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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iusz Roux

내 작은 우주 속 전능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다리우스루
작품등록일 :
2022.06.11 12:39
최근연재일 :
2022.08.2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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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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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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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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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Chapter 3. 피와 눈 (쿠키)

Dariusz Roux 소설




DUMMY

<포츈쿠키 : 아무것도 없다고 노여워 말라. 또 다른 시작이다.>


사내는 가만히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그녀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그렇다고 본격적인 이야길 꺼냈다가는 또 다시 음녀의 저주에 빠질 지 모를 일이다. 줄타기를 해야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곧장 그녀에게 답장을 하는 것 보다는 다시 한 번 방송을 켜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어벙벙한 탈을 머리에 눌러 쓰고 개인방송국의 셋팅을 해 나갔다. 크게 쉼호흡을 가다듬고 이제는 마지막이 될 지 모를 단서를 투척해야만 했다. 부디 성공하길···

“안녕. 모두들. 갑자기 방송을 켠 건 좀 이상하겠지만··· 사정이란게 있으니까 말이야. 모두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서.”

그의 방송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꽤 많다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의 방송은 재생산되고 또 재생산되어 이제는 음모론 계의 나름 명망 있는 바이블이 되어가고 있었다. 늦은 시간의 방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천만명의 동시 접속자들이 그의 이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엄청난 양의 댓글 반응을 모조리 스캐닝할 엄두가 나지 않자 옵션을 걸어 주요 키워드를 발췌해 냈다. 사람들은 또 다른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많이 모여줬구나. 오늘은 동그라미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해. 우주에서 이만큼 완벽한 도형이 또 있을까? 3차원적 도형인 구가 가장 완벽한 도형이라면 원은 그 구가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구성품이자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단면이기도 하지. 근데 말이야. 이 동그라미는 어쩌면 지구의 멸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사내는 화면에다 동그라미를 꽤 진지한 얼굴로 그리고 있었다.

"지구의 멸망과 동그라미가 과연 무슨 관계가 있을까? 잘 봐. 동그라미. 원이라고도 불리지. 이 원은 시간의 흐름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우주상에 존재하는 행성들 역시 공전과 자전이 없다면 이렇게 완벽히 아름다운 원을 그리지는 못했을 거야. 원이란 즉 시간이지. 울퉁불퉁한 대지와 자유분방한 대기를 하나로 모아주는 것은 구심력. 그리고 그 구심력은 방향성이 있는 시간과 함께 해. 시간은 참 어려운 개념이야. 흔히들 한 방향으로 흐른다 착각을 하거든. 왜냐하면 일정한 방향성이 있어야만 원은 완성이 되기 때문이야.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기도 하고...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아. 물론 순환을 하고는 있지만··· 그 순환의 방향과 속도는 가변적이지. 방향이 가변적이란 말은 역방향 흐름도 가능하단 이야기고 속도가 가변적이란 이야기는 시간이 멈출수도 더 빨리 흐를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신이지. 신은 모든 물리 조건을 오픈했어. 인간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적 능력을 총 동원해 신이 통제하는 우주의 물리적 규칙에 대항할 수 있게 되었어. 온도와 중력을 조절하고 핵을 이용한 가공할 힘을 발휘할 수도 있게 되었고 AI의 발전을 통해 우주를 구성하는 다양한 입자와 원자에 대해서도 거의 완벽하리만큼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어. 하지만 인류는 결국 시간을 제어하는 데에는 실패할 수 밖에 없었지. 왜냐하면··· 시간의 통솔권이야 말로 신의 고유 권한이니깐 말이야. 자 여기 원이 하나 있어.”

사내는 아까부터 공들여 그린 원 그림을 모니터 화면에 띄워 놓았다. 하얀색 원은 그저 그런 평범한 원일뿐이었다. 사내는 화면을 드래그 하여 옮겨 보았다. 가만히 단면의 원이라 생각했던 도형은 약간 찌그러진 구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구의 모습 아래로는 작은 원기둥이 내려와 있었다. 사내는 그래픽 화면에 약간의 터치를 가 했다. 찌그러진 구는 다양한 초록 빛의 나뭇잎이 되었고 원기둥은 갈색의 나무기둥이 되었다. 커다란 뿌리는 땅 속에 단단히 고정된 듯 보였고 그 아래 그늘은 꽤나 시원해 보이고 있었다.

“인류의 숨겨진 조직 중 어쩌면 가장 강력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원. 바오밥 나무야. 바오밥 나무는 신을 상징해. 하지만 땅에 뿌리를 내린 이 원은 신을 대리하는 인간을 의미하기도 하지. 둥근 원과 대지를 연결하는 이 굳건한 나무기둥이 이들을 의미해. 바오밥 나무는 인류가 탄생한 순간부터 존재하고 있었어. 그들은 신이 부여한 특별한 능력으로 인간들을 이롭게 하기도 하고 벌을 내리기도 했지. 하지만 그런 모든 과정은 철저히 비밀적인 것이었어. 인류사에 있어 눈에 띌만한 사건은 만들지 말라는 것이 그들의 암묵적 룰이었거든. 바오밥나무는 총 99명의 사재들로 구성이 되어있어. 그들은 병든 자를 낫게 하거나, 동물들과 대화를 한다거나, 혹은 물과 불을 자유롭게 다룬다거나 하는 기본적인 능력에서부터 죽은 자를 되살리거나 미래를 예언하는 것과 같은 강력한 능력을 가진자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 이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평범하게 인생을 살다 죽을 수도 있지만 그들 중 누군가가 죽게된다면 꼭 반드시 그 능력을 받을 다른 사람을 채워 넣어야만 하지. 그것이 바로 사재들의 우두머리 예언자의 역할이야. 그들은 신을 대리해 인간들을 대응하고 있어. 신의 흐름대로 시간이 잘 흐를 수 있도록 돕고 있지. 실제로 삼각형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고도 지성이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신념을 가진 신전건설길드와는 오랜 동맹관계이기도 해. 원과 삼각형. 이 두 집단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지구상에서 인류를 움직여 왔어. 그리고 그 기나긴 동맹은 1달러 지폐에도 잘 나와 있다는 건 모두들 잘 알고 있는 사실.”

사내는 지폐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지폐 뒷면엔 피라미드 상단의 삼각형과 그 안에 눈동자가 명확히 보였다.

“다들 잘 알고 무수히 많은 음모론을 양산해 낸 심미안이야. 삼각형과 원. 둘은 공존할 수밖에 없었어. 삼각형은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려 했고 원은 더 넓은 인간들을 지켜보고 싶었지. 노골적이기 까지 한 이 문양은 이들 동맹의 상징이었어. 하지만 이 두 조직은 베일에 가려져 은밀히 움직여야 한다는 불문률 덕에 갖은 음모론에도 불구하고 정설로 현생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생각되었지. 물론 그래. 지금 당장 저 밖에서 인류의 미래를 담보하는 거대한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사람들은 단지 어설픈 테러리스트의 바보 같은 범죄행위 정도로 치부해 버리고 말 거란 이야기지. 어떤 날은 신문에 짧은 단신 하나 새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말이야.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거대한 강변공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이들이 움직인다면 그저 누군가 실족사 한 일일뿐 대중들의 관심에는 벗어나는 일일테지.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은 집단이다 보니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어. 영화나 소설로 재구성이 되지만 그건 모두 픽션일 뿐.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지. 모든 것이 이면에서 흘러가고 있고 그것은 꽤나 중요한 일들이지만 사람들은 모두들 제 앞에 주어진 자신의 십자가를 보다 큰 것을 놓치고 말아. 그리고 그건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해롭지도 않지.”

[녹색커튼 : 해롭지도 않다는 말은··· 모르는 게 약이라는 뜻이야?]

[모든떨어지는것 : 심미안을 이렇게 해석하는 건 또 처음인 것 같은데··· ]

[낯선천정 : 주변에 실종이나 실족사가 너무 많긴 해. 뭐든 이유 없는 죽음은 없을 텐데 말이야.]

[팅커벨 : 숨겨진 두 개의 거대한 집단이 인류 사회를 움직인다면 신은 도대체 뭘 하지?]

[재앙의신 :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듣고 있자면 내 스스로가 너무 작게 느껴져. 무서워]

사람들은 댓글을 쏟아내고 있고 사내는 그런 많은 글 중에서 그녀의 댓글을 찾고 있었다. 그녀 역시 그의 말을 하나 하나 체크해 가면서 듣고 있을 터였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이야길 정확히 이해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단서를 던져야만 했다.

“원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할게. 더 이상의 이야기는 그들의 심기를 건들 수도 있을 것 같아.

인간과 신의 대리인이 인류를 움직이는 두 개의 집단이라 한다면 신은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는 이야기가 있었어. 오히려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음··· 신은 철저하게 모든 일에 관여하지 않는 다는 룰을 갖고 있어. 신의 역할은 인류의 창조와 그들의 죄를 사해 준 것 까지야. 사실 죄를 사하는 것도 신이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 애초에 죄를 짓지 않았으면 사해줄 필요도 없었을 테니 말이야. 최소한의 간섭을 하겠다는 신의 의지는 여전히 변함이 없어. 두 집단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신은 태초부터 모든 것을 다 완성해 놓았거든. 간섭을 하든 안하든··· 모든 것은 신의 섭리에 따른 것이니 말이야. 신은 지켜보고 있어. 이 세상의 흐름이 과연 본인이 만들어 놓은 결과를 따라 갈 것인지 혹은 갑자기 튀어나온 어딘가의 다른 요인으로 모든 것이 망가질지 말이야. 사실 후자의 요인이 큰 의미를 가질지는 미지수지만··· 분명 변수는 변수니까.”

사내는 계속 누군가의 댓글을 찾고 있었지만 그녀는 사람들 틈에 몸을 감추고 있었다.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그녀의 바램은 잘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한다면 애써 빌드업 해 온 그의 시나리오가 물거품이 될 지 모를 일이다.

[아모르디테 : 신이 있다면 우리 모두를 다 살피실까요?]

[캐논 : 인류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인류라는 말은··· 신이 존재하지만 의미가 없단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될까?]

[에델바이스 : 신은 창조와 죄사함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이네. 앞으론 무슨 일을 할까? 그저 지켜보기만?]

[투명한사람 : 모든 것은 인과율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고 하지만 변수가 있단 말은 그 결정되어 있단 말을 부정하는 것 아닌가요? ]

[닥터윰 : 신의 간섭이 있다면··· 우주의 규칙도 깨어지는 순간이겠지.]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녀를 만날 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인류의 멸망 역시 다가 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원은 하나의 숫자를 상징하기도 해. 모두가 다 아는 0이라는 숫자지. 이 0이라는 숫자는 참 이상해. 대칭을 이루지도 않고 음수도 양수도 아니지. 게다가 없음을 나타내는 유일한 숫자야. 그래. 신은 이 0을 상징하기도 해. 없는 존재이지. 인간의 흐름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 창조자이지만 관망자로서 그는 역할하고 있어. 0은 없는 존재이나 결코 없지 않지. 그건 ZERO와 NULL의 차이에서 나타나. NULL은 아얘 존재하지 않는단 의미지만 ZERO는 있긴 하지만 없다. 라는 뜻이니깐 말이야. 있지만 없다. 신은 그런 존재야. 언제든 1로 혹은 -1로 갈 수 있는 존재이지. 그래서 자정은 신의 시간이야. 0시 00분이거든. 없는 시간이지. 동그라미는 그래서 지구의 멸망을 나타내기도 해. 다시 아무것도 없는 순간으로 가는 시간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사내는 충분히 의사 표시를 했다고 생각했다. 똑똑한 그녀라면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두 알아 들었을 터. 이제는 실행만이 남아 있었다.

“여태까지 방송을 시청해 줘서 모두들 너무 고마워. 말도 안되는 돈들이 통장에 꽂히고 있고 사랑을 받기까지 하고 있더라. 물론 안티들도 존재하지만··· 아무튼 그래. 모두에게 감사해. 난 한 여자를 찾고 있어. 그녀의 이름은 물론 어떤 특징도 할 수 없지만 아마도 그녀는 날 알아 볼거라 생각해. 그녀 역시 나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사실 눈 가리고 서로를 찾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거야. 그리고 이제 그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과연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닐까? 모두의 도움 덕에 여기까지 왔어. 꼭 성공해 보일게. 아 참. 나는··· 모든 것이 보여. 저기 저편의 당신의 얼굴까지도. 모두의 얼굴이 보이지. 그리고 모두를 사랑해. 진심으로 말이야. 바람둥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 그래. 모두를. 모두를 사랑해. 하지만 특히나 당신을 사랑해. 거기서 마치 오리처럼 귀엽게 나? 라고 생각하는 당신 말이야."




계속


작가의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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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녕하세요. Dariusz Roux입니다. 22.06.20 24 0 -
50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6) 22.08.21 11 0 10쪽
49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5) 22.08.18 13 0 14쪽
48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4) 22.08.10 11 0 12쪽
47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3) 22.08.08 12 0 13쪽
46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2) 22.08.02 22 0 12쪽
45 Chapter 5. 얼굴 없는 살인사건의 전말 (1) 22.07.26 12 0 15쪽
44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쿠키) 22.07.24 23 0 14쪽
43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10) 22.07.22 10 0 17쪽
42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9) 22.07.18 17 0 10쪽
41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8) 22.07.15 12 0 12쪽
40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7) 22.07.11 21 0 10쪽
39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6) 22.07.10 17 0 10쪽
38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5) 22.07.08 14 0 10쪽
37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4) 22.07.05 25 0 10쪽
36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3) 22.07.03 11 0 9쪽
35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2) 22.06.30 13 0 11쪽
34 Chapter 4. 신을 닮은 나무 (1) 22.06.27 24 0 11쪽
» Chapter 3. 피와 눈 (쿠키) 22.06.26 15 0 13쪽
32 Chapter 3. 피와 눈 (9) 22.06.23 13 0 10쪽
31 Chapter 3. 피와 눈 (8) +2 22.06.20 23 1 10쪽
30 Chapter 3. 피와 눈 (7) +2 22.06.19 17 1 14쪽
29 Chapter 3. 피와 눈 (6) +2 22.06.19 18 1 12쪽
28 Chapter 3. 피와 눈 (5) 22.06.19 20 1 12쪽
27 Chapter 3. 피와 눈 (4) 22.06.18 16 1 14쪽
26 Chapter 3. 피와 눈 (3) 22.06.18 16 1 15쪽
25 Chapter 3. 피와 눈 (2) 22.06.18 16 1 13쪽
24 Chapter 3. 피와 눈 (1) 22.06.17 17 1 15쪽
23 Chapter 2. 불멸의 버서커 (쿠키) 22.06.17 20 1 10쪽
22 Chapter 2. 불멸의 버서커 (9) +2 22.06.17 21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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