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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과장님이 왜이럴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1.24 09:41
최근연재일 :
2022.01.26 01:1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7,981
추천수 :
67
글자수 :
72,076

작성
22.01.24 09:46
조회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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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제4의 벽

DUMMY

-과장님, 이게 뭐에요?

-이건 작년에 우리가 고생한 성과입니다.


Platinum 7440-K. 이건 설마 백금?


-과장님 이거 백..

-네. 백금괴입니다. 일반 금괴보다 훨씬 귀하고 비싸죠.

-대체..이게 얼마치에요?


전과장은 말없이 상자에서 작은 백금괴를 하나씩 꺼내더니, 철재서랍에 차곡차곡 담기 시작했다. 연희도 바로 옆에 있는 철재서랍에 백금괴를 담았고, 상자가 가득차자 그것을 밀어넣었다. 철재서랍 아래에 초록색 불이 들어왔다.


-아직 끝나려면 멀었어요.


전과장은 아래쪽에 철재서랍 2개를 새로 열었고, 다시 백금괴를 담기 시작했다.


-과장님, 전부 몇개에요?

-정확히 1500개입니다.

-헉..이게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아요?

-백금값이 요즘 많이 떨어졌길래 외국에서 들여온겁니다.


짐을 정리하고 동굴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선착장에서 간식을 먹으며 배를 기다렸다.


-오늘 한 일은 어떤 의미죠?

-z99 문제를 해결하면서 돈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 따로 보관하려고요.

-은행에 맡기시면 되잖아요. 아니면 건물이나 주식 같은거라도..

-세계경제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들쭉날쭉 하고 있는거 연희씨도 알잖아요. 이런 때엔 금 같은 실물이 가장 믿음직한 겁니다. 그리고 돈을 은행에 넣어두면 꼬박꼬박 세금 나오는데 그거 감당이 되겠습니까?

그나저나...

-?


전과장은 간식을 먹고 쓰레기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연희씨는 '제4의 벽'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그게 뭔데요?

-혹시 레드거너 폴이란 영화 알아요?

-알죠. 슈퍼히어로 영화잖아요.

-그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종종 정면을 바라보며 관객에게 말을 걸어오죠?

-맞아요. 가끔 그럴땐 저도 모르게 주인공의 질문에 대답을 하게 되더라고요.

-제4의 벽이라는건, 연극을 할 때 관객이 바라보는 방향을 말합니다. 무대는 3개의 면으로 되어 있으니, 배우는 마치 관객이 없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 되는거구요.

-그럼 레드거너 폴은 그 규칙을 어긴 셈이네요?

-그런 셈이죠. 이건 조금 철학적인 문제인데, 가상의 캐릭터가 자신이 속한 세계가 거짓이라는걸 인식하고 있는걸 전문용어로는 '메타인지' 라고 해요.

-아..

-만약에 말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라면 어떡하겠어요?


연희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모르겠어요. 공기를 들어마시거나 바위를 만져보면 모든게 너무 생생한데, 설마 가짜일리가 있어요?

-가능하죠. 엄청난 과학기술이 숨겨져 있거나, 외계문명 같은게 있다면 말이죠.


그러더니 과장은 어딘가를 응시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를 지켜보는 4차원의 누군가가 있고, 우리는 그저 하얀 배경의 글자로만 존재하는 것일지도요.



그날 이후 과장은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갔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연희는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과장님.

-네?

-저번에 말씀하신 문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는거 아니에요?

-음..


과장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옛날 동화나 드라마를 보면 말입니다. 남녀주인공이 키스하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식으로 막을 내리잖아요.

-대게 그렇죠.

-사실은 그게 아니라 작품이 엔딩을 맞이하는 순간, 작품을 이루고 있던 세계는 붕괴하고 그 안에 살던 사람은 모조리 죽는건 아닐지..

-그건 너무 과장이 심하신거 같은데요!!


연희는 버럭 화를 냈다.


-저도 들은 얘기가 있다고요. 어떤 과학자가 컴컴한 방 안에서 혹시 검은 고양이가 여기 있을지 모른다고 상상한다는고요.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 볼 때 고양이 같은건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 없는걸 있다고 하시면..

-시간낭비다..라는 거군요.


연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희씨 말을 듣고 보니 깨달은 바가 있어요.


과장은 벌떡 일어섰다.


-지금부터 이 세계가 가짜라는 증거를 찾을겁니다. 어차피 당장은 급한 일도 없잖아요?



연희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한동안 z99 때문에 바깥출입이 힘들었던 터라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좋았다. 하지만 연희의 얼굴엔 어딘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왜그래? 요즘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니?

-그게 말이야..


요약하면 이런 얘기다. 남몰래 호감이 가던 남자가 잘나가다가 갑자기 공상에 빠져 이상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 친구들은 그 남자가 누굴 가리키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럴때는 그게 약이야.

-뭔데?

-결혼이지. 달리 뭐가 있겠니?

-거기서 결혼이 왜 나와?

-바보야. 남자는 원래 결혼하기 전에는 밖에 풀어놓은 야생마 같은거야. 일단 결혼을 하고 가정이 생겨야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일에 집중한다구.

-아..그러셔?


정작 그 얘길 꺼낸 당사자는 요즘 남편이 퇴근 후 게임만 한다고 하소연하던 친구였다.


-남자는 여자가 하기 나름이다 얘!

-그런...가?

-야, 너는 그분이랑 같이 일한지 몇년인데 아직도 결론을 못내렸니? 그쪽에서 미지근하게 나오면 네가 적극적으로 나가면 되잖아?

-적극적으로? 어떻게?

-여자의 무기를 쓰라는거지.

-암암 그렇고 말고.


다른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육탄공세 같은걸 말하는거야?

-하이고~ 내숭은 다 떨더니 알건 아네.

-그래. 여자가 뭐 천년만년 예쁜 줄 아니? 잘나갈때 남자를 확실하게 잡으란 말이야 이것아.

-우리가 도와줄게. 인생의 선배, 경험자 아니겠니?


그날부터 연희는 날라리(?) 친구들로부터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전과장은 일과 삶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사람이라, 회사에 가면 업무와 관련된 문서들만 책상에 쌓아놓았다. 하지만 집에 가면 깔끔하던 사무실과 다르게 엉망이었다. 벽 여기저기 붙어있는 메모지며, 새로 사들인 최신 물리학 이론서, 인쇄해 놓은 음모론, 영화 블루레이 디스크, 밤새도록 켜져있던 컴퓨터까지. 연희는 그런 모습을 보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오늘 그녀가 과장의 집을 온건 확실히 못을 박기 위해서였다.


-과장님, 어디 계세요? 과장님?


한참을 둘러보던 연희는 마침내 발코니에 쭈구려 앉아있는 과장을 발견했다.


-과장님! 저 왔어요. 뭐하세요?

-아..연희씨 왔어요? 잠시 생각 좀 하느라 오는 소리를 못들었네요.


연희는 과장이 무얼 바라보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눈앞엔 그저 작은 화분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이 화분은 아는 분이 소개해준 유명한 분재장인에게 사온 겁니다.

-그래요? 멋지네요.

-그런데 여길 잘 봐요. 뭐가 보이는지.

-어머. 싹이 돋아났네요.

-제가 듣기로 분재는요, 정성을 다해 키워야 하기 때문에 정제된 흙을 쓴다고 해요. 그냥 산에 가서 흙을 퍼오면 거기엔 벌레도 있을 수 있고, 여러가지 균이 살고 있어서 자칫하면 분재로 키우는 식물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그렇군요.

-그런데 이 싹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요? 여긴 아파트 15층인데. 설마 여기까지 풀 씨앗이 날라왔다는 걸까요?


연희는 곰곰히 생각했다. 연희도 어린시절을 주로 아파트에서 살았지만 그때는 5층이었고, 종종 매미라든가 방아깨비가 날아온 적이 있었다.


-아마 사람의 옷 같은데 씨앗이 붙어있다가 우연히 화분에 떨어졌겠죠. 도깨비풀인가? 그것도 그렇잖아요.

-자연의 신비라는 겁니까?

-그런 셈이죠.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


-저는 조금전까지 다르게 생각했거든요.

-어떤 생각이었는데요?

-이 세계가 누군가가 만든 시스템이고, 잡초 같은게 자랄리 없는 화분에서 싹이 난건 일종의 오류가 아닐까 하는..

-아직도 그 얘기에요?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연희는 그 말을 하고 찔끔했지만, 용기를 냈다.


-세계가 진짜면 어떻고 가짜면 어때요? 그냥 사는 동안 행복하면 되잖아요. 과장님은 이제 돈도 많고, 맘에 드는 사람과 연애도 하고 그러면 좋잖아요.

-하지만, 가짜라는걸 아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과장님!


연희는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획 하고 던져버렸다. 그러자 빨간 원피스가 드러났다. 민소매에 늘씬한 다리가 드러나는, 몸매가 도드라져 보이는 옷이었다.

얼마전에 헐리우드의 유명배우가 입어서 화제가 된 명품으로, 친구들이 남자 꼬시는데 직빵이라고 추천해줬던 것이다.


-연희씨, 그 옷은...못보던 거군요.

-네? 아! 그 그게..


연희는 속으로 놀랐다. 첫째는 과장이 새 옷을 눈여겨 봤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평소에 자신이 맨날 입던 옷만 돌려입었다는 것을 들켰다는 것. 너무 쪽팔렸다.


-일단 정신 차릴게요. 회사 직원들도 있고 연희씨도 있는데, 너무 허무맹랑한 일에 빠져있었네요. 미안해요.


연희는 얼굴이 빨개져 잇었다.


-그런데, 오늘 무슨 일로 찾아온거죠?




이 작품은 연재중인 저의 다른 소설 [이세계에 왔지만 시즌1] 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같이 읽어주시면 좀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작가의말

(22.07.17) 질병명 수정, 불필요한 특수문자를 삭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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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영생의 비밀 그리고 인류의 기원 +1 22.01.26 268 1 10쪽
14 부자 클럽 22.01.26 258 1 10쪽
13 재회 22.01.26 281 1 10쪽
12 최고의 맛, 그리고 회귀 22.01.26 290 1 11쪽
11 식도락 여행 22.01.26 295 1 11쪽
10 달리는 사람들 22.01.25 326 1 12쪽
9 꿈속의 혈투 22.01.25 349 1 10쪽
8 성혜영 (2) 22.01.25 401 2 10쪽
7 성혜영 22.01.25 425 4 11쪽
6 그의 과거, 에피소드1 +1 22.01.25 463 4 10쪽
» 제4의 벽 22.01.24 502 3 9쪽
4 세계를 강타한 김 22.01.24 522 8 10쪽
3 천재지변이 찾아오다 22.01.24 576 8 12쪽
2 얄짤없는 이과출신 건물주 22.01.24 654 8 14쪽
1 프롤로그 +1 22.01.24 841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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