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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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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0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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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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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3일 남음

작성
24.05.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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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카멜룬 남매(2)

DUMMY

대침공의 원인이자,

제국 전역에 혼란을 야기하는 이상 기후,


당장 몇 주 뒤에 진행될 봄 수확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겠지만,


수확을 마치고 여름이 되면 비정상적인 폭우와 병충해로 인해 제국 전역에 재배하던 밀 중 절반 이상이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게임에서도 밀값이 열 배 넘게 치솟았었지.’


나는 이상기후가 시작되기 전,

미리 밀을 쟁여놓을 생각이다.


곧 수확할 밀을 구해놓으라는 내 조언에 레이나가 묘한 표정을 짓는다.


“으음, 일단은 유념할게요.”


그녀가 내 말을 믿든 안 믿든 상관없다.

어차피 아쉬운 건 본인 아닌가?


“그럼 제안을 받아들인 거라 생각하고, 밀은 언제쯤 보내줄 수 있습니까?”


“곧 수확이 시작될 테니, 선금을 주신다면 다음 달 안에 모두 요새에 운송해놓도록 하죠. 채무거래는 어느 정도까지 계약하면 될까요?”


“일단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진행해주셨으면 합니다. 신용이 부족하다면 제 이름을 팔아도 좋습니다.”


“네, 그렇게 진행해보도록 할게요.”


그녀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으며 악수를 권했다.


“이로써 한배를 타게 된 거로군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릴게요.”


탁-


서로 맞잡게 된 두 손,

미래 5대 상단 중 하나인 카멜룬 상단과 연을 맺게 된 순간이었다.





*****





유벨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요새에서 벗어나는 길.


케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동생을 바라봤다.


“레이나, 이 거래 괜찮겠어? 만약 나중에 유벨 성주가 말이라도 바꾼다면···”


“걱정 마. 먼저 선금을 받기로 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하지만···”


“게다가 군납 계약을 따낼 기회야.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지. 이번이 아니면 언제 우리가 이런 큰 계약을 따낼 수 있겠어?”


군납 계약만 따낸다면 상단은 성장세는 걷잡을 수 없이 가속될 것이다.


“어쩌면 1년 안에 가문의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지도 몰라.”


죽은 아비라는 인간이 남기고 간 도박 빚.

그 막대한 빚 때문에 자신과 오빠는 귀족이었음에도 평민만도 못한 삶을 살아왔다.


그나마 상업에 뛰어든 이후로는 어찌저찌 수익을 내며 이자를 갚아나갈 수 있었으나, 원금은 아직 그대로였다.


“그래···네 말대로 빨리 빚을 갚으려면 이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지.”


각오를 다지듯 표정을 굳히는 오라버니의 모습, 아무래도 일전에 자신을 창녀로 팔아버리겠다고 말한 빚쟁이의 말을 떠올린 모양이다.


속으로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오라버니가 보기엔 어때?”


“응? 뭐가?”


“유벨 성주 말이야. 부임하자마자 자기 손으로 전임자의 목을 베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걱정했었거든.”


처음 소문을 들었을 땐 다혈질에 난폭한 인물을 떠올렸지만, 실제로 마주한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곰의 육체와 여우의 머리를 가진 사내,

그것이 자신이 본 유벨에 대한 평가였다.


‘그가 어째서 나와 오라버니에게 관심을 표하는지는 몰라도.’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돈이 되는 것을 판별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사람에게도 통용되었다.


‘그 사람 옆에 붙어 있으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근거에 기반한 객관적인 판단보단 그저 감각에 의존한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했으나, 이번만큼은 자신의 감을 믿어 보기로 했다.


“오라버니.”


“응??”


“거래와 상관없이 앞으로 유벨 성주님께 서신을 자주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서신을 보내라고? 별다른 용무도 없는데??”


“응, 사소한 거라도 상관없어. 가벼운 안부 인사부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나 정보가 있다면 바로바로 보내도록 해.”


“으음, 일단은 알았어.”


“고마워. 오라버니.”


거래를 맺었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그에게 우리 상단의 필요성을 보여줘야 해.’


뜻밖에 찾아온 천금 같은 기회,

훗날 황금 거미라 불리게 될 소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 굳게 다짐했다.





카멜룬 남매와의 만남 이후,

요새에는 평소와 다름 없는 나날들이 이어졌는데,


카밀라 요새 서쪽 성벽 위, 막스는 그곳에서 타격대의 병사들과 새로운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자, 오늘은 밧줄과 갈고리를 이용해 성벽을 오르내리는 훈련을 진행할 거다. 성주님께선 이 훈련은 공수훈련이라 명명하셨으니 숙지하도록. 알겠냐? 이 새끼들아.”


“악!”


“먼저 숙련된 십인대장들의 시범을 보여주마. 0번 올빼미 준비.”


“0번 올빼미 준비!”


“하강.”


“하가앙!!”


십인대장은 별다른 안전장비도 없이 오직 고정된 밧줄에만 의지한 채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육신,


그는 벽을 밟으며 천천히 속도를 줄였고, 이내 무사히 바닥에 착지했다.


“하강 완료!”


“다들 잘 봤지?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병사들은 순간 ‘저걸 따라하라고?’ 라는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으나 애써 참아냈다.


“시범은 이걸로 끝이다. 질문하고 싶은 게 있나?”


“혹시라도 하강 도중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런 멍청한 놈이···떨어지지 않도록 연습하는 게 이번 훈련의 목적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떨어진다고 해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게 바닥에 지푸라기를 깔아놨으니 X신처럼 겁먹을 필요 없다.”


막스의 말대로 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죽을 만큼 아프겠지.


막스의 호통에 병사가 하나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질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말해라.”


“방금 내려가기 전에 올빼미라고 했는데, 그건 무슨 의미입니까?”


“나도 모른다. 그저 나랑 십인대장들을 훈련시킬 당시 성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따라 한 것뿐이야. 그러니 의문을 품지 말고 그대로 따라라. 알겠나?”


“악!”


“내려가는 게 전부가 아니다. 내려간 인원은 다시 올라오는 법도 가르쳐 줄 테니 그대로 따라하면·········”


성벽 위에서 열심히 몸을 던지는 병사들의 모습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잘하고 있네.’


사실 내가 공수 훈련을 지시한 이유는 간단하다.


첫 번째는 요새의 성벽의 높이가 11M 정도 된다는 것,

두 번째는 훗날 공성전을 벌이게 될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살살 어루만지며 천천히 훈련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야만족 새끼들이 언제 캐삭빵 신청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지금은 빡세게 애들을 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서리불 사건 이후로 조금 잠잠해졌다고 하니 다행인가.’


오늘 아침 베룬이 보낸 서신을 떠올렸다.


그 안에는 가벼운 안부 인사부터 페레즈를 처형한 것에 대한 이야기 등등,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바로 야만족들의 동태였다.


베룬의 말에 의하면 최근 들어 야만족들의 습격이 뜸해졌다고 한다.


이쯤 되면 스토리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대침공도 없던 일이 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럴 리가 없지.’


게임에서도 대침공은 피할 수 없는 운명, 현재 습격이 뜸해진 건 서리불 작전으로 전선 인근에 거주하던 야만족들이 대부분 쓸려나가며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다.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결국 때가 되면 놈들은 국경을 넘을 거야.’


빠르면 여름,

늦으면 가을쯤에 쳐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본래 게임에서 겨울이 시작할 때 전쟁이 일어났다는 걸 감안하면 이것도 빠르다고 볼 수 있었으나, 서리불 사건이 반년 이상 앞당겨졌다는 걸 생각하면 양호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니 그 전까지 어떻게든 병사들 실력을 끌어올려 대비를 마치면 되겠지.’


마커스와 막스가 담당하는 타격대는 이제 기초훈련을 마치고 공수 훈련과 대인 전투 같은 고강도 훈련을 진행하고 있고, 마틴의 수비대는 매일같이 수성훈련을 진행하며 점차 수성전의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거기다 궁병대와 척후대 역시 요새 인근에 있는 산맥을 뛰어다니며 자신들의 특기를 갈고닦고 있어 조만간 큰 성과를 보일 것이다.





시간은 유수같이 흘러,

어느덧 밀을 수확할 시기가 되었다.


선금을 받은 카멜룬 상단은 약속한 대로 동부에서 수확한 밀을 사들여 요새로 배달해줬는데,


“부탁하신 3000실버 상당의 밀이에요.”


12대의 수레를 이끌고 온 레이나가 거래 내역을 정리한 서류를 건넨다.


서류를 받아 거래 내역을 훑어봤다.


‘예상대로 문제는 없군.’


속으로 흡족해하며 그녀에게 시선을 옮겼다.


“고생하셨습니다.”


“채무 거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곧 마무리될 거에요.”


“얼마 정도 땡겨 올 수 있겠습니까?”


귀족답지 않은 단어 선택이 재밌었는지 레이나가 작게 웃음을 터트린다.


“후훗, 성주님의 이름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으니 최소 2천 실버에서 잘하면 3천 실버까지도 가능할 것 같아요.”


내 신용도가 그 정도였어?


‘하긴 그래도 명색이 귀족이고 철밥통이나 다름없는 군인이니까.’


상단들도 어느정도 믿을만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들이 약속을 지켰으니 나도 약속을 지킬 시간이다.


“전에 이야기한 대로 납품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죠. 이미 기존의 군납 상단들에겐 모두 해지 통보를 보냈습니다. 이제부턴 카멜룬 상단에서 보급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정말로 감사드려요.”


납품 계약이라는 말에 레이나가 평소보다 더욱 화사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납품해야 할 보급품의 양이 적지 않을 텐데,”


“이번에 밀을 사들이기 위해 마차와 인부들을 고용하며 상단을 크게 확장했으니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일전에 그녀에게 했던 부탁이 떠올랐다.


“그런데, 제가 전에 부탁한 건···”


“성주님께서 말씀하신 분들은 오라버니가 상행을 다니며 수소문하고 있어요. 아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얼마 전 카멜룬 상단에게 사람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맡겼다.


게임에서 활약하는 기사와 책사 등등,

미래에 두각을 드러낼 영웅들을 미리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대략적인 위치만 알고 있지. 정확한 소재는 몰라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내 예상보다 케인이 열심히 움직여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를 찾은 건지는 봐야 알겠지만,’


내심 기대가 되었다.


‘그럼 밀도 쟁여놨고, 카멜룬 상단과 군납계약도 맺었으니 이제 대침공을 대비해 병사들을 훈련에 집중하면 되겠군.


힘든 시기는 모두 지나갔다.

남은 건 사력을 대해 준비하는 것 뿐,


‘순조롭구만,’


때마침 날씨도 좋고,

왠지 좋은 일만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





한편, 유벨이 밀을 배달받고 레이나에게 납품 계약을 진행하고 있던 그 시각.


케인은 마차를 끌고 카밀라 요새로 향하고 있었다.

유벨이 부탁했던 인물 중 두 사람이나 찾아낸 까닭이다.


‘일단 찾긴 했는데, 성주님은 어째서 이들을 정중히 모셔와 달라 한 건지···’


슬쩍 고개를 들어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내들을 바라봤다.


뾰족한 수염과 도적 같은 흉흉한 인상을 가진 사내, 페이론이란 이름을 가진 그는 인근 영지의 암흑가에서 활동하는 주먹패 중 하나였다.


다부진 체격과 여인의 허벅지만 한 팔뚝을 가지고 있어 힘은 제법 쓸 것 같았으나, 굳이 찾을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심지어 다른 한 명은 더했다.


‘저 페이론이란 자는 체구가 좋으니 병사로 영입한다 쳐도.’


자신을 디헬름이라 소개한 호리호리한 체형의 사내는 그마저도 불가능해 보였다.


‘목장에서 양과 소를 돌보는 일을 했다고 했나?’


암흑가의 양아치와 목장의 양치기,


대체 이 둘을 데려다가 어디에 쓰려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성주의 부탁이었기에 일단은 예의를 갖춰 대접했다.


“두 분 다 불편하신 점은 없으십니까?”


“킁! 그렇수다. 헌데 정말 그 성주라는 귀족 나으리가 나를 만나고 싶다 한 게 사실이요?”


“예, 그렇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카밀라 요새가 나오니 곧 만나 뵐 수 있을 겁니다.”


“끙, 알겠소.”


암흑가 출신이라 그런지,

페이론은 털털하고 거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저 사람은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과 페이론을 관찰하고 있는 디헬름을 보며 고개를 흔들던 찰나,


쿵-


큰 충격과 함께 마차가 흔들렸다.


“이게 무슨 일이냐?!”


“사,상단주님 그게···”


무슨 일인가 싶어 마차에서 내리자,

수십 명의 사내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무슨···!”


“저기 카멜룬 상단주다!”


“다른 놈들은 죽여도 되니 저놈만큼은 반드시 포박해야 한다.”


자신을 보자마자 눈을 빛내며 포위망을 좁혀오는 사내들,

제대로 된 무기와 방어구를 갖추고 있는 걸 보면 평범한 도적 떼는 아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있던 사이,

돌연 디헬름이 입을 열었다.


“용병들이군요. 무구의 상태를 보아 어중이떠중이들은 아닌 듯한데, 아무래도 상단주님께서 근래에 누군가의 원한을 사신 모양입니다.”


“그런···”


“저들의 수는 못해도 50명, 반면 이쪽은 호위 여섯과 저희 세 사람이 전부군요. 도망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흥! 걱정할 필요 없수다.”


디헬름의 말에 페이론이 살기 어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의 할버드를 꺼내 들었다.


“저런 쭉정이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상단주는 마차 안에서 구경이나 하쇼. 괜한 일에 휘말린 것 같아 짜증나긴 하지만, 그래도 며칠 전에 술을 얻어먹었으니 보답은 해야지.”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뭐라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음에도 디헬름의 표정은 태연했다.


“당신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모르겠으나, 상단주님을 지키면서 이 포위를 뚫는 건 상식적으로 무리입니다. 설사 성공한다 해도 저나 다른 사람들은 죽음을 피하지 못하겠죠.”


냉철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다.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살길을 알려달라 청하자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방법은 있습니다만, 이를 위해선 저분께서 홀로 포위를 뚫고 이곳을 벗어나 상단에 이 소식을 알려야 합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흥!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릴,”


“만약 포위를 뚫고 빠져나가 상단에 소식을 전할 수 있다면 그 뒤는 간단합니다.”


디헬름의 얼굴에 능글맞은 미소가 걸린다.


“그냥 잡히십시오. 저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상단주님을 포박하려는 걸 보면 지금 당장은 해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호위들과 함께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시죠.”


“그 틈에 나는 상단에 소식을 전하고 지원을 불러오면 된다. 이건가?”


“맞습니다.”


페이론이 혀를 차며 목을 풀었다.


“귀찮긴 하나 빚도 갚아야 하고, 무엇보다 상단주가 살아야 성주 나으리도 만날 수 있으니, 까짓거 한번 해보지. 뭐.”


“부탁드리겠습니다.”


“두,두분께선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냥 순순히 잡히라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더 웃긴 건 그 다음이다.


혼자서 이 포위망을 뚫겠다고?


‘그게 정녕 가능할 거라 믿는 건가?’


두 사람 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물으려던 와중,


“그럼 나는 이제 가볼 테니 둘 다 몸 조심하쇼.”


그 말을 끝으로 페이론은 성난 황소처럼 몸을 날렸고 앞을 가로막는 사내들을 차례차례 격파하며 길을 뚫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할버드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피가 솟구치며 적들의 머리가 나르는 광경은 도무지 현실이라 믿기 어려웠다.


“저,저게 대체···”


“으음,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은 분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실력이 출중하군요. 이거 지형만 받쳐줬다면 지금 인원으로 적들을 격퇴하는 것도 가능했을 수도···”


“예?”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소식을 전할 전령이 무사히 빠져나갔으니 저희는 투항하도록 하죠.”


“························”


대체 성주님이 이 둘을 왜 찾으라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하나는 확실히 알겠군.’


페이론과 디헬름,

두 사람은 결코 평범한 주먹패나 양치기가 아니었다.


작가의말

'부산아재김'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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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전쟁의 종막(1) +18 24.06.05 18,865 54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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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천벌(2) +17 24.06.04 19,379 540 13쪽
40 천벌(1) +17 24.06.03 20,424 534 13쪽
39 후방군 구원 작전(2) +22 24.06.02 21,081 554 15쪽
38 후방군 구원 작전(1) +17 24.06.01 21,347 5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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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카밀라 요새 공방전(2) +15 24.05.30 22,295 532 12쪽
35 카밀라 요새 공방전(1) +25 24.05.29 22,704 57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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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주먹패와 양치기(2) +22 24.05.25 23,467 604 13쪽
30 주먹패와 양치기(1) +19 24.05.24 23,803 56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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