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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당의 서재입니다.

아르카디아 연대기 - 대공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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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dang
작품등록일 :
2020.08.28 13:15
최근연재일 :
2021.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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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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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Festina lente (3)

DUMMY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끊임없는 소모전을 벌여야 합니다. 문제는 이들을 쫓아도 죽음의 대지라는 자연의 장벽과 만나야 한다는 겁니다.”


“정말 어렵군.”


한두 부족이면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들은 적어도 열 개 이상의 부족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부족의 개수가 몇 개 되지 않았지만,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분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천 명의 작은 부족부터 몇만에 이르는 대부족까지 다양한 분포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들은 어느 정도가 된다는 것인가?”


“십만이 조금 넘을 것 같습니다.”


“십만? 죽음의 대지에서 사는 것치고는 많은 편이구나. 녹주가 이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냐?”


“사실은 그중 육칠만 정도는 우리와 무관하게 미들랜드에 붙어서 삽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르카디아 쪽에 있는 네 부족입니다. 이들의 숫자는 모두 사만 정도로 추정되는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카마알 족입니다. 이들 부족은 모두 만오천에서 이만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어린아이와 여자, 그리고 노인 등을 제외하면, 삼천이라는 숫자는 거의 전력을 기울였다고 봐야 했다.


“이번에 이렇게 대규모로 쳐들어온 이유는 무엇이냐?”


“평소에는 오륙백 명 정도였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였습니다. 이유는...”


제프리가 말끝을 흐리자 앨런인 더 듣지 않고 말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앨런은 바로 르윈과 아론을 불렀다.


“두 사람은 군대를 이끌고 동부 삼 주로 가서 약탈자들을 막아라. 제프리, 아까 하던 이야기를 해주고 너도 같이 가라.”


“알겠습니다.”


앨런이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저들이 우습게 본 것이다. 예전에 변경백들이 있을 때는 소수가 기습해서 약탈하였는데, 앨런의 지배가 시작되자 일시적으로 느슨해진 경계를 보고 규모를 늘린 것이다.


“영지민들과 영지병들의 재배치, 그리고 요새 중심의 전략을 그자들이 오판한 것이죠.”


“제프리 전술관.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의 방어가 예전보다 약하지 않은데 저들이 왜 그렇게 생각한 것이지?”


르윈이 군대를 이끌고 가면서 계속 궁금했던 내용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요새를 구축하고 부대 편성을 체계화했지만, 저들이 보기에는 예전보다 간격이 듬성듬성하다고 느꼈을 겁니다.”


로데릭에서는 무질서하게 퍼져 있던 경계소나 검문소 등을 정리하고 요충지에 소규모 요새들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외곽에서 볼 때는 경계 병력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또한 영지민들이 희망의 대지와 보르누즈로 대거 이동하는 바람에 예전과는 달리 병력을 촘촘하게 운영하지 않아도 되었다. 앨런이 세 영지를 얻은 후에, 죽음의 대지로부터 약탈자들이 몰려왔었는데 예전보다 오히려 수월하게 느꼈던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에 한몫 보겠다고 달려든 것이군. 그러면 조만간 또 달려들겠군.”


“한마디로 만만하게 본 겁니다. 그래서 백작님께서 르윈님을 부르신 것이고요.”


“그런데 아론은 또 왜?”


아론은 몇 년 전에 앨런에게 찾아온 러디아 영지 출신 기사였다. 처음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백인대장이 되었다가 이제 승진하여 삼천 명 이상을 지휘하는 장군 자리까지 오른 사람이었다.


“각각의 역할이 있으신거죠. 르윈님만 보내면 안 될 것 같으니까 말입니다.”


“아니, 내 군사 오천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아론의 삼천까지 함께 가니 말이야. 그렇게 적들의 전력이 대단한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전체가 기병이라 숫자보다 훨씬 강력한 전력이겠지만, 우리 로데릭 정예병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두 분이 함께 가시게 된 것은 백작님의 뜻입니다. 르윈님은 적당히를 모르시잖아요.”


“그러니까 나보고 때리고, 수습은 아론보고 하라는 것이네. 그렇지 않은가?”


“맞습니다.”


**


토벌군이 오는지도 모르는 채 대족장인 카마알 족의 발라다레스는 다른 족장들을 모아놓고 한참 들떠있었다.


“저놈들에게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었으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케르밋 족의 라살레 족장이 일어나 술잔을 들었다. 얼마나 부지런히 약탈했는지 곡식과 가축이 주변에 가득했다.


“그 멍청한 것들이 식량을 창고에 가득 쌓아놓고 있더란 말이지. 아예 수레 채 들고 왔다네. 나중에는 부대가 느려질까 봐 몇 개 버려두고 오기도 했지, 하하!”


그 말에 모든 이가 함께 웃었다. 라살레 족장이 내친김에 새로운 원정을 제안했다.


“대족장님, 저희도 다음 원정에 참여하게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족장들이 일어나 두 손을 맞잡고 부탁한다.


“푸하하하! 알겠소. 다음에는 모두 같이 갑시다.”


영지민들의 이동과 로젠하임의 공급 중단으로 세 영지의 식량 사정이 나빠졌고, 곧 로데릭에서 대규모 지원이 있었다. 이들은 로데릭에서 하던 것처럼 일정 거리마다 식량 창고를 세우고 그곳에 저장했는데, 이것이 약탈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변경 영지들을 장악한 로데릭 백작이라는 자가 무시무시하다고 하던데요. 그자가 이번 원정으로 우리를 공격하면 어떻게 하지요?”


“이곳 죽음의 대지가 있는데 뭐가 걱정인가? 예전에도 그것들이 쫓아온 적이 있었지만, 다 허사였잖아? 걱정하지 마시게. 우리는 모두 말을 타고 있으니, 두 발로 부지런히 쫓아오라고 해.”


다른 족장 하나가 손을 들었다.


“다음 원정 때에는 정찰을 많이 보내시지요. 예전에 보면 저들이 길목마다 군대를 숨겨 놓거나 초소를 만들어 대비하더라고요.”


“얻을 수 있을 때 얻어야지. 저것들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다음에는 다르게 하겠지. 하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을 걸세. 일이 년은 지나야 저것들이 변하더라고. 하사야 족장 이야기처럼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


발라다레스라고 소문을 듣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곳까지도 에퀘 루크스의 명성은 들려왔다. 다만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은 아르카디아에서 두려워하는 죽음의 대지였다.


“원래 그곳은 우리의 땅이었다. 그곳에서 우리 몫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전사들이여, 다음에는 모두 함께 가서 마음껏 약탈하자. 모두 잔을 들어라!”


그렇게 발라다레스와 부족장들은 밤 늦게까지 잔치를 벌였다.


**


르윈과 아론의 부대는 열흘 정도 지난 후에 키엘체에 도착하였다. 부대를 정돈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숙의했다. 그들 전략의 핵심은 봉화였다. 죽음의 대지가 대부분 평평한 황무지인데 반하여 이곳은 산지가 많았다. 그곳의 높은 곳에 신호를 보내도록 군사들이 파견되어 있었다.

그들은 일반 봉화와 다르게 마법구를 이용하여 빛을 내게 되는데, 비가 오거나 낮이 되어도 신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 주의 가운데에 위치한 키엘체에 군대를 주둔했다가 적의 이동에 따라 병력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부대를 모두 이천 명씩 네 조각으로 나누어 라튼과 트리비에 쪽으로도 부대를 일부 배치하였다.

그렇게 대기하고 있던 중 갑자기 새로운 증원부대가 도착했다.


“아니, 백작님과 현자님이 오셨다고요?”


갑작스러운 앨런의 등장에 놀란 르윈이 나가보니 앨런이 커티스와 함께 천천히 말을 몰고 오고 있었다.


“백작님, 어쩐 일이십니까?”


“하하, 보고 싶기도 했고 사정도 좀 있어서. 현자님께서 설명해주실 거다. 들어가자.”


앨런이 끌고 온 병력은 모두 만 명이나 되었는데, 부대장은 심지어 커닝햄이다.


“아니, 이 정도면 공작하고 전쟁할 수준 아닙니까? 가만, 살라노 후작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너무 나간 것 같다. 르윈, 일단 가서 현자님 설명을 들어보라니까.”


커티스는 자리에 앉을 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르윈은 가만있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현자님, 도대체 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셔야지요.”


“하하, 르윈님께서는 지난번 일로 저하고 다시는 말을 나누지 않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앨런마저 결혼을 하게 되어 이제 주요 지휘관 중에는 르윈만 남았다. 그런 르윈을 가장 많이 압박하는 것은 커티스였다.


“험험, 이건 좀 다르지요. 영지의 큰일 아닙니까? 공은 공, 사는 사. 구분할 줄 아셔야지요.”


“그럼요. 그럼 오늘은 공적인 이야기만 하겠습니다.”


왠지 커티스에게 말려드는 것 같았지만, 르윈은 참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이렇게 백작님이 여기까지 오신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약탈자로 불리는 죽음의 대지 유목민들은 사실 이곳의 원주민이었다는 것을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하려고 합니다.”


“채찍이야 그것들 토벌이고, 당근은 뭡니까?”


“이곳은 농사짓기가 매우 어려운 곳입니다. 그럼에도 제국의 보호를 위해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켰지요. 그 결과 형편없는 작황 때문에 제국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그런 이유로 이곳의 영지민 중 삼 분의 이가 떠났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아래쪽의 농지로 몰려있고요. 그러다 보니 실제로 죽음의 대지와 인접한 부분은 황폐화 될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곳은 목축을 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닙니까?”


“약탈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에 누가 농장을 만들고 가축을 방목하겠습니까? 차라리 그럴 바에야 로데릭 안쪽으로 가거나 희망의 대지 북쪽으로 가는 것이 낫지요.”


이곳 변경령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원주민들과의 문제까지 얽혀있어 해결이 쉽지 않았다.


“짐작이 갑니다. 그렇다면 저들에게 영지의 일부를 제공하실 건가요?”


“하하, 르윈, 이번에도 너무 나갔다. 우리 영지를 왜 저들에게 제공하겠느냐?”


“백작님, 그럼 그것도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그런 르윈에게 커티스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영지민으로 만드는 거죠. 할 수 있으면 저들의 기마들을 군대에 흡수하고.”


생각해보니 그렇게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전에 문제가 있다.


“그런데 저들이 우리에게 복종할까요? 자유롭게 죽음의 대지를 넘나들던 자들이라 잠시 숙일지는 몰라도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그래서 백작님이 오신 겁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론 문제가 일어날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그 정도가 영지에 위협을 가할 정도가 아니라면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커티스는 르윈과 커닝햄, 아론에게 앞으로의 일을 상세히 설명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맡은 장소로 이동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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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새턴 공략 (1) +1 21.03.29 450 9 12쪽
182 Festina lente (8) 21.03.26 501 8 8쪽
181 Festina lente (7) 21.03.25 485 8 11쪽
180 Festina lente (6) 21.03.24 462 8 12쪽
179 Festina lente (5) 21.03.23 487 8 12쪽
178 Festina lente (4) 21.03.22 493 10 11쪽
» Festina lente (3) 21.03.19 516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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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공작들의 전쟁 (24) 21.03.15 470 10 10쪽
172 공작들의 전쟁 (23) 21.03.12 527 8 11쪽
171 공작들의 전쟁 (22) 21.03.11 488 8 10쪽
170 공작들의 전쟁 (21) 21.03.10 484 9 10쪽
169 공작들의 전쟁 (20) 21.03.09 489 11 10쪽
168 공작들의 전쟁 (19) 21.03.08 507 7 11쪽
167 공작들의 전쟁 (18) 21.03.05 57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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