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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 도시의 까마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19.04.01 12:34
최근연재일 :
2019.06.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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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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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9. 불청객 & 10. 모험가 린

DUMMY

9. 불청객




벤자민의 예상대로 얼마 안 있어 협상 자리가 잡혔다. 다행히 게리가 정보를 제때 준 터라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협상 장소는 모험가 조합인 ‘강인한 들꽃’의 사무실.

벤자민의 예상대로 다소 궁핍하였다.

수리하지 않은 천장과 그을림이 낀 벽, 탁자나 의자도 아무거나 가져다 쓴 느낌으로, 이래서는 있는 돈마저도 그냥 나가 버릴 것 같았다.


게리가 알려준 바에 따르면 원래부터 그다지 질 좋은 조합이 아니었다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한데 투자했다가 자본 상황이 나빠졌다고 하였다.(무슨 선물 거래라는데, 망했으니 알 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모험가 조합 변호사는 다소 비장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흡사 죽음을 각오한 검투사처럼 말이다.


맞은편의 모험가 조합 변호사 외에도, 옆에 이 사건의 당사자이자, 승리의 전리품인 모험가 두 명과 이들의 공동보증을 섰던 일곱 명의 보증인이 서 있었다. 하나같이 젊고, 어리숙해 보였다.


‘맙소사. 멍청한 것들.’ 벤자민은 안타까움에 혀를 찼었다.


어쩌자고 그런 계약에 선뜻 도장을 찍었단 말인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벤자민은 알 수가 없었으며,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그 대가로 자신들의 가장 큰 재산인 젊음과 건강한 육체를 잃으리라는 것만 알 뿐이었다.


물론, 운과 능력이 따라 준다면 자력으로 빠져나올지도 몰랐으나, 그런 자들은 알다시피 소수에 불과하였다.

벤자민이 관련 서류뭉치를 탁자 위에 툭툭 치며 반듯하게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자세한 이야기에 앞서........... 일단 선생은 누구신지?”


아까 전부터 신경 쓰이던 중년의 남자를 보며 벤자민이 물었다.

그는 모험가와 보증인들 옆에 경호원처럼 앉아 있었다. 거구에 생김새는 불독 같았으며, 윗머리는 벗겨지고, 옆머리는 일부러인지 사자 갈기처럼 툭툭 삐쳐 나왔다.

겉모습만 봐도 그가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얼핏 보면 거친 생활을 하는 모험가처럼 보였지만, 입고 있는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볼 땐 아무리 봐도 변호사였다.


‘변호사인 건 알겠는데, 왜 여기에 우리 말고 제3의 변호사가 있는 거냐고?’ 벤자민이 불길하게 생각했다.


자신의 눈을 보고 얼추 알겠다는 듯 불독 생김새의 변호사가 말했다.


“내 이름은 해럴드요. 해럴드 마쉬. 변호사이지. 의심스러우면 변호사 자격증 보여줄까?”


공격적인 억양에 억센 태도. 벤자민은 초반부터 일이 꼬일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스스로 해럴드라고 소개한 남자가 말했다. 근데, 성이 마쉬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보다 성을 왜 이야기한 거야?


“난 모험가인 ‘린’의 고용된 변호사로, 여기 비열한 덫에 걸린 아홉 명의 젊은이들을 변호하기 위해 왔소.”


‘린?!’ 벤자민이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며 놀랐다. 갠 또 무슨 짓을 벌이는 거람!


벤자민이 따지려던 찰라, 모험가 조합 측 변호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얼굴에는 붉은색 주근깨가 있고, 머리는 불처럼 붉었다. 죽 찢어진 입과 이마 깊숙이 박힌 번뜩이는 눈은 영악하고 심술 많은 꼬마와 같은 인상을 주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립니까? 저들을 변호하겠다니?”


‘저들을 변호하겠다니?’ 라는 억양은 마치 흉악한 범죄자를 대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해럴드가 고개를 휙휙 두 번 저으며 말했다.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지금 당신 둘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젊은이들을 등쳐먹으려는 거잖소? 일명 ‘꾀어내기’라고. 이 도시에 아는 사람은 거의 다 알지.”


그는 생김새만큼이나 말도 거침이 없었다. 벤자민은 무엇인가 단단히 꼬인 것을 느끼며 턱을 긁적였고, 조합 측 변호사는 외길을 가다가 커다란 똥더미라도 만난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나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니까.


“난 고로 이 죄 없는 젊은이들이 부당하게 노예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여기 왔소. 지금 경고하겠는데, 무슨 아이 사탕 뺏듯 이들의 자유와 육신을 뺏을 수 있을 거라곤 꿈도 꾸지 마시오! 내가 있는 한 결코 그렇게 쉽게 되진 않을 테니까.”


어찌나 힘찬지, 제법 설득력까지 있었다. 벤자민은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감탄할 뻔하였다. 허나, 자신 역시 고용된 사람이라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일은 일이지 않은가?


“뜻을 알겠지만, 이번 자리에 선생이 참여한다는 통보를 못 받았습니다. 사전 통보 없이 이렇게 멋대로 참여하는 것은 관례에 어긋납니다.”


허나,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관례에 어긋나는 건 그쪽 일 처리 방식이지. 도대체 언제부터 경험 없는 애송이들을 상대로 그만큼 장비를 빌려주고, 또 그런 임무를 맡기나?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당신네들의 시커멓고 음흉한 속내를 다 알걸? 그리고 애당초 이 자리는 누가 누구의 소유권을 가질지 분배할 자리인데, 내가 왔으니 일단 이 계약의 정당성부터 따지는 것이 먼저요. 끌어낼 테면, 끌어내 보시오!”


거칠긴 하지만 청산유수인 그의 말에 벤자민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자 사전 통보도 없이 멋대로 들어온 게 하나의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파이를 자를 준비만 하고 왔는데, 갑자기 파이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가 들이닥친 격이라 판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이다.


골치 아프기는 벤자민도 마찬가지였지만, 다행이 조합 측 변호사가 더 다급해 보였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들은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결국, 참다못한 조합 측 변호사가 싸움을 걸기 시작했다. 벤자민은 일단 물러날까 하다가 이내 관두었다. 너무 미련이 없는 모습을 보이면 이후 협상에서 약점으로 잡힐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주로 조합 측 변호사가 맹렬히 덤벼들었으며, 벤자민은 말을 아끼되 적절한 순간에 한 두마디씩 거들어 조합 변호사의 발언에 힘을 실어 주었다.

허나, 해럴드는 2:1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투견처럼 무식하게 물어뜯었다. 그는 이야기를 하다 말고 서류 가방에서 말도 먹일 만큼의 서류 뭉치를 꺼내, 계약의 정당성을 물고늘어졌다.


“이건 그동안 당신네들이 계약한 고객과 소속 모험가의 계약서요. 일일이 찾아가 구해왔지. 어디 이런 경우가 몇 건이나 있었는지 한번 여기서 따져볼까?”


벤자민은 저게 허세이길 속으로 바랐지만, 기세가 워낙 당당해 뭐라 섣불리 말할 수 없었다.


대신 벤자민과 조합 측 변호사는 이를 특수한 경우라고 어물쩍 넘기며, 계약 자체는 전혀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이야기가 길어짐에 따라 감정도 격해졌다. 서로 주장하고 반박할 때마다 목소리가 커지고,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 마치, 맹수의 싸움과도 같았는데, 결국 벤자민이 먼저 판을 깨버렸다. 자고로 불리한 싸움은 오래 끄는 게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그쪽 입장은 저희도 관련된 준비가 필요하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죠.”


조합 측 변호사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벤자민을 노려봤지만, 어차피 오래 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알았는지, 벤자민의 뜻에 마지못해 동의했다.


해럴드는 젊은 두 변호사를 두들겨 팼지만, 그다지 기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다음번에 제대로 준비하고 올 것을 아는 듯했다.


해럴드는 전투태세를 풀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여 알겠다고 답했다.


벤자민, 해럴드, 조합 측 변호사 일어나자. 사건의 당사자인 아홉 명의 젊은이들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에서 구조선을 만난 듯 기쁜 표정을 지으며 해럴드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마치,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허나, 벤자민은 결코 그렇게 쉽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 생각했고, 헤럴드 역시 그것을 예상한 듯 인사는 받아주되 미소 짓진 않았다.


최선은 다하지만, 그 역시 확실히 이길지 장담 못 하는 것처럼. 이 같은 점을 미뤄볼 땐 그는 똑똑한 사람이었고, 벤자민에겐 좋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도대체 린과는 무슨 사이인지?

알 수 있는 길은 단 한 가지였다. 직접 만나 보는 거.




10. 모험가 린




벤자민이 곧바로 돌아와 마스터인 존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존은 그다지 당황한 눈치가 아니었다. 마치 언젠가 내릴 비를 마주한 태도였다.


“아는 사람인가요?” 벤자민이 태도를 살펴보며 말했다.


존이 고개를 저었다.


“소문을 듣기는 했어도, 아는 사이는 아니야. 원래는 모험가였다는데, 변호사들이 지랄 맞게 구는 게 싫어 늦은 나이임에도 공부해서 변호사가 됐다더군.”


벤자민이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고 말았다. 말이 쉬운 거지 엄청난 고통과 노력이 수반되었을 텐데. 심지어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꽤나 용감한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 성격이 더러워도 벤자민은 이런 자들을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모험가들을 등쳐먹으려는 변호사들을 상대로 싸움 개처럼 족족 싸움을 건다더군.”


“왜 저는 몰랐죠?” 벤자민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우리도 보통 모험가의 이익을 위해 싸우니까. 그래도 다른 일도 맡을 때가 있으니 부딪힐 것은 예상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 썩 유쾌하지는 않구만. 싸움은 길어질 것 같나?”


“길어질 뿐 아니라 격해질 것도 같습니다. 마치 투견 같더군요. 물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는 것 역시 거리낌이 없습니다. 재판도 불사할 것 같던데요.”


“정확히 알아봤네. 변호사 경력도 그리 긴 편이 아닌데, 재판은 이미 넘치도록 많이 해봤거든. 그래서 여기 공무원들이 좋아하지 않아.”


벤자민이 질렸다는 듯이 아랫입술을 늘리며 자기도 모르게 ‘으’라고 소리를 냈었다.


“재판까지 가면 모험가 조합이고 ‘헤몬 사’고 가릴 것 없이 그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물어뜯을 겁니다. 모험가의 수가 많은 이 도시에서 모험가를 대상으로 한 비열한 범죄에 대해 열거하겠죠. 마치 면도칼로 짓이기듯이 사정없이 난도질을 하겠죠. 그럼 재판 결과와는 상관없이 저희는 지는 겁니다.”


“어떻게 확신하나?” 존이 물었다.


“저라면 그렇게 할 거니까요. 구린 놈들을 상대하는데,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않습니까? 물론 본인들도 그걸 알기에 절대 피하고 싶을 거고요.”


존은 말하다 보니 조금 지쳤는지 물을 한잔 따라 마시며 말했다.


“그래서 해결 방안은 있나?”


벤자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무슨 죽 끓이듯이 단숨에는 끝낼 수는 없어요.”


존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해보도록 하지. 하지만 최대한 빨리 끝내주도록 하게. 이쪽은 나름 큰 고객이라 사이가 틀어지는 것을 원치는 않거든.”


벤자민은 알겠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무실 밖을 나가는 벤자민을 보며 존이 어디 가느냐고 묻자 벤자민이 대답했다.


“친구 좀 만나려고요. 아니면 그 비슷한 거나.”



벤자민은 변호사 티가 덜 나는 갈색 외투를 입고선 까마귀 거리를 벗어나, ‘쓰레기 타운’이라는 거주지로 향했다.


원래는 다른 이름이 있었으나, 여러 가건물과 불법 건물이 기존 건물 옆에 이끼처럼 자라나고 그로 인해 슬럼화가 돼. 이와 같은(쓰레기 타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기존 석조 건물 근처에는 따개비처럼 나무 건축물이 붙어, 화재의 위험성이 높았고, 그로 인해 대부분의 건물은 화재보험조차 가입되지 않았다. 심지어 누가 지었는지 위쪽이 아래보다 더 큰 건축물도 있어 바람을 불면 넘어질 것 같은 것도 존재하였다. 그 외에도 허름한 판잣집이 넓은 광장(이었던 곳)에 종기처럼 돋아나 흉측한 거주지를 형성하였다.

말 그대로 쓰레기 같은 곳.


허나, 큰 거리 쪽은 그나마 나은 편으로, 정말 으슥한 거리로 들어가면 성벽 밖의 빈민가 못지않게 흉측하고 위험한 곳도 있었다. 그곳은 범죄의 온상이었으며, 안전한 성벽 안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기도 하였다.


그러면 총독은 왜 이곳을 가만히 놔두는 것일까? 의외로 답은 간단했다. 가만히 안 두고 어설프게 손을 대면 걸인이나, 범죄자, 가난한 모험가들이 여기서 나와 던전의 모든 거리를 점거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총독은 긁어 부스럼 만드니 차라리 도시 한 구역을 쓰레기통으로 만들어 그쪽에 떨거지를 모아 두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벤자민은 거리에 쌓인 쓰레기와 다닥다닥 붙은 가건물, 거리에서 음식을 하는 움막집을 보며 자신이 쓰레기 타운에 들어섰음을 인지하였다.


과거 사정이 어려울 때, 벤자민도 여기서 몇 개월 보낸 적이 있었는데, 창피하면서도 자랑스러운 기억이었다. 창피한 것은 한때 이곳에 떨어졌기 때문이었고, 자랑스러운 것은 살아서 여길 빠져나왔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방문했음에도 거리는 딱히 변한 것이 없었다.

반쯤 벌거벗은 아이들이 구정물 위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으며, 조금 더 큰 아이들은 저녁 반찬으로 쓸 것인지 고양이 사체를 두고 나무 막대기로 칼싸움을 하고 있었다.


석조 건물 사이 커다란 틈새에 자리 잡은 텐트촌은 슬슬 해가 저무는데도 소란스러웠다.

남자의 고함소리와 여자의 비명소리가 섞인 것으로 보아 부부 싸움 중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게 이 거리의 일상이었다.


벤자민은 외투 안의 단검과 마법 지팡이가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갑자기 습격 받을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아주 없는 이야기도 아니기에 조심하는 게 여러모로 이로웠다.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지나가던 걸인이 하나 구걸을 하였고, 벤자민은 도망치듯 재빨리 옆으로 비켜 가버렸다. 이 거리에서는 걸인마저 위험하였으며, 어설프게 적선을 하면 순진한 외부인이라 판단해 더욱 많은 걸인이 모여들거나 심할 경우 공격받을 수도 있었다.


뒤에서 욕하는 걸인의 걸걸한 목소리를 무시한 채 벤자민은 자신이 기억하는 주황빛 건물에 올라갔다. 이미 겉의 페인트가 반쯤 벗겨져 회색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이 건물은 다세대 주택으로 현재는 내부가 시장과 집이 뒤섞인 괴이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좁은 복도 사이로 출처가 불분명한 고기와 시들시들한 야채가 헐값에 거래되고 있었다. 심지어 즉석에서 스튜를 끓여 팔기도 하였다.


복도가 좁은 데 반해, 사람들은 복잡하게 많았으며, 벤자민은 혹시 모를 소매치기를 조심하며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지나가는 사이 오랫동안 씻지 않은 사람들의 체취와 쾌쾌한 야채 냄새, 다소 상한 듯한 고기의 구린내가 그를 괴롭혔다.

건물 안 시장을 지난 후, 벤자민은 간신히 자신의 목적지인 4층 거주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여기에 벤자민의 친구....... 혹은 비슷한 이가 살고 있었다.


벤자민은 복도 세 번째 되는 문을 두들겼고, 잠시 후, 어두운 금발에 얼굴에 주근깨가 가로로 덥힌 여자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


여자는 눈이 둥글고 크며 기본적으로는 친절해 보였지만, 험한 세월을 보내서 그런지 거칠어 보이기도 했다.

두 눈은 탁한 푸른빛을 띠고 있어 차가운 인상도 풍겼다. 몸에 딱 맞는 가죽옷을 입어 탄탄하면서도 호리호리한 몸매가 드러났다. 골반 부근에 항상 차는 단검이 꽂혀 있었다.


“도대체 누구야?” 그녀가 거칠게 문을 열고나오며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린’. 모험가였으며, 벤자민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벤자민이 모험가 잔심부름꾼으로 있을 때, 그녀의 밑에서 몇 번 일한 적이 있었는데, 도움도 적잖게 받았다.

벤자민은 그녀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그녀 역시 자신에게 친근감을 가진 것 같았으나, 변호사가 되고 이 동네를 떠나자 갑자기 차갑게 굴었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게 아니긴 한데.’ 벤자민은 왠지 변호사가 되는 조건으로 과거의 모든 인연이 끊어지는 기분이 들며 씁쓸해졌다.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억울하기도 했다.


여하튼, 오랜만에 벤자민을 본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왜 왔냐고 물었다. 돈만 빌리러 오는 남동생을 대하는 것 같았다.


“진심이야? 오랜만에 봤는데 기껏 한다는 말이 왜 왔냐고?” 벤자민이 반농담조로 말했다.


그러자 린이 반대로 물었다.


“그럼 나랑 같이 식사하고, 카드라도 치려고 온 거야?”


“물론 그것도 하고 싶지.” 벤자민이 너스레를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온 건 아니겠지?”


그녀는 대충 다 안다는 투로 대답했고, 그 대답은 필살의 일격처럼 벤자민의 입을 한순간 다물게 했다. 벤자민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인정하며 말했다.


“볼 일이 있어 온 것도 사실이야.”


“역시나...... 그래서 기껏 오랜만에 온 거야? 볼일 보려고, 여기가 무슨 화장실인 줄 알아?” 린이 차갑게 말하자, 벤자민이 변명하듯 말했다.


“제발, 그동안 좀 바빴다고.”


“하긴 모험가들 돈을 쥐어짜느라 바쁘셨겠지요. 변호사 선생님.”


노골적인 자신의 직업에 대한 도발에 벤자민도 주장을 펼쳤다.


“첫째, 난 보통 모험가들 편에서 싸워, 둘째 돈을 쥐어짠 적 따위 없어 수임료에 대해 고지하고 서로 합의하에 받는 거야. 마지막으로 세 번째 솔직히 우리 사무소처럼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없어!”


허나 그녀의 비아냥은 그치지 않았다.


“그러시겠지. 왜 온 건지나 빨리 말해. 배고프니까.”


벤자민이 한숨을 한번 내뱉고 물었다.


“혹시 해럴드라는 변호사 고용한 적 있어?” 이미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의례상 물어보았다. 그러자 린의 눈은 가늘어지고, 의심이 가득 찬 목소리로 천천히 대답했다.


“그래.”


“그거 좀 취소해줘.”


벤자민이 말을 마치자마자 린은 문을 쾅 닫았고, 덕분에 코가 부딪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체면이 있어 오리처럼 뒤뚱대며 호들갑을 떨 수는 없었으나, 몹시도 아파, 코를 움켜쥔 채 머리를 들고 한동안 천장을 바라봐야 했다. 천장 위의 얼룩이 마치 별 같았다.


잠시 후, 쿵쿵 거친 발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문이 활짝 열리곤, 린이 벤자민을 향해 프린트락(권총)을 겨눈 채 나타났다. 눈에는 상당한 분노가 머금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벤자민은 자기도 모르게 ‘진짜 돌겠네.’라고 중얼거렸다.


“내가 널 쏘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해봐.” 린이 물었다.


“변호사를 함부로 쐈다간 넌 범법 행위로 중형을 선고받을 거고, 도망친다면 평생 범죄자가 될 테니까. 성벽 밖 빈민가나 저기 위험이 가득한 숲속이 네 집이 될 테지. 물론 여기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벤자민도 짜증이나 빈정대며 말했다.


“그건 걱정 마. 널 쏴 버린 다음 좀 더 으슥한 골목에 버리면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머리카락이랑 이빨부터 뽑은 뒤, 배를 갈라 피를 빼고, 내장을 뽑아낼 거야. 고기는 스튜에 넣을 거고, 네 물건을 소시지처럼 바싹 구워서 빵 사이에 끼워먹을 걸.”


“빌어먹을 정도로 구체적이게 역겹네. 상상되잖아!” 벤자민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농담 같아?” 린이 벤자민의 말이 전혀 웃기지 않는다는 듯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안 재밌었어? 그래도 재미없는 농담을 했다고 설마 친구를 쏘진 않겠지?”


벤자민의 발언에 린의 표정이 말 그대로 썩어가듯이 일그러졌다.


“너랑 나랑 친구라고?”


“넌 나를 도와줬으니까. 또 나 역시 널 도와줬고. 그럼 친구지.”


린은 그 말만큼은 부정하지 않았다. 과거 린이 속아 거래에서 크게 손해 볼 뻔했을 때, 벤자민이 나서 도와준 적이 있었다. 물론 린 역시 그전에 벤자민에게 총이나 단검을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모험가로서의 지식을 가르쳐줬으니, 전혀 손해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익이었지.

어쨌건 린은 그런 과거에도 불구하고 벤자민을 노려보는 눈매가 사그라들지 않았다.


“친구라고 오랜만에 찾아와서 고작 그따위 역겨운 부탁을 하다니.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이는 벤자민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였다. 뻔뻔하고 역겨운 부탁이었다. 허나, 동시에 린을 위한 것이기도 하였다.


“설마, 내가 질 것 같아서 이런 부탁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난 너에게 더 이상 돈을 똥통에 처박지 말라고 하는 거야.”


그러자 찡그려졌건 린의 두 눈이 의구심에 원래대로 둥글게 변했다.


“해럴드는 나도 아는 사람이고, 너 같은 놈에게 안 져.”


‘오케이. 해럴드과 의뢰인 이상의 친분이 있군,’ 벤자민이 머릿속의 메모에 적었다.


“굳이 안 싸워도 돼. 필요하면 난 시간만 끌면 되니까. 우리 쪽은 모험가 조합에, 회사지만, 넌....... 그냥 개인이고. 장담컨대, 넌 얻는 것도 없이 헛돈만 쓰게 될 거야. 그러다 지갑은 텅텅 비게 되겠지............. 설마, 그 사람한테 공짜로 변호해 달라고 할 생각은 아니지?”


벤자민의 도발에 딱히 반박할 말이 없는지, 린이 입을 조물거렸다. 벤자민은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니 기분이 안 좋았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왜 서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냔 말이다.


“난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거야.” 벤자민이 못 박듯이 말했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화가 나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너도 얼마 전에는 지금 그 애들과 같은 처지였는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대할 수 있지?”


벤자민은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이해가 안 되기는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실력도 나름 있는 유능한 모험가였지만, 벤자민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남을 잘 도와 이곳을 좀체 벗어나지 못했다.


아이가 아파요. 배가 고파요. 병원비가 필요해요. 필요해요. 필요해요.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어쩌구저쩌구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이들은 뻔뻔하게 부탁을 했고, 보답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선천적인 믿음인지, 그녀는 남을 돕는 만큼 자신에게도 돌아온다고 믿었으나. 벤자민의 눈에는 너무 안일한 생각 같았다. 특히, 이 도시에서, 이 거리에서는 더욱더 말이다.

벤자민은 자신의 친구를 지치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야말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 식으로 쓴 돈을 반만 모았어도 넌 이 거리를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도대체 무얼 믿고 그리 함부로 돈을 쓰는 거야?”


“죽은 녀석과 아는 사이고, 착한 애였어.”


그 말을 들은 벤자민이 잠시 입을 다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마치 진심인지 묻듯이.


“그게 전부야? 아는 녀석이고, 착했다고?”


린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 정도면 충분해.”


벤자민은 이 거리에서 이런 성녀가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기야. 새인데, 날지도 못하는 닭이 있는데, 그리 이상한 게 아닐 수도 있겠지. 그녀가 한마디 보탰다.


“그래서 너도 도와준 거야.”


벤자민이 지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


“나도 널 도와줬어.”


잠시 동안 둘은 침묵했고, 결국, 벤자민이 먼저 항복하듯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넌-”


“-포기 안 해. 돈이라면 더 벌면 되거든. 알다시피 난 실력 좋은 모험가라.” 린이 말을 가로채 마무리하였다.


그녀의 눈에서는 어느새 분노는 사라졌으나, 대신 슬픔이 자리 잡았다.

벤자민은 그게 보기 싫었다. 잠시 후, 기운이 빠졌는지 린이 문을 닫았고, 벤은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이내 문을 향해 소리쳤다.


“근데 한 가지는 확실히 하자. 처음 찾아왔을 때 쫓아낸 것도 너잖아!”


작가의말

준비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매일 올리는 게 생각 이상으로 어렵네요.


하루 세편 이상을 올릴 수 없어, 이번 편은 두 편 합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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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9

  • 작성자
    Lv.25 아인츠바이
    작성일
    19.04.05 23:21
    No. 1

    모험가측변호사가 모험가 조합측 변호사를 말하는것 같은데 모험가측이라고 하니 함정에 빠진 모험자쪽 변호사인 것처럼 보여서 어색합니다. 그냥 조합측 변호사라고 하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19.04.06 01:51
    No. 2

    후원금 감사합니다. 공모전 무사히 완주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아인츠바이
    작성일
    19.04.05 23:26
    No. 3

    다시보니 모험자 조합측변호사를 지칭하는 표현에서 조합이 계속 빠지고 있던거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19.04.06 01:26
    No. 4

    감사합니다. 쓰다보니 이상한 걸 놓쳤습니다.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하얀하늘곰
    작성일
    19.04.06 15:40
    No. 5

    글 중에 주인공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냥 벤자민으로 사용하는게 어떤가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19.04.06 15:52
    No. 6

    말씀 감사합니다. 체력이 딸려 못보고 놓쳤습니다. ㅠ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7 n5******..
    작성일
    19.04.16 21:01
    No. 7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나 발더스 게이트에 나오는 세계관처럼 흥미롭네요. 미지의 신비와 물질 문명의 결합.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19.04.16 23:44
    No. 8

    칭찬감사합니다. 좀더 자세히 묘사하고 싶기는 하지만. (아마 다음 작품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몽중정원
    작성일
    19.05.19 20:37
    No. 9

    앞면이 있는 -> 안면이 있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몽중정원
    작성일
    19.05.19 20:41
    No. 10

    린의 입을 조물거렸는데 -> 린이 입을 조물거렸는데 / 린의 입이 조물거렸는데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19.05.19 22:01
    No. 11

    둘 다 수정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g3924_th..
    작성일
    19.06.18 16:48
    No. 12

    필체가 동양보단 서양쪽 그것도 영화화될만한 소설에서 많이 보이는 필체 묘사자체도 그렇고 여러모로 양판소나 라노벨과는 확연히 다르다

    찬성: 1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19.06.18 22:58
    No. 13

    일할 때와 군대에서 읽은 소설책을 흉내내며 써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오타나 어색한 문장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가냐냐
    작성일
    19.06.25 20:00
    No. 14

    현재 서술에..했었다. 라는 과거 시제가 종종 나옵니다. '했었다'가 아니라 '했다'. 로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19.06.25 20:21
    No. 15

    죄송합니다. 아직도 그런 실수를 하네요. 완결 후 찬찬히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맛있는새우
    작성일
    19.08.03 18:56
    No. 16

    셰익스피어에 불독까지 나왔으니 근대 영미문화권 확정이고 +판타지네요 ㅋㅋ 볼만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1 노란커피
    작성일
    19.08.05 14:26
    No. 17

    완결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만뢰
    작성일
    19.11.12 15:05
    No. 18

    오타 제보
    "옆머리는 일부로인지" //일부러
    "던전의 모든 거리를 점거할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띄어쓰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만뢰
    작성일
    19.11.12 15:05
    No. 19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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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6. 꼬리에 꼬리를 무는 뱀들 +8 19.04.10 2,900 157 7쪽
14 15. 사냥준비 +9 19.04.09 2,966 15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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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3. 소란과 징조 +27 19.04.07 3,094 149 12쪽
11 12. 한밤중의 협상 +19 19.04.06 3,204 164 14쪽
10 11. 강인한 들꽃 +10 19.04.06 3,492 141 17쪽
» 9. 불청객 & 10. 모험가 린 +19 19.04.05 3,680 16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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