.08 14 0 10쪽
37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4) 22.07.05 25 0 10쪽
36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3) 22.07.03 11 0 9쪽
35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2) 22.06.30 13 0 11쪽
34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1) 22.06.27 24 0 11쪽
33 Chapter 3. 피와 눈 (쿠키) 22.06.26 15 0 13쪽
32 Chapter 3. 피와 눈 (9) 22.06.23 13 0 10쪽
31 Chapter 3. 피와 눈 (8) +2 22.06.20 23 1 10쪽
30 Chapter 3. 피와 눈 (7) +2 22.06.19 17 1 14쪽
29 Chapter 3. 피와 눈 (6) +2 22.06.19 18 1 12쪽
28 Chapter 3. 피와 눈 (5) 22.06.19 20 1 12쪽
27 Chapter 3. 피와 눈 (4) 22.06.18 16 1 14쪽
26 Chapter 3. 피와 눈 (3) 22.06.18 16 1 15쪽
25 Chapter 3. 피와 눈 (2) 22.06.18 16 1 13쪽
24 Chapter 3. 피와 눈 (1) 22.06.17 17 1 15쪽
23 Chapter 2. 불멸의 버서커 (쿠키) 22.06.17 20 1 10쪽
22 Chapter 2. 불멸의 버서커 (9) +2 22.06.17 21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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