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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당의 서재입니다.

아르카디아 연대기 - 대공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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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dang
작품등록일 :
2020.08.28 13:15
최근연재일 :
2021.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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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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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들의 전쟁 (23)

DUMMY

브루노는 대답하지 않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앨런을 노려보았다. 앨런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알겠다. 덤벼라.”


“감사합니다.”


브루노가 옆의 바이론을 바라보고 말했다.


“끼어들지 말아라. 그리고 이것은 기사의 일이니 절대로 원망하지 말아라.”


“형님!”


“나를 비겁한 놈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냐! 라튼 가문을 수치스럽게 할 작정이냐!”


그 말에 바이론이 아무소리 못했다. 브루노에 비해 손색이 있어 아직도 몸을 휘청이지만, 용케도 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땅바닥에 뒹굴었던 셋은 충격 탓인지 아직도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얍!”


브루노가 크게 고함을 지르더니 창을 들고 앨런을 향해 말을 몰았다. 창을 들어 앨런에게 휘둘렀을 때 앨런은 검을 들어 가볍게 창을 쳐냈다. 앨런이 보기에 하품이 날 정도로 느리고 단순한 창질이었지만 이제 스물도 되지 않은 브루노의 나이를 감안하면 대단한 경지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앨런이 저 나이에는 이미 제국의 강자들과 겨룰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건 아도르노의 특별한 지도를 받은 덕분이었다.

의례적인 두세 차례 격돌이 있고 나서 앨런은 다가오는 브루노의 창을 손으로 잡아 멀리 던져버리고 검면으로 그를 후려쳤다. 브루노는 견디지 못하고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앨런은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겨우 정신을 차린 브루노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얼 망설이십니까? 어서 죽이시오!”


그러자 앨런이 나직이 말했다.


“네가 죽으면? 그러면 저 성의 네 어머니와 여기 동생들은 어떻게 되지? 내가 모두 쫓아낼 텐데, 과연 어디로 갈까? 새턴의 라튼 백작에게 가야하는데, 그동안 도적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거다. 너는 멋 부리며 죽겠지만, 저 성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 가신들은 무슨 죄이냐? 대답해 보거라.”


브루노는 그 말에 아무소리 못했다. 앨런이 그런 그를 보고 말을 이었다.


“너를 살려 줄 테니 가족들을 이끌고 새턴으로 가라. 대신 나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겠다. 너의 재산과 따르고자 하는 가신, 하인을 모두 데리고 가라.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브루노가 입술을 꼭 깨물면서 대답했다.


“그러면 사흘만 기다려 주십시오. 준비를 하고 나오겠습니다.”


그 말에 앨런이 크게 웃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구나. 사령관, 여기 포로들을 끌고 가서 성문을 열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사들이 달려와 브루노의 다른 사람들을 줄로 꽁꽁 묶었다. 말 위에 있던 바이론이 잠시 반항을 했지만, 커닝햄이 와서 뒤통수를 한 대 때리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바이론은 그대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저 철없는 것들 대접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충 각오는 한 것이 아닌가. 시작하지.”


커닝햄은 부관을 시켜 성을 접수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는 뒤를 천천히 따랐다. 주인의 대처가 궁금했던 아미르가 커닝햄을 쫓아왔다.


“사령관님,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뭔가?”


“백작님께서는 왜 저런 철없는 투정을 일일이 받아주셨지요?”


그 말에 커닝햄이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저것들 죽여 버리면 우리가 두고두고 욕을 먹는다고. 그림이 딱 그렇잖아. 무너지는 영지의 자존심을 일으키기 위해 출격한 소영주. 그리고 침략한 로데릭의 백작은 그 어린 것을 단칼에 베고 잔인하게 웃는 거지.”


그러면서 커닝햄이 음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 본인은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지만 아미르가 보기에는 바보 같아 보였다. 차마 그렇게 말하기는 뭐해서, 그저 그만하라고 했다.


“백작님은 그렇게 웃지 않으세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야. 음유시인들을 통해 사방으로 그렇게 퍼져 나갈 거라고. 그래서 백작님이 한숨을 쉬셨던 거야. 상대하기는 귀찮고, 상대하지 않을 수도 없고. 적당히 체면을 차려주신 거라고. 그래야 다들 납득하지.”


“이왕 그러실 것, 사흘 말미 달라는 것은 왜 그렇게 단칼에 거절하신 거죠?”


“이봐, 전술관. 그만큼 봐줬으면 되었지, 사흘이나 여기서 뭐하러 머물러. 우리가 바보야? 그놈들이 제 발로 걸어왔으니 우리도 그만큼의 이득은 있어야지. 듣자니 성에 아직도 몇 백의 병사들이 있는 모양인데, 그것들이 저항하면 우리도 며칠 고생해야 한다고. 그런데 이렇게 소영주가 나와서 잡혀 주었잖아. 뭐가 문제인데?”


아미르는 그렇게 어린 소영주에게 관대하던 앨런이 돌변한 이유를 물었는데, 커닝햄의 대답은 조금 빗나간 것 같았다. 커닝햄은 말을 이었다.


“거기까지 장단을 맞춰주었으면 되었다고. 우리가 여기서 사흘을 머물면 그림은 더 좋겠지만, 이득은 하나도 없어. 백작님도 그렇고 나도 그런 로망스의 주인공이 되는 것보다는 부하들 하루 덜 고생시키는 것이 좋아. 알겠나?”


“알겠습니다.”


아이런의 성문 앞에서 소영주의 생사가 확인되자 성문은 바로 열렸다. 로데릭의 군사들이 성문을 접수하고, 나머지 부대가 성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공간 때문에 실제로 들어간 군사는 이천 명 정도이고 나머지는 밖에 진을 쳤다.


“라튼이 모두 접수될 때까지 폐주 가족을 구금하라. 접수가 완료되면 즉시 영지 바깥으로 추방할 것이다. 폐주의 가족이 재물을 들고 갈 때 막지 않겠다. 따르고자 하는 자도 막지 않겠다. 다만 다시 돌아오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앨런은 부하들에게 약탈을 하지 않고 치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시하였다.

닷새 정도 지났을 때, 라튼 점령이 완료되었고, 앨런의 병사들이 요새와 성을 지키게 되었다. 영주민들은 그동안 꿈에라도 가고 싶었던 로데릭이 한 번에 들어온 것이라 믿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게다가 영지에서 전투 한 번 벌어지지 않고 이루어진 점령이었다. 라튼 가문의 몰락에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로데릭을 환영하는 무리가 더 많았다. 얼마 후면 로데릭에서 관리들이 도착할 것이다. 이곳도 동일한 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다.

라튼에 비하며 키엘체와 라트비에는 거의 걸리는 것이 없었다. 마치 선물을 내놓듯이 관리들과 영지민들이 나와서 관인을 바치고 성문을 열어 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변경의 세 백작령은 로데릭의 땅이 되어 버렸다.


**********


거스리 자작은 마커키스강 기슭에 떠있는 대장선 위에서 무장을 풀지 못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제 바르번 자작의 총공격이 이루어질 것이고, 마혼 역시 전력을 다해 돌격할 것이다. 그 잠깐의 휴식이었다.


“자작님! 지금 마혼의 배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알겠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저들도 이제 이 전쟁도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안다. 이제는 오직 시간의 싸움이었다. 콘웨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 그 사이에 모든 것을 결판지어야 한다.


‘내가 막아야 할 시간도 이제 이틀이라는 것이지.’


거스리 자작의 신호에 의해 대장기가 마스트 위로 올라가고, 신호병들이 깃발을 힘차게 휘둘렀다.


“대형을 흐트리지 마라. 적들의 꼬임에 넘어가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 즉시 부대에 전달하라!”


명령은 숨 가쁘게 이어졌다. 마혼의 배들은 일정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숫자가 계속 늘었다. 하지만 이미 적들의 전력은 충분히 파악한 상태였다. 섬멸을 목표로 하지 않고 단지 이곳을 지키고자 한다면 마혼에서는 방법이 없다.

중간중간 강 위로 솟아 있는 암초들 주변으로 콘웨이의 전선들이 몰려 있었다. 큰 암초에는 이미 군사들이 방어시설까지 구축하고 강 위의 요새처럼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커키스 강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육지에서는 아직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양쪽 진영 모두 힘을 비축하고 기다릴 뿐이었다. 해가 완전히 뜨고 주변이 밝을 때 콘웨이 진영에서 부대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오늘 반드시 결판을 낸다. 이제 난공불락 이티아도 끝이다.”


바르번 자작은 주요 지휘관들을 모아 놓고 작전을 설명했다.


“오늘은 내가 언덕을 내려가 직접 지휘하겠다. 아마란 백작님.”


아마란 백작이 한 걸음 나왔다.


“백작님께서는 우군을 이끌고 성의 동쪽 측면을 공격해주십시오. 가능하면 격렬하게 해주세요.”


“개싸움을 벌이라는 것인가요?”


“하하, 맞습니다. 가능하면 난투 상태로 돌입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아마란 백작님이 적들을 잡고 있을 때, 반대쪽으로 불덩어리와 돌을 쏟는다. 그러면 적들은 우리 우군 쪽으로 밀릴 것이다. 아이바 자작님.”


호명에 아이바 자작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좌군을 맡아 주세요. 신호하면 전력으로 성의 반대편을 치세요. 오늘은 후퇴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좌군은 전멸 당할 수도 있습니다.”


“각오하고 있습니다.”


“좌우에서 적들을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우군이 적들을 잡았을 때, 적들은 함정을 파고 좌군이 오기를 기다릴 겁니다. 우리는 그들의 의도대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전투가 격렬해질 때, 승부수를 던지겠습니다.”


지금 바르번 자작이 아끼고 아낀 주요 전력이 남아 있었다. 그들이 예비대이고 최후의 일격을 날릴 것이다. 기사들 대부분과 도착한지 며칠 되지 않은 최정예들이었다. 아이바 자작과 아마란 백작은 기사 몇과 부상당한 병사들까지 포함된 군사들을 데리고 성 위로 올라갈 것이다.

바르번 자작은 좌우군의 지휘를 맡은 두 귀족의 손을 잡았다. 이중 다치지 않고 멀쩡한 것은 후방에서 지휘하기만 한 자신뿐이다. 오늘은 총사령관인 자신도 돌격한다. 셋은 아무 말 없이 잠시 그렇게 있었다. 서로 손이 떨어지자, 바르번 자작이 명령을 내렸다.


“우군, 이티아를 향해 전속 돌진하라. 중군은 공성무기를 배치하고 신호에 따라 공격하라. 좌군은 대기하고 있으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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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공작들의 전쟁 (19) 21.03.08 50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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