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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스1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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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비스1
작품등록일 :
2020.02.21 00:18
최근연재일 :
2023.08.19 01:25
연재수 :
1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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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431
추천수 :
3,718
글자수 :
1,081,358

작성
21.05.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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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추천
13
글자
17쪽

2부 - 15. 미아 (1)

DUMMY

문제없이 다이브 했다는 로즈의 말을 듣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심해우주 멀미 때문이기도 했지만, 갑자기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 것 같았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전투 상황을 맞닥뜨린 라피스는 이제 괜찮다는 말을 듣자마자 찾아온 심한 몸살 기운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나는 앰버와 같이 라피스를 부축해서 내 선실로 향했다. 라피스를 침대에 눕힌 뒤 내가 간호하겠다고 하자 앰버는 날 흘겨보며 말했다.


"어딜 여자애랑 방에서 단둘이 있으려 그래? 내가 돌봐줄 테니 나가 있어."


"아니, 지난번에 앰버도..."


예전에 앰버는 내 방 침대를 쓰겠다고 찾아오지 않았냐며 대꾸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T4A가 방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며 말을 거는 바람에 말을 멈춰야 했다.


"대니, 함교에서 테니얼이 찾아요."


아쉽지만 나는 T4A와 함께 선실을 나섰다.


멀미 때문에 함교에 올라가기 전에 잠깐 식당에 들러서 레몬차를 만들었다. 두통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컵을 저으며 T4A에게 물어보았다.


"카엘리스티브에서 붙잡혔을 때 즈즈즈 하고 이상한 소리 낸 건 스피커가 고장 났던 게 아니었죠?"


"로즈님에게 우리 상황을 알렸죠. 잡혀있을 때야 혹시 누가 들을까 봐 딴청을 피운 거지만요."


"그럴 줄 알았어요."


나는 T4A의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함교에 올라가 보니 테니얼과 암디디는 심각한 표정으로 로즈를 바라보고 있었고, 로즈는 그 둘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갑자기 다이브 해야 하는 바람에 일단은 목적지 좌표를 모하비로 잡았어요."


"모하비에도 저항군이 있으니 괜찮겠지만... 다른 곳으로 가 보는 건 어떻겠소?"


"어디로요?"


"다른 저항군 기지 말이오."


테니얼의 대답에 로즈는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지난번에 들렀던 하말 행성계 근처에 있던 저항군 기지 좌표밖에는 몰라요."


"아니, 좌표는 내가 알고 있지."


테니얼은 주머니에서 작은 은색 반지를 꺼내 들었다. 반지의 익숙한 모양새를 보고서 나는 테니얼에게 물어보았다.


"그거 예전에 라비가 헤어지기 전에 줬던 거 아니에요?"


"그렇다네."


"무슨 기능이라도 있는 거예요?"


"이런 기능이 있지."


테니얼은 반지를 약지에 끼고서 로즈의 홀로그램 가까이 손을 뻗었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로즈의 홀로그램 빛을 받아들인 반지는 맞은 편에 있는 함교 벽에 푸른색 그림자를 투영했다.

로즈는 그게 뭔지 알았다는 듯 함교의 조명을 내렸고, 함교 벽에는 작은 항성계 지도와 길고 복잡한 문자열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로즈, '평행선'을 해독키로 해서 복호화 해줘요."


"알겠어요, 테니얼."


곧 벽에 비친 길고 복잡한 문자열은 곧 어떤 좌표 여러 개로 바뀌었다. 나는 그것을 가리키며 테니얼에게 물어보았다.


"저건 무슨 좌표에요?"


"아마도 저항군 기지 좌표일걸세. 저 중 어느 하나에 라비가 있을 테지."


테니얼의 말을 듣자 나는 그제야 라비가 테니얼에게 던진 마지막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생각이 바뀌면 찾아오라고 하던 그녀의 얘기는 의미 없이 허투루 던진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저항군 기지에는 왜 가려구요?"


"도움을 구하려고 한다네. 내가 프리머스라는 자를 붙잡았을 때 생각을 일부 읽을 수 있었어. 저들은 라피스처럼 과거에서 온 자들이야. 제국 본성과 연락을 취해서 자신들의 처지를 금방 깨달았지. 하지만 여전히 라그나로크가 제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계속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네."


"저들이 원하는 걸 줬잖아요. 우리를 계속 쫓아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프리머스라는 자가 말했었지. 그 상자 안에 있는 것이 라그나로크의 열쇠라고. 우리가 준 상자는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을 걸세."


"그놈은 라피스를 직접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어요. 라피스가 상자 속에 있었던 걸 알았다면 당장 붙잡았겠죠."


"저놈들은 라피스가 상자에 있었다는 걸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가 뭔가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할 거야. 그리고 만약에 정말로 라피스가 라그나로크의 열쇠라면... 저항군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이 더 낫지 않겠나?"


나는 대꾸하지 않고서 가만히 테니얼의 눈을 쳐다보았다. 테니얼도 내 의도가 뭔지 알겠다는 듯 조용히 나와 시선을 교환했다. 갑작스러운 침묵과 서로를 쏘아보는 내와 테니얼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인지 암디디는 우리 둘의 눈치를 보다가 조용히 T4A를 끌고서 함교 출입문 밖으로 향했다.


"암디디, 왜 그래? 난 지금 저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T4A는 암디디에게 항의한다는 듯 말했지만, 암디디는 억센 팔로 T4A를 붙잡고서 함교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로즈도 테니얼 손으로 향하는 홀로그램 빛줄기 하나만 남겨놓고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저항군을 찾아가자는 테니얼의 생각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나도 라피스를 보호해 주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저항군이나 라비를 썩 달가워하지 않던 테니얼이 갑자기 왜 태도를 바꾸었는지를 알고 싶었다. 라피스에 대한 테니얼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정말 라피스를 보호해 주고 싶어서인지,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이용해서 과거에 자신이 실패한 작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것인지 말이다.


테니얼의 의도가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자 마음 한 구석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대니..."


내 생각을 읽은 것이 분명한 테니얼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러자 함교 벽에 있던 지도와 좌표는 그의 손 움직임을 따라 천장으로 옮겨갔다.


"...솔직하게 말하지. 그 둘 다라네. 제국이 작정하고 덤벼든다면 우리가 그 소녀를 계속 보호할 수는 없어. 저들이 라피스의 정체를 모른다고 하더라도 라피스는 우리와 함께 있으면 위험할 게 뻔해. 동시에 나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다네. 도대체 라그나로크가 뭔지, 갑자기 예전의 사건이 왜 내 앞에 나타났는지..."


테니얼은 말꼬리를 흐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테니얼이 솔직하게 말하자 나는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었다. 라피스를 정말로 지켜주고 싶다면 우리와 함께 있으면 안 된다는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테니얼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럼 테니얼도 인정하는 거예요?"


"뭘 말인가?"


"지난번에 지고족 의회인가에 가서 들었던 예언 말이에요."


"어떤 것 말인가?"


"'그는 과거의 실패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잖아요."


"..."


"지금 테니얼도 알고 싶어 하잖아요. 왜 예전에 실패한 작전과 관련된 일이 지금 일어나는지 말이에요."


"...그 모호한 말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테니얼은 어떻게 생각해요?"


테니얼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대니, 이제 자네가 라비처럼 말하기 시작하는군."


"라비를 찾아가자고 한 건 테니얼이잖아요. 미리 익숙해진다고 생각해요."


테니얼은 대답 대신 빙긋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제야 분위기가 좀 누그러졌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함교 중앙에 로즈는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그녀는 우리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두 분이 잘 정리해서 다행이네요. 지금 다이브 한 목적지도 모하비이기도 하니, 일단 모하비에 들러서 보급을 하는 건 어떨까요?"


"왜요?"


"테니얼이 알려준 저 좌표는 더 깊게 다이브해서 오래 가야 해요. 그러기엔 산소나 음식이 부족할 거 같아요. 우리 배에 식구가 하나 더 늘기도 했구요."


테니얼은 로즈의 제안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로즈에게 물어보았다.


"모하비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한 일주일 내로는 도착할 것 같아요."


"그렇게 빨리요?"


"원래대로라면 한 달은 더 걸리겠지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다이브 시간이 예측보다 빨라져서요. 그걸 고려한 예상 시간이에요."


"어디 문제 있는 건 아니죠?"


"그렇지 않아요. 걱정해주니 기분은 좋네요."


로즈는 환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나도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우리 배에 있는 식구니까요."



***



모하비로 가는 동안 라피스는 심한 몸살과 열을 견뎌야 했고, 온종일 앰버나T4A가 번갈아 가며 간호를 했다. T4A가 간호를 하고 있을 때 가끔 내가 거들기도 했었는데, T4A는 내게 앰버가 자기더러 내가 오나 안 오나 감시하라고 했다며 다 일러바쳤다. 나중에 앰버에게 들켜서 혼쭐이 나긴 했지만...


가끔 암디디도 라피스가 있는 선실에 들렀다. 처음에는 화가 난 표정으로 라피스를 쳐다보며 서크서크 하며 중얼거렸는데, T4A의 통역으로 미루어보건대 라피스 때문에 계속 기절해 있어야 해서 기분이 안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카엘리스티브 행성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더니 라피스를 바라보는 암디디의 표정도 점점 누그러졌다. 아마도 갈 곳을 잃어버렸다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침대에 누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끙끙대는 라피스를 보며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갔다. 곧 그런 생각은 그녀를 지켜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종국에는 저항군이 그녀를 지켜줄 수 있다면 저항군에 가입을 해야 하나 하는 갈등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고민을 한다는 걸 테니얼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테니얼을 피해 다녔다.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모하비에 도착할 때까지 테니얼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테니얼도 몸이 좋지 않은 모양인지 선실에 들어가 두문불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라피스는 정신을 차렸다. 선실에 들러보니 그녀는 침대에 앉아서 앰버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T4A가 얘기 해줬어요. 앰버가 저를 계속 돌봐줬다고 말이에요. 오롯하게 선 높은 나무가 땅에 뻗은 깊은 뿌리만큼이나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카엘리스티브에서는 그런 표현을 쓰나 보네. 좀 낯간지러운걸."


앰버는 괜히 다른 곳을 쳐다보며 대꾸했다. 그러다 그 둘은 문가에 서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왜 또 얼쩡거리고 그래?"


"아니, 난, 그냥... 저기, 라피스가 정신을 차렸다길래..."


횡설수설하는 내 모습이 재미있는 모양이었는지 라피스는 킥킥대며 웃었다. 하지만 얼른 표정을 가다듬고서 내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고마워요. 대대대가 아니었다면 군인들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뿌리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부드럽게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향해 나도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앰버는 재미있다는 듯 날 가리키며 라피스에게 말했다.


"얘 이름은 대니인데."


"저도 들었어요. 하지만 대대대가 처음 소개받은 이름인걸요. 다시 이름을 소개해주세요."


라피스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며 내게 말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해주자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서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다.


"다시 소개 안 할래요. 그냥 대대대라고 불러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고, 앰버는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보며 미간을 좁혔다.


"얼씨구, 얘네들 보게?"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함교로 향했다. 계속 있었다가는 또 무슨 놀림을 받을 줄 알고.


일주일은 그렇게 흘러갔다.



***



세렌디피티호는 로즈의 예측대로 일주일 만에 모하비에 도착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하비 정크스테이션으로부터 1백 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도착했고, 그곳에서는 모하비와 모하비를 둘러싼 피난선들을 충분히 관측 가능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모하비나 피난선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다.


함교 모니터 곳곳에는 세렌티피티호 주변의 모습이 재처리된 이미지로 나타났지만, 모하비는 커녕 그 비슷한 것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우리는 당연히 레이더가 고장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T4A가 배 외부로 나가 레이더의 상태를 살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레이더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엉뚱한 곳에 다이브 아웃 한 거 아녜요?"


내 물음에 대답 대신 로즈는 으으음..하고 긴 신음을 뱉어냈다. 인공지능이 저런 소리를 낸다는 건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는 뜻이겠지. 로즈의 신음을 들은 T4A도 나름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T4A는 빠른 어투로 내게 대꾸했다.


"로즈님이 틀리실 리가 없습니다. 레이더가 잘못된 게 아니라면... 영상처리기가 잘못된 거 아닐까요?"


창조주를 대변하는 피조물이라니. 곁에 있던 암디디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한심스럽다는 듯 T4A를 쳐다보고 있다가 말없이 모니터 한 구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먼지 부스러기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잠깐만요."


로즈는 곧 그곳을 확대했다. 모니터에 묻은 먼지라고 생각했던 것은 곧 커다랗게 확대되어 이리저리 휜 거대한 철골로 바뀌었다. 그 철골 주위에는 또 다른 거대한 파편들이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큰 전함이 산산조각이라도 난 것처럼 무수한 파편이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그저 침묵만 지키고 있던 우리 중에서 다시 입을 연 것은 로즈였다.


"조난 신호가 들어오고 있어요. 연결할까요?"


"연결해 주시오."


테니얼의 지시가 있자마자 함교에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음산한 음성이 들려왔다.


"...다시 한번 반복합니다... ...여기는 UL-78-26-XL... ...모하비는... ...저주 받았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죠?"


"글쎄."


내 물음에 테니얼은 턱을 매만지며 대꾸했다.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 음산한 음성은 함교를 계속 떠돌고 있었다.


"...여기는 UL-78-26-XL... ....모하비는... ...저주 받았습니다... ...이 곳을 지나는 사람에게 경고합니다..."


"UL-78-26-XL은 여기서 2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에요."


테니얼은 기침을 몇 번 하고 나서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지시했다.


"천천히 접근해보지. 경로상에 문제는 없나?"


"부유하고 있는 고철이 많아서 외부 장갑에 공급되는 에너지 댐퍼의 양을 늘려야 할 것 같아요."


"에너지 댐퍼 공급을 15% 증가. 항해 속도를 통상의 25%로 설정. 무기를 예열하고 전방에 보호막을 10% 증가. 해당 좌표를 향해 전진하다가 50킬로미터 전방에서 조난 신호의 발신처를 추적하라."


"네, 알겠어요."


로즈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렌디피티호는 부유하는 고철을 헤치며 전진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이끄는 음산한 목소리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까이 가면 갈 수록 진로를 방해하는 고철 덩어리의 양은 많아졌다.


좌표로부터 50킬로미터 지점까지 접근했지만 보이는 것은 어지럽게 엉켜있는 고철뿐이었다. 그리고 함교를 떠도는 음산한 목소리에 낀 노이즈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발신처를 찾을 수 있겠나?"


"...찾았어요. 모니터에 띄웁니다."


로즈는 함교 전방에 있는 모니터를 가리켰고, 거기에는 어떤 거대한 물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공처럼 얽혀 있는 거대한 고철 덩어리였는데, 그 위에는 탑 같은 것이 삐죽하게 솟아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보아달라는 듯 곳곳에서 붉은색 불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저게 뭐죠?"


T4A는 탑처럼 보이는 구조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로즈는 화면을 확대하다가 '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T4A도 로즈의 비명을 듣고 놀란 듯 두세 발걸음 뒤로 물러났다. 나와 테니얼도 모니터에 나타난 것을 보고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카엘리스티브 행성에서 본 나ㅁ무처럼 여기저기로 삐죽삐죽 높게 솟아나 있는 탑 꼭대기에는 팔다리가 없는 메몬이 마치 끔찍한 형벌을 당하는 것처럼 쇠사슬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노이즈가 없이 또렷하게 들리는 구조 신호는 다시 한번 함교를 채웠다.


"이 근방을 지나는 모든 사람에게 알립니다. 모하비는 저주받았습니다. 위대하신 황제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과 모든 이들에게 속삭이는 분을 거스르는 자들에게 알립니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배우십시오."


나는 머리털이 함교 천장까지 솟는 것만 같았다.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저 탑 같은 곳에 매달린 메몬은 바로 모하비에서 소식을 전하던 연락선 관리소 파발마에서 일하던 메몬이었다.


내 예상이 맞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는 듯, 로즈는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 홀로그램 빛이 푸른색이었으니 원래 그녀는 푸른색으로 빛나긴 했지만, 지금 그녀는 정말 질린 듯한 표정이었다 - 나와 테니얼을 쳐다보며 말했다.


"구조 신호 발신처가... 바로 모하비가 있어야 할 자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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