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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향화 님의 서재입니다.

비매너 랭커 뉴비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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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향화
작품등록일 :
2020.05.06 18:41
최근연재일 :
2020.05.0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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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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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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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아니면 한 판 붙든가?

DUMMY

1

짓다 만 건물 내부의 수정 앞.

네 명의 남녀가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내 궁으로 다 잡았으니까 얼른 거점 점령해!”

“오케이. 근데 그 놈도 잡은 거 맞아? 킬 로그 안 떴던데.”

“걘 못 죽였어.”

“뭐? 그럼 다 잡은 건 아니잖아!”


딜러의 말에 거점을 점령하던 서포터가 주변을 살폈다.


“그래봤자 팀 게임에서 혼자 뭘 한다고?”

“야, 걔는 혼자서···”


두 사람이 투닥거릴 때였다.


“안녕?”


작게 난 창문으로 푸른 머리의 미남이 밝게 웃으며 나타났다.


“그 놈이다!”

“당황하지 마! 저 놈 어차피 혼자야!”


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지만 남자는 여전히 밝게 웃었다.


“에헤이. 그럼 못 쓰지.”


완전히 건물 내부로 들어온 그가 등 뒤에 멨던 검을 꺼냈다.


“허접 쉐리들이 어디서 거점 점령이야!”


우우웅!


파랗게 빛나는 남성의 검!

그리고 시작된 것은 한 편의 아름다운 검무였다.


* * *


“고생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게임이 끝나자 모든 인원이 모여 인사를 나눴다.


“오늘도 수아 씨 실력은 무시무시하네요.”

“감사합니다.”


감독의 칭찬에 수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이래봬도 아이데아 스크림 파트너만 3년차인데.’


자부심에 콧대가 살짝 올라가려 할 때였다.


“너~무 잘하시는 바람에 저희 팀 전술 테스트를 못한 게 흠이지만요.”

“네?”

“저희가 언제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습니까?”


언제는 최선을 다해 자기네 팀을 막아달라며?


“이쪽 업계 오실 거 아니면 너무 나대는 것도 좋진 않을 겁니다.”


황당함에 말이 안 나왔다.


“그런 논···”

“자, 여기 약속된 금액입니다.”


무어라 항변하려 했지만, 두둑해 보이는 봉투에 입을 다물었다.


“감사합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2

“젠장! 내가 작품 하나만 따 보라지.”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의 꼬장이 분명했다.

지네 팀 졌다고 스크림 파트너한테 꼬장 부리는 감독이 어딨냐고!


“···라고 해봐야 널리고 널렸지만.”


현실이니 어쩌겠는가?

없는 놈이 까야지.


“그나저나 이 놈의 소속사는 여전히 연락이 없는 건가.”


수아는 사실 배우였다.

그것도 꽤나 잘 나가던 무술 배우.

3년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제대로 된 연기를 못하고 있긴 했지만,


“작품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확 뜰 텐데.”


소속사 사장님도 그렇게 말했었다.

너는 업계의 라이징 스타가 될 거라고.


“이거, 내가 연락 한 번 해봐야겠구만.”


결국 참다 못한 수아가 소속사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어라?”


바쁜 건가?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그렇게 총 다섯 번을 시도하고서 사장님은 전화를 받았다.


-어, 수아야 무슨 일이니?


어쩐지 어색한 목소리.


“사장님. 제 배역은 언제쯤 잡히나요?”

-네 배역···말이지?

“예. 이제 멀미 말곤 후유증도 전혀 없어요.”

-하아.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숨 막히는 10초가 지나고 사장님이 입을 열었다.


-그게 문제야.

“뭐가요?”

-네 멀미. 그것 때문에 맡을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네? 겨우 멀미 가지고요?”

-너 이쪽 업계, 로케 엄청 많은 거 알지?

“알긴 하죠.”


실제로 드라마는 세트 말곤 한 장소에서 찍는 경우가 없었다.


-네 이력을 얘기하니 모두가 노 하더라.

“사장님!”

-수아야. 솔직히 1년 동안 연락 없었으면 알 법도 하잖아?


수화기 너머의 말이 비수가 되어 꽂혔다.

애써 외면했던 진실.

그 불안함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어차피 계약도 끝나가고··· 이제 다른 길 찾자.


안부 연락이 줄었을 때?

자동차를 탈 수 없을 정도로 멀미가 심해졌을 때?

언제였는지 알 수 없지만 문득 걱정되긴 했었다.


‘이대로 내 인생이 끝나면 어떡하지?’


그리고 그 끝은 오늘이었다.


3

“젠장. 알바가 전업이 될 줄이야.”


재활 도중 알바 차 시작했던 스크림 파트너.

직장을 잃어버린 지금. 알바를 전업으로 삼아야 할 상황이었다.


“어서오세요.”


캡슐방에 들어서자 알바가 수아를 반갑게 맞았다.


“캡슐 4시간이요.”

“8만 원입니다.”

“얼마라고요?”

“8만 원이요.”


뭐야? 그새 또 올랐어?


“아시잖아요. 베라크가 가격 계속 올리는 거.”


알바생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하긴.’


초국가기업 베라크에서 만든 가상현실 캡슐의 업장 이용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뭐, 지금에야 가정용 캡슐이 한 대씩 있으니 상관없다지만.


‘나 같은 놈들은 어쩌라고.’


캡슐 하나 없는 흙수저의 등골을 빼먹다니!


“우리 잘 한 번 생각해···”

“이용하실 거예요?”

“···캡슐 말고 PC 이용할게요.”

“쳇.”


수아의 말을 들은 알바가 대놓고 기분 나쁜 티를 냈다.


“4시간이면 4천 원이요.”

“보너스로 40분 추가해주시죠.”

“꺼지세요.”


* * *


실랑이 끝에 보너스 10분을 얻어낸 수아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로 들어갔다.


“어디, 요즘 알테르는 어떤가?”


알테르.

베라크가 캡슐과 함께 출시한 가상현실 게임.

뻔한 얘기지만, 한 번에 전세계의 유저들을 사로잡아버린 게임.

사실, 수아가 활동하는 ‘아이데아’는 알테르의 파생작에 불과했다.


-콩! 이번에도 콩입니다!

-아아, 스타모텔 선수! 이번에도 콩에게 뒤를 허용하는데요!

-완벽하게 모든 세트를 막아냅니다!

“뭐, 좀 하네.”


중계 영상을 지켜보던 수아가 콧방귀를 뀌었다.


‘이래봬도 이 몸이 베타테스트 랭킹 1위···’

“이야, 콩 미쳤네.”


과거를 회상하려던 찰나, 누군가가 수아의 뒤에서 감탄했다.


“뭐야?”

“잠깐 앞으로 돌려봐요. 콩 플레이 한 번만 더 보자.”

“이게 무슨?”


널리고 널린 컴퓨터 놔두고 왜 남의 자리에서 일해라 절해라 하는 건데?


“에이, 우리끼리 왜 이러시나?”


의문의 사내는 이제 직접 마우스를 조작하려고 했다.


“이 사람이···”


참다 못한 수아가 한 소리 할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유다 형?”

“형 목소리도 까먹냐?”


뒤에는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이 서있었다.


“오랜만이다 인마!”


수아가 막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매니저 형.

탄탄하게 잡힌 생계형 근육에 까만 피부로 밝게 웃는 그는,


“싸와디캅?”


동남아 사람 같았다.


“이게 진짜!”

“겁나 삭았네.”

“너도 나이 들어봐라.”


인류의 유구한 역사 동안 끊이지 않던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한 형이 씨익 웃었다.


“그런데 웬일이야?”


귀농한 이후 연락이 끊기더니 알 수 없는 타이밍에 알 수 없는 만남이었다.


“너, 형이 요즘 뭐로 돈 버는지 모르지?”

“농사?”

“아니. 알테르.”


알테르?

예상치 못한 답에 수아의 눈이 커졌다.


“미쳤어? 그럼 왜 시골로 간 거야? 거기 와이파이가 얼마나 느린데!”

“아, 아니. 야, 내가 어디서 살든···”

“캡슐도 결국 인터넷으로 하는 거라고!”


활화산 같은 분노!

누가 그랬던가? 한국에서 정보를 얻으려면 질문보단 잘못된 정보를 말하라고.


“그래서 알테르가 왜?”

“BJ주다라고 알아?”

“그게 뭐야, 꼭 호구 당할 것 같은 닉네임인데?”

“나야.”

“···마음씨 넓은 것 같다고.”


아뿔싸, 위험천만 탈룰라.


“여튼. 너 차기작은 어떻게 됐어?”

“······.”


왜 또 이렇게 사람 할 말 없게 만드냐.

폐부를 지르는 질문에 수아가 딴청을 피웠다.


“없음 잘 됐고.”

“잘 됐다니?”

“이번에 빅은숙 작가가 새 드라마를 시작한대. 근데 이 드라마 로케를 전부 알테르에서 한다더라.”

“알테르에서?”

“응. 심지어 오디션도 알테르에서 보고.”

“······.”


먼 곳을 쳐다봤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연기와 끝을 고한 날,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다니.


‘역시 난 행운아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형이 이어서 말했다.


“너···. 그래. 안 좋은 이야긴 됐고. 알테르에선 멀미 같은 거 없을 거 아냐?”

“그렇긴 하지.”

“게다가 베타테스터에 초창기 랭커였다며?”


도리도리.


“아니.”

“엥? 아니야? 그렇다고 들었는데?”

“베타테스트, 초창기 통틀어 랭킹 1위.”

“어우 씨, 그거나 그거나.”


형의 눈이 밝아졌다.


“레벨 150 제한. 딱 중수 정도만 되면 통과라더라.”


접기 전 수아의 레벨은 149. 이미 레벨은 합격이나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기회잖아?’


하지만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다.


“형, 근데 내 사정이···.”


당장 알바로 하루하루 풀칠하느라 바쁜데 캡슐에 계정비를 감당하라고?


‘언감생심이지.’


그때, 형이 인자한 미소로 수아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 형님이 캡슐과 생활비를 대주면 되겠느냐?”


벌떡!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난 수아가 옆 테이블로 향했다.


“형님이라뇨! 당치도 않으십니다!”

“뭐, 뭐야?”

“제가 어찌 주인님과 겸상을 하겠사옵니까?”


확연한 태도 변화!

생계비를 대준다는데 자존심이 무슨 필요가 있으랴?

그를 바라보던 형, 아니 주인님이 씨익, 웃었다.


“콩보다 잘할 자신 있느냐?”

“아주 조사버리겠습니다!”


4

캡슐 구매를 위해 상암에 도착한 두 사람의 눈이 크게 뜨였다.


“형, 오늘 무슨 날이야?”

“그, 그러게.”


평소 한산하디 한산한 베라크의 캡슐샵 앞이 엄청나게 붐볐던 것.

그 원인은 들어서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콩’과 싱크로율 게임 대결! 승리 시 상금 100만 원 지급!]


“이벤트 매치로구만?”


형이 중얼거렸다.


“그러게. 그것도 마침 싱크로율 게임이고.”


캡슐과 두뇌의 동기화율을 말하는 싱크로율.

이것이 높을수록 캐릭터가 딜레이 없이 잘 움직일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수치이자 고수와 초보를 가르는 중요한 수치!


“그리고 난 자신 있고.”


측정 방법은 게임 ‘아이데아’ 플레이.

사실 아이데아는 캡슐의 싱크로율을 측정하는 ‘측정게임’이었다.


“형.”

“응?”

“100만 원으로 뭐 할래?”


수아가 홀린 듯 경기장 쪽으로 향했다.


* * *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캡슐에서 나온 콩이 물을 마시며 경기장 주변을 살폈다.


‘올 때가 됐는데.’


그가 시덥잖은 이벤트 매치를 하게 된 것은 누군가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테르 유저라면 거부하기 쉽지 않은 자의 부탁.

그 때문에 이 자리에 있었는데, 막상 당사자가 나타나고 있지 않았다.


“뭐야? 키 작네?”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생긴 것도 별로고.”


이기적인 비율에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외모를 가진 미남.

그가 콩을 슬쩍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게임도 잘 못할 거 같고.”

“뭐?”


콩이 반응하자 그는 잘 생긴 얼굴을 최대한 찌푸리며 말했다.


“왜? 불만 있나?”

“하, 참.”


지금은 쉬는 시간.

굳이 이런 관심종자들 하나하나에 반응할 필요는 없었다.

콩이 무시하려 할 때였다.


“쫄리냐?”

“···!”

“아니면 한 판 붙든가.”


이게 정녕 자신에게 하는 말인 건가?

의심스레 쳐다봤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기분 나쁜 썩소를 짓고 있었다.


“···뭐, 한 번 붙어주지.”


결국 마시던 물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콩이 캡슐로 향했다.


“큭큭큭. 걸렸구만.”


깐족거리던 미남도 반대편 캡슐로 향했다.

금세 조용해진 캡슐 앞.


“저거저거, 서수아. 입 놀리는 거 하난 여전하네.”


유다는 걱정스러운 한 마디만 맴돌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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