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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랑 님의 서재입니다.

Zombierim(좀비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갈랑
작품등록일 :
2013.01.18 12:19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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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150

작성
14.04.2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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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글자
8쪽

또 다른 생존자

DUMMY

우발적인 사건이 있었지만, 호텔 내부의 수색은 계속되었다. 다만 긴장이 풀려버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객식을 둘러보던 우리는 어렵지 않게 생존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정리된 침구, 음식물을 먹고 버린 흔적 그리고 그들이 버리고간 잡동사니들. 어질럽혀진 객식과 달리 한 구역에 몰려있는 정리된 객실은 그곳에 생존자들이 묵어갔음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복도에 큼지막히 써놓은 메모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다.


[2013. ...출항. 목적지 제주도. 생존자 강정필, 호진성, 이철재, 김혁 ...]


꽤 많은 숫자였다. 저 이름들이 이곳에 머물다 제주도로 떠난 이들이라면 무려 열네명이나 되는 큰 무리였다. 하지만 이름중에 여자일 것으로 추정되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남자같은 이름을 가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일단 이름만 봐서는 전부 남자로 추정됐다.

어쩌면 그들이 우리의 존재를 모르고 떠나버린 것이 다행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과연 리지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토록 다른 사람과 만나길 바랬었는데.


“아저씨. 아저씨?”

“어, 어? 왜. 뭐 또 발견한거라도 있어?”

“아뇨. 갑자기 말이 없어서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그렇게 물어오는 리지의 얼굴에는 의외로 실망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토록 갈망하던 생존자가 아니었던가?


“아니... 그보다 괜찮아?”

“네? 뭐가요?”

“저 사람들. 어쩌면 우리와 만났었을수도 있었잖아. 저 이름들이 생존자들을 나타내는 거라면 우리가 사는 집에서 겨우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저만큼이나 있었던 거잖아.”


그제서야 리지는 조금 쓸쓸한 얼굴을 하며 대답했다.


“그렇기는 한데..., 생각해보니까 조금 무섭기도 하더라구요. 전부 남자들이잖아요. 저만 여자고. 조금... 그렇네요. 헤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일까? 남자만 열넷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한 것도 벌써 작년이니 세 달인가 네 달인가? 굶주린 열네명의 남자들이 리지를 보게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더군다나 법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고, 도덕? 그것도 믿을게 못될 것 같다. 그중에 나 같은 사람이 있더라도(험험!) 누군가 먼저 나선다면 군중에 휩쓸려 그 순간만큼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여자들이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 않나. 다 도둑놈, 늑대로 보인다고. 근데 남자 눈에도 다른 남자들이 도둑놈이고 늑대로 보이긴 마찬가지다. 나 빼고는 다 나쁜놈들이여!

뭐, 그렇다고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그런다는게 아니고...


나는 살며시 리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다독여주었다. 그러며 슬쩍 분위기를 떠보았는데, 아쉽게도 리지는 이차전을 이어나갈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아! 아쉽다. 침대까지 준비되어있는데... 하지만 이미 식어버린 상황에서 내 욕심만 채우려고 하면 감점이겠지?


우린 생존자들이 머물던 객실을 뒤지며 그들이 남겨둔 무엇인가가 있는지 샅샅이 살폈다. 그러나 남길게 없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그들에 대한 정보나 혹은 어째서 제주도로 향했는지 등에 관해서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왜 그들은 제주도로 갔을까?”

“그러게요. 왜 제주도였을까요?”

“음... 무슨 소스가 있었던걸까?”

“소스요?”

“정보 말이야. 뭔가 알고있는게 있어서 제주도로 간 것일지, 아니면 무작정 육지에서 떨어진 곳으로 간 것인지 알수가 없네.”

“하긴. 섬이라면 섬 내부만 잘 정리한다면 걱정할게 없겠죠.”“작은 섬이라며 먹고사는 문제나 각종 공산품들을 공수하는 문제가 있겠지만, 제주도 만한 섬이라면 그것도 문제 없을테고?”

“응! 아니, 네.”

“그런데 제주도도 그렇게 작은 섬이 아닐텐데 말이야. 게다가 뭣하러? 좀비들이 계속 활동하던 시기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영화랑 달리 성냥의 불꽃처럼 한순간 날뛰었다가 그걸로 끝이었지. 물론 할머니가 말씀하신 ‘그것’이 남아있지만 말이야.”

“글쎄요? 혹시 그런 사실을 모르는건 아닐까요?”

“에이, 그건 아닐걸. 여기도 그렇지만, 그 여객선 대합실에서도 시체를 못봤잖아. 내 생각엔 여기 머물던 사람들이 그 시체들을 어디론가 치운 것 같은데, 그 사실을 몰랐으려고.”

“웅... 그것도 그렇네요. ...에잇! 전 모르겠어요. 그런건 아저씨가 고민해봐요. 아저씬 어른이잖아요. 전 중딩이라고요.”


골치아픈데에 머리를 굴리기 싫었는지 리지가 애교를 부리며 빠져나가려했다. 하지만.


“네가 무슨 중딩이야? 해 바뀌었잖아. 너 이제 고등학교 들어갈 나이다?”

“흥! 그러면 뭐해요. 들어갈 고등학교가 없는데. 가르쳐줄 사람도, 같은반 애들도 없고...”


아차! 이야기를 잘못 꺼냈다. 어휴, 이런 실수를 하다니.


“괜찮아. 괜찮아...”


나는 친구들을 떠올리는지, 그러면서도 애써 눈물을 참으려 속으로 끅끅거리는 리지를 가슴으로 안아 꼬옥 감쌌다. 평소에 발랄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는 리지였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중학생이었으니 등 뒤에 짊어진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나야 이상하리만큼 곧바로 적응했었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참 무던하지? 생각해보면 세상이 그렇게 되고 길거리에 좀비들이 걸어다니며 날 뜯어먹으려 덤벼드는데, 게임을 하듯이 게임속 효과음을 흉내내며 머리를 부수고 다녔으니 말이야. 게다가 그와중에 고기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그때 찌질하게 방구석에 처박혀서 엄마 아빠... 하고 울먹이고만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분명 지금처럼 리지도 만나지 못했을테지? 음, 과연... 앞으로도 리지는 내가 잘 지도해서 박으ㅁ, 아니 바람직하게 키워야지!


슬며시 가슴을 밀어내는 조그만 손길이 느껴졌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


끄덕끄덕.

리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떨어지는 리지의 얼굴을 살펴보니 눈가가 붉어져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 맺힌 그 모습이 더없이 안쓰럽고 날 흥분되게 만드는거지?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턱을 잡고 입술을 훔쳤다. 평소보다 부은 입술은 그만큼 더 뜨거웠다.


“읍!”


갑작스런 공격에 리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그녀도 이내 지금의 감정을 털어내고 싶었는지 적극적으로 응수해왔다.

두 입술이 만나 뭉그러지고 혀는 딱딱 부딪혔다가 찌릿한 전율만 남기고 헤어졌으나 나의 것은 그 뒤를 쫓아 리지의 치아를 훑고는 열린 문을 타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샌가 리지의 두 손이 내 목을 두르고 있었고, 내 손은 아래로 내려가 리지의 엉덩이를 양쪽에서 콱 잡아당기고 있었다.

나의 바지속에서 불룩한 그것이 리지의 배에 맞닿았다. 리지도 그것을 느꼈는지 흠칫 엉덩이를 빼려했지만, 이미 내 손아귀에 잡혀 물러서지 못했다. 오히려 그것이 나를 인도해 리지를 따라 뒤에 열려진 호텔 방 안으로 향했고, 우리 둘은 침대 위로 쓰러졌다.


“윽!”

“아얏!”


너무나 열렬히 입술을 탐하던 우리는 침대에 넘어지는 순간 서로의 치아에 입술을 부딪히고 말았다. 살짝 피맛이 느껴졌다.


“풋!”

그 상황이 웃겼는지 리지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눈이 반달로 휘었다. 나는 리지의 마음이 조금은 풀린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우린 서로 마음이 통했는지 잠시 서로를 응시하다가 다시금 천천히 입술을 맞대었다.


작가의말

개콘도 안했는데 이걸로나마 아쉬움을 달래셨으면 좋겠습니다.

19금 딱지가 안붙었기 때문에 자세한 묘사는 생략하겠습니다! 케케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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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숯과 소금 +18 14.06.16 8,445 245 7쪽
72 숯과 소금 +21 14.06.09 9,133 264 7쪽
71 숯과 소금 +16 14.05.26 9,208 289 8쪽
70 드루거? +16 14.05.21 9,229 292 9쪽
69 드루거? +19 14.05.20 8,766 283 6쪽
68 드루거? +21 14.05.19 9,234 292 7쪽
67 드루거? +20 14.05.16 9,713 285 7쪽
66 드루거? +19 14.05.15 9,070 273 8쪽
65 드루거? +11 14.05.14 9,569 272 7쪽
64 드루거? +19 14.05.13 10,078 310 10쪽
» 또 다른 생존자 +15 14.04.20 11,165 313 8쪽
62 또 다른 생존자 +9 14.04.19 10,344 313 8쪽
61 또 다른 생존자 +26 14.04.01 10,713 324 8쪽
60 바다위의 배 +29 14.02.28 11,123 340 8쪽
59 바다위의 배 +29 14.01.22 11,601 371 7쪽
58 벙커 +24 13.12.10 12,339 333 7쪽
57 벙커 +21 13.12.02 12,270 37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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