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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템페스트 고등학교 1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理本
작품등록일 :
2016.10.24 23:36
최근연재일 :
2022.10.27 05:47
연재수 :
6 회
조회수 :
4,896
추천수 :
30
글자수 :
28,813

작성
22.04.27 06:34
조회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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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0. 합격 편지

DUMMY

제국령 북부 최북단. 후라이팬 지방 베이컨 영지.

수도에서 전해진 편지 한 장. 그 편지를 들고 있는 내 앞으로 가신들이 서서 편지 봉투를 뜯기를 기다린다.


“도련님, 빨리 열어보셔요!”

“알았어. 알았어. 잠깐 심호흡 좀 하고.”

“알라바! 재촉하지 마. 괜찮으니 천천히 열어보세요.”


편지칼을 든 내게 아우성치는 가신들. 숨을 한 번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결심을 굳히고 도장 옆으로 칼을 박아넣었다. 슬금슬금 봉투를 베는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제국의 국장이 새겨진 도장을 조심조심 피해 혹여 내용물이 상하기라도 할까 싶어 아주 신중하고 세심하게 내용물을 꺼낸다. 내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가신들. 편지봉투를 뜯는 것보다 이들의 시선이 더 부담스럽다. 겨우겨우 안에 들어있던 종이를 꺼내고 네 번 접힌 종이를 펼치자 새하얀 종이에 유려한 검은 글씨가 보였다.


“빨리 읽어주세요!”

“재촉하지 말라니까?”


유난히 들떠서 재촉하는 알라바와 그를 진정시키는 가신들. 눈알을 또록 또록 굴려 깔끔한 필체로 써진 편지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몸에 전율이 일었고 마지막 줄을 읽을 때는 아예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어떻게 됐습니까?”


여전히 제일 선두에서 나서서 내게 묻는 알라바. 편지를 읽으니 토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용히 달달 떨리는 손을 간신히 뻗어 알라바에게 편지를 건넸고 난 손으로 막지 않으면 비명과 함께 토사물을 쏟을 것 같아 입을 틀어막았다.

알라바가 또박또박 우렁차게 편지를 소리내어 읽기 시작한다. 그 한 문장, 한 문장이 소리가 되어 내 귀에 담길 때마다 머리에 번개라도 떨어진 것 같은 아찔함을 느꼈다. 이 울컥거림이 점심에 먹은 칠면조 때문인지 아니면 쌓여있던 긴장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가슴이 답답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상기 이유로 1444년 11월, 제국의 주인 레온헐트의 이름으로 아르엔의 아들, 루미온 가문의 라이즈의 본교 입학을 허한다. 준비물은 다음과······. 자, 잠깐만. 이거 국새 맞죠?”


편지를 읽다 말고 손을 달달 떨며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는 알라바. 나는 이제 아예 언제라도 토할 것처럼 바닥에 엎드려 몸을 둥글게 말고 있었다.


“결국 합격이라는 거잖아요!”

“와아!”


편지의 내용을 멍하니 듣고 있던 알라바를 제외한 가신들의 모두 내게 달려들어 이제 아예 땅을 뒹굴고 있는 나를 들어올려 헹가레 치기 시작했다.


“내려······. 내려줘······.”


속이 울렁거리는 내 상태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 일인 것 마냥 기뻐하며 헹가레를 치는 가신들. 그······. 기쁜 마음은 알겠고 고마운데 나 좀 먼저 내려주지 않을래? 진짜 토할 거 같아. 저 멀리 입을 가리고 측간으로 달려가는 알라바가 보였다. 망할.


“구웨에에엑!”


고역 같았던 헹가레가 끝나고 가신들이 날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울렁거림을 참지 못하고 땅을 뒹굴며 그 자리에 토사물을 쏟아냈다. 나중에 듣자하니 숨도 못 쉬고 토하면서 웃고 있는 표정이 썩 웃겼던 모양이다. 눈은 울고 있는데 입은 웃고 있었다나 뭐라나. 아무튼 합격의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토해버린 소공자 이야기를 차치하고 그 날로 영지는 아예 축제의 분위기가 되었다.

외부에 나가 있던 영주인 숙부는 상인들과의 회담을 뒤엎다시피 하고는 부랴부랴 영주성으로 돌아오셨고 갑작스러운 숙부의 돌발행동에 언짢았을 상인들도 내가 합격했다는 얘기를 듣더니 껄껄 웃으며 축하연을 위한 물자를 풀었다고 한다.

합격소식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전 영지, 아니 우리 영지를 넘어 주변 영지까지 퍼졌고 영지는 3일간 성대한 축제가 열렸다. 이것도 나중에 들은 거지만 불합격이었어도 위로연이라는 명목으로 축제를 열었을 거라고 한다. 불합격도 하나의 경험이라나? 당사자 입장에서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만 합격했으니 아무래도 좋았다. 합격증은 액자에 고이 모셔져 영주성 중앙 층계에 걸렸고 축제가 끝날 때에는 주요 가신들 대부분이 편지 내용은 물론 준비물까지 달달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도련님, 준비는요?”

“잠깐만. 이것만 올리자.”


수도로 올라가는 날. 물론 여기는 북부니까 내려간다고 하는 게 맞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나는 짐마차에 커다란 짐가방을 던져 놓고 마차에 올랐다. 혹한의 땅을 떠나 수도로 향하는 길. 생애 첫 수도 상경에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국 수도, 폭안. 황립제국병원 3진료실.

부스스한 머리로 일어나 목이 타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남자.


“아으, 물······.”

“일어났으면 나가. 진료 시작 시간 다 됐어.”


손을 더듬어 협탁에 놓인 물병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그리고 그런 그를 타박하는 방주인.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다 마신 물병을 놓고 그대로 침대에서 빠져나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세면대로 걸어갔다. 진료실 한 켠에 마련된 간이 세면대에서 찬물을 얼굴에 적시자 잠이 조금 깨는 느낌이다.


“편지 왔어.”

“나한테? 누가?”

“이 맘 때면 뻔하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방주인이 내미는 편지를 낚아채고 도로 침대에 누워 직인을 잡아 뜯은 뒤 대충 편지를 꺼냈다.


“하암~ 귀찮은데. 벌써 날짜가 그렇게 됐나? 나 안 가면 안 돼?”

“수신인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 제국의 소심남인지, 아니면 남부의 한량한테 온 건지.”


나는 편지를 한 번 눈으로 훑고 침대 한 켠에 던져 놓은 뒤 어제 벗어 놓은 옷에 몸을 꾸겨 넣었다. 협탁 위에 놓인 소지품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오늘도 수고해.”

“괜히 나중에 찾지 말고 가져가.”

“필요 없는데.”

“내가 책임 물기 싫어.”

“네. 네. 그러시겠죠.”


그냥 밖으로 나가려는데 방주인 록벨의 말에 던져 놓았던 편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은 병원 후문으로 빠져나와 파이프를 입에 물고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뭐, 이거? 가질래?”

“하하. 저는 이미 진작 졸업했는걸요.”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기사에게 편지를 내밀어봤지만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고 나는 남은 성냥의 불씨로 편지를 붙태웠다.


“오늘은 남쪽으로 갈까?”

“”그쪽에도 괜찮은 가게가 몇 있죠. 아침부터 하는 곳은······.”

“뭐, 아무렴 어때. 이른 점심이라도 먹으면서 기다리면 될 거 아냐?”

“혜안이시네요. 역시 남부 제일의 한량.”

“퍽이나.”


내 말에 추임새를 넣어주는 기사에게 주머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건네고 먼저 길을 나섰다. 남쪽 상업지구 쪽에 있는 매음굴을 행선지로 정하고 기지개를 펴며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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