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옛노을 님의 서재입니다.

욕망의 게임 (Game of Desir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옛노을
작품등록일 :
2020.10.12 19:01
최근연재일 :
2020.11.07 19:14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54
추천수 :
10
글자수 :
119,608

작성
20.10.18 18:13
조회
19
추천
1
글자
12쪽

새로운 세계 - 3 -

DUMMY

음식물 쓰레기도 이런 냄새는 안 난다. 코가 순식간에 마비될 정도로 지독한 냄새. 모두 숨을 참았다.

우리 앞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시체 더미라도 있나? 이러다 토하겠네.


"둘 다 내 등에 올라타게! 여기서 벗어나야 하네!"


다급하게 외치는 돌란의 등에 연희 씨가 올라탔다. 저 등에 둘이 타긴 좁으니 나는 정찰대 중 제일 체구가 큰 갸르의 등에 올랐다.


"바위산으로 돌아간다. 전력을 다해 달리도록!"

"상황 설명 좀!"


우리는 왔던 방향으로 다시 달렸다. 내 질문에 나를 태운 정찰대원이 답을 주었다.


"바로 저 냄새입니다. 백만 향의 정원에 사는 모든 종족이 저걸 맡을 때마다 살육을 벌였습니다."

"여기까지 냄새가 퍼진 적은 없었다네. 저 썩은 내가 점점 멀리 퍼지고 있나 보군. 이러다간 정원이 남아나질 않겠어."


우지끈하고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냄새가 나는 방향이었다. 또 하나가 쓰러졌다. 하나 더, 또 하나 더.


정원에 사는 누군가가 미쳐 날뛰는 거겠지. 아니면 전쟁이거나.


공터의 위치가 갸르의 바위산과는 거리가 있어 아직은 안전하다. 하지만 며칠 뒤에는? 나는 돌란에게 소리쳤다.


"돌란, 본거지를 옮겨야 하지 않겠어요? 저게 바위산까지 도달하면...."

"나도 그러고 싶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지? 만약 다른 장소를 찾았다고 해도 저게 계속 퍼지는 이상 언젠가 마주하게 될 거야."

"역시 전부 태워야 해!"


당신은 가만히 있어 봐. 그런 말은 도움이 안 된다고!


속마음과 달리 나는 연희 씨를 달래며 다음 일을 생각했다.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포수말벌의 위치.

다른 하나는 저 냄새의 근원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 돌란에게 물었다.


"말벌집을 발견했을 때, 저 냄새는 안 나던가요?"

"당시 정찰대의 말로는 달콤한 벌꿀 냄새뿐이라고 했네. 그놈들도 생각이 있다면 자기네 본거지에 저 냄새를 풍기지 않겠지."


하지만 돌란 스스로 바위산에서 말했듯이 포수말벌 종족과 이 난리 통이 연관되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들도 냄새를 맡았단 얘기가 된다. 근데 이사까지 할 정도로 멀쩡하다? 다른 종족은 눈을 뒤집는데?


어디 탐정 없나. 제발 도움 좀 받고 싶은데.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되겠어."


욕망 카드 하나 얻기 정말 힘들다.

목표는 백 장. 이래서 어느 세월에 다 모으지?

속이 새까맣게 탄다.


한참 생각에 잠겨있다가 고개를 들었을 땐 정찰대가 바위산에 도착해 숨을 고르고 있었다. 도착할 때까지 계속 머리를 굴려도 답이 없었다. 휴식이 필요한가. 연희 씨가 다가와 오늘은 쉬자고 얘기했다.


돌란은 바위산 동굴 중 빈 곳에 자리를 내주었다. 연희 씨는 자기 머물던 곳이 있다며 먼저 들어갔다. 나는 꼬마 갸르가 안내한 널찍한 동굴에 상점에서 구매한 침낭 하나를 깔고 누웠다.


오늘은 쉽게 잠들긴 힘들 것 같다.



***



우리 집.

활활 타오르는 우리 집.

소방차, 경찰차, 구급차.

피를 토하는 비명.

누가 낸 소리지?

구경꾼들인가, 나인가.


집에서 누군가 나왔다.

불이 붙었으나 비명을 내지르는 것조차 못한다.

나는 손을 뻗으며 달려갔다.


그리고....


"혜성 씨, 괜찮아요? 일어나봐요!"

"어, 예? 뭡니까?"


한동안 꾼 적 없는 꿈이었다. 아침부터 기분 나쁜 시작이라니. 놀란 연희 씨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내 몸은 식은땀투성이였다.


"악몽을 꿨네요. 어제 맡은 냄새가 어찌나 고약하던지 꿈에서도 나오네!"

"정말 그것 때문이에요?"


그렇게 인상 찌푸리며 보셔도 말 안 해줄 겁니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니까. 아무리 연희 씨처럼 좋은 사람이라도 이런 깊은 얘기는 할 필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저런 얘기를 들려줘서 뭐 어쩌게? 동정이라도 받아? 그건 이미 지긋지긋할 정도로 느끼며 살았다. 그걸 깨부수고 내 삶을 돌려받기 위해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고.


"전 괜찮아요. 그것보다 무슨 일 있어요?"

"돌란이 불러요. 대책 회의를 연다고 하네요."

"그래요? 그럼 바로 가죠."


먼저 나가려는 나를 연희 씨가 제지했다.


"그 전에 씻고 오세요. 바위산 뒤쪽으로 좀 들어가면 폭포가 하나 있으니까. 여기 꼬마가 안내할 거예요."


그녀의 발 앞으로 나선 꼬마 갸르. 등에 세로로 흰 줄이 두 개 그어진 아이였다. 어제 날 여기로 안내한 꼬마구나.


"절 따라오세요!"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엄청나게 귀여워 절로 웃음이 터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오물을 뒤집어쓴 기분이었는데. 인간이란 참 단순한 생물이다.


"하지만 느려서 답답해. 이리 와 봐. 넌 방향만 알려주렴."

"알겠습니다!"


대답 시원한 게 맘에 드네. 나는 꼬마 갸르를 품에 안고 달렸다. 어차피 씻을 건데 땀을 더 흘리더라도 빨리 가서 씻는 게 낫지. 그나저나 얘 털 좀 봐라? 아우, 포근해라.


"제 또래 중에선 제일 윤기가 흐르는 털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일한 장점이죠!"


와, 이게 돌려 깐다는 건가? 대단한 녀석일세.


꼬마 갸르와 만담을 나누는 사이 폭포가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맑은 강에 도착했다. 아이 어른 할 거 없이 많은 갸르들이 물장구를 치거나 몸을 담그고 있었다. 꼬마 갸르도 내 품에서 벗어나 강에 뛰어들었다.


"이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 현실 세계에선 절대로 맡지 못할 거야. 공기 좀 가져가서 팔아버릴까?"


잠깐 멍청한 생각을 해봤다. 규칙상 여기에 속한 것은 절대 현실 세계로 나가지 못하니까. 욕망 카드를 쓰면 가능한지는 시험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여기 공기를 가져가서 그 썩은 내를 다 밀어낼 수 있다면 좋겠네. 아니면 공기통 몇 개라도 구해서...."


잠깐, 밀어내?

생각 하나가 머리를 스쳐 갔다.


나는 그 자리에서 물속으로 뛰어들어 몸을 간단히 씻고 바위산으로 돌아가 대책 회의 장소에 뛰어들었다.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들어온 나는 "유레카!"를 외쳤다.


연희 씨를 제외하고는 이해 못 하겠지, 이거?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났어요? 그렇다면 빨리 말해줘요. 우리 지금 아무 생각도 안 나니까!"

"냄새를 해결할 방법은 생각났어요. 일단 상점에 들러야 합니다. 같이 가요."

"알겠어요. 돌란, 정찰은 계속해주세요. 특히 냄새가 어디서 퍼지는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원 전체를 돌아주셔야 해요."


그 말에 다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힘들겠지만 열심히 달려주세요. 문제 해결은 나와 연희 씨에게 맡기시고!


나와 연희 씨는 곧장 상점으로 향했다. 라즈로는 어제와 변함없는 복장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여행은 즐거우셨습니까?"

"즐겁다 못해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포인트 상점 열어주세요.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그것참 좋은 소식이군요. 이리로 오십시오."


세 사람은 욕망 목록이 있던 오른쪽 방이 아니라 왼쪽의 계단 위로 올라갔다. 2층 전체가 포인트 상점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체력 및 정신 회복 용품 몇 개와 간단한 식량을 챙기셨죠. 꽤 다급한 표정인데, 오늘 찾으시는 상품은?"

"공기통. 아니면 그걸 대체할 다른 아무 물품이라도 좋습니다. 당연히 있겠죠?"

"그럼요. 개인실에서 구매하시겠습니까?"


지금은 우리 셋밖에 없다. 보안이고 뭐고 필요 없지. 내가 거절하자 노인은 가장 가까이 있는 1번 자리로 우릴 데려갔다.


자리마다 제목이 공란인 책, 깃펜, 잉크가 하나씩 놓인 독서대가 있었다. 나는 잉크를 찍은 깃펜으로 제목에 '공기통'이라 적었다. 그리고 책을 펼치니 입체적인 그림이 나타났다. 그래, 이건 팝업 북이었다.


"그냥 공기통은 쓸모없어. 프리미엄 공기통은 또 뭐야? 그냥 양이 더 많을 뿐이잖아. 흠, 산소만 들어 있는 건 패스."

"이런 거 들고 냄새 속으로 뛰어들게요?"

"아뇨. 지금 찾으려는 건 비상용으로만 쓸 겁니다."


냄새의 근원지로 다가간다는 건 거기서 미쳐 날뛰는 다른 녀석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들을 피해 잠입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전투는 필수 불가결.


"그러니 많이 사야죠. 프리미엄 공기통 몇 개 사고 기동성 뛰어난 소수 정예를 꾸려서...."

"안 돼요. 많이 사면 뭐합니까? 싸우다 공기통에 구멍이 나면요? 계속 새 공기통으로 갈아 치울 수는 없잖아요."


그 방법엔 한계가 명확하다. 그러니 위급한 상황에 사용할 가장 쓸만한 공기 공급 수단을 몇 개만 구매하고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아, 찾았다. 이거면 되겠어요."


[소라크제 방독면


등급 : C


<정보>


유명한 방위산업체 '소라크'에서 내놓은 최신 방독면.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맞춤형 마스크, 단순한 오염물질부터 마법적인 독기까지 거르는 초고성능 필터, 비상용 초소형 공기 공급 캡슐까지! 이것이 만능 그 자체!]


"이거 상당히 비싼데요?"

"작전은 제게 맡기시고 연희 씨는 물자 공급을 맡아주세요. 계산, 부탁합니다."


나는 허리를 숙이며 정중히 부탁했다. 연희 씨는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몇 개가 필요한지 물었다.


"저희 두 명에 제일 재빠른 갸르 두 마리까지, 네 개요."


돌란은 우리가 실패할 시 그의 종족을 안심시키고 대피시켜야 한다. 그게 한 종족의 수장으로 적합한 역할이지. 달려드는 건 의뢰를 받은 우리가 한다.


내 의견을 들은 연희 씨는 바로 결제하고 방독면을 받았다. 우린 상점을 나와 돌란에게 최정예 갸르 두 마리를 추천받았다.


"이 두 녀석이 제일 강하고 재빠른 갸르일세."

"라사입니다."

"헤카이입니다."


둘이 남매라고 한다. 라사가 누나, 헤카이가 남동생. 가족이라니 합이 잘 맞겠군. 믿음직하다. 연희 씨가 내 팔을 툭 쳤다. 두 눈에 의문이 가득하시네.


난 연희 씨의 두 팔을 잡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연희 씨, 당신이 우리 작전의 핵심입니다."

"네?"

"저번에 채굴더지에게 폭발 기술을 쓸 때, 폭발의 세기를 조절하시더군요. 제가 먼저 겪은 두 번의 폭발과 마지막 폭발의 수준이 정말 다르던데, 맞죠?"


연희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힘을 모으고 집중하는 만큼 위력이 강해진다고. 나는 그 기술에 관해 상세한 질문을 했다.


"폭발이 일어나는 부위나 폭발의 방향도 조절할 수 있나요? 팔에서만 폭발을 일으키거나 정면이나 위로 폭발한다거나."

"그건 더 많은 정신력이 필요해요. 결론적으로는 가능한데, 그건 왜요?"

"냄새는 공기를 타고 퍼지잖아요? 연희 씨가 정면으로 폭발 기술을 사용해 발생하는 충격파로 그걸 날려버릴 겁니다."


연달아 쓰면서 빠르게 근원지까지 돌파한다. 정신력이 부족해지면? 정신력 회복 패치를 덕지덕지 바르면 된다.


"절 너무 험하게 다루시는데요...."

"금방 끝날 겁니다. 자기 자신을 믿어주세요!"


그렇게 울상을 지으셔도 소용없습니다. 결심이 무너지지 않게 내 감정을 시멘트로 단단히 굳혀 놓았다고. 난 지금 굉장히 차갑고 계산적인 남자야.


"예전에 바다에서 기어 나오는 연체 괴물들 상대할 때 연속으로 쓴 적은 있는데, 으으, 너무 힘든데."

"다른 방법 떠오르시면 얘기하세요. 들어줄 테니까."

"나쁜 사람! 작전은 자기에게 맡겨 달라고 해놓고!"

"틀린 말은 아니잖습니까?"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폭발 아가씨.

나는 반응하지 않고 돌란의 정찰대가 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 여기서 맞이하는 두 번째 밤. 정찰대 일부가 도착했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은 광기 들린 놈들에게 당했다고 한다.


다른 갸르들이 슬픔에 빠진 사이 정찰대의 보고를 들은 우리는 욕망 앱의 지도를 열어 냄새가 퍼진 경계를 선으로 그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퍼지는 정도가 달라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선을 그려 완성된 도형의 중심부로 접근하면 뭐가 나오긴 하겠지.


준비는 끝났다. 작전 실행은 내일 아침 해 뜨자마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욕망의 게임 (Game of Desir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흑마술사의 도시, 데드사인 - 4 - 20.11.07 10 0 14쪽
20 흑마술사의 도시, 데드사인 - 3 - 20.11.02 12 0 14쪽
19 흑마술사의 도시, 데드사인 - 2 - 20.11.01 12 0 13쪽
18 흑마술사의 도시, 데드사인 - 1 - 20.10.30 15 0 12쪽
17 하수도의 대장장이 - 4 - 20.10.29 15 0 13쪽
16 하수도의 대장장이 - 3 - 20.10.28 14 0 12쪽
15 하수도의 대장장이 - 2 - 20.10.26 15 0 12쪽
14 하수도의 대장장이 - 1 - 20.10.25 14 0 12쪽
13 진범은 누구인가 - 5 - 20.10.24 14 0 13쪽
12 진범은 누구인가 - 4 - 20.10.23 14 0 13쪽
11 진범은 누구인가 - 3 - 20.10.22 19 0 12쪽
10 진범은 누구인가 - 2 - 20.10.21 16 0 13쪽
9 진범은 누구인가 - 1 - 20.10.20 16 0 13쪽
8 새로운 세계 - 4 - 20.10.19 17 1 12쪽
» 새로운 세계 - 3 - 20.10.18 20 1 12쪽
6 새로운 세계 - 2 - 20.10.17 23 1 12쪽
5 새로운 세계 - 1 - 20.10.16 27 1 12쪽
4 뛰어들다 - 4 - 20.10.15 28 1 13쪽
3 뛰어들다 - 3 - 20.10.14 33 1 13쪽
2 뛰어들다 - 2 - 20.10.13 36 1 13쪽
1 뛰어들다 - 1 - +6 20.10.12 85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