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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ilis 입니다 :)

exorcist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ilis
작품등록일 :
2019.10.12 10:34
최근연재일 :
2019.11.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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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3

작성
19.10.1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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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UMMY

20XX년 4월 1일 서울의 어느 병원.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빠져나오는 사람들. 꺼질 줄 모르는 뜨거운 화마. 불 때문에 푸르른 하늘을 가리는 검은 연기 때문에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소화전은 불을 끄지 못 했으며, 다른 소방차들이 들어오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근처 도로변에 주차한 불법 주차 때문에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화재가 난 병원 안에 치료 받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 한 몇몇의 환자들과 간호사, 의사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일로 인해 뉴스에서 소방법 개정안을 들고 갑론을박을 펼쳤으며 고인이 된 사람들의 추모 또한 뉴스에 계속 보도 되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도 이 뉴스 보도 때문에 말들이 많았다. 오죽하면 이 기사를 가지고 수행평가를 하라고 할까.


“이걸로 또 수행평가 하라고?!”

“우리 학교 왜 이러냐? 짜증나게!”

“그치? 이제 어떻게 쓰고 발표해야 할 지 하나도 모르겠어~!”


책상 위에 엎드려 자고 있는 내내 절규와 짜증, 징징거리는 소리가 가득한 교실에 눈썹이 절로 찌푸려졌다. 제발 좀 자자······. 짜증이 잔뜩 나서 고개를 들어 둘러보았다. 아니, 둘러보려고 했다. 반 아이들을 봄과 동시에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 때문에 눈을 질끈 감아 다시 책상에 얼굴을 파묻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상황 때문에 짜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사람의 앞으로 닥칠 미래가 보이기에 어쩔 수 없었다. 재수가 좋은 날에는 안 보일 때도 있지만. 지금은 재수가 없다는 뜻이다. 지금 보이는 미래의 상황으로 봐선 수행평가 발표 날, 첫 번째 발표조가 칠판 앞에 서서 발표를 하는데 다들 절망한 표정을 지었었다. 아주 짧은 장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예측이 가능한 미래였다. 같은 주제를 토대로 조원들이 자료들을 이것저것 수집했지만 결국 똑같은 내용의 발표문을 만들었다, 라는······. 그런 추측 말이다. 어쨌든, 이런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내가 엄마에게 말하기 전까지는 몰랐다고 하셨다. 말을 할 줄 알게 되고 어떻게든 의사 표현을 할 줄 알게 된 날, 아빠를 보자마자 다가가기를 망설였었다고. 왜 그러냐고 하는 엄마에게 한 말은 ‘아빠가 다른 여자와 껴안고 있어. 엄마한테 알 수 없는 말을 했어.’ 라고······. 알 수 없는 말은 분명 이혼 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처음에 내 말을 믿지 못하셨다. 당연하다. 그 당시의 난 너무나 어렸고 어릴 때 멋모르고 말한 것인 줄 아셨기에. 그래서 엄마는 내게 그런 말은 다른 곳에 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내가 본 미래 그대로 아빠는 회사 부하 직원과 불륜을 하다 엄마에게 들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었다. 소동이 일어난 다음 날 아빠는 엄마한테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해 한바탕 싸웠었다. 결국 아빠는 엄마와 이혼을 하신 뒤 나와 아픈 동생···, 윤하를 두고 떠나셨지만 엄마는 힘든 내색 보여주신 적이 없으셨다. 오히려 돈을 더 벌기 위해 일을 더욱 열심히 하셨다. 힘든 내색을 하시지 않은 엄마를 보며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자 집안일을 내가 도맡아 했었다. 윤하의 병수발도 어릴 때 해서 그런지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바로 병원으로 가 밤 10시 까지 있다가 집으로 가곤 했다. 그러고 보니 윤하가 어제 뭐 먹고 싶다고 했었는데 뭐 먹고 싶다고 했었더라. 기억을 더듬느라 눈썹이 찡그려 진 줄도 모른 채 있다 보니 어느새 수업이 끝나 있었다.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필기구와 공부 할 교과서들을 넣어 학교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제 6시가 되었건만 아직도 낮처럼 환한 거리 덕분에 사람들의 얼굴을 안 보고 갈 수 있게 되었다. 겨울에도 해가 저녁까지 내리쬐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분명 큰일이 나겠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병원에 있을 윤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 음이 계속 들리기를 잠시. 사람들의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목소리. 윤하다. 변성기 때문에 목소리가 이상해졌지만 그렇다고 듣기 싫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와 2살 차이이니 지금은 17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 해서 윤하의 나이를 종종 잊어버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미안하다고 하는 내게 괜찮다며 가볍게 웃으며 넘어갔지.


[누나.]

“응, 윤하야. 어제 먹고 싶다고 한 게 뭐였는지 잊어버려서 전화 했어······. 미안. 뭐 먹고 싶다고 했었지?”

[아니야,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전화기 너머에서 웃으며 괜찮다고 하는 윤하의 목소리에 끄응 거렸다. 낮에 아주 잠깐 일어나 같은 반 아이들을 보자마자 미래를 봐서 잊어버렸어. 라며 괜히 남 탓을 해버렸다. 솔직히 내 잘못인데 말이다.


[샌드위치 먹고 싶어. 먹으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먹고 싶어.]

“윤하야···. 그래도 안 돼. 알지? 샌드위치의 식빵은 밀가루가 들어가 있어.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지? 먹으면 안 된다고. 먹고 싶어도 참아줘, 응···? 대신 누나가 죽 맛있게 해서 갖다 줄게.”

[······응, 알았어. 대신 야채는 빼고. 소고기 넣어서, 응? 누나~]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네, 네~ 야채는 꼭 빼고, 소고기 잔뜩은 무리지만 조금 넣을게. 됐지?”

[응. 고마워, 누나. 아~ 배고프다. 빨리 먹고 싶어.]

“아하하, 알았어. 최대한 빨리 만들어서 병원에 얼른 갈게. 조금만 기다려줘. 한 7시 10분 전 후로 갈게.”


그렇게 통화를 끝낸 후 발걸음을 더 빠르게 옮겼다. 배고파하는 윤하를 더 기다리게 할 수 없었기에. 콧노래를 작게 흥얼거리며 자그마한 가게에 들어가 죽을 만들 재료들과 지금도 일 하고 계실 엄마를 위해 야식을 만들 재료도 샀다. 오늘 만들 야식은 칼로리에 부담이 없는 호박 샐러드. 그것도 소스가 들어가지 않은. 살 빼야 한다며 모든 음식을 싱겁게 드시는 엄마 때문에 나와 동생도 얼떨결에 음식을 싱겁게 먹기에 소스는 불필요했다. 만약 필요하다면 내가 직접 이것저것 넣어 곁들일 수 있게 만들겠지만.

장을 다 보고 두 손 가득 봉지를 들어 집으로 향했다. 들고 가는 내내 손바닥에 피가 통하지 않는 느낌이 들어 끙끙 거렸었다. 어떻게든 집에 도착해 윤하가 먹을 죽을 만들어 도시락 통에 죽을 담아 열을 식혔다. 죽을 식히는 동안 옷을 갈아입은 뒤 윤하기 필요해 할 것 같은 소설이나 만화책을 가방 안에 챙겨두었다. 또 뭘 챙겨줘야 할까 곰곰이 생각하며 책장을 쭉 훑어보았다.


“응······?”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에 창문으로 걸음을 옮겨 문을 열었다. 주위를 두리번 거려보았지만 차들이 지나가는 것만 보일 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단순히 내 착각인가. 하지만 찝찝한데···. 하지만 시선보다 더 급한 일이 있기에 그냥 넘어가 버렸다. 윤하와의 약속이 제일 먼저였기에. 시계바늘은 어느새 6시 5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둘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 * *



“많이 늦어서 미안해, 윤하야···! 이것저것 챙기느라 너무 늦어버렸네···.”

“괜찮아, 누나. 그렇게 많이 늦지도 않았는데, 뭘. 것보다 뭘 챙겨 왔는데 그래?”

“네가 읽을 만한 소설책하고 만화책. 뭐였더라? 도··· 도리안···, 아무튼 무슨 초상 이었던 책.”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말이야? 입원하기 전에 읽다가 만 책이었는데 잘 됐다! 조금씩 읽으면서 그림 그려야겠다.”

“으이그~ 몸부터 추스르는 게 어때? 그림은 퇴원하고 난 뒤에 그리고. 응?”

“그래도······.”


시무룩해진 윤하의 뒷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아파 윤하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게 된다면 윤하의 몸이 부담을 받게 되어서 바로 쓰러지게 된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윤하야, 미안해. 응? 대신 컨디션이 좋은 날에, 퇴원하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줄게. 진짜야, 약속, 응?”

“응, 알았어, 누나······.”


약속했다? 금세 웃으며 약속을 받아내는 윤하를 보고 있자니 괜스레 웃음이 나와 풋­ 웃어버렸다.


“그보다 죽 쒀서 왔어. 소고기가 조금 들은 죽 말이야~ 자자, 어서 먹어.”

“아, 그렇지. 책 때문에 죽을 잊고 있었어. 잘 먹겠습니다!”


곧잘 먹는 모습을 보니 다행스러웠지만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질 수 있었기에 계속 주시하였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좀 빠르다고 느껴질 정도로 삼키듯 먹는 윤하가 조금 걱정이 되어 어깨를 조심히 잡아보았다.


“윤하야, 급하게 먹는 거 아니야?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할 것 같은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콜록 거리며 기침하는 모습에 깜짝 놀라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너무나 놀라 당황하고 있을 때, 주변에 같이 입원해 계신 어르신 분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도움을 주셨다. 윤하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도 못 했건만, 이번엔 어르신 분들 중 한 분의 미래가 보이고 있었다.

며칠 전에 있었던 병원 화재 사건.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이번엔 이 병원마저 크게 불이 나 어르신이 돌아가시는 그런 미래를······. 하, 하하···. 설마. 아닐 거야, 분명···. 이런 미래가 연이어 일어나지 않을 텐데···. 먼 미래겠지. 하지만 내일에 일어나면···?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경찰 아저씨 분들이 내 말을 안 믿어 주실 텐데···. 내가 고3, 수험생이라고 하지만 어른의 시야이서 볼 땐 난 한없이 작은 어린아이로 보일 텐데···.


“·········나?”

“으, 응?! 어, 응. 괘, 괜찮아 졌어···?”

“응. 할머니와 할아버지 분들이 등 두드려 주셔서 괜찮아 졌어. 근데 누나,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보여.”

“괜찮아, 괜찮아···.”


애써 웃어보였지만 윤하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보다. 날 계속 빤히 바라보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누나. 혹시 미래를 본 거야?”

“어어···? 아니?! 설마~ 하하하!”

“속일 걸 속여. 연기가 너무 어설프잖아. 위험한 일이라도 일어나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안색이 좋지 않고 식은땀도 흘리고.”


윤하의 말대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어르신 분들이 제자리에 가셨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더욱 난감해 할 것이 분명한 나였다.


“응. 미래를 봤는데 위험한 일이 일어나더라고···.”

“어떤 일이었는데?”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윤하도 나처럼 불안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속으로 끄응 거리기만 했다. 내가 좀처럼 말을 하지 않자 윤하는 답답했는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렇다고 강압적으로 ‘말 해봐!’ 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말하기 전까지 기다리겠다는 뜻이리라.

시간이 제법 많이 흘렀다 싶었을 즈음, 나는 결국 윤하에게 말하기를 결정했다. 내 말을 듣고 불안해 할 수 있겠지만···.


“실은 말이야.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병원이······. 병원에 화재가 나서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미래를 봤어···. 왜, 있잖아. 며칠 전에 일어났던 화재 사고. 그 사고랑 똑같았어. 불이 꺼지지도 않았던 사고. 그 사고처럼 이 병원에서 일어나는 미래였어.”

“그렇구나.”


어라···. 반응이 왜 이렇게 시큰둥하지? 내 걱정과는 다르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서 얼결에 당황해 버렸다. 내가 너무 많이 걱정한 걸까 싶었다. 아무렇지도 않은지 죽을 금세 비워 빈 통을 내게 내민 윤하를 당황한 표정 그대로 보며 받아 가방 안에 넣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Eilis 입니다.

소설 이름을 한글로 엑소시스트 라고 하려고 했으나 이미 있는 이름이라고 하여 영어로 짓게 되어버렸네요ㅠㅠ

어쨌든 이 곳에 처음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어요.

비록 미흡한 글이지만 모쪼록 재밌게 봐주셨음 좋겠습니다 :)

그럼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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