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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요리 배우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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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참새
작품등록일 :
2023.12.04 19:15
최근연재일 :
2023.12.1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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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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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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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인터뷰 2

DUMMY

아침부터 든든한 국밥을 한 그릇 먹고 돌아와 아침을 준비하는 과정, 요리하는 모습까지 찍고서 마지막 남은 인터뷰를 위해 회의실 하나를 잡았다.


의자 하나를 중간에 두고서 삼각대 위에 얹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자세를 취했다.


"긴장하지 마시고, 카메라가 없다 생각하시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렇게 의식 하지 않으셔도 되요."


"네. 카메라를 보면서 말하는게 처음이라서요."


"이해합니다. 따로 너튜브같은 걸 하지 않으신 분들은 처음 서보면 거진 다 어색해하시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인물이 좋으신데요? 따로 안꾸며도 얼굴에 빛이 나는게 카메라 그림도 잘 삽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가벼운 농담으로 의자에 앉은 백 숙수의 긴장을 살짝 풀어주고 입가에 계속 띄고 있었던 미소를 지워 비즈니스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직업 인터뷰를 할 때면 당신이 하는 그 일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하는게 옳고 웃으며 하는 인터뷰는 진지한 자리를 장난스럽게 망쳐놓는 태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닳고 닳은 어른들보다 학생들이 가장 먼저 눈치챈다.


PD의 뜻을 눈치챈 그도 진지한 태도로 돌아가 카메라 밑에 앉아있는 PD를 주시했다.


"요리사란 직업은 어떤 직업이고 현재 하시는 일과 관련해서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요리사란 식재료의 상태, 맛, 향 등의 성질을 이해하고 그 식재료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입맛에 맞는 건강한 음식을 대접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온도와 요리방법, 다양한 식도를 가지고 조리하며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변하느냐를 공부하는 동시에 조리 시, 변화하는 모든 상태를 내 앞의 음식이 그 사람에게 독인지 약이 되는지 알아야겠죠. 저는 150년 전통을 가지는 한식 요리점에서 일하며 여전히 건강을 공부하고 있는 한식 요리사 백 진입니다."


"한식 요리사라면?"


"말 그대로 한국 음식을 요리하는 사람입니다. 저희처럼 평범한 집밥을 요리하는 곳도 있고 옛 궁중음식, 전통음식을 살려 전문으로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꽤 어렸을 적부터 요리를 시작하셨다고 들었는데, 현재 이 일을 시작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저 같은 경우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일찍부터 시작한 경우입니다. 아버지께서 요리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 어릴 적, 그러니까 유치원 다닐 때부터 칼을 들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위험한 일이었기에 부모님 속이 많이 탔을 겁니다. 하하. 제 요리를 드신 분들의 반응을 보는게 좋아 소꿉장난처럼 시작했던 일이 지금까지 이어오게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요리를 알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드니 아직 지칠 새도 없군요."


말이 조금 길어지자 끊어가자는 말과 함께 카메라가 멈췄다. 종업원이 들고온 수정과로 마른 목을 축이며 카메라를 돌려봤다.


말의 빠르기, 말하는 모습으로 봤을 때 이대로 가도 상관없다는 듯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잠시 목을 가다듬음 다음 바로 계속 이어갔다.


"하루 일과는 대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당담하는 분야마다 다릅니다. 그중에 제가 속해 있는 주방담당은 10시까지 출근해서 오늘 들어온 재료의 변동사항 등을 확인하고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2시까지 끝내고 2시간 휴식 후, 다시 저녁을 보내죠. 저녁 8시 30분에 퇴근해 나머지 시간에는 저같은 경우 신메뉴에 도전해보거나 공부를 하는 편입니다."


"일을 하며 가장 힘들고 지칠 때는..."


틈틈히 쉬어가면서 대답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 조금 안 되는 시간이 금방 지났다. 정작 방송에 나가는 것은 10에서 15분 정도라는데 이렇게까지 많이 질문하냐 했더니 TV에 송출되는 것이 그 정도였고 홈페이지에 따로 올라가는 것은 그보다 더 긴, 삼십 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혹시 잘못된 것은 없나 카메라를 돌려보면서 재확인 작업을 거치고서야 인터뷰가 완전히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접 만드시는 장면으로 끝내겠습니다."


"지금 주방이 바빠서 자 혼자 요리하는 장면을 찍기 곤란한데 따로 요리해도 되겠습니까?"


"네. 상관없습니다. 일하는 장면은 영상 들어가는 화면으로 잠깐 나오는 거라 오히려 혼자서 요리를 하시는 그 장면 연출이 살짝 필요해서요."


"아하, 그런 거라면야. 괜찮다면 저희가 점심으로 먹을 면 요리로 하겠습니다."


"저희야 좋죠."


당장 인터뷰를 진행했던 이곳이 요리까지 할 수 있는 장소라 책상 하나만 옆으로 치우자 완전한 주방이 되었다. 간단하게 생긴 주방과 찬장을 열자 보이는 각종 요리기구에 살짝 감탄하며 기구들을 구경했다.


밀가루, 애호박, 김치를 가져오는 사이에 향신료와 조미료가 가득한 찬장 촬영을 마쳤다.


"잘 돼 있네요. 저희 집 주방이랑 바꿨으면 좋겠네."


"괜히 차지하는 가짓수가 많아 관리가 힘들어 매일 청소하느라 바쁩니다. 그래도 직원분들이 심심할 때 만들어 먹을 공간으로 유지는 하고 있는데, 사장님 입장에서는 이런 곳까지 시간을 들이는 것도 비용이라서요."


"직원 휴게실 같은 개념이군요."


구석에서 어린아이만한 반죽용 나무 도마를 꺼내 밀가루를 손바닥으로 비벼 발랐다.


괜히 대충 발랐다가는 나무 도마에 반죽이 눌어붙어 반죽하는데 기분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제대로 반죽이 안 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고. 중력분에 박력분을 살짝 섞어 중간이 움푹 파인 화산모양으로 부었다.


그중간에 물을 붇고 소금을 조금 넣어 면의 간을 살짝 맞추고 바로 치대어 반죽을 시작했다.


손으로 진득하게 묻어오는 시기를 지자 물로 겉면만 젖어 뭉쳐있는 밀가루 덩어리 들을 손가락 끝으로 하나씩 계속 풀어주며 반죽을 하다 보면 찢어지는 결이 보이던 반죽들이 한 점으로 똘똘뭉쳐 잘 부푼 찐빵의 모양으로 잡혀간다.


손반죽이 오래 걸린다는 것쯤은 옛 손짜장집에도 자주 들리고 촬영을 하며 붙은 경험상 잠깐 한눈을 팔았는데 이미 둥그런 반죽을 늘리고 있었다. 손으로 대충 늘어 뜨리는데도 끊어짐 없이 녹은 치즈처럼 쭉 늘어난다.


"이야, 반죽이 엄청 빠르시네요. 못해도 삼십분은 걸릴줄 알았거든요."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은 하루종일 하기 위해 힘을 분배해 일정한 시간을 가집니다. 저는 이번 한 번만 전력으로 해도 되니 그분들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죠."


다른 선배들의 체면을 세워주는 말을 하는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전력을 쓰더라도 저 정도로 하기 힘든 것도 맞다.


의자에 앉아 가끔 카메라를 들여다보는 촬영감독도 범상치 않은 실력에 넋을 놓고 구경하는 것을 본다면 말이다.


면을 뽑기 전에 프라이팬에 기름을 붓고 애호박을 씻어 잘라 넣어 약한 불에 올린 다음 약간의 소금과 간마늘 만으로 간을 맞췄다. 애호박의 물기가 떨어지며 치이익- 하고 끓어 오르는 소리를 즐기며 반죽을 나무 방망이로 길게 길게 늘이기 시작했다.


달라붙지 않게 밀가루를 손끝으로 뿌리고 넓게 펴 바르는데 손바닥과 면이 스치며 나는 사악- 사악- 하는 소리가 어쩐지 정겹다.


"익숙하다 했는데 칼국수...죠?"


"네. 반죽에 들어가는 것은 살짝 다를지언정 면을 내는 과정은 같습니다. 길게 늘린 쪽으로 접어 적당히 두껍게 자르면 칼국수, 짧게 늘린 쪽을 접어 손톱크기로 자르면 도삭면, 기계로 얇게 뽑아내면 소면이죠."


"칼국수로 비빔면을 하는건 조금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최대한 짧게 잘라보려 합니다."


반죽을 소면처럼 얇게 못 빼고 두껍게 처리한 이유가 사람이 직접 얇게 자를 수고를 들여 일일이 자르는 시간에 굵게 잘라서 먹는게 더 좋기 때문인데, 그것을 굳이 거스르면서 얇게 잘라봐야 쫄면까지는 될 것 같은 회의감이 들었다.


쫄면의 면발에 비빔장이 잘 어울려도 PD의 취향이 소면이었던 탓이다.


그래도 요리사니까 지켜보긴 하겠는데.


"칼은 이렇게 길이가 짧고 면이 넓은 것으로 준비합니다. 밀가루를 두 세번 도포해서 들러붙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 이렇게 잘라주면."


자세를 잡고 손목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작은 감탄이 인다.


한번 부드럽게 층층이 접힌 반죽으로 들어갔나 나오면 거진 굵은 샤프심 굵기로 떨어져 옆에서 쌓였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정한 굵기로 칼에 묻은 밀가루 분진과 함께 계속 떨어진다.


젊은 나이임에도 유치원때부터 시작했다는 경력은 절대 무시할 것이 못됨을 알았다. 빠르게 자르면서도 칼에 밀가루가 다 떨어져 나가 검은색 면이 살짝 보이자마자 칼을 빼고 다시 정성스럽게 바르는 섬세함도.


면이 얇게 떨어지는 시간이 끝나고 빠르게 냄비에 물을 올렸다. 살짝 탈듯 말듯 노르스름해진 애호박 볶음을 나무숟가락으로 쑤석거리니 군침을 돌게 하는 냄새를 풍겨댔다.


재료도 간단한 별것 없는 볶음에 뱃소리를 내는것도 오랜만이었다. 반죽과 저정도의 칼 실력을 따라 할 순 없어도 나머지는 그냥 눈으로 보고 따라해도 무방할 정도여서 집에서 충분히 해먹을 수 있을것 같다.


"맛있는 냄새군요."


"충분히 익었는데 한번 드셔 보실래요?"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옆에있는 수저통에서 개인 젓가락과 접시를 꺼내 한 조각 집어 맛봤다. 간마늘과 소금, 애호박만 들어간걸 직접 봤음에도 다양한 맛이 난다는 것에 놀란다.


입꼬리를 올리며 촬영감독 입에도 하나 넣어주자 역시 비슷한 얼굴이 되었다.


"인터뷰 때 말한 재료의 차이를 최대한 살린 겁니다. 어때요?"


"그냥 맛있네요."


다른 말이 나올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미식가도 아닌데 맛있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백 숙수가 씨익 웃으며 끓는 물에 면을 모두 집어 넣어 불을 최대로 해 삶았다. 물이 끓어 오를 기미를 보일 때마다 찬물을 한컵씩 집어넣으며 면의 익힘 상태를 확인하다가 젓가락으로 집어 살짝 흐를 정도가 되어서야 바로 찬물에 집어넣었다.


채반에 충분히 헹구고 새로운 커다란 냄비를 꺼내 삶은 국수와 양념들을 그대로 털어 넣기 시작했다.


"혹시 양념장에 들어가는 재료들 따로 방송에 나와도 상관없습니까?"


"그럼요. 저도 요리책에서 보고 안 거라. 하하하."


고춧가루, 식초와 매실청 반숟가락, 참기름, 고추장, 설탕, 볶은 참깻가루를 털어넣고 비닐장갑을 끼고 조물이기 시작했다.


고소한 참기름냄새에 촬영감독님이 결국 카메라를 꺼버리고 다가왔다.


"그릇에 한 접시씩 담아 드릴 테니 김치랑 호박볶음이랑 같이 드시면 됩니다."


"잘먹을게요."


일전에 양식이나 일식 식당에서 배려를 받아 식사했을 때보다 훨씬 간단하고 가벼운 점심이었다.


그러나 빨간 면 위에 애호박볶음을 올려 한입 하는 순간부터 헛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면을 반죽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진 페스트푸드와 다를 바 없는데 고소함의 극의를 보여주는 깊은 맛에 젓가락으로 면만 계속 건져댔다.


별다른 말없이 후루룩 소리와 시원한 김치를 씹는 소리만 울려 퍼지기 몇 분, 세 명은 어느새 빨간 양념만 남긴 빈 그릇을 바라봤다.


그 와중에 백 숙수도 아쉽다는 표정으로 있다가 두 명의 눈치를 살짝 봤다.


"좀 더 만들까요?"


"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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