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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에 울려퍼지는 소나타

로스트 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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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소나타
작품등록일 :
2016.02.08 12:43
최근연재일 :
2016.03.05 00:21
연재수 :
3 회
조회수 :
606
추천수 :
1
글자수 :
12,853

작성
16.02.09 11:56
조회
275
추천
0
글자
9쪽

1장. 추락한 비행기 (1)

Lost Wing




DUMMY

"갔다 올게요!"

어두컴컴한 밤. 한 아이가 급하게 소리치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무언가를 할 생각에 마음이 벅찬 듯 집을 나서는 그 소년의 발걸음은 다소 불규칙적이지만 가볍기 그지 없어 보였다.

"빨리 돌아와야 한다!"

늘 있었던 일이지만 걱정을 지우지 못한 듯, 어머니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크게 울려퍼졌지만 듣지 못한 모양인지 그의 걸음걸이에는 변화를 주지 못했다.

하늘은 깊은 밤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매우 까맣게 물들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보름달만이 환하게 온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소년은 그 달빛 덕분에 조금은 어둠 속에서 빗겨난 세상을 걸을 수 있었다.

집을 따라 나 있는 흙길. 사람이 지나기엔 조금 넓지만 자동차가 다니기엔 좁은 길이 소년이 달리는 방향을 따라 홀로 쭈욱 이어져 있었다.

외진 산골이라서 그런지 불빛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소년이 왼손에 들고 있던 작은 손전등을 제외한다면.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어중간한 길을 벗어나 좁은 산길로 소년의 발걸음이 들어섰다. 자동차는 커녕 사람조차 제대로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비좁아 보였다.

손전등에 의지한 한정된 시야 속에서 희미하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덤불들을 헤치며 지나간지 얼마 뒤, 마침내 소년의 눈에 컴컴한 하늘과 함께 작은 언덕이 보였다.

"뭐야, 늦었잖아!"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투정을 부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년은 조금 안심이 됐는지 작은 한숨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미안... 잠깐 엄마가 잔심부름을 시켜서."

"무슨 잔심부름을 30분 동안이나 해!"

여린 여자 아이의 목소리. 손전등의 불빛이 잔뜩 심술이 난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비추었다.

"아앗, 눈부셔!"

파란 색 작은 원피스에 무늬가 없는 하얀색 운동화. 머리에는 작은 핀이 꼽혀 있고 제법 어린 나이의 모습 치고는 꽤 장발이었다.

얼굴은 마치 인형처럼 아기자기하고 이목구비가 또렸했지만 그다지 딱딱하다는 인상을 받지 않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었다.

한 손에는 작은 전자시계를 다른 손에는 문방구에 있을 법한 핑크색 가느다란 팔찌를 찼지만 신기하게도 소년처럼 이런 캄캄한 밤 속에서도 손전등은 들고 있지 않았다.

"미안."

손전등의 불빛이 다시 비스듬히 바닥으로 향했다.

"비행기는 가져왔지?"

어둠 속에 잠긴 소녀의 물음에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고 있던 가방에서 작은 물체를 꺼냈다. 손전등에 비치지 않아 정확한 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소녀의 말로 비루어 볼 때 무슨 작은 모형 비행기 같이 보이기도 했다.

"빨리 날려보자!"

소녀의 재촉에 이끌려 두 사람 모두 작은 언덕이 끝나는 지점으로 이동했다. 저 멀리 희미한 집의 불빛이 작게 내려다보일 정도로 높았지만 절벽이 아닌 조금 가파른 경사로였다.

"이번엔 얼마나 멀리 날까!"

기대에 찬 듯한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년이 잔뜩 긴장했다. 혹시나 저번에 날렸던 것보다 덜 날아갈까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모형 비행기의 중간 뼈대부분을 잡고는 몇번이나 그것을 앞뒤로 움직이며 망설이는가 싶더니 몸을 뒤로 몇걸음 물러난 뒤 크게 앞으로 내달렸다.

반동으로 인해 모형 비행기가 소년의 손에서 벗어나 빠른속도로 날아갔다. 요란한 바람 소리나 잔잔한 나뭇잎의 마찰 소리 같은 그 어떠한 방해음 없이 고요하게 어딘가를 향해 비행하고 있었다.

"어어...!"

너무나 마음이 앞선 탓일까. 소년의 몸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가파른 경사로 쪽을 향해 급격하게 기울었다. 비행기를 날리는 것에만 열중한 나머지 미처 잘 보이지 않는 바로 앞에 낭떠러지에 가까운 위험한 곳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것이 분명하다.

순식간에 몸이 균형을 잃고 캄캄한 어둠을 향해 곤두박질하려던 찰나.

"위험하잖아!"

소녀의 손이 간신히 떨어지려는 소년의 팔목을 잡았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듯 소년의 눈이 동그래졌다. 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소년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한 상태 그대로 경직된 채 움직이지 못했다.

소년의 눈빛에는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두려움이 담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어쩌면 자신의 눈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괴물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는 공포의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괜찮아...?"

"으응...."

"그럼, 어서 비행기 찾으러 가자! ... 왜 그래?"

"... 손전등이 없어졌어."

거의 울먹울먹한 소리에 가까운 목소리로 소년이 말했다.

"미안해, 떨어뜨렸나봐."

"하는 수 없지 뭐. 같이 손전등 없이 찾아보자."

불빛이 없는 산 속의 밤은 굉장히 어두웠다. 먼저 용감하게 비탈면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는 소녀의 손이 소년의 팔목을 꽉 붙잡고 있었다.

"절대 놓으면 안 돼!"

"... 알았어."

거의 50도에 육박하는 경사길. 그것도 한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밤중에 소녀는 어떠한 장비의 도움 없이도 잘 내려가고 있었다. 마치 한 두번 해본 것이 아닌 것 처럼 너무나도 익숙하다고나 할까.

"찾았다!"

얼마쯤 내려가다가 소녀의 걸음이 멈추더니 한밤 중 기쁨에 찬 목소리가 고요함을 깨뜨리고 울려퍼졌다. 대낮에도 수풀 속에서 찾기 힘든 자그마한 비행기를 순식간에 찾아내는 소녀의 밤 시야에 소년은 경이롭다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와, 너 여전히 대단하구나. 밤 중에 보는 것은."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닌데 뭘."

소녀가 비행기로 추정되는 뭔가를 짚더니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조금 속상하다는 얼굴을 하였다.

"이거... 부셔졌어."

"진짜로?"

"응."

"크... 큰일났다! 아빠한테 겨우 용돈을 빌려서 산건데...."

소년이 당황한듯 안절부절 못하며 발을 동동 굴렸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어쩔줄을 몰라하는 동작을 취할 때.

"으아아악...!!"

소녀의 손에서 붙잡고 있던 팔목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바람에 그만 소년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워낙 경사가 있던 탓인지 바닥에 엎어진 소년의 가벼운 몸이 아래를 향해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재민아!!!"

다급하게 외친 소년의 이름을 외친 소녀가 경사가 진 수풀을 거의 뛰어넘다시피 소년을 향해 달렸다.

계속 굴러가던 소년의 몸은 얼마가지 않아 경사가 끝나는 지점에서 멈췄다. 다행히도 상당히 언덕에서 내려왔던 모양이다.

"괜찮아...?"

곧바로 따라잡은 소녀가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소년의 이곳 저곳을 살피며 묻자 소년이 대답하지는 못하고 간신히 고개만 끄덕였다.

"끄윽."

아픔을 참지 못하고 간간히 소년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상황이 좋지 못하고 깨달았는지 소녀가 다급하게 소년의 상체를 자신의 등에 기대더니 두 허벅지를 받쳐잡고는 일으켜세웠다.

"뭐하는... 거야...!"

당황한 소년이 간신히 끄윽거리면서 입을 열었지만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숲을 빠져나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자신보다 무거운 소년을 업고 어떻게든 악을 쓰며 달리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숲을 벗어나서 익숙한 길과 함께 저 멀리 집 하나가 보였다. 거의 저녁이 한참 지난 밤인데도 불구하고 불이 아직도 켜져있었다.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소녀가 필사적으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당장이라도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균형이 위태로워 보였다.

현관 문 앞에 도착하자, 소녀가 휘청휘청거리며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지탱한 채 서있었다. 바로 앞에 초인종이 있었지만 누르지를 못했다. 아마도 손을 들어 벨을 누를 만큼 힘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발로 문을 차지도 못했다. 더이상 소녀에게는 움직이거나 말할 어떠한 힘도 없는 것 같았다.

그저 소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몸을 던지는 것 뿐이었다.

쿵쿵!

마지막으로 소녀의 연약한 몸이 있는 힘껏 문과 크게 부딪히면서 소녀는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놀랍게도 그런 상황 속에서도 부셔진 모형비행기를 버리지 않고 한 손에 꼬옥 쥔 채.

***


작가의말

 갑자기 이야기가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긴 했네요. 사실 별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어쨌든 그래도 다음부터는 제대로 원래 이야기대로 돌아올 것 같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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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장. 추락한 비행기 (2) 16.02.22 15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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