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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에메랄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13.11.26 21:29
최근연재일 :
2014.08.20 13:1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730
추천수 :
163
글자수 :
107,647

작성
13.11.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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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
추천
20
글자
11쪽

-00.Prologue

DUMMY

시간상으로 4월 1일이 시작되자마자 그는 벌떡 일어났다.

‘역시 그 방법뿐인가.’

상류에서는 너희 해역일이니 너희끼리 알아서 하라 주의다. 애초에 다른 해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간섭하지도 간섭받지도 않았다. 독립주의가 완벽한 곳이 상류다. 그 탓에 그, 신의 골머리는 썩어가고만 있다.

물론 그래서 중앙정부도 꽤나 머리가 아픈 듯 했다.

비류.

말 그대로 숨겨진 해역.

인간들이 지내기 힘든 성스러운 공간. 이곳은 오로지 인간이 아닌 종족을 위해서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러한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다른 해역의 손을 빌리면 안 될 정도의 커다란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는 전투부대에게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니 잘 버티고 있으라고 말한 뒤 비류를 나왔다.

용의 모습으로 크게 변신한 그는 날개를 펄럭이며 비행을 이어갔다. 쉴 시간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망설일 틈도 없다. 종족 보존을 위해, 그리고 비류에 함께 사는 타 종족도 지키기 위해 그는 날아야 했다.

그렇게 도착한 하류.

성체로서 각성한 몸이라서 하류까지 오는데 5일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았던 탓에 이미 녹초상태였다. 다리가 풀렸고 눈꺼풀이 자꾸만 감겨왔지만 그래도 걸어야 했다. 최선을 다해 걸어야 했다.

자신 하나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비류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전투부대와 다른 두 종족의 모든 목숨이 걸린 상황이다. 자신의 어깨에 얹힌 수천만에 가까운 목숨 때문에라도 움직여야만 했다.

‘헉, 헉! 빌어먹을, 단장실이 어디야!’

미간이 절로 좁혀졌다. 가뜩이나 어두운 상황이라 건물이 제대로 안 보이는 판국에 치프의 기운마저 옅기만 하다.

저벅저벅. 이슬 깔려 축축한 바닥에 발자국 남기고 걸으며, 짙게 내려앉은 어둠을 뚫고, 그는 왕궁 바깥쪽의 기사단장실로 직행했다.


에메랄드 헌터

-00.Prologue


한창 숙면 중이던 치프는 갑자기 들려오는 똑똑 소리에, 잠결이라 잘못 들었다 생각하며 몸을 빙글 돌렸다. 그러나 그 생각을 부정하듯 똑똑 소리가 또 들려왔다.

치프는 눈을 번쩍 떴다.

‘이 기운은!’

틀림없다! 만난 지 벌써 2년이 가까워오지만 그렇다고 잊은 적은 한 번도 없는 기운이다.

‘신...?’

방문 아래의 작은 틈을 통해 들어오는 기운은 틀림없이 신의 기운이다.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슬리퍼를 신으니 다시 똑똑 소리가 들려왔다.

방의 불을 켠 치프는 말은 목 안으로 집어넣고 문만 열었다. 기운의 느낌으로 봤을 때 상대는 쓰러지기 직전이다.

“...!! 신! 신!! 얌마, 신! 용제 폐하!”

자신을 향해 푹 꼬꾸라지는 신의 인간상태의 몸을 한 팔로 방어해낸 치프는, 그대로 친구를 들어서 이불위로 옮겼다.

‘이 녀석, 왜 이리 무리를…….’

친구의 건강이 염려된 치프는 일단 신의 진료부터 했다. 검사 결과 탈진 초기 증세다. 아무래도 비류부터 날아왔지 싶다.

수건을 물에 적셔온 그는 이마에 수건을 올려주고, 링거는 준비만 했다. 용족이라 링거의 수액이 안 맞을 수도 있을 거 같아서다.

‘어쨌든 푹 자. 너 깰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테니 주변은 걱정 말고.’

어쨌든 비상인 것만은 확실하다.

곧 날이 밝고. 그는 전응구를 빌려 신을 아는 옛 동료에게 다 연락했다. 또한 일이 있으므로 오늘 기사단 훈련은 자율에 맡기는 걸로도 모자라, 시녀와 하인에게도 알아서 하겠다며 출입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났다.

신이 숙면을 취하는 동안 치프 일행은 교대로 신의 옆을 지켰다.

로아스계 1750년 에페루스력 383년 4월 8일 오전 7시.

“으음…….”

옅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신의 눈꺼풀이 올라갔다. 연보라색 눈동자에 초점이 천천히 돌아왔다. 그가 깬 것을 알아차린, 방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일행이 우르르르 몰려들었다.

신의 눈동자 가득히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너무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보였다. 모두 그대로다. 변한 게 없다. 신은 반가움에 눈물을 글썽이며 일행을 차근차근 돌아보았다.

“신!”

“괜찮아? 정신이 들어?”

“바보 같이 왜 그렇게 무리를 하고 그래~ 용제답게 건강은 좀 챙겨야지, 안 그래?”

주황공주로 통하는 라이아가 기어이 한 마디 보탰다. 치프가 파란 눈동자에 힘을 실어 째려보자, 라이아는 위축된 듯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종알대는 것은 잊지 않았다.

“나도 걱정이 되어서 하는 소리지.”

“물.”

“물 드릴까?”

신의 말을 알아들은 칼리프가 잔에 물을 받아와서 그에게 건넸다. 치프가 신을 부축해주고 덕분에 그는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었다. 목을 축인 그는 잔을 칼리프에게 건네며 질문했다.

“나 얼마나 잤어?”

‘늦지 말아야 하는데 며칠이나 잔거야, 도대체.’

걱정이 하늘을 찌르는 신.

“오늘이 이틀째야.”

“후우.”

라이아의 답을 들은 신은 일단은 다행이라는 듯 뒤로 천천히 누웠다. 치프가 그의 등에 대고 있던 손으로 편하게 받쳐주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치프는 다시 환자의 증세가 어떠한지 확인했다.

“움, 일단 열은 없는 거 같고 탈진 증세도 가라앉아 보여.”

“무슨 일로 이렇게 급하게 오셨습니까, 폐하?”

칼리프의 질문에 신은 눈동자를 굴려서 일행을 살펴보았다. 세 명 정도가 안 보인다.

“카인이랑 오스카는 다이아는?”

“카인은 화장실 갔고 오스카는 지금 머물고 있는 섬에 축제가 한창이라 그거 도와준대요. 우리가 데리러 가는 게 빠를 거 같아요. 다이아 마마는 조카님 때문에 움직일 수 없죠. 카인도 신 폐하의 일이라서 가겠다고 하는 거고.”

주황색 단발머리 안에 링 귀걸이조차도 주황색인 라이아가 재촉하듯 말했다.

“다 모였어. 움직일 수 있는 멤버도 지금 이 정도야. 무슨 일인지 편히 얘기해.”

“비류에 문제가 좀 생겼다.”

“비류에?”

시간은 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저 탐사하러갔던 어느 다이버 인어의 실수로, 봉인된 에메랄드의 기운이 해제됐다. 어린 상어를 변종 괴물로 성장시켜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악한 기운의 집합체, 에메랄드 에어라고 한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된 비류의 세 종족.

현재 인어 족이고 호족이고 우리 용족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피해자고 희생양이다. 바다 속은 말 할 것도 없다. 변종 상어의 개체 수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인어 족은 너희도 알다시피 공격력이 전혀 없고, 우리 용족과 호족은 하늘과 산으로 도망 다니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

“상류에서도 도와줄 수 없다고 선을 그어버린 시점에서 너희만이 비류의 구세주다. 도와줬으면 좋겠다, 반드시. 상황이 상당히 시급하다.”

“당연히 도와야지.”

화장실 갔다가 어느 순간 돌아와 있던 카인은 홀몸이 아니었다. 안부 전하기 위해 포르트의 해군본부에 갔던 레몬이 주인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카인은 오른손을 들었다. 레몬은 포워드 대령의 답장 대신 지시서를 갖고 온 것이다.

“그 일 때문에 아버지도 비류에 가보라고 하시네. 레이더 귀하께도 연락을 했대. 귀하의 도움이라면 우리가 도리어 청해야 할 판이니 우리야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지. 용제마마, 상황이 많이 심각합니까?”

“음, 상당히 심각하다. 얼른 짐을 꾸리고 출발 준비를 서두르거라.”

“오케이! 각자 준비하고 12시에 바로 출발하자.”

“그러자. 급한데 미룰 거 뭐 있어. 참, 카인? 오스카한테 연락을 해야지.”

“아, 그래.”

치프의 말에 카인은 그제야 박수를 짝 치며 뒤늦게 깨달은 얼굴이다.

그 사이 주인의 어깨를 떠난 레몬은 신에게로 가 아양을 떨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가 부쩍 반가운 모양이었다.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방안으로 들어온 카인은 편지를 썼다.

“레몬, 이리 온.”

“삐익, 삐익! 삐구르르르.”

“미안해, 미안해. 오스카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야 데리러 갈 수 있겠지? 부탁한다~”

“삐익!”

걱정 말라는 듯 자신 있게 울음소리를 낸 레몬은 공중을 날아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자! 서두르자.”

단장실 주인인 치프를 제외한 모두가 단장실을 나섰다.

“라이아 마마, 가실 겁니까?”

당연하지!

“배 타는 거 지겨울 때도 된 것 같은데요?”

“전혀 안 그런데?”

카인과 칼리프의 질문 끝나기 무섭게 답하는 라이아다.

그녀는 걸음에 비례해 멀어지는 단장실을 뒤돌아보았다.

‘계속, 같이 있고 싶으니까.’

어느새 치프 옆이어야만 안정과 편안함은 느끼는 라이아였다.

카인이 아직 부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짝인 다이아가 둘째이기 때문이리라.

라이아가 결혼의사도 왕위계승도 어느 하나 제대로 확실하게 말한 게 없는 탓에, 부모인 국왕과 왕비는 기다리다 지치고 애만 타들어간다.

허나 라이아는 치프의 말만 기다리는 중이다.

‘이 바보야!!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워?’

책망하듯 쏘아본 라이아는 발에 힘을 싣고 먼저 왕궁으로 향했다.

이윽고 다이아와 같이 지내는 자신의 방에 들어선 카인은 마침 아들에게 모유를 먹이는 부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여보.”

“……?”

아들을 품에 안은 엄마의 모습을 가만히 보던 카인은 다이아 옆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버지한테서 지시서가 왔어. 비류에 문제가 생겼나봐. 신도 그 때문에 왔다고 했고. 그래서 가봐야 할 것 같아.”

“…….”

다이아는 말없이 남편만 봤다. 방 안에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오랜 친구의 기척이 느껴진다며 왕궁을 나선 남편이라 다이아는 그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그래서

“언제…… 출발하나요?”

“정오쯤에.”

가만히 서로만 보던 부부는 곧 입술을 포개고 이별의 아침을 맞을 준비를 했다.

‘작별인사……하자.’

곧 방바닥 곳곳에 부부의 옷이 흘러내리고, 아이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잠들었기에 부부는 맘껏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격렬함에 놀란 침대도 흔들렸다.

남자와 달리 빠져드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리는 여자. 그래서 다이아도 오랜만의 정사에 달뜬 목소리를 내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바늘의 움직임도 부부의 움직임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맞닿은 곳이 갈수록 물기로 젖어가고 부부의 몸도 땀에 젖어갔다.

거친 몸짓에 따라 짙어지는 방안의 후끈한 공기는 부부의 생이별을 알리듯 막바지를 향해 달렸다. 준비되지 않은 시작이라 어찌될지 모르지만 그녀의 몸이 풀린 시점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모유수유가 한참이라 난자의 이동도 멈추었을 터. 물론 임신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절정의 끝에 다다른 부부.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다이아는 지친 듯 눈을 감았고, 카인은 맞물림을 풀고서 부인의 뺨에 키스를 쪽 했다.

“기다릴 수 있지?”

다이아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다녀올게.”

“사랑해요, 카인. 조심히 다녀와요. 기다릴게.”

몸을 일으킨 카인은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작가의말

화끈하고 달달하게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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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nd.정박2 +2 14.06.22 288 4 9쪽
24 -23.정박 +2 14.05.31 278 7 11쪽
23 -22.출항준비 +2 14.05.24 337 4 10쪽
22 -21.새로운 국면 +2 14.05.09 129 5 9쪽
21 -20.오스카의 부상 +2 14.05.07 265 11 9쪽
20 -19.수중전 +4 14.04.19 644 5 11쪽
19 -18.비류로 +6 14.03.21 304 5 10쪽
18 -17.버림받는 낚시꾼 형제와 쇼핑 +4 14.03.16 272 5 11쪽
17 -16.잠시 상류로1 +4 14.03.08 308 5 10쪽
16 -15.지금은 게임 중 +8 14.03.01 444 8 8쪽
15 -14.각별한 의형제애 +4 14.02.03 271 5 10쪽
14 -13.오스카는 말상대 중 +4 14.02.02 378 4 10쪽
13 -12.용제마마, 도둑되다 +4 14.01.31 513 5 11쪽
12 -11. 변종 상어와의 전투2 +4 14.01.04 353 7 11쪽
11 -10. 변종 상어와의 전투1 +6 13.12.28 328 5 8쪽
10 -09.비류 기항 +2 13.12.15 306 5 8쪽
9 -08.재회 +2 13.12.13 337 5 8쪽
8 -07.시트초즈5: 출항 +4 13.12.10 200 5 9쪽
7 -06.시트초즈4: 합류 +6 13.12.04 244 6 9쪽
6 -05.시트초즈3: 칼리프의 위기 +6 13.12.03 238 6 10쪽
5 -04.시트초즈2: 용제마마의 사고 +8 13.12.01 359 5 10쪽
4 -03.시트초즈1: 기항 +8 13.11.30 478 7 10쪽
3 -02.조리실에서 +6 13.11.30 335 8 8쪽
2 -01.환자가 된 의사 +6 13.11.27 663 7 8쪽
» -00.Prologue +8 13.11.27 972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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