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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ilis 입니다 :)

exorc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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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lis
작품등록일 :
2019.10.12 10:34
최근연재일 :
2019.11.01 23:30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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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22,083

작성
19.10.1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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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DUMMY

엄마가 일에 모처럼 일찍 끝나고 오신 시간은 밤 9시가 되기 전이었다. 엄마는 윤하가 잠들 때 까지 옆에서 간병해 주신 뒤 나와 함께 병실에서 조용히 나갔다.


“엄마.”

“응?”

“아까 저녁에 윤하와 같은 병실 쓰시는 할머니의 미래를 모르고 봤어요. 그 미래가···. 이 병원이 불에 타는 거였어요. 며칠 전에 일어났던 사고 있죠? 그 사고와 똑같았어요. 불길이 전혀 꺼지지 않았어요······.”

“너무 놀랐겠구나. 그래서 이렇게 겁에 질린 표정이구나. 집에 도착하면 같이 잘래? 혼자 재우면 엄만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은데.”

“네, 그럴게요. 그리고 죄송해요, 신경 쓰시게 해서···.”

“괜찮아. 엄마는 유하와 윤하 덕분에 힘 많이 낼 수 있었으니까.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유하는 아직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자랄 나이니까. 성인이 될 때까지 마음껏 어리광 부려도 돼. 알겠지?”

“네, 엄마······.”


엄마의 말씀 덕분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미래를 본다며 괴물 취급 하지 않으시는 엄마. 오히려 평범한 딸처럼 아껴 주셔서 너무나 기뻤다. 그렇지 않았으면 내 마음은 어릴 때 완전히 무너졌었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한없이 죄송하고 감사했다. 그런 엄마를 위해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 좋은 곳에 취직해 호강 시켜주며 윤하의 병도 제대로 치료 받게 해야겠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엄마의 말대로 집에 도착해 간단히 씻은 뒤 옆자리에 누웠다.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았다며 어서 잠들라는 말씀에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팔락-


내가 잘못 들었나···. 다들 자는 이 시간에···. 무언가를 펼치는 소리에 몽롱한 정신이었지만 눈을 비비며 일어나 주위를 잠시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어둠에서 무언가를 보기엔 무리였다. 내가 잘못 들었을 것이란 생각도 잠시, 다시 팔락 거리는 소리에 몸이 굳어버렸다. 대체 이 시간에, 그것도 새벽인데 누구지···? 혹시 도, 도둑···?! 너무나 불안해져서 옆에 계신 엄마를 깨워 보았지만 깊게 잠드셨는지 깨어나시지 못하셨다. 어쩔 수 없이 혼자 확인 해야겠다 굳게 마음 다잡으며 안방에서 조심히 나와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살금살금 걸어갔다. 소리가 난 곳은 다름 아닌 윤하의 방.


‘왜 이 곳에서···. 설마, 진짜로 도···도둑···?!’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도둑이 들었단 생각만으로 온 몸에 긴장이 되어 뻣뻣해지고 있었다. 우선 무기가 될 만한 무언가를 가져와야 할 것 같아 발걸음을 조심히 옮겼다. 도둑이 눈치 챈다면 나는 물론 엄마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현관 앞에 있는 야구 방망이를 들며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전화했다. 연결 음이 몇 번 들리다 사람 소리가 들려 목소리를 최대한 작게 말했다.


“도둑이 든 것 같아요.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빨리 와 주세요.”

[도둑이 든 것 같다는 말씀이십니까? 소리는 들리는데 도둑이 들었는지는 정확하게 확인을 못 했고요?]

“네. 자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깼는데 동생 방에서 들려왔어요. 제발 빨리요···!”

[일단 확인해 보시고 정말로 도둑이 들어온 거라면 얘기해 주세요. 전화는 끊지 마시고요. 출동은 하겠습니다. 위치가 어떻게 되시죠?]


안 그래도 도둑이 든 것 같아 긴장되고 초조하고 불안한데 전화 받은 경찰 분은 왜 이렇게 늦장 대응인지 모르겠다. 이런 경찰 분들이 대부분이라더니 사실인가보다.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뭐라고 쏘아 붙이고 싶었지만 일단 급한 일부터 해결하고 얘기를 하던가 해야겠단 생각에 집주소를 알려주었다. 아직 꺼지지 않은 통화를 확인하고 운하의 방 앞으로 다시 걸어갔다.


‘아직도 안에 있구나······.’


긴장감 때문에 야구 방망이를 잡은 손에서 힘이 절로 들어갔다.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대 도둑이 동생 방에 있다고 얘기하니 알겠다고 답하자 조금은 안심했다. 하지만······.


‘경찰이 오기 전에 도둑이 도망가면 어쩌지? 그 전에 문을 확 열어서 내리쳐야 하나···. 내리쳤는데 도둑이 기절하지 않고 오히려 날 위협한다면 어떡하지? 아니면 살금살금 들어가 머리를 세게 후려칠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을 하는 사이, 갑자기 현관문에서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깜짝 놀라 버렸다. 도둑도 초인종 소리를 들었는지 발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분명 도망치는 소리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재빨리 열어 불을 키자 도둑은 이미 도망치고 난 후였다.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 어머, 경찰이 왜 우리 집에 온 거야? 응?”

“아 씨···!”


신경질을 부리며 통화 버튼을 껐다. 집 안에 들어온 경찰 분들을 노려보다가 윤하의 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엄마는 경찰 분들의 설명을 들으시자마자 놀라셨다. 당연하겠지. 갑자기 도둑이 들어왔었으니까.


“이걸 어쩌면 좋니, 응? 분명 문단속 했는데 말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분명 경찰 분들이 도둑 잡을 테니까요.”


그렇게 엄마를 안심시키다가 경찰 분들의 질문을 듣고 대답을 했다. 발생 시간이 언제인지부터 다른 질문들까지. 대답하다보니 시간이 어느덧 많이 지나가 있었다. 경찰 분들이 나가고 나서야 간신히 쉴 수 있었다. 일어나시자마자 경찰과 도둑 때문에 놀라셨을 엄마에게 찬물을 주니 벌컥벌컥 들이키셨다.


“휴우···.”

“괜찮아요, 엄마···?”

“괜찮아. 너야말로 많이 놀라고 무서웠을 텐데 괜찮니? 안 괜찮으면 오늘 하루 학교에 나가지 말고 쉬는 게 어떠니? 엄마가 출근하기 전에 학교에 전화해 놓을게.”

“아니에요. 괜찮아요. 수행평가 조 편성 때문에 학교에 가야해요. 거기다 수업을 못 들으면 그만큼 더 힘들어지니까 그냥 갈게요.”

“이럴 때 집에서 쉰다고 하면 좋을 텐데···. 알았어. 대신, 수업 듣다가 힘들어지면 바로 전화하렴. 학교에 전화해서 조퇴 시켜 달라고 할 테니까. 알았지?”

“네, 알겠어요, 엄마.”


어떻게든 쉬게 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서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많이 걱정해 주셔서 한없이 죄송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기뻤다. 윤하의 건강 때문인가. 엄마는 학교 공부보단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주셨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지. 아침이 되기 몇 시간 남짓 하지만 우선은 못 다한 잠을 자고 일어나기 위해 엄마와 함께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하지만 이미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여서 그런지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우선 화재 사건에 대한 자료들을 찾아볼까. 결단을 내린 나는 안방을 몰래 빠져나와 내 방으로 가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검색을 하려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듯 실시간 순위에 올라 있어 마우스로 한 번 클릭했다.


‘원인 불명의 화재···. 병원은 왜 불이 났는가. 죄다 이런 기사들이네.’


인터넷 기사에 적힌 제목들을 속으로 읽으며 스크롤을 천천히 내리다가 [병원 화재 사건의 진실] 이란 제목이 적힌 블로그를 보았다. 불이 왜 났는지 알아낸 걸까? 아니면 글쓴이가 사람들을 낚으려는 속셈인걸까. 볼까말까 망설이다가 클릭했다.


“우와···. 화재 난 이유가 그럴싸하잖아?”


정말로 진실을 알아낸 듯 내용과 사진이 있었다. 이 내용을 토대로 발표문을 작성하면 수행평가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면서 노트에 간략하게 적었다. 내용을 보며 노트에 적다 보니 의문점이 들었다. 화재 사건의 진실이라고 적혀 있는데 왜 불을 끄지 못 한 이유는 없는 걸까? 화재 사건을 찾은 김에 불을 끄지 못 한 이유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타닥타닥­-


키보드를 빠르게 쳐 불을 끄지 못 한 이유를 찾으려 해도 이런 기사는 없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화재 사건을 찾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기에 마음을 편히 가졌다.


“유하야, 너 밤 샜니?”

“아···. 엄마, 일어났어요?”


어느새 아침이 된 건지 일어나신 엄마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놀라워 하셨다. 잠을 안 자고 있었단 사실을 들켜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수행평가를 미리 하려고 했다 한다면 분명 많이 혼날 텐데···. 어쩔 수 없지. 빌어야겠다.


“잘못했어요, 엄마. 잠이 안 와서 그랬어요···.”

“잠이 안 와도 눈 감으면 언젠간 잠들 텐데. 새벽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오늘만 특별히 넘어가는 줄 알아, 알겠니? 다음엔 혼낼 거야.”

“네.”


혼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밥 차리고 있을 테니 씻고 오라는 엄마의 말씀에 컴퓨터를 껐다. 씻고 엄마가 차려주신 밥을 먹고 학교 갈 준비를 끝마치니 엄마가 학교에 데려다 준다며 차에 타라고 하셨다. 그렇게 엄마 차에 타 편히 학교에 갔다. 수업을 듣는 내내 잠이 쏟아져 곤란했었지만 그럭저럭 버텼다. 미래도 아직 보이지 않는 것 보니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안 보이는 것이라 여겼다. 어느덧 5교시가 되었다. 수행평가 조 편성을 위해 선생님이 제비뽑기를 한다고 하셨다. 다들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차례대로 제비뽑기를 했다.


‘2조네.’


내가 뽑은 종이의 숫자를 확인하고 2조 자리 중 한 곳에 앉아 같은 조원들을 기다렸다.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모여든 조원들을 보았다. 김혜진, 이영미, 최태수, 김민혁, 그리고 나···. 최악의 조 편성이다. 이 아이들은 남에게 과제를 떠맡기고 노는데···. 귀찮게 됐다.


“뭐야? 너도 2조냐?”

“응. 나도 2조야.”

“아싸~ 유하 쟤 머리가 좋잖아. 수행평가도 미리 해서 1등으로 제출하고. 우리가 잘 뽑은 거야!”

“그래그래. 야. 너, 수행평가 발표 할 것들 다 준비했지? 우린 너만 믿는다?”


뭐라고 하는 거야? 이 X들은. 애들의 말을 이미 핸드폰 녹음기로 녹음 하고 있기 때문에 별 신경 쓰지 않았다. 발표 날에 발표를 하고 핸드폰에 녹음된 것을 킨다면 저 애들의 수행평가 점수가 아주 바닥을 치겠지. 생각만 해도 즐거워졌다. 지금은 그렇게 실컷 떠들면서 좋아해봐.



* * *



수행평가 발표일이 되기 하루 남짓 할 동안 모든 준비를 정말로 나 혼자 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무임승차··· 인 것이겠지? 빠진 것이 없나 다시 한 번 훑어보며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을 때, 다시 느껴지는 시선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며칠 전부터 왜 이렇게 시선이 느껴지는 거야, 정말···!”


이런 시선을 느낀 지 며칠이 지났다. 뒤를 돌면 아무것도 없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건 사실이다. 지금도 그렇다. 뒤를 돌아보니 주위엔 가구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가 정신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럴 걱정을 할 새도 없었다. 수행평가 발표 자료를 다 정리하고 나니 긴장감이 풀려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수행평가 때문에 윤하를 소홀히 했기에 자료들을 얼른 정리하고 전화 했다.


[응, 누나.]

“윤하야, 며칠 동안 못 가서 미안해. 수행평가 자료를 정리하느라 못 갔어. 지금 막 끝내서 가려고 하는데 뭐 필요한 건 있어? 사서 갈게.”

[으응. 괜찮아. 안 그래도 엄마가 누나 학교 수행평가 때문에 못 올 수 있다고 들었었거든. 지금 끝났다니까 다행이다. 나 걱정 말고 내일에 와. 오늘은 그냥 집에서 푹 쉬고. 말 안 들으면 엄마한테 이를 거야.]


엄마한테 이른다는 윤하 때문에 병원에 가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뭐 하지···.”


할 게 없다. 여유를 가진 것이 처음이여서 그런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침대 위에 누운 채 몸부림을 쳐보았다. 그래봤자 뒹굴 거리는 것이지만. 그나저나 시험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공부나 할까···. 하지만 뻐근해진 눈 때문에 뜨지 못 한 채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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