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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에 울려퍼지는 소나타

아, 나의 찬란한 소년 시절은 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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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소나타
작품등록일 :
2017.09.18 22:39
최근연재일 :
2017.10.11 22:32
연재수 :
3 회
조회수 :
213
추천수 :
0
글자수 :
11,657

작성
17.09.26 19:54
조회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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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0. 프롤로그

DUMMY

삐삐삐삑


오늘따라 요란하게 시끄러운 핸드폰 알람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드디어 오늘이 바로 기다리고 기다려왔던 중학교 입학식이다. 잘 다려놓아져 있는 멋있는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멘 후 복도를 내려온 나는 의자에 가방을 놓고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들었다. 엘리트 학생이라면 수업시간에 졸지 않기 위해 충분한 영양섭취를 하는 것은 필수!


'오? 이번엔 맛있는데?'


왠지 오늘따라 맛있게 끓여진 된장을 순식간에 밥과 함께 비우고 재빨리 올라간 나는 물을 틀었다. 칫솔에 치약을 묻히고 가볍게 칫솔질을 하다가 문득 거울을 보았다.


갈색에 가까운 밝은 톤의 흑갈색 머리에 또래 애들보다도 살짝 커다란 눈동자, 위로 치우치거나 아래로 치우친 삼백안이 아닌 정중앙에 자리잡은 맑은 검은색 눈동자. 동안에 v자 모양을 한 반듯한 얼굴. 오똑한 코와 선명한 선홍빛의 입술까지 오늘따라 왠지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잘생겨 보인다.


입을 행궤내고 수저와 다 비운 그릇을 싱크대에 넣고 물을 받은 후 나는 운동화에 가볍에 발을 넣고 바닥에 툭툭 부딪혀 고쳐 신은 후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양 어깨 손잡이가 달린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크으, 기대된다.'


교실을 열자말자 신나게 떠들고 있을 각양각색의 아이들과 친해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공부도 굉장히 잘하는 편에 외모도 나름 미소년에 가까운 편인 나라면 충분히 친구들을 사귈 자신이 있었다.


"자, 다들 조용히 하렴."


자리에 앉아 몇몇 옆의 아이들과 자연스레 대화를 하다가 선생님이 상냥한 목소리와 함께 교실 안으로 들어오셨다. 날씬하면서도 굴곡진 몸매에 무엇보다도 얼굴이 미인이다. 그것도 상당히 예쁜 축의...!


선생님의 말에 모두가 매료된 듯 거짓말처럼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선생님께서 입학식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동안 나는 멍하니 선생님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너무나도 행복했다. 평생 이대로 학교만 다닌다고 해도 정말 기쁠 것만 같았다. 그래... 나의 찬란한 소년 시절은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야...!


"아~자!"


퍽!


기합을 외치며 나도 모르게 일어서려고 하자 갑자기 얼굴과 무언가가 부딪히는 충격에 눈을 뜨고 말았다.


"얘는 또 무슨 잠버릇이니. 빨리 일어나라, 지각이다."


침대에서 바닥에 거꾸로 고꾸라진 채로 나는 흘겨보듯 위를 바라보았다.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내리깔아 보는 엄마가 양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서 있었다.


"헉!"


침대에서 내려와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을 켜보니 8시 5분이었다. 8시까지 학교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데 벌써 시간이 저렇다니!


"으아악! 지각이다!"


"에휴... 밥 먹지 말고 세수 양치질이나 하고 빨리 가라."


허겁지겁 교복을 갈아입는 나에게 엄마는 한숨을 쉬고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옷을 다 입고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대충 칫솔에 치약을 뿌리고 입에 넣어 미친듯이 휘두르다가 문득 거울을 바라보았다.


유난히 튀는 갈색 머리. 왕눈이처럼 커다란 눈동자. 얕잡아보일만한 유치한 얼굴. 아기자기한 코와 쓸데없이 걔집애처럼 붉은 입술. 마지막으로 다름 애들보다 약간 작은 키까지. 평소와 다름 없는 내가 싫어하는 어린애 모습이다.


치약물을 푸푸 뱉어내고 가방을 걸쳐 메고 계단을 내려가다 헛디뎌서 1층 복도에 넘어지고 말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복도에 넘어지는 바람에 별로 다치지는 않았다.


"으이그, 주책 좀 정도껏 해라. 나이가 몇살인데 계단도 제대로 못내려오니."


나는 가벼운 통증에 눈을 찌푸리며 엄마를 노려보다가 말없이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학교에 뛰어가 도착해서 본관 앞에 붙여진 표를 보고 1학년 3반으로 찾아가 생각없이 문을 열었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입학식에 대한 설명을 하는 중이었다. 선생님을 비롯하여 아이들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리자, 그제서야 나는 뒤늦게 마음 속에서 부끄러움이 확 밀려 올라왔다.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새끼냐 너는?"


설상가상으로 선생님마저 인상이 험악해보이는 중년 남성인 것을 눈으로 확인하자 나는 당장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차라리 얼른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너, 끝나고 나중에 따로 남아라. 얼른 자리로 가!"


"네엣!"


나도 모르게 볼썽사나운 가벼운 목소리가 튀어나오면서 허겁지겁 남아 있는 한 자리로 찾아 들어가 앉았다. 아이들의 은근한 비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얼굴이 화악 달아올랐다. 선생님의 말씀 따위는 전혀 들리지도 않았다. 그냥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학교가 끝났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입학식 전, 쉬는 시간이 다가왔는데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교실을 한바퀴 쭈욱 둘러보았다. 반 내에 초등학교시절 아는 애들이 단 한명도 없었다. 아침에 그런 쪽팔린 일이 벌어진 탓인지 내 쪽에서도 스스로 아무한테나 말을 걸 용기를 내기도 힘들었다.


화장실이 별로 급하지도 않았기에 나는 그저 자리에 그대로 앉은 채 책상에 엎드렸다. 이상하게도 전혀 졸리지가 않았다. 정신이 너무나도 맑은 채로 귀를 통해 들려오는 온갖 대화소리를 엿듣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최악이야...!'


이전에 초등학교 때 겪었던 어떤 날들보다도 지금이 가장 불행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때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부터 행복한 나의 소년 시절은 끝나고 말았다는 것을!


작가의말

어떤 공모전에 준비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만약에 아마도 공모전 규정에 공모전에 내는 글을 연재하면 안된다고 명시되어있을 경우엔 작품을 없앨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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