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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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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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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2
글자수 :
258,503

작성
14.01.2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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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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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글자
9쪽

하북팽가(河北彭家) 1

DUMMY

후르륵.


뽀얀 국물에 소면이 소년의 입으로 거침없이 빨려들어간다. 소년는 눈 앞에 소면이 세상에 둘도 없는 음식인 것처럼 정신없이 입 속으로 빨아들였다.


"화아! 맛있다."


어느세 국물까지 다 마신 소년은 만족감에 미소를 지었다.


"맛있느냐?"


"앗!"


옆에서 들려온 음성에 소년은 순간 자신의 추태를 깨달았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아니다. 여기 화화객잔(譁話客棧)의 소면은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차리지 못하게 할만큼 훌륭하지. 나도 처음엔 너와 같았다."


죽립을 쓴 사내는 소년을 달래며 자신 몫의 소면을 입으로 가져갔다.


사형제로 보이는 사내와 소년은 사내가 소면을 다 먹자마자 값을 치루곤 화화객잔 밖으로 나왔다.


"거.. 아니, 사, 사형."


죽립의 사내 뒤를 졸졸 쫓아 가는 소년이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사내를 불렀다.


"왜 그러냐?"


소년의 음성에 사내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바라봤다.


"저, 저기. 저희는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요?"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내는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소년을 동반인으로 데리고 나온 건 좋은데 출발하고 사흘이나 될때까지 목적지를 설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너에게 그것을 설명하지 않았구나. 미안하다."


"아, 아닙니다."


사내의 사과에 소년은 얼굴이 붉어졌다.


"우리가 지금 가는 곳은 하북이다."


"하북이면 저, 정확히 어딜?"


"팽가."


그 말을 하며 사내는 몇일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창천..."


창천이란 말을 듣는 순간 검천의 얼굴이 굳었다.


창천. 천외천의 일원 중 가장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신비인으로 꼽히는 이다. 오로지 검천과의 결투를 통해 천외천에 이름을 올렸으며 그를 만난 자도 검천이 유일했다. 무림맹도 사황성도 천마신교도 모두 그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결과는 창천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사실밖에 없는 신비인 중 신비인이다.


그런 그를 지금 제갈효는 검천에게 찾아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검천으로선 그 의중을 짐작할 수 없었다.


"이유가 무엇이오?"


이유가 타당하면 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검천께서도 인정한 것과 같이 노부는 조사단을 아무리 보낸다 해도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소. 비천 대협과 자웅을 겨루는 살천(殺天)이 나선다 하더라도 말이오."


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때문에 이번일이 생기자 노부는 이렇게 생각했소. '분명 천외천 한명이라면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두명이라면? 그리고 그 중 한명이 비천과 살천의 눈조차 피할 수 있는 자라면?'"


"...!"


"그렇소. 창천은 무려 오년간 본맹과 사황성 그리고 천마신교의 눈을 그것도 비천과 살천의 눈을 피해 은거하고 있소. 그 뜻은 창천도 최소 비천과 살천에 대등한 추적술과 은신, 잠입술을 익히고 있다는 의미가 되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렇지 않고선 비천과 살천이 오년 동안이나 창천을 찾아내질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노부는..."


"창천을 나서게만 할 수 있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거기다 또다른 천외천인 나까지 합세한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게다가 그 천외천이 한 때 무림의 이름 높은 해결사였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으신 것이오?"


"바로 그것이오."


"결국 맹주가 하고 싶은 말은 '창천을 찾아 혈사의 배후를 추적하고, 실종된 조사단을 찾아내라.' 이 말이군."


검천에게 말을 빼앗겼지만 제갈효의 얼굴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하지만 창천이 어디있는 줄 알고 창천을 찾아 끌어들일 수 있단 말이오?"


검천의 말 속에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듯 했지만 제갈효는 그 안에 담긴 의구심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이라면 문제 없소. 얼마전 드디어 창천이 있는 곳에 대한 단서를 찾았소."


"단서?"


"정확히는 단서를 가진 사람이라 해야겠지요."


"그게 누구요?"


"노부의 청을 들어주신다면, 말씀해 드리겠소. 어떻소? 하시겠소?"


"음..."


검천은 팔짱을 끼고는 생각에 빠졌다. 제갈효의 말이 터무니 없는 이야기 같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일리가 없는 말도 아니었다.


'창천을 찾는다라... 오늘밤 꾼 꿈이 이걸 의미한 것이었나?'


잠깐을 생각에 빠져있던 검천은 상념에서 벗어나며 제갈효를 향해 물었다.


"가능성은 있는 것이오?"


"도박이나 다름 없소. 하지만 지금으로선 노부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오."


'도박이라...'


확실히 도박이었다. 창천을 찾을 단서가 있다고 해도 창천이 나설지도 알 수 없고 나선다 해도 사황성이나 천마신교가 비천의 실종을 눈치채기 전에 실종된 비천

과 조사단을 찾아내고 또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혈사의 배후를 알아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었다.


'뭐,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검천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좋소!"


"고맙소!"


검천의 승락에 제갈효는 고개까지 숙이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비록 그가 무림맹주라곤 하지만 무림에서의 위치는 천외천의 위에 있을 수 없었다. 때문에 검천의 승락은 제갈효로서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검천은 그걸 알기에 정중하게 제갈효의 감사를 받았다.


"그럼, 그 단서를 가진 사람이 누구지?"


"아, 그렇지. 그는 하북..."


"...잠깐!"


하북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검천은 순간 제갈효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설마 그 단서를 가진 이가 팽가의..."


검천의 목소리 안에는 제갈효와의 대화에서 처음으로 감정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그 감정은 자신의 짐작이 틀렸음을 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제갈효의 말은 그의 바람음 져버렸다.


"맞소. 그는 하북팽가의 가장 위대한 무인이오."


들어난 검천의 얼굴에 낭패감이 들어났다.


===


"팽가요?"


소년 아니, 성은 팽가라는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하북팽가(河北彭家).


무림에 속한 자라면 모를 수 없는 도의 명가로서 가문의 절기인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와 그것을 10성으로 익힌 무림백대고수 도황(刀皇) 팽무쌍의 세가로 유명하다.


그러나 당대 팽가는 단순히 그러한 말로 표현될 수 없고 단, 하나의 단어만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천하제일문(天下第一門).


팔대세가(八大世家)를 발 밑에 두고 구파일방(九派一幇)을 눈 아래로 둘 수 있는 유일한 문파에게 주어지는 이름. 당대 팽가는 수백년이레 최초로 그 이름을 차지했다.


"하, 하지만 그곳은..."


성은 덜덜 떨리는 음성을 내뱉으며 사내, 아니 검천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검천이 팽가에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나도 안다."


검천은 그런 무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묵묵히 답했다.


검으로 천의 이름을 얻은 검천. 정사마를 불문하고 천의 이름을 얻은 이들은 어딜가나 높은 대우를 받으며 존경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검천은 딱 한 곳에서 만큼은 환영받을 수 없는데 그곳이 바로 하북팽가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를 따진다면 팽가의 무인 중 한명과 검천의 사이가 너무나 좋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무림백대고수도 한수 접고 들어가는 검천이지만 하필 그 무인은 팽가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무인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가 있기에 호사가들은 무림백대고수 중 무려 셋을 보유한 무당파(武當派)를 제치고 오직 도황 팽무쌍 한명밖에 보유하지 못한 팽가를 팔대세가는 물론이오 구파일방 전체 위에 놓을 정도고 천하를 자유롭게 누비던 검천에게까지 묵언의 금제를 가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팽가에 직접 찾아가게 되다니 사람일은 알 수 없다는 말이 너무나 공감되고 있었다.


"하아..."


검천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로서는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일년에 몇번 없는 일이었다.


"저... 사, 사형... 괘, 괜찮으신가요?"


아직 사형이라는 말이 입에 붙질 않는지, 더듬더듬 거리며 성이 검천을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괜찮다. 자, 가자."


검천은 그런 성에게 슬적 미소를 지어주곤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성도 그런 검천을 따라 마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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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검도일도(劍刀一賭) 2 +3 14.01.29 4,134 124 8쪽
8 검도일도(劍刀一賭) 1 +6 14.01.28 4,689 131 9쪽
7 하북팽가(河北彭家) 4 +7 14.01.27 4,317 123 13쪽
6 하북팽가(河北彭家) 3 +4 14.01.26 4,199 117 10쪽
5 하북팽가(河北彭家) 2 +2 14.01.25 4,469 122 10쪽
» 하북팽가(河北彭家) 1 +2 14.01.24 5,749 128 9쪽
3 검천출두(劍天出頭) 2 +2 14.01.23 7,156 171 7쪽
2 검천출두(劍天出頭) 1 +5 14.01.22 9,999 190 10쪽
1 서장(序章) +2 14.01.22 9,713 18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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