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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북부 전선의 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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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0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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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전환 : 3일 남음

작성
24.05.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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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서리불 작전(6)

DUMMY

유벨의 후발대가 패잔병과 조우하기 몇 시간 전,


제국군이 침공하여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부족민들을 모조리 학살한다는 소식을 들은 야만족들은 자신들의 부락을 버리고 인근에서 가장 큰 세력을 지닌 ‘칼 나무 부족’에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모이게 된 인원이 대략 6000명, 이 중 싸울 수 있는 사내들의 숫자는 자그마치 2000명이었고 칼 나무 부족의 사내들까지 합치면 대략 2500명에 달했다.


“장관이군.”


“소족장님, 제국인들이 오고 있습니다.”


“알았다.”


제국인들 사이에선 야만족 1만이 모이면 국경이 위험하다는 말이 있었기에, 자신들의 전력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인 족장의 명으로 전사들을 이끌게 된 칼 나무 부족의 소족장, 하칼은 제국군들의 이동 경로에 매복을 지시한 뒤 그들이 접근해오자 기다렸다는 듯 기습을 가했다.


“제국인들을 죽여라!!”


“우오오오오!!!”


“이게 무슨···!”


“길버트님 매복입니다!”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퇴각하셔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기습, 그나마 적들의 지휘관이 침착하게 병사들을 다독이며 퇴각했다면 괜찮았겠지만,


“물러서지 말고 막아라!! 시간을 끌란 말이다!!”


“길버트님??”


지휘관으로 보이는 저 멍청한 제국인은 병사들을 미끼 삼아 가장 먼저 등을 돌렸다.


‘비겁한 겁쟁이로군.’


저런 놈이 우두머리로 있으니 결과는 뻔했다.


“X발, 도망쳐!!”


“하,하지만···”


“여기서 죽을 거야?! 이미 지휘관들은 다 도망쳤다고! 너도 살고 싶으면 토껴!!”


멍청한 돼지가 도주하자 주변에 있던 다른 돼지들도 하나둘씩 도망친다.


그렇다면 도망친 지휘관들이 살았냐?

그건 또 아니었다.


콰직!


“컥!”


“어딜 가느냐 겁쟁이놈!”


가장 먼저 도망친 우두머리 돼지의 등 짝에 손도끼를 박아 주었다.


그 충격에 한차례 바닥을 구른 놈이 이를 악물고 검을 뽑아 든다.


“이···이 천한 야만족 놈! 내가 누군 줄 아느냐!!”


“크큭! 어리석군.”


제국인 중엔 자신들의 풍습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이놈은 모르는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등에 걸린 이 늑대 가죽을 보고도 싸움을 걸 리 없지 않은가?


‘참으로 시시하구나.’


등에 메고 있던 대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린 뒤,

벼락과도 같은 속도로 재빠르게 휘둘렀다.


촤악!!!


사방에 흩뿌려지는 핏물,

주제도 모르고 달려드는 놈의 허리를 단칼에 잘려나간 것이다.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한 놈을 보며 혀를 찼다.


‘쯧!’


움직임을 보면 나름 전사의 반열에 오른 자 같았으나, 대자연의 축복을 받은 것 치곤 실력이 너무 형편없었다.


그때 아끼는 수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칼님.”


“무슨 일이냐?”


“족장님께서 도망친 제국인들을 쫓기로 하셨습니다.”


“제국인 사냥이라···”


씨익-


안 그래도 손맛이 부족하다 생각했거늘.


“나쁘지 않군.”


입맛을 다시며 서쪽 방면에 위치한 숲을 바라봤다.


패잔병들이 도망친 서쪽 숲,

그곳은 다름 아닌 유벨과 베룬이 있는 방향이었다.





*****





서서히 저물어 가던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어둠이 내려앉았을 무렵,


우리는 은밀하게 움직이며 야만족들의 흔적을 쫓았고 얼마지나지 않아 공격받는 패잔병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저기 제국인이 있다!”


“으아아악!!”


50명 규모의 야만족들,

그들은 어두운 숲속에서 패잔병들을 포위하며 낮게 웃었다.


“흐···스무 명 정도라, 나쁘지 않군.”


“이 더러운 제국 놈들!”


“우리의 땅에 들어온 걸 후회하며 죽어라.”


그들이 분노와 광기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서서히 패잔병들과 거리를 좁혀 나갈 때.


“후회는 이미 많이 했어.”


“뭐···?”


나지막한 나의 목소리에 야만족 하나가 고개를 돌렸고 그게 그의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콰직!


“누구냐?!”


동료의 죽음에 야만족들은 화들짝 놀랐으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놈들이 숲속에 숨어 패잔병을 포위한 것처럼 이미 우리도 놈들을 포위한 상태였으니까.


서걱!


용맹하게 뛰쳐나간 마커스는 종횡무진하며 야만족들을 유린했고 다른 병사들 역시 신속하게 적들을 처리해나갔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포위되어 있던 패잔병들은 멍한 표정으로 두 눈을 껌뻑였다.


“이게 대체···”


“괜찮나?”


“베,베룬님?”


병사들은 베룬의 얼굴을 알아보곤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 안심해도 된다. 우리가 너희를 구하러 왔으니.”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병사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하는 사이,

나는 조용히 베룬에게 말했다


“적들이 소란을 듣고 몰려올 수 있습니다.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야 합니다.”


“알겠네. 자, 기쁜 마음은 알지만 시간이 없다. 어서 무기를 들고 일어나라.”


“예,옙!”


지금 우린 적진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노닥거리고 있을 여유는 없다.


‘그래도 아직까진 순조롭군.’


숲속에 숨어들어 산개해 있는 야만족들을 각개격파하며 패잔병들을 수습한 게 이번이 세 번째, 3백 명에 불과하던 병력은 어느새 4백 명 가까이 불어나 있었다.


“이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좋겠나?”


“슬슬 북쪽으로 올라가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북쪽?”


“예,”


이번 서리불 작전에 투입된 토벌군은 길버트 천인대 뿐만이 아니었다.


전선 우측 방면에서 출발한 크루거 천인대,

그들이 남아있지 않은가?


“아마 우군에서 차출된 토벌군도 저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겁니다.”


거기는 여기보다 상황이 더 심각할 것이다.


우리는 병력을 나눠 후발대라는 최후의 보루를 만들어 놓았으나 우군은 그마저도 없었을 테니까.


‘지금쯤 완전히 사분오열돼서 야만족들에게 사냥당하고 있겠지.’


무너진 길버트 천인대의 패잔병은 수습할 만큼 했다.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는 건 화를 자초하는 일,

북쪽으로 올라가 무너진 우군의 병력을 최대한 주워 담고 복귀하는 게 최선이다.


“알겠네. 그럼 자네의 말대로 북쪽으로 가서 우군의 병사들을 구원하도록 하지.”


내 의견에 동의한 베룬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내린다.


“전군, 북쪽으로 이동한다.”


“예.”


병사들은 적들에게 들키지 않게 큰소리를 내지 않고 은밀히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완전히 별동대가 되어버린 후발대,

언제 적들에 쳐들어올지 몰랐기에 밤이 되었음에도 멈춰설 수 없었다.


그렇게 동이 틀 때까지 행군을 이어가던 와중,

베룬이 펠론에게 물었다.


“이 정도면 우군과의 거리도 어느정도 가까워졌을텐데···펠론, 전선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지?”


“하루 정도 이동하면 전선에 다다를 수 있을 겁니다.”


“하루라, 야만족들은?”


“주변에 별다른 낌새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수색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과 같이 움직인다면 병력을 수습하고 순조롭게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휘관들의 의견에 베룬이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우군이 최대한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오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나.”


만약 그들이 남쪽이 아닌 북쪽이나 서쪽으로 도망쳤다면 사실상 구원이 불가능하다.


그들을 구하겠다고 다시 적들의 소굴로 기어들어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현재 우리의 위치는 전선을 기준으로 좌군과 우군이 출발했던 장소의 중간지점.


‘슬슬 우군의 패잔병들이 나와줘야 하는데,’


내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을 경계하던 병사 하나가 소식을 전해왔다.


“전방에 우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적들과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군과 적군의 수는 어찌 되는가?”


“아군은 300여 명 정도로 확인되고 적들은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입니다.”


300명이라고?

생각보다 더 많은 숫자다.


우군의 병사들이 예상보다 더 많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의아하긴 했으나 일단은 눈앞에 적들부터 처리하는 게 먼저다.


“아군을 구원한다. 전군, 돌격하라!”


베룬이 명령이 떨어지자,

후발대가 일제히 적들을 향해 쇄도했다.


적들의 규모가 제법 크다고 해도 아군에 비할 수는 없었다.


“흐읍!!”


쿵!


야만족 하나를 어깨로 들이박곤 그대로 흑부를 휘둘러 놈의 옆구리를 갈랐다.


“크흑!”


촤악!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는 신형,

그동안 피로가 쌓여온 탓일까?


평소보다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따뜻하게 목욕물을 받아놓고 피로와 함께 몸을 녹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목욕물은 개뿔.’


현실은 적들의 피로 얼굴을 씻는 게 전부였다.





*****





다소 접전이 벌어지긴 했으나, 수적 우위와 더불어 기습을 가한 덕에 우리는 어렵지 않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적들을 모두 처리한 뒤,

살아남은 우군의 병사들에게 사정을 물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가?”


“그게···”


파죽지세로 적들을 격파하며 전공을 세웠던 우군은 제국군의 이야기를 듣고 큰 부락에 합류한 야만족들에게 당해 와해되었다고 한다. 그래 여기까진 좌군과 비슷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진 후속 조치는 전혀 달랐다.


“크,크루거님께서 전선이 위치한 동쪽으로 가지 말고, 남동쪽으로 도주하여 좌군과 합류하라고···”


천인대장 크루거, 그는 패색이 짙어지자 병사들에게 직접 활로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허면 크루거님께선?”


베룬의 물음에 병사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답했다.


“야만족들에게 포위당하자 적을 얕본 본인의 실책이라며 크게 한탄하시곤···직접 미끼가 되어 토벌대를 도주시켰습니다.”


“허!”


그는 길버트처럼 토벌을 진행하며 여러 실책을 저질렀지만, 죽기 직전 잘못을 깨닫고 자신으로 인해 희생당한 병사들에게 속죄하고자 직접 미끼가 되어 길을 열었다.


똑같은 잘못을 했음에도 누구와는 사뭇 다른 대처에 절로 탄성이 터져나온다.


비록 과오를 저질렀다는 건 변함없으나 그 덕분에 많은 우군의 병사들이 살아남았다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처음과 비교하면 인원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러다 수가 너무 많아져 야만족들에게 발각되는 건 아닌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래도 보이는 족족 적들을 처리하고 있으니까. 쉽게 걸리진 않을 거야.”


현재 후발대는 인원은 우군이 합류하며 약 600명으로 늘어났다. 본래라면 700명이었겠지만 방금 전 전투에서 제법 사상자가 발생한 탓에 이렇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대략 3할가량은 구해낸 건가?”


“생각보다 더 적군요.”


마커스의 대답에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적다니?

이 녀석이 큰일 날 소릴 하네?


내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

뒤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베룬이 마커스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그대의 생각도 일리는 있으나, 자칫 잘못하면 전멸당할 수도 있었던 토벌군을 3할이나 구원했으니 이는 결코 작은 전공이 아니야.”


베룬의 지적에 마커스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숙인다.


“송구합니다.”


“자네, 이름이···”


“마커스입니다.”


“그래 마커스, 딱히 책망하는 건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 말게. 그저 자네를 비롯한 병사들이 너무 의기소침해하는 것 같아 사실을 알려주는 것뿐이니까.”


그의 말이 옳았다. 더군다나 그동안 후발대가 소탕한 야만족들이 수백이고, 작전 초기에 토벌한 야만족들의 수는 그보다 배는 많지 않은가?


‘비록 패배하며 퇴각하는 상황이긴 하나 이만하면 졌지만 잘 싸웠다고 해도 무방하지.’


베룬의 의견에 격하고 공감하며 입을 열었다.


“베룬님, 병사들도 많이 수습했고 식량을 비롯한 보급품도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만 퇴각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


혹시라도 그가 여기서 병사들을 더 구원하겠다고 버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우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자네 말대로 이제 그만 전선으로 복귀하는 게 좋겠군.”


베룬이 병사들을 향해 선언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적들과 싸웠고, 아군을 구해냈다. 이 이상 이곳에 남아있는 건 미련한 짓, 모두 전선으로 복귀한다!”


그의 지시에 병사들은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북부 전선,

드디어 이 거지 같은 전쟁을 끝낼 때가 된 것이다.







18화 그림.png


작가의말

'부산아재김'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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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천벌(2) +17 24.06.04 19,304 539 13쪽
40 천벌(1) +17 24.06.03 20,351 533 13쪽
39 후방군 구원 작전(2) +22 24.06.02 21,016 553 15쪽
38 후방군 구원 작전(1) +17 24.06.01 21,289 5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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