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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님의 서재입니다.

천외천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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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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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8,503

작성
14.01.2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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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글자
10쪽

하북팽가(河北彭家) 2

DUMMY

마을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경공으로 몸을 날렸다. 이는 제갈효가 검천이 무림맹을 나설 때 남긴 당부 때문이었다. 이 덕분에 검천과 무성은 겨우 사흘만에 무림맹과 팽가의 중간지점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한 시진 쯤을 달렸을까 검천은 등 뒤에서 따라오는 성의 목소리가 거칠어 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헥, 헥."


성 나름대로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한다고 소리를 낮추고는 있었지만 누구보다 예민한 귀를 가진 검천에겐 다 들렸다. 결국, 검천은 경공을 멈추고는 묵묵히 뒤를 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등 뒤에는 무성이 땀을 뻘뻘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힘드냐?"


"아, 아닙니다!"


검천의 질문에 성은 호기롭게 외쳤지만 이미 겉으로 다 들어난 것을 부정한다고 부정되진 않았다. 솔직히, 검천의 경공을 한 시진이나 따라 온 것만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이쯤에서 쉬었다 가자."


"아, 아닙니...!"


손사래를 치다가 성은 혈도를 타고 부드럽게 흘러 들어오는 기운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그 기운은 한계에 다다른 성의 몸 속 구석구석까지 퍼지며 흡수되기 시작했다.


"기운이 다 흡수되기 전에 운기조식을 취해라. 몸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말에 성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아깝군.'


그간 성을 보면서 검천이 내린 평가였다.


나이는 이제 겨우 열일곱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닌바된 내공은 나이에 맞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내공만 따진다면 절정고수에 가까웠다. 아무래도 역시 죽은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리라. 그러나 그 외의 분야는 무림맹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에 불과 했다. 게다가 그 성격이 너무 소심해서 그 무공조차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신검문의 무공을 홀로 계승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자 검천의 입가엔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신검문(神劍門). 무림인이라면 아니, 최소한 검의 길을 가는 자라면 모를 수 없는 정파의 명문검파였다. 문도 수는 다 합해서 50명이 전부였지만 대대로 무림백대고수를 배출해내었고 문도 한명한명이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십년 전 신검문을 눈에 가시로 여기던 사황성의 계략에 문주였던 황금신검(黃金神劍) 황인호가 생을 달리하면서 멸문의 길을 걷고 말았다.


죽은 신검문주와 절친한 사이였던 검천은 당시 남림을 여행 중이었기에 신검문의 멸문을 막지 못한 것이 빚으로 남았다. 하여, 신검문의 살아남은 제자를 찾아 백방으로 돌아다녔고 몇달 전, 마지막 남은 신검문의 제자가 사부가 죽은 후 무림맹에서 하인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 마지막 남은 제자가 바로 성이었다.


성의 존재를 알아낸 검천은 그 길로 무림맹에 식객으로 들어가 성을 시종으로 들여 옆에 두고 관찰했다. 생을 달리한 친구를 위해 신검문의 마지막 제자를 확인하고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헌데,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성의 모습은 검천의 생각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비록 소심함이라는 장벽 때문에 그 재능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성의 재능은 그가 아는 신검문의 역사상 제일이었다. 황금신검이 살아있었다면 충분히 그의 뒤를 이어 무림백대고수에 이름을 올릴만한 재능이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검천은 성을 무림맹 밖으로 데리고 나오기로 결심했다.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살 수 있도록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무공이란 낭중지추(囊中之錐)와도 같아 숨긴다고 숨겨지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특히나 재능이 있는 이가 익히고 있을 경우에는 더욱이 그러하다.


지금이야 성의 나이가 어리고, 그 성취가 뛰어나지 않기에 다른 이들의 눈에 들어가지 않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난다면 이전 무림의 역사가 증명하 듯이 성이 가진 신검문의 무공을 얻기 위해 접근하고 위협하는 이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 때 과연 성이 그것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검천은 적어도 그 때의 결과를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옆에서 성을 지원할 생각인 것이었다.


동문이 아닌 그가 성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이런 것 밖에 없었다.


동문이 아닌 그가 성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이런 것 밖에 없었다.


"후우..."


일각 쯤 지나자 성이 드디어 운기조식을 끝내고 눈을 떴다. 그냥 눈을 떴을 뿐인데도 성은 몸 상태가 최상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와!"


성은 회복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며 연신 감탄성을 내뱉었다. 운기조식으로 몸이 회복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처럼 몸이 완벽하게 회복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대협."


"사형..."


"예, 예! 사형!"


몸이 완벽하게 회복된 성의 얼굴엔 피로감은 사라지고 미소가 어려있었다.


"자, 가자."


"네!"


두 사람은 다시 경공을 펼치며 길을 따랐다.


===


도황 팽무쌍.


도로서 무림백대고수에 들어 도황이라는 영예로운 이름으로 불리며 백대고수 중 셋을 보유한 무당파를 제치고 당금 천하제일문으로 불리는 하북팽가의 가주다. 그는 몇 일전 자신 앞으로 온 서신으로 인해 골머리를 싸메고 있었다.


"으..."


탁상에 놓인 서신을 보고 또 보며 팽무쌍은 머리를 쥐고 끙끙거렸다.


"내가 잘못 본거겠지...? 그렇겠지?"


팽무쌍은 그렇게 자신을 위안하면서 다시금 서신을 읽어 내려갔다.


서신의 내용은 이랬다.



[친애하는 하북팽가주 팽무쌍에게.

신록이 푸르른 이 여름. 팽가주를 본지 꽤 오래되

었다는 것이 생각나 이렇게 서신을 보내오.

노부가 그동안 일이 밀려 가주께 인사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을 용서하시오. 또한 이렇게 몇달만에

서신에서 가주께 부탁을 해야 함을 용서하시오. 사

과의 표시라 하긴 부끄럽지만 노부가 얼마전 좋은

차를 구해 이렇게 선물로 동봉하오.

다름 아니라. 요근래 일어나는 의문의 혈사들에

대한 조사에 필요한 물품을 귀가의 무사 한분이 가

지고 있어 그 물품을 수령하기 위해 그의 오랜 지기

이신 맹의 객 한분을 보내게 되었소. 비록 귀가에

실례가 될지 모르나 신경써주어 일이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오.

그럼, 후에 또 연락하겠소.


무림맹주 제갈효 배상.]



"으..."


서신을 다시 한번 읽은 팽무쌍은 다시금 머리를 쥐어싸멨다. 벌써 100번은 더 읽었지만 내용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이 서신에 적힌 내용은 심부름꾼을 보내니 잘 챙겨달라는 것으로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하지만 팽무쌍이 처음 서신을 읽었을 때 그는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서신의 찍힌 인장의 등급이 특급이었던 것이다.


그도 요즈음 일어나고 있는 혈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부름꾼을 보내는데 특급이라는 등급의 서신이 왔다? 십년전 사황성과 천마신교의 백대고수 중 넷이 한판 붙었을 때도 각파에 보내진 서신의 등급은 일급이 전부였다. 그런데 특급? 뭔가 이상했다.


이런 의구심이 들자 팽무쌍은 팽가의 군사로 저 청해에서 초빙해 온 운리소요를 불러 서신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서신을 읽자마자 운리소요의 얼굴이 창백해 지더니 벌벌 떠는 음성으로 팽무쌍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이 서신은 틀림없는 특급이 맞습니다. 아, 아니 이 내용이면 특특급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운리소요의 설명에 팽무쌍은 서신을 보낸 제갈효가 눈 앞에 있다면 당장이라도 도를 휘두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운리소요의 설명은 이러했다.


-이 서신에서 맹주는 본가의 무사 중 한명이 괴사를 조사하는데 필요한 물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를 보면 맹주께서 일개 무사를 공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본가에서도 맹주인 만통지황에게 공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가주님

이나 이미 은퇴하신 원로분들 뿐입니다. 가주, 생각나는 사람 없으십니까?


이 말을 들었을 때 팽무쌍은 한 사람이 생각나면서 등꼴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운리소요는 설명을 계속했다.


-아마 가주께서도 저와 같은 분을 생각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길 보시면 맹에서 보내는 객이 그분과 오랜 지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주께서도 아시다시피 그분은 지기라고 할 만한 분이 거의 없으십니다. 특히 제가 알기론 무림맹의 객 중에 그분의 지기는 한분도 계시지 않습니다.


팽무쌍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딱 한분, 지기는 아니나 악우라고 할 수 있는 분은 계십니다.


그 말을 할 때 운리소요의 얼굴은 팽무쌍이 그를 알고 지낸 20년 중 그 어떤 때보다도 굳어져갔다. 그리고 운리소요의 다음 말을 들었을 때, 팽무쌍의 얼굴은 그와 똑같이 변했다.


-맹주께서 말하시는 객은 검천이십니다. 그리고 지금 본가로 오고 계십니다.


천외천이 움직였다. 그리고 팽가로 온다. 차라리 사황성이나 천마신교의 백대고수들이 쳐들어오는게 더 낳았다. 강호에서 일대일로 만나면 모를까 검천은 절대 팽가로 와선 안된다.


그가 받으러 오는 물품의 정체가 무엇이든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가 팽가로 올시 팽가가 풍비박살 날 확률이 9할이다. 그렇기에 검천도 팽가 근처에만은 오지도 않건만 지금 오고 있다니. 그 때부터 팽무쌍의 고뇌가 시작됐다.


"으..."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운리소요의 설명을 들은 후부터 팽무쌍은 먹고 자는 일을 제외하곤 머리를 붙잡고 고뇌에 빠졌다.


그렇게 서신을 받은지 사흘 째가 되었을 때 팽무쌍은 드디어 결심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애병 맹호(猛虎)를 들고는 방을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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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검도일도(劍刀一賭) 2 +3 14.01.29 4,139 124 8쪽
8 검도일도(劍刀一賭) 1 +6 14.01.28 4,690 131 9쪽
7 하북팽가(河北彭家) 4 +7 14.01.27 4,320 123 13쪽
6 하북팽가(河北彭家) 3 +4 14.01.26 4,200 117 10쪽
» 하북팽가(河北彭家) 2 +2 14.01.25 4,472 122 10쪽
4 하북팽가(河北彭家) 1 +2 14.01.24 5,753 128 9쪽
3 검천출두(劍天出頭) 2 +2 14.01.23 7,159 171 7쪽
2 검천출두(劍天出頭) 1 +5 14.01.22 10,001 190 10쪽
1 서장(序章) +2 14.01.22 9,715 18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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