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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시대에서 사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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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3.11.1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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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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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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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BM

DUMMY

16.


“형이 여긴 웬일이야?”


“왜긴. 민족대명절 추석에 동생 얼굴 보고 싶어져서 왔다. 그나저나 그거... 술이냐?”


장영권이 장영주의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투를 보고 가리켰다.


“어? 아. 응. 술 맞아. 소주. 아하하...”


“... 너 술 마셔도 되는 거냐? 간에 무리 가는 거 아냐?”


“아... 어... 각성자 됐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의사선생님도 조심하면 조금은 괜찮댔어. 아하하.”


“... 그래, 뭐. 네 몸이니까 네가 더 잘 알겠지. 그래도 적당히 마셔라. 너까지 아버지처럼 되면 형 밤에 잠 못 잔다.”


“응. 조심할게. 그보다 형, 살짝 추운데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 그래.”


덜컹. 덜컹. 덜컹.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냉장고에 소주를 쟁여넣는 장영주.


장영권이 배아라에게 인사를 건넸다.


“영주 아내분 되시죠? 제수씨 성함이?”


“배아라입니다.”


“아라 씨구나. 반가워요. 영주 형 장영권입니다. 결혼식 땐 못 가서 미안해요. 제가 그 땐 미국에 있었어가지고.”


“괜찮습니다. 아주버님.”


배아라가 데면데면하게 답했다.


딱히 낯을 가려서는 아니고 장영주랑 둘이 하는 술자리를 방해받아 살짝 심술이 난 것 뿐.


장영주가 소주 다 넣고 돌아오자 배아라는 슬금슬금 장영주의 옆에 붙었다.


“어. 형. 기다렸지?”


“아냐. 제수씨랑 인사하고 있었어. 그나저나 영주 너 뭐 하고 지냈냐? 파파야는 아직 잘 다니고 있고?”


“아하하. 아냐. 파파야는 진즉에 때려쳤고, 지금은 아라랑 같이 사업해.”


“사업? 무슨 사업?”


“들어도 모를걸? 우리 동네 용사라고 게이트 공략 앱이야.”


“우리 동네 용사?”


장영권이 흠칫했다.


“형 알아?”


“알지. 아다마다... 아니. 내가 뭔 짓을 한 거야. 하마터면 우리 막내 밥그릇 뺏어 먹을 뻔 했네.”


“무슨 말이야?”


“사실은 말이다...”


장영권은 한 달 전 양파마켓에서 있었던 회의를 이야기했다.


MAU대비 낮은 DAU.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구조. 게이트앱과 하이퍼로컬 서비스의 융합.


이야기를 듣던 장배부부는 동시에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게이트 공략 서비스랑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융합한 길드 시스템이라... 그거 나왔으면 우리 진짜 위험했겠네.”


“그래. 내 제안이 유야무야 흐지부지돼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내가 너랑 제수씨 볼 면목이 없을 뻔 했다. 미안하다.”


“아냐아냐. 뭐가 미안해. 형은 형 일 한 건데. 그나저나 한국엔 언제 돌아온 거야?”


“두어 달 전 쯤.”


“미국에서 원래 하던 건?”


“짤렸어. 정확히는 투자자들 마음 돌리려고 총대 메고 사퇴했지. 우리가 하던 사업은 항공시장이 가장 중요한데, 너도 알겠지만 지금 미국 항공사업은 개판났잖냐.”


장영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영권의 사업 아이템은 ‘항공용 가스터빈 블레이드의 실시간 3D 온도 맵핑’으로, 간단하게 비행기 운행을 좀 더 안전하고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세계 항공시장 1,2위를 다투는 곳이 미국인만큼 투자도 많이 받고 실리콘밸리에서 상당히 주목받으며 쭉쭉 성장했지만 게이트 사태 이후 각성자들의 등장하면서 미국 항공사업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백날 금속탐지 해 봐야 사람 하나하나가 폭탄으로 변해버린 시대였으니까.


실제 테러 사건은 단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한 번이면 충분했다.


“하긴. 지금 미국은 테러 위험 때문에 국내선도 잘 안 탄다며?”


“그래. 사실 민간비행기보다 전투기에 더 많이 쓰이는 기술인데도 투자자 다 빠져나가더라. 미국 항공사업은 거의 좀비판이나 다름없어.”


“지금 미국에선 TYSY가 유행한다던데, 아직도 항공사업은 전망이 나쁜가요?”


TYSY. Train yourself to save yourself.


미국 대통령 도널드 맥의 발언으로 유명해진 각성자 능력 키우기 운동이었다.


한국은 고사하고 미국 내에서도 몇몇 주에서나 유명한 단어였기에 장영권이 놀랍다는 듯 배아라를 쳐다보았다.


“오. 제수씨 미국에 대해 잘 아시네요. 한국에서 TYSY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을 텐데.”


“아... 그게...”


“아하하. 형. 아라 되게 똑똑해. 나 고등학교 때 아라 한 번도 못 이겨 봤어. 동점은 있었어도.”


“정말? 이야... 영주 얘 어린 시절 부터 천재 소리 신동 소리 듣던 앤데, 제수씨 미인이신 줄만 알았는데 지성까지 갖추셨네요. 대단하세요.”


“... 과찬이세요. 야. 쪽팔리게 그런 말 좀 하지 마.”


배아라가 얼굴이 빨개진 채 장영주의 허리춤을 팔꿈치로 쿡 찔렀다. 장영주는 그저 웃었다.


“뭐. 제수씨 말대로 항공시장 전망이 좋아지긴 했어요. 근데 그건 TYSY때문은 아니고 항공사에서 탑승인원 줄이고 항공편 고급화해서 그런 거고, 저가형 비행사들은 아직까지도 죽을 맛이죠. 미국에서 돈 벌려면 여행자보험 만들라는 말도 있고요.”


“... 그렇군요.”


“네. 오히려 TYSY에 민감한 건 우리 동네 용사처럼 게이트 공략 시장이죠. 그래서 말인데...”


잠시 뜸을 들이는 장영권.


그가 수염을 매만지며 이야기를 이었다.


“영주야. 너랑 제수씨가 먼저 길드 시스템 시작해 보는 건 어때?”


“우리가? 길드를?”


“그래. 혹시라도 양파마켓에서 만들기 전에 너희가 먼저 만들어서 선점하는 거야. 우리 동네 용사도 결국은 지역사회 기반의 ‘매칭’ 어플이잖아?”


장배 부부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처음 우리 동네 용사의 기획은 ‘만남어플’이기도 했으니까.


“매칭이 그 자체로 돈이 되는 경우는 사실상 셋밖에 없어. 섹스랑 마약, 그리고 도박. 하지만 너희들 방향성은 그런 게 아니잖아.”


“그치.”


“그렇다면 거기서 멈추면 안 돼. 돈을 벌려면 단순히 ‘매칭’에서 끝낼 게 아니라 ‘관계’의 영역에도 손을 대야지. 유저들 입장에서 매칭은 언제든 손 뗄 수 있지만 관계는 그렇지 않거든.”


“하긴. MC의 인의지(仁義智)만 봐도 그렇지. 과금모델이 거의 군비 증강급인데 소속감 때문에 못 빠져나오니까.”


“바로 그거야. 역시 영주 넌 말이 통한다니까.”


양파에서 본인이 했던 말을 그대로 듣게 되자 호쾌하게 웃는 장영권.


그가 웃음을 멈추고 한 마디 더했다.


“그리고 너랑 제수씨. 엑시트 노리고 있지?”


엑시트(exit).


스타트업에서 사업을 매각하고 빠지는 행위다.


“응.”


“그럼 더더욱 길드 해야 돼.”


“왜?”


“우리 동네 용사는 BM이 약하니까.”


BM. 비즈니스 모델.


간단하게 돈 나오는 구조.


장영권의 한 마디가 장배부부의 정곡을 찔렀다.


“뭐. 게이트 관련 앱들이 전반적으로 다 그렇지만 우리 동네 용사는 특히 심해. 직접 써 보고 하는 말인데, 너희 유저수 모은다는 일념 하에 광고도 안 달았고 농장모드에 과금요소도 없지?”


“... 응.”


“제수씨. 투자자 모집에 열내지 않는 것도 최대한 지분 방어하면서 사업 매각하려 그러는 거죠?”


“... 네.”


실리콘밸리에서 먹은 짬이 어디 안 간다는 듯 두 사람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장영권.


그가 냉철한 어투로 이야기했다.


“영주야. 엑시트를 목표로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야. 실제로 미국에서는 엑시트 목적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도 굉장히 흔하니까. 하지만 이건 알아야 해. BM이 약한 사업은 절대로 비싼 값으로 엑시트 못해.”


“...”


“세상 대기업들이 얼마나 악독한지 알아? BM이 약한 기업을 인수할 땐 다 같이 담합해서 현금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 특히 너희처럼 투자금 안 모으고 엑시트만 노리는 기업은 더 땡큐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은행빚까지 지면 더 땡큐고. 그렇게 너희가 버티고 버티다 못해 죽겠다 싶을 즈음 적선하듯 인수의 손을 내미는 거야. 당연히 말도 안 되는 헐값으로.”


“... 길드가 BM이 될까?”


“광고 안 단 너희에게 즉각적인 BM으로 성립하진 않을 거야. 솔직히 나도 당장 떠오르는 BM은 없어. 하지만 ‘매칭’을 넘어 ‘관계’에 포커스를 맞춘다는 건 충분한 힌트가 되겠지.”


“...”


“그리고 이거 하나는 명심해. 우리 동네 용사는 지금 구조로는 무조건 엑시트 전에 말라죽어. 어떻게든 돈 나오는 구석을 만들어야 비싼 값에 넘기고 엑시트할 수 있는 거야. 죽빵만 봐도 알잖아. 단순히 유저 모으기를 넘어서 수익구조가 확실해야 한다고.”


죽빵.


‘눈 감았다 뜨면 코앞에!’라는 캐치프레이즈와 미사일배송으로 유명한 E-커머스 기업이자 몇 년 동안의 시설투자로 적자만 봤지만 확실하게 BEP전환에 성공한 기업이다.


“... 오랜만에 만난 동생한테 내가 너무 진지한 얘기만 했네. 미안하다.”


“아냐아냐. 형 말 꽤나 도움 됐어. 조언 고마워.”


“그래.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난 슬슬 가봐야겠다.”


장영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벌써 가게? 하루 자고 가지.”


“나 신혼부부 뜨밤 방해할 정도로 눈치없는 사람 아니다. 그리고 추석인데... 아버지 산소도 들렀다 와야지.”


“...”


“슬슬 가마. 제수씨도 잘 있어요. 영주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들어가세요. 아주버님.”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요. 다음에는 연락하고 올게요.”


짧은 인사를 마치고 사라지는 장영권.


다시금 둘만 남은 장영주와 배아라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장영주가 먼저 실없이 웃어버렸다.


“하하. 미안. 영권이 형이 올 줄 몰랐네. 쫌 불편했지?”


“아, 아냐. 뭐. 불편할 것도 없고... 오히려 좋은 조언 해 주고 가셨으니까.”


“그러게. 역시 미국 물 먹으면 다른가? 나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아.”


“... 그치. ‘우리’보다 확실히 한 수 위였어.”


“...”


“...”


꽤나 오랜 시간 말이 없는 두 사람.


먼저 침묵의 장막을 깬 건 장영주 쪽이었다.


“... 아라야.”


“... 응.”


“아까 영권이 형이 말했던 거, 돈을 벌려면 단순히 ‘매칭’에서 만족할 게 아니라 ‘관계’의 영역에도 손을 대야 한다. 이 말 어떻게 생각해?”


“... 맞는 말이야. 게임사의 경우만 봐도, 좋은 게임이라도 완전 새로운 게임을 계속 내는 것보다는 시리즈를 내거나 한 게임을 운영하는 게 훨씬 돈이 되잖아. 어떻게 보면 게임사와 게이머간의 관계를 이용하는 거지.”


“그치?”


“그렇지.”


“... 우리 술은 다음에 먹을까?”


“... 그러자. 나도 술 생각 다 사라졌어. 그보단 BM얘기나 하자.”


BM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열정이 충전된 장영주와 배아라.


두 사람은 밤새도록 게이트앱, BM, 관계 중심 서비스 등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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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첫날밤 +2 23.11.27 1,341 60 12쪽
14 13화. 양파마켓 +2 23.11.26 1,339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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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피봇 +3 23.11.15 2,117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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