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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님의 서재입니다.

처용과 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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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1
작품등록일 :
2015.03.24 22:14
최근연재일 :
2015.03.29 22:27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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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7,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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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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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0쪽

세기말 증후 13

DUMMY

“정말 아는 사람 아니야? 잘 생각해봐. 저쪽에선 계속 널 주시하고 있어.”


형석은 안달이 난 모양이었다. 그러나 준은 단호했다.


“신경 꺼. 알고 싶지도 않아. 그나저나 그건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 아니냐?”


“흔한 일이야. 일자무식이었던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옥편에 나오지도 않는 한자를 줄줄 읽고 해석하기도 해. 부적도 쉽게 그리고. 부적이란 게 애들 장난처럼 단순해 보일지 모르지만 오행의 원리가 숨어 있는 매우 정교한 설계도거든. 그걸 한 획에 그려내는 신기를 보인다고 생각을 해봐.”


“그러냐? 정말 신기하군. 전생이니 업이니 하는 건 난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판타지 요소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현존한다........ 그럼 전생의 기억이 한날한시에 갑자기 되살아난다는 건가?”


“전생에 그런 일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뭔가 계속 끌리더라고.”


“아무튼 전생과 이생 두 대에 걸쳐서 같은 연구를 했다면 성과가 남다르겠는 걸?”


“성과? 그런 개연성만 있을 뿐이지 사실은 그렇지도 않아. 석 달 열흘을 공부했다고 해서 과거의 일을 모두 이어가는 것은 아니거든. 한계선에 접근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조건은 더 좋을 거 아냐? 천재로 이름을 날릴 수도 있고 말이야.”


“천재? 천재는 무슨. 내가 장학금을 받긴 해도 그게 다 밤새 잠 안자고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낸 거지 아무것도 안하면서 그런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니깐!”


형석이 화가 난듯 거칠게 말을 햇지만 준은 장난스럽게 형석의 가슴을 밀어내면서 안정시키려했다.


“워워~. 열 내지 말고 전정해, 치이타!”


“치~타? 원숭이?”


“하하하! 그럼 전생에 한자만 공부한 건 아닐 거고 상고사나 역학에도 일가를 이룬 것은 아닐까?”


“그냥 궁금해서 호기심에 좀 본 거야. 별거 아니야. 이왕 아는 사실에 조금 공부를 더 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거지. 사주 역학. 육임을 공부하다 보니까 한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 한역이 뭐냐하면 말이지, 주역은 들어봤지? 주나라의 역학이라면 한역은 한국의 역학이야. 한나라가 아니라 한국. 그래서 한역을 공부하려니 자료도 부족하고 게다가 단군신화를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땐 솔직히 멘붕이 왔지.”


“한역?”


“우리나라 전통 역학이라고 보면 돼. 단군신화는 그래서 필요한 거고. 보통 사주쟁이들은 주역을 최고로 치지만 주역이전의 역이 한역이 있다는 것을 외면하고 있어. 근거가 없으니까...... 그런데 신화를 알면 그걸 알아볼 기회가 생긴다고 믿고 천착하니 과연 나오더라.”


눈이 휘둥그레지는 준과는 비교되게 형석은 무관심한 투로 정면을 고즈넉이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단군신화에 역학에 관한 게 있어? 금시초문인데.....”


둘은 길을 따라 나란히 걸었다. 군중들은 이제 관심이 없어져 뿔뿔이 흩어졌고 연지는 계속해서 둘을 따라 걸었다.


“아니!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그럼 그렇게 옥편에도 나오지 않는 한자를 척척 읽어내는 사람이 우리 세상사를 훤하게 꿰뚫고 있다는 건데........”


“그건 사실과는 다르지.”


“다르다니”


“역시 도통하지는 않아. 소설처럼 신기한 힘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역시 보통사람에 지나지 않아. 그냥 한자를 읽어낼 줄 아는 능력만 특별히 선물 받았다고 보면 돼. 그 이상은 아니야. 만약 그 사람이 조선시대 사람이었다면 그때도 별다른 신통력은 없었다고 봐야해.”


“왜?”


“사람들의 세계관에서 단군신화를 신성으로 보지 않고 사실로 볼 수 있다면 고구려 때로 가야 정답이야.”


“그래? 약간 실망이군. 그럼 단군신화를 제대로 해석해야 신험해지는 거야?”


“해석정도가 아니라 단군이전의 신화를 꿰어야 한다는 거지.”


“단군이전의 신화가 있다고? 정말로 옛날이야기 정도가 아니라 신화로 존재하는 게 있어?”


“정사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부도지라는 책도 있고 별자리 설화를 제대로 해석하면 단군이전의 신화가 복원될 가능성은 있어.”


“계속 얘기 해봐.”


“그건 이야기가 너무 길고.........”


“나 시간 많아. 해봐.”


둘은 똑같이 걸음을 멈추었다. 형석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준에게 권했지만 그는 거절하고 혼자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래. 천일야화를 하는 것처럼 긴 시간이 필요한 거야.”


“천일야화? 그러면 양이 꽤 많다는 건데?”


“그러니 그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사람들이 보통 그러지. 우리나라에 전통사상이라는 게 있냐고 말이야.”


“전통사상? 많지.”


“많다고?”


형석은 깜짝 놀란 반응을 했다. 그 소리에 발걸음을 돌리려던 연지는 다시 둘을 따라 붙으며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둘이 싸울 줄 알고 걱정되어서 따라 붙었다가 절친은 아니지만 서로 친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놀랬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돌아서려고 했었다.


“우리가 여태껏 학교에서 배운 게 그런 거 아니냐? 유불선! 유교는 아닐 테고 불교? 도교? 아니지 도교가 아니고 선교니까 우리꺼겠지.”


연지는 뒤따라오면서 피식하고 헛웃음을 웃었다.


“천도교도 있고 동학, 아니면 도참사상? 그런데 다 종교적인 내용이구나. 전통이란 게 이런 거 아닐까?”


“하하하! 그렇게 따지면 엄청 많을 거야. 현실에서 전통사상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야. 순수한 한국 전통사상, 중국이나 일본, 인도 뭐 다른 나라에는 없는, 아니 후대에는 교류가 있어 가질 수는 있겠다. 우리만의 독특한 사상이 뭐냐는 질문에 공부를 시작하게 된 거야.”


연지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서서 형석을 주시했다.


“그래? 뭔데? 한국의 독창적인 사상이 따로 있다는 거지? 한국의 독창적인 전통사상? 인류문명을 선도할 체계적인 사상? 홍산 문화? 아니, 사상이라고 해야지. 사상. 나 머리 쓰는 거 진짜 싫다. 스무 고개 하지 말고 빨리 결론을 말해.”


“좋아. 한 번 말할 테니 잘 듣고 헛소리하기 없기다. 사상이란 네가 걱정하는 것처럼 이론과 실제의 결합이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말이 나오지 않지만 오행사상. 우린 그거 밖에 없어. 오행. 나머진 다 합성이거나 외래사상과의 혼합이야.”


한동안 아무도 말이 없다가 정적을 가르면서 내뱉은 준의 말에 연지가 고개를 들었다.


“음양오행론 아니던가? 그걸 그냥 오행이라고 한 단어로 압축한 거야?”


“호오~. 그래도 제법이다. 음양오행까지 나오고.”


형석은 기특하다는 듯 입가에 활짝 미소를 지으며 준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 그럼 내가 헛소리를 한 건 아니란 건데. 하하하하!”


“나쁘진 않았어. 짱꼴라 철학에 음양론이 있는데 당나라 때 가장 번성했어. 거기에서 도교가 탄생한 거지. 하지만 우리의 철학은 오행론이야. 음양은 후대에 생긴 거고 오래된 것이 바로 오행론이지.”


“말만 들으면 음양이 오래된 거고 오행이 후대의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게 핵심이야. 오행론이 바로 단군시대에 창작된 거고 이게 바로 우리 선교의 기원이야. 도교는 우리의 선교를 받아들이면서 중국식으로 해석한 거지.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음양오행이란 말로 순서를 바꾼 거야.”


“단군시대에 오행사상이 있었다? 단군할아버지가 점을 쳤다는 말이지?”


“오행이 기조인데 그 위에 후대에 생긴 음양론이 덧씌워졌어. 그 두 가지가 교묘하게 섞인 게 음양오행론이야. 그걸 철학의 한 파트로 구성하면 음양오행사상이 되는 거지. 그건 살 붙이기 나름이고 그 핵심은 오행사상이라는 거야.”


“그럼 오행사상이라고 하면 음양론은 빠진 거지? 그게 단순한 인식론이 아니고 철학적 체계를 갖추었다는 거야?”


“그래. 음양과 오행은 엄연히 서로 다른 파트야. 우리의 전통은 오행이고 일본과 중국은 음양을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이 있어. 오행이 기본이고 음양은 말하자면 파생상품 같은 거야.”


“하! 그런데 성리학 아니, 실학에서도 주기론과 주리론이 있어서 이와 기 어느 게 먼저냐는 논쟁이 있었잖아! 그 이기론이 오행은 아닐 거고 음양에 관한 것 아닌가?”


“아니지. 성리학은 한참 후의 일이지. 음양을 이기로 풀이한다면 할 수도 있지만 엄연히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니 우리도 다른 언어로 이해하는 게 나을 거야. 대임하여 서양식으로 해석한다면 관념론과 경험론의 차이처럼 어울리지 않는 예가 되는 거지.”


“미안.”


“오행은 태초의 개념이야. 단군이전의 사상이거든.”


“근데 그땐 인류라는 개념도 없었잖아? 청동기 시대 아냐? 아니면 신석기 시대인가?”


“음양오행이 추나라, 제나라, 한나라 등이 기원이라고들 하지만 공자님이 주역을 편찬할 때도 옛 것을 다듬었다고 분명히 적었어. 공자는 제나라 때 사람이거든. 그렇다면 그 당시에 옛날이라고 한다는 것은 관용적으로 태호복희 시대를 의미하는 거야.”


연지는 허공에서 복희와 여와가 뱀처럼 꼬리를 감고 교접을 하는 그림이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태호복희는 시기상으로는 한웅시대의 마지막에 해당하거든. 시간으로는 몇 만 년 전으로 비견되고.......”


형석은 뜻밖의 말에 동공이 확대되면서 놀라움에 어쩔 줄 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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