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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ne sais quoi

용사가 성검을 들고 튀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김딸
작품등록일 :
2022.05.11 13:58
최근연재일 :
2023.01.2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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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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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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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그 마왕의 사정 07

DUMMY

[ ‘예’를 선택하셨습니다. ]


[ (영상 1) 데보트의 편린의 접속 자격을 확인합니다. ]


···


[ 용사 니키타 리겐스님의 접속을 환영합니다. ]


화아악-


시스템 창에서 터져 나온 새하얀 빛이 니키타의 전신을 감쌌다.


“읏-”


니키타는 두 눈을 질끈 감아 내렸다. 그와 동시에 바람결에 몸이 둥실 뜨였다.


‘억 내 눈!’


놀란 니키타가 눈을 떴다. 하지만 극심한 눈ㅃ, 아니 눈부심에 다시 감길 몇 번. 생리적인 눈물이 조록조록 떨어졌다.


무형의 힘은 니키타를 폭신한 무언가에 앉혔다.


니키타는 주위를 경계했다. 시야가 돌아온 그의 눈에 비친 경관은 의자가 놓인 검은 방이었다. 니키타가 앉아 있는 곳이 바로 그 의자였다. 의자의 앞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천 같은 게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니키타는 폭신한 의자 등받이와 팔 받침대를 꾹꾹 눌러보았다. 허벅지 위에는 간이 책상처럼 보이는 나무판자가 있었다. 그 위에 고소한 냄새가 나는 하얀 물체가 담긴 컵과 빨대라고 하던 긴 막대가 꽂힌 컵을 보며 니키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팝콘과 콜라는 무료로 제공됩니다. ]


콜라는 음료수이니 빨대가 꽂혀 있는 컵이겠고,


‘이게 팝콘인가?’


니키타가 새하얀 꽃처럼 보이는 것과 얼룩덜룩 갈색처럼 보이는, 역시나 꽃 모양을 한 것이 뒤섞인 컵을 들었다.


킁킁-


‘냄새는 괜찮은데.’


니키타는 조심스레 그 둘을 집어 입에 넣었다. 하나는 짜고 하나는 달아서 그런지 감칠맛이 느껴졌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식감이 좋았다.


‘맛있네.’


니키타는 무에라도 끌린 듯 팝콘을 여러 차례 집어 먹었다.


그때 방 안이 더 어두워지더니 하얀 천 위로 글씨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 상영 모드 ON ]


[ 앞 좌석을 발로 차지 마시고, 옆 사람과 떠들지 마십시오. ]


[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통신석 전원을 꺼주시기 바랍니다. ]


[ 예법이 사람을 사람되게 만듭니다. ]


[ 즐거운 관람 되시길 바랍니다. ]


[ ON AIR ]


파라라라락-


책장이 넘어가는 모습이 소리와 함께 생생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 한 페이지에 멈춘 책 위로 귀염뽀짝한 2-3등신 정도 되어 보이는 인형들이 나왔다.


“저는 현재 마계로 불리는 마법 왕국의 초대 왕 세르비스입니다.”

“저는 세르비스의 처, 마법 왕국의 초대 왕비 페리나입니다.”

“저는···.”


인형극처럼 등장인물들이 주루룩 나와 인사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 (영상 1) 데보트의 편린 ]


세르비스 원년.

수도 우베르


[ 수도 우베르는 현 마계의 수도입니다. ]


니키타는 천의 밑부분에 뜨는 자막을 보며 팝콘을 씹었다.


아작-


***


세르비스는 역사상 대제로 기록된 자의 여덟째로 태어났다. 그의 어미는 대제의 후처이자 두 번째 황후로서, 바로 손위 형제를 제외한 여섯의 형제는 전(前)황후의 소생이다. 전황후는 여섯째를 낳다 명을 달리했다.


세르비스 출생 후에도 황제는 여러 명의 아들을 두었고, 그가 세상을 떠날 때쯤. 나라는 13개의 왕국으로 찢어졌다.


각 왕국으로 뿔뿔이 흩어진 형제들은 10여 년간 평화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이는 곧 제국의 옛 광명을 잊지 못한 장남의 선전포고로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장남의 손속은 잔인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찌감치 장남의 밑으로 들어간 넷째의 수완이 그러했다. 이에 형제들은 서로 뜻이 맞는 이들의 손을 잡아 동맹을 맺었다.


세르비스가 페리나를 왕비로 맞이한 건 그 일환이었다.


페리나의 아비, 전황후의 셋째 아들은 배다른 동생 세르비스를 동경하면서도 두려워했다. 마검사인 세르비스가 형제 중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세르비스가 자신을 죽이지 못하도록 페리나를 세르비스의 마도 왕국으로 보냈다. 페리나는 자신의 딸 중 가장 아름답고 현명한 여인이었다.


페리나는 제 아비의 명으로 선물이란 뜻의 붉은 리본 머리에 달고서 무수히 많은 지참금과 함께 제 나라를 떠났다.


세르비스와 페리나는 처음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고, 역사에 길이 남을 세기말의 사랑을 나눴다.


그 사랑의 증표로 세르비스는 페리나에게 모든 독을 무효화 할 수 있는 영구 마법이 걸린 반지를 선물했고, 페리나는 마검사인 세르비스를 위해 마검을 만들어 선물했다.


“.אֹהַב”


[ 나의 사랑 ]


“.תָּם”


[ 나의 연인 ]


이는 대대로 각각 집안의 후계자와 며느리에게 물려 내려오는 가보가 되었다.


아작- 아작-


쪼로로록-


인형들이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던 니키타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저 반지.’


미니 세르비스가 미니 페리나에게 끼워주고 있는 반지는 제이드(玉, 옥)로 만들어진 쌍가락지였다.


행여나 못 알아볼까 걱정이라도 된 것일까?


시스템은 친절히 반지와 마검을 실물 모습으로 확대해주었다.


니키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반지. 지하실 여자 손에 있는 그 반지 맞지?’


천 앞으로 다가간 그는 반지에 새겨진 각인과 자막을 번갈아 보았다.


페리나가 선물로 받은 이 반지가 당시 유행하던 반지일 가능성도 있으니 억축할 수는 없지만. 만약 성검이 마검이었고, 이 반지가 방금 세르비스가 페리나에게 준 반지가 맞다면,


‘이게 왜 우리집 지하에?’


마도 왕국의 후손이 제국으로 건너온 건가?


니키타는 아공간에서 성검과 미라 사진을 꺼내 서로를 한참 대조해보다 자리에 앉았다. 동시에 화면이 격변했다. 전쟁이 한창인 영상이었다. 마검은 세르비스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들려있었다.


[ 세르비스 사후 300년 ]


영상은 거기까지였다.


막이 내린 무대 위로 미니 세르비스와 페리나를 필두로 한 등장인물들이 나와 니키타를 향해 인사했다. 마지막 등장인물인, 마검을 들고 있던 정체불명의 사내까지 인사를 마치자 인위적인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짝짝짝짝짝-


붉은 커튼이 쳐진 화면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 뒤로 시스템 자막이 하나둘 줄을 지어 올라왔다.


[ To be continue... ]


[ 이어 보시겠습니까? ]


[ 예 / 아니오 ]


[ ‘예’를 선택하였습니다. ]


[ 자격 조건을 확인합니다. ]


[ 용사 니키타 리겐스의 상영 자격이 부족합니다. ]


[ 상영 모드를 종료합니다. ]


[ 본 영상은 다른 파티원에게도 공유됩니다. ]


[ ON AIR ]


붉은빛이 꺼지며 방 안이 환해졌다.


[ OFF THE AIR ]


니키타는 환해진 방 안에서 턱을 괴었다. 그리고 얼마간 있었을까. 어느새 현실로 돌아온 니키타가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의 손에 반쯤 남은 팝콘과 콜라가 들린 채였다.


그런 니키타를 본 김한빈과 강서준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팝콘 통을 쥐었다.


야, 너도?


“···으응.”


너도


고대어 할 수 있어.


***


[ 퀘스트 진행률 ( 25.8 / 100 )]


“그럼 정리해보자.”

“일단 마검은 성검인 걸로 추측.”


정황상으론 맞아떨어진다고 보임.


“여기 이 여자가 끼고 있는 쌍가락지는 세르비스가 페리나한테 선물해준 거거나, 당시 유행했던 그런 반지거나.”


정황상으로는 이것도 페리나 왕비의 쌍가락지 같지만.


“감정 스킬 없냐?”

“있어도 사진상으로 보이는 거엔 안 떠.”

‘그걸 네가 어떻게 암?’


강서준이 눈으로 묻자 김한빈이 어깨를 으쓱였다.


“얘 부관이 감정 스킬 있었어.”

“편하겠네.”


강서준은 귀환석을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던 과거사를 잠시 떠올렸다. 감정 스킬만 있었어도 시간이 확 줄었을 텐데.


“우리 지금 감정 아티팩트도 없어?”

“있어도 사진에는 안 통한다니까.”

“아니 너 잊어버린 거 같은데···. 이거 반지는 지금 우리한테 있어.”


아···.


니키타의 집 지하에 있던 건 들고 왔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김한빈은 반사적으로 니키타를 보았다.


“그럼 페리나가 너희 집 조상이셔?”

“글쎄요.”


니키타는 선조가 누군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안다하더라도 3대에서 5대까지 알 뿐. 못해도 800년 전까지는 훌쩍 올라가야 하는 족보까지 무슨 수로 외우고 있겠는가.


“아니 우리도 다 아는 건 아닌데 유명한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


이 사람들은 유명해 보이니까, 하고 덧붙인 김한빈의 말에 니키타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유명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편이지만 마도 왕국의 초대왕은 저희 선조가 아닙니다.”


오히려 마도 왕국은 그대로 마계로 이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어 그럼···.”


주섬주섬 아공간에서 마왕 족보를 꺼내든,


“그게 지금 왜 거기서 나옵니까?”

“내가 쌔벼, 아니 ···가져왔으니까?”


에헷-☆


뒷머리를 긁적이며 윙크를 한 강서준이 혀를 내밀었다.


그가 척 봐도 마계성의 보물 창고에 고이 모셔놔야 할 것 같은 비주얼의 –분명히 그리 있었으리라- 족보 책을 턱- 하니 내려놓았다.


“어어 여기 있다 세르비스 페리나.”


그런 강서준을 보며 니키타는 누군진 모르겠으나 이 XXX의 뒤를 이은 마왕이 짠해졌다.


작가의말

공모전 기간동안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용성튀는 저의 생업으로 인해.. 정식연재가 되지 않는 이상 


비정기로 연재됩니다. 


염치불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୧(´ᴗ`)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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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4장 그 마왕의 사정 10 23.01.26 8 0 9쪽
33 제4장 그 마왕의 사정 09 22.10.10 8 0 10쪽
32 제4장 그 마왕의 사정 08 22.07.05 16 0 12쪽
» 제4장 그 마왕의 사정 07 22.06.18 20 0 9쪽
30 제4장 그 마왕의 사정 06 22.06.17 17 0 10쪽
29 제4장 그 마왕의 사정 05 22.06.16 13 0 10쪽
28 제4장 그 마왕의 사정 04 22.06.15 14 0 11쪽
27 제4장 그 마왕의 사정 03 22.06.09 17 0 10쪽
26 제4장 그 마왕의 사정 03 22.06.08 15 0 9쪽
25 제4장 그 마왕의 사정 02 22.06.07 12 0 10쪽
24 [ 제4장 그 마왕의 사정 ] 22.06.06 15 0 10쪽
23 제3장 그 용사의 사정 11 22.06.04 17 0 11쪽
22 제3장 그 용사의 사정 10 22.06.03 16 0 11쪽
21 제3장 그 용사의 사정 09 22.06.02 15 0 9쪽
20 제3장 그 용사의 사정 08 22.06.01 15 0 9쪽
19 제3장 그 용사의 사정 07 22.05.31 16 0 10쪽
18 제3장 그 용사의 사정 06 22.05.30 17 0 10쪽
17 제3장 그 용사의 사정 05 22.05.28 29 0 10쪽
16 [ 제3.5장 그 제국의 사정 ] 22.05.27 17 0 11쪽
15 제3장 그 용사의 사정 04 22.05.26 16 0 12쪽
14 제3장 그 용사의 사정 03 22.05.25 21 0 10쪽
13 제3장 그 용사의 사정 02 22.05.24 28 0 11쪽
12 [ 제3장 그 용사의 사정 ] 22.05.23 27 0 9쪽
11 제2장 재회 04 22.05.21 25 0 12쪽
10 제2장 재회 03 22.05.20 29 0 9쪽
9 제2장 재회 02 22.05.19 28 0 11쪽
8 [ 제2장 재회 ] 22.05.18 27 0 9쪽
7 제1장 그 용사 후임의 사정 06 +1 22.05.17 34 1 11쪽
6 제1장 그 용사 후임의 사정 05 +1 22.05.16 36 1 10쪽
5 제1장 그 용사 후임의 사정 04 22.05.14 3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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