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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라이프 (another life)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SF

복면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4
최근연재일 :
2017.11.01 07:40
연재수 :
1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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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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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5,870

작성
17.10.0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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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홀로 거성에(5)

DUMMY

‘이런 데 웬 꼬마가··· 이 녀석도 뱀파이어인가?’


잠시 혼동이 왔지만 관 앞을 지키고 선 것을 보면 분명히 뱀파이어였다.

짙은 흑발에 하얀 피부, 붉은 눈동자를 지닌 사내아이였다.

다만 뱀파이어 특유의 창백한 안색이나 뾰족한 송곳니 등이 티가 별로 나지 않아 진짜 뱀파이어인지 좀 헷갈렸다.


‘하다하다 꼬맹이까지 죽이라는 거냐···’


여태까지 어른 뱀파이어들을 죽이는 것도 죽는 모습이 너무 현실감이 넘쳐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어린애가지 튀어나오니 절로 욕이 나온다.

당장 나중에 영상이라도 올릴 생각이면 이 부분은 분명 방송금지 판정을 받을 만한 장면이 이어질 것이다.


“어··· 꼬마야?”

“······”


뱀파이어 꼬마는 여전히 관을 지키고 선 채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클로드를 노려 볼 뿐이었다.


“에휴··· 내 팔자가 이렇지 뭐··· 어이 꼬마.”

“······”

“어른이 부르면 대답을 해야지.”

“아저씬 자기 죽이러 온 사람이 부르면 좋다고 네~ 하고 대답해요?”

“어?... 그렇진 않지···”


당돌한 꼬마의 대답에 클로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실 원래 집에 침입한 목적이 그거였으니 딱히 반박할 말도 없었다.


“이봐··· 자꾸 그러면 나도 원래 계획을 성심 성의껏 수행할 의향이 있어.”


클로드가 거대한 식칼을 휘휘 휘두르며 말했다.

그 모습에 꼬마도 약간 겁을 먹은 것인지 태도가 약간 누그러진 듯 했다.


“꼬마, 이름이 뭐냐?”

“케빈이에요.”

“그래? 케빈, 난 클로드라고 한다.”

“......”

“그 뒤에 관은 누군데?”

“우리 엄마에요.”

“으음··· 내가 이 집에 온 목적은 어떻게 알았냐? 그냥 도둑질하러 온 걸 수도 있잖아.”

“우리집에? 도둑질을요?”

“······ 내가 멍청한 질문을 했군. 그래서 내가 너흴 죽이러 온 건 어떻게 알았지?”

“어제 밤에 다른 아저씨들이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옆 동네가 싹 쓸려 나갔다고···”


‘음··· 내가 한 짓이 소문이 퍼지고 있나보군. 그런데 여전히 방비는 허술해··· 만만하게 보는 건가? 나야 좋지만···’


“그래서 그 어설픈 함정들은 니가 설치한 거냐? 날 막으려고?”

“··· 그건 아니에요. 사실 인간이 여기에 올 줄은 몰랐어요.”

“음? 그럼 함정들은 뭔데?”

“그건 다른 아저씨들을 막으려고 만든 거에요.”

“그래 봤자 너무 어설퍼서 어른이면 충분히 다 피하겠던데?”

“아저씨가 이상한 거에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잘 통하던 건데···”

“다른 아저씨들이면, 뱀파이어냐?”

“네.”

“뱀파이어가 다른 뱀파이어를 왜 공격하는데?”


클로드의 물음에 케빈은 한심하다는 듯 클로드를 쳐다 보았다.


“이 아저씨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구만.”

“야 애늙은이 같이 굴지 말고 얼른 말해봐.”

“뱀파이어라고 뭐 다를 거 있나요.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실제로 인간을 본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그러면서 케빈이 들려 준 이야기는 정말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고 할 법한 얘기였다.

뱀파이어들은 기본적으로 계급사회를 이루는데, 귀족이 아닌 평민이라고 해서 서로서로 도우며 귀족의 횡포에 저항하는 아름다운 얘기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평민사이에서도 부자와 가난한 자로 또 다시 계급이 나뉘고, 팍팍한 삶에 서로를 돌보기는 커녕 눈치를 보며 남의 것을 뺏으려는 자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남들과 무엇인가 다른 면이 있다면 그걸 핑계 삼아 따돌림과 착취를 당하기 쉬웠다.


케빈 모자는 이 조건에 딱 들어 맞는 경우였다.

뱀파이어는 대부분 야행성으로, 최소 백작 정도 되는 귀족급의 뱀파이어가 아니면 낮에는 돌아다닐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충분히 피를 섭취하지 못하면 힘을 보존하고 보충하기 위해 자신의 관에서 오랜 기간 수면을 취해야 했다.


그런데 케빈은 이런 것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었다.

당장 눈으로 보기에도 창백한 안색 보다는 혈색이 도는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케빈은 햇빛 아래 돌아다녀도 힘이 좀 없을 뿐 피부에 극심한 화상을 입거나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다.

또 굳이 피를 많이 섭취하지 않더라도 수면으로 힘을 보충할 필요가 없어 거의 잠을 자는 일이 없었다.

이런 것 때문에 케빈은 주변 사람들에게 ‘괴물’ 또는 ‘변종’ 등으로 불리며 따돌림을 당해 왔다.

가뜩이나 뱀파이어는 번식이 어려워 아이들이 굉장히 적었는데, 친하게 지낼 또래도 없는 상황에 어른들마저 노골적으로 무시하며 따돌려서 아주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다.


케빈의 엄마는 반대의 경우로, 케빈의 말에 의하면 거성 최고의 미녀라고 했다.

어린애의 말이라 어느 정도 걸러서 듣는다고 해도, 빈민가에서 살면 문제가 될 만한 외모인 것은 틀림 없는 것 같았다.

실제 이 주변을 주름잡는 파락호들이 케빈의 엄마를 노리고 여러 번 치근덕대거나 귀찮게 굴었는데, 그 때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엄마가 물리쳤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전 인간들이 거성에 침입해서 난동을 부리는 턱에 혼란이 일어난 사이, 몰래 뭉친 파락호들이 한 번에 들이닥쳐 그걸 상대하느라 엄마가 너무 힘을 많이 썼다는 것이 케빈의 얘기였다.

지금은 관에서 며칠째 힘을 회복하기 위해 수면을 취하고 있는데, 그걸 케빈이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니 엄마는 수면에 들어가면 자신을 덮쳤던 놈들이 또 올지도 모르는데 관에 들어 간 거야?”

“어쩔 수 없었어요. 그동안 시달리면서 너무 무리를 하다가 부상까지 입는 바람에··· 사실 관까지 도착도 못하고 쓰러져서 제가 안에 눕혀드렸어요.”

“흐음··· 그렇단 말이지···”


사실 그 딴 아저씨들보다 하루 사이 수십명의 뱀파이어를 학살한 자신이 더 위험할 텐데 그 앞에서 미주알고주알 떠벌리는 것을 보면 애는 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 이건 클로드는 미처 생각치 못한 몇 가지 이유 때문이었는데, 일단 케빈은 그 동안 상당히 외로운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따돌림을 당하고, 그나마 이야기 상대라고는 엄마 뿐이었던 상황에서 자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나타나자 하소연하듯 얘기를 늘어놓은 것.

또 여기에 클로드가 크리스를 혼자 처치하면서 얻은 뱀파이어 대적자 칭호의 위압효과가 작용하여, 케빈은 내색을 하지 않아 그렇지 속으로 클로드를 뭔가 굉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거 얘기를 듣고 나니까 더 죽이기 힘들어졌네··· 뭐 점령율이야 딴 데서 올려도 되는거니까. 무엇보다··· 퀘스트의 냄새가 나···’


보통 게임의 퀘스트란 이런 어려운 사정을 듣고 도움을 주는 것이 기본 아니겠는가.

아직 퀘스트창이 열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 퀘스트가 확실히 발동될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클로드는 어떻게든 퀘스트를 받아 내겠다는 일념으로 케빈과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사실 퀘스트와 상관없이 이 꼬마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좀 들었지만, 기왕 돕는 거 퀘스트도 받으면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클로드는 일단 습격자들에 대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을 이어갔다.

특히 중점적으로 확인한 것은 그 파락호들이 다시 집에 침입하려 할 것인가 하는 점.

이미 모든 위협이 사라졌다면 사실 클로드가 할 일이 없다.

퀘스트는 물 건너 가는 것.

두 모자에게는 불행한 일이 되겠지만 클로드는 아직 습격이 끝나지 않았기를 빌었다.

사실 클로드가 함정을 해체하며 집에 들어왔던 것을 떠올리면 케빈도 누군가 침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아닌가.

클로드는 적당히 간을 보다 얘기를 꺼냈다.


“내가 도와줄까?”

“아저씨가? 왜요? 싸구려 동정은 사양이에요.”

“요 꼬맹이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사람의 호의를 받아 들일 줄도 알아야지.”

“이유 없는 호의는 경계해야 마땅한 세상에서 자라서요.”

“허 참···”


고작 열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의 말 치고는 너무 세파에 찌들어 있다.


‘하긴 뱀파이어면··· 눈에 보이는 게 그대로 나이란 보장도 없지. 저리 보여도 100살쯤 됐을지도···’


어쨌든 퀘스트를 받으려면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을 저 꼬마가 받아 들여야 할 것인데, 당최 도움이 되질 않는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뱀파이어를 처치하며 돌아다니는 건 알고 있지?”

“네.”

“거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알려주면, 네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겠어.”

“이래봬도 뱀파이언데, 나보고 동족을 해치는 걸 도우라구요? “

“끄응··· 그게 또 그렇게 되나? 그래도 네 녀석도 니 엄마를 노리는 놈들은 처리해야 되잖아.”

“처리하는 게 꼭 죽인다는 얘기는 아니죠.”

“에라이··· 됐다 됐어. 도와준 데도 싫데.”

“전 처음부터 도와달란 말 한 적 없는데요.”


‘으으··· 요 꼬맹이가···’


그래도 어쩌겠는가.

아쉬운 쪽은 클로드였다.

사실 더 아쉬운 쪽은 케빈이어야 하는데 이 꼬마는 노회한 척 해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지 자신이 더 급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굴고 있다.


‘어? 진짜 그런가?’


“야. 너 근데 내가 안 도와주면··· 뭐 방법은 있어?”

“방법요?”

“그래. 지난 몇 번이야 니가 어찌어찌 막았다지만, 내가 얘기한 것처럼 어른이면 그 딴 함정 한 번 당하면 다시는 안 당해. 그런데도 다시 쳐들어오면 니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허접한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해요.”

“그래? 그럼 그 허접한 놈들한테 당해서 뻗은 니네 엄마도 허접하겠네?”

“우리 엄만 강해요!! 아저씨 정도로는 우리 엄마 발 끝도 못 건드려요.”


역시 꼬마의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짱 쎄’ 신공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이러면 오히려 일이 쉬워진다.


“니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봐라. 니네 엄마가 쎄다고 치자고. 근데 니네 엄마가 다쳐서 쉬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

“으으··· 그렇죠.”

“너희 엄마도 당하지 못한 녀석들을 니가 쉽게 막을 수 있다는 거는, 결국 니가 엄마보다 훨씬 쎄거나 아니면 니네 엄마가 말처럼 강하지 않다는 거겠지.”

“그, 그건··· 엄마가 방심해서 그런 거에요.”

“이봐 잘 생각해봐.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 판에 방심했다는 변명 따위는 통하지 않는 거야. 니가 지금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데, 그러다 삐끗해서 당하면 너도 엄마도 죽을 텐데.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 당장 니가 무시하던 나만 해도 지금 관을 눈 앞에 두고 있잖아? 내가 지금 이 칼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막을 수 있겠어?”

“으으으······”


갈팡질팡하는 케빈을 보며 클로드는 얼른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빛을 밝히려고 식칼에 계속 마나를 밀어 넣고 있어 그 많던 마나가 떨어져 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이 틀어져도 대응하기 힘들 수 있으니 그런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니가 지금 크게 착각을 하고 있는데, 난 원래 계획대로 너희 모자를 처리하고 가면 그 뿐이야. 단지 앞으로의 일을 조금 편하게 해 보려고 자비를 베푸는 거라고. 넌 지금 쓸 데 없이 뻗대다가 너와 니 엄마의 목숨을 모두 날려 버리기 직전이라는 것만 알아 둬.”


클로드의 협박에 가까운 말에 케빈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위협하듯 식칼을 휘젓자 결국 케빈이 항복한다.


“아,알았어요. 아저씨 도움을 받기로 할 게요.”

“하앙~? 이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만. 그게 도움을 구하는 자의 태도냐?”

“으으··· 저하고 엄마를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흐흐··· 이제야 좀 낫구만.”


케빈의 말과 함께 클로드의 앞에는 퀘스트 창이 떠 올랐다.


<케빈의 부탁>

[난이도] B+

케빈과 그의 엄마는 주위의 뱀파이어에게 심각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케빈은 당신이 두 모자가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줄 것을 원하고 있다.

문제를 확인하여 이를 해결하자.

[완료조건]

케빈 모자를 괴롭히는 문제를 찾아 처리한다.

[보상] 명성 200, 케빈 모자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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