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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당의 서재입니다.

아르카디아 연대기 - 대공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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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dang
작품등록일 :
2020.08.28 13:15
최근연재일 :
2021.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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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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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들의 전쟁 (18)

DUMMY

“하하, 우리처럼 콘웨이 공작님을 모시는 사람치고 그놈의 별호를 모르는 사람이 있겠는가? 자네가 나를 놀리는 건가? 예전 대공전쟁에서 로데릭의 애송이에게 목이 날아간 놈 말하는 거잖아.”


“그놈이 아니라, 그 아들놈입니다. 그놈의 별호가 니그룸 디아볼리입니다.”


“아들? 아무리 대단해도 그 정도 별호를 얻을 정도가 아닐 텐데? 가만, 지금 자네 이야기를 들으니 그럴만한 일이 있었던 것이구만.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같은 콘웨이 공작 편이라도 바르번과 네더호프는 다른 세력이었다. 영지의 규모로 자작과 백작의 차이가 생겼지만, 엄연히 영주의 입장이었다. 네더호프 백작은 그의 성향처럼 거침없었고, 무례한 것이다. 하먼스 남작의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벌게졌다.


“오천이나 되는 부대로 막아달라고 하니 궁금하네. 도대체 얼마나 되는가, 상대할 병력이.”


수천의 병력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천하의 네더호프 앞에서 바로 탄로 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사오백은 되어 보였습니다.”


그것도 두 배쯤 늘린 것이다. 이델이 이끄는 무리는 이삼백 정도였다. 하먼스는 떠듬떠듬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네더호프 백작은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런데 타르곤의 부대는 그보다 훨씬 많지 않았던가?”


“타르곤의 부대는 이티아를 들렀다가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더호프 백작은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저들이 타르곤의 기사와 병사들이라면서?”


“니그룸 디아볼리라고 불리는 바이너는 원래 솔로몬의 제자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대를 일부 이끌고 왔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공성을 시작할 때 쯤 타르곤 부대들이 이티아를 빠져나와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그렇게 된 것이군. 지난 번 렉싱턴에서 카를로스 백작을 몰아붙일 때 사실은 타르곤으로 보이는 군대가 개입했었거든. 그다음부터 일체 보이지 않더니, 아래쪽으로 내려가 부대에 합류하였던 것이군.”


“그렇습니다. 듣기에 삼천 정도의 병력이라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 상태에서 타르곤 백작이 선택할 수는 많지 않았을 겁니다.”


“오백에 우리 부대 오천이라. 사령관께서 말씀하신 것이니 따라야지. 알겠다고 전해드리게. 그리고 우리가 가면 공성이 한창일 텐데, 어떤 역할을 하면 되겠나?”


“배후에서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하지.”


하먼스 남작이 군례를 마치고 자리를 떴다. 넬슨 남작은 그동안 잠자코 있다가 하먼스 남자이 사라진 뒤에야 말을 꺼냈다.


“바르번이 애가 타기는 탄 모양입니다.”


“어차피 우리도 철군해야 할 상황이었잖아. 그나저나 일은 저리 되었어도 바르번이 그렇게 만만한 인물은 아니야. 그가 그렇게 이야기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 네게 부대의 지휘를 맡길 테니 그놈을 잡아와봐. 이티아를 바르번이 떨어뜨린다면 우리도 뭔가 건지는 것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바르번이 요구한 것은 총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배후를 잡히지 않도록 적을 견제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겨우 오백, 아니 분명히 일부는 과장이 있었을 것이니 삼백 정도의 병력에 후달리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작정하고 오천의 병력이 밀려가면 저들이 어쩔 것인가?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넬슨. 분수를 알아야 한다고. 네 주제에 그놈과 맞붙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우리가 일대일로 승부를 내는 타입이 아니잖아. 이기는 게 최고라고. 알겠나?”


“알겠습니다.”


네더호프 백작은 넬슨 남작에게 다짐을 다시 받았다. 장난기 많고 여자들에게 요란을 떠는 등 넬슨 남작은 누가 봐도 허술하고 우습게 보이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한꺼풀만 벗겨보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검을 수련한 이였으며, 승부욕이 넘쳤다. 그래서 지난 번 렉싱턴에서의 연극도 멋지게 성공한 것인데, 그만큼 과감하고 용기가 있었다.

전략과 전술에 밝아 네더호프 백작이 아끼는 인물이었지만, 단독 작전에서는 아무래도 걱정이 되었다. 그와 단짝이던 하스달은 얼마 전 코넬리아 공주를 데려오다 실종되었는데, 상황을 보아서는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믿음직했던 할렌도 이제 주변에 없다.


‘정말 제국 제일의 우환이라더니, 내가 가장 아끼는 기사 둘이 사라졌구나. 젠장!’


작전에는 실패하고, 아끼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수백이나 잃었다. 그나마 그 핑계를 대고 이티아 성으로 밀려와 여기까지 일이 진행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 년이 조금 더 지나는 동안 제국의 상황은 정신없이 진행되었다. 거의 미들랜드를 손아귀에 넣을 무렵 벌어진 로젠하임의 비극은 모든 것을 송두리 채 흔들어 놓았다.


‘그날 잽싸게 도망치지 않았다면 어찌되었을 것인가?’


지금 로젠하임에는 살라노라는 멍청이가 권력을 잡고 있었다. 왕이 있었을 때는 그 아래서 권력 암투를 조종하며 살았겠지만, 단독으로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자였다. 모략은 있었지만, 그딴 것도 힘이 있을 때 소용이 있는 것이다. 왕족이라고는 모두 사라진 지금, 누가 살라노의 명령을 들을 것인가?


‘헌팅턴 후작이 그곳에 남은 것만 해도 성공이지.’


미들랜드 정벌전으로 얻은 소득이라면 로젠하임에 살라노 후작만 남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헌팅턴 후작이 부대를 이끌고 무사히 돌아왔다면, 반드시 근왕부대는 뭉치게 될 것이고 여전히 세 세력은 균형을 맞추고 있을 것이다. 이티아만 공략하면 다음 목표는 살라노 후작이었다. 이곳을 정리하고 군대를 보낼 예정이었는데, 이미 그 군대의 지휘관은 자신으로 내정되어 있는 상태였다.

레밍턴 백작은 로젠하임 공략을 위해 치밀하게 전략을 수립하는 중이다. 그날을 생각하면 흥분이 되어 잠도 오지 않을 정도지만, 지금은 안전하게 철군하는 것이 우선이다.

넬슨 남작인 부대를 편성하여 저녁에 바로 출발했고, 네더호프 백작은 주변을 살펴보고 점차 부대를 뒤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르번 자작과 네더홀프 백작의 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타르곤의 정찰병들은 그 광경을 보고 즉시 보고했다.


“예상했던 대로 적의 일부가 이쪽으로 이동합니다.”


“병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오천 정도입니다.”


타르곤 백작은 카를로스 백작과 심각하게 지도를 바라보았다.


“우리 병력과 비슷합니다. 다행입니다.”


그동안 이델이 목숨을 걸고 벌인 작전 덕분이었다. 삼백 정도의 병력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그 병력으로 상대의 공성전 물자를 소모시켜 주어야 했다. 위기도 몇 번 있었지만 이델의 놀라운 무력으로 돌파했다.

타르곤 백작이 병력을 이끌고 합류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진짜 토벌을 당할 것이다. 적에게 이곳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소규모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했다. 그동안 이델을 제외한 모든 부대는 이곳에서 쥐죽은 듯이 숨어 지냈다. 드디어 때가 된 것이다.


“이 시간만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타르곤 백작이 주먹을 움켜 쥐었다. 그때 이델이 타르곤 백작의 손을 잡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라. 나보다 네 걱정부터 해라.”


“하하, 이곳에 두 백작님이 버티시니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그리고 저 혼자 저곳을 누비게 되었으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 나쁜 놈, 얼굴 표정이나 바꾸고 이야기해라. 아무리 봐도 죄송하고는 거리가 먼데. 좋아 죽으려고 하는 구만.”


“그만 가겠습니다.”


이델이 군례를 올리고 자리를 떴다. 타르곤 백작은 카를로스 백작과 타란 자작을 바라보았다.


“저놈들에게 지난 빚을 모두 돌려줍시다.”


카를로스 백작과 타란 자작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드디어 렉싱턴에서 당한 수모를 이제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바르번 자작은 하먼스 남작이 돌아오자 바로 부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 배후가 든든해졌으니 마음 놓고 공격할 생각이었다. 후방에서 공성 무기들이 속속 도착했다. 이제는 제법 다져진 길이 되어버린 해자를 건너 첫 번째 성벽에 공성탑의 윗부분이 닿았다. 공성탑의 문이 열리고 아래서부터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늘어섰다.

솔로몬과 나이젤은 양쪽 끝에서 부하들을 이끌고 숨어서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물자가 풍부할 때는 지금 공격해야겠지만, 이렇게 떨어진 상태에서는 효율이 떨어진다.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적들을 최대한 안쪽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병사들은 성벽 아래 웅크린 상태에서 활을 준비하고 있었다.


“쾅!”


굉음을 내며 거대한 돌덩이가 전망탑의 한쪽을 제대로 가격했다. 이것으로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한쪽이 패인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잠시 후 콘웨이 진영에서 엄청나게 많은 불덩이들이 날아왔다. 다행이 마커키스 강에서 끌어 들인 물 덕분에 불을 금방 끌 수 있었지만, 돌덩이와 함께 날아오는 터라, 달려갔던 병사 중 일부가 희생되는 것은 피할 수가 없었다.

사방으로 연기가 자욱했다. 불덩이의 용도는 불을 지르는 것뿐만 아니라 이 매캐한 연기로 상대를 숨막히게 하고, 주변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피아간 식별도 힘들다. 그럼에도 솔로몬은 여전히 건너편을 지켜볼 뿐이다.

함성과 함께 적들이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선두의 적이 성벽 위로 얼굴이 보일 때까지 솔로몬은 부하들의 요청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적의 선두가 성벽 위에 올라오는 순간 공격 명령을 내렸다.


“공격하라!”


최고의 방어 무기는 성벽이었다. 끝을 엇갈려 묶은 긴 막대로 사다리를 밀어냈다. 사다리에 올라탄 콘웨이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성벽 위에서는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졌다.

역시 솔로몬과 나이젤이 있는 곳에서의 전투가 가장 치열했다. 부상당했어도 사자는 사자였다. 그가 지나가는 길에 콘웨이 병사들의 시체가 널렸고, 그 뒤를 따르는 마혼 군의 사기도 덩달아 올라갔다.

하지만 바르번 자작의 말처럼, 솔로몬의 병사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죽거나 다쳐서 전투에 참여하는 인원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아래쪽 성벽에서 막을 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위쪽에서도 버겁다.


“둥둥!”


마법석으로 증폭된 콘웨이 군의 신호가 들렸다. 공격하던 콘웨이의 군사들은 일제히 왔던 방향의 반대로 빠져나갔다. 불과 두 시간 정도의 전투였는데, 양쪽의 피해는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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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공작들의 전쟁 (19) 21.03.08 50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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