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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님의 서재입니다.

어나더 라이프 (another life)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SF

복면
작품등록일 :
2017.06.26 11:24
최근연재일 :
2017.11.0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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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5,870

작성
17.10.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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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홀로 거성에(4)

DUMMY

다음 날 상민은 오랜만에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러 피트니스 센터에 들렀다.

최근 정아와 게임 상에서는 자주 봤지만, 아침 운동은 근처 공원에서 조깅하는 것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피트니스 센터 방문이 뜸했었다.

가끔 가더라도 오후에 가면서 정아와 마주치는 일이 적었는데, 모처럼 아침 운동을 가니 이정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다른 여자애들과 함께 친목을 다지는 자리를 몇 번 가져서 전보다는 훨씬 친해진 상태.

간단히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운동을 마치고, 앞으로는 뱀파이어 거성을 탐색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말까지 전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아침 운동을 본격적으로 해서인지 이상하게 피로가 느껴졌다.

상민은 간단하게 아침을 먹자 마자 졸음이 밀려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간신히 다시 몸을 일으킨 것은 거의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였다.


“으아··· 오전이 그냥 날아갔네··· 난방 때문에 그런가?”


고개를 갸웃하며 찌뿌둥한 몸을 이리저리 풀어주는 상민.

요즘 날이 많이 추워져 따뜻하라고 난방을 꾸준히 했는데 그 덕에 너무 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았다.

많이 자서 그런 지 몸은 좀 굳었는데 이상하게 머리는 마치 잠이 들지 않았던 것처럼 또렷했다.


“이거 점심을 먹어야 돼, 말아야 돼?”


아침 먹고 한 일이 잠을 잔 것 뿐이니 약간 고민이 되었다.

어쨌든 당장 배가 크게 고프지는 않으니 상민은 게임부터 하기로 했다.


다시 뱀파이어의 거성에 나타난 클로드는 지루한 탐색을 이어갔다.

어제 접속을 종료할 때 거성은 해가 지며 어둑어둑해 지던 시점이었는데, 오후가 되어 다시 접속하니 벌써 아침해가 산 저편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내성에서 방사형으로 뻗은 큰 길 두 개 사이의 집들을 성벽 근처에서부터 내성 쪽으로 지그재그로 훑어가며 탐색을 했는데, 내성 근처에 다가갈수록 집도 커졌고, 뱀파이어의 관도 많아졌으며, 뱀파이어 또한 강해졌다.

방금 전만 해도 네 개의 관이 있는 지하실에서 뱀파이어 두 마리를 처리하는 사이 나머지 두 마리가 깨어나 격렬한 전투 끝에 겨우 처치할 수 있었다.


‘마지막 놈은 본격적으로 스킬까지 쓰려고 했지.’


마구 덤벼오는 한 마리의 심장에 겨우 단검을 꽂아 넣는 것을 본 마지막 한 마리는 망토로 몸을 휘감아 거리를 벌린 뒤 마법을 날리려고 했다.


‘이게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클로드가 망토를 툭툭 털며 중얼거렸다.

뱀파이어가 날린 것은 검은 연기가 일렁이는 마법화살이었는데 굵기가 거의 통나무 수준이라 좁은 지하실에선 피하기 어려웠다.

다행이 붉은 뱀파이어 군주의 망토를 이용해 몸을 휘감고 날아오는 마법화살을 뛰어넘어 뱀파이어의 옆에 나타나 심장에 단검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이제 내성 쪽으로 더 진행하는 건 힘들겠는데···’


점령율은 이제 7% 정도.

이런 달성율이면 굳이 내성 쪽으로 다가가지 않아도 성벽에 가까운 외곽 쪽만 돌아서 점령율 50%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원형의 성곽 덕에 시가지도 원형이라 바깥쪽의 넓이가 훨씬 넓은 덕에 가능한 수치였다.


클로드는 큰 길을 지나쳐 다시 성벽 쪽으로 훑으며 점령율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거 확실히 바깥쪽에서는 아이템이 거의 안 나오는 걸···’


내성에 가까운 쪽에서도 아이템이 많이 나오진 않지만 고급 아이템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고, 희귀 아이템도 하나 주웠다.

하지만 성벽에 가까워 질수록 집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은 질이 떨어져서 대부분 일반 아이템에 고급 아이템이 어쩌다 하나 있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일부러 죽으러 들어갈 필요는 없겠지.’


사실 관에 들어있는 뱀파이어들은 심장이라는 너무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 그나마 처치하기 쉬운 편이어서 잔뜩 긴장하다 맥이 약간 풀린 상황이었다.

전동수와 얘기를 나눠보니 내성 쪽의 공격대들이 상대하는 뱀파이어는 이런 약점이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완전히 깨어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전투다운 전투 없이 이미 뱀파이어 100마리 처치 조건은 달성한 지 오래고, 하나를 처치할 때마다 경험치도 쏠쏠하게 들어와 레벨업도 멀지 않았다.

클로드는 한동안은 이런 식으로 점령율만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계속 집에 있는 뱀파이어들을 처리해 나갔다.


‘이야··· 여긴 진짜 뭐 없을 것 같이 생겼네···’


클로드가 막 들어선 구역은 빈민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허름한 곳이었다.

집들은 척 보기에도 겉이 낡았고, 대부분 단층집이었으며, 쓰레기와 뭔지 모를 진흙 같은 것이 말라붙은 길은 상당히 더러웠다.


‘뱀파이어 놈들이 백작, 후작하더니 여기도 귀족하고 천민이 나뉘는건가? 이러다 나중에 노숙자 뱀파이어까지 나오는 거 아냐?’


클로드는 괜히 찜찜한 기분에 고개를 한 번 흔든 후 걸음을 옮겼다.

이 구역의 집들은 훔쳐 갈 것이 없어 그런지 대부분 문이 잠겨 있지 않았고, 간혹 지하실로 통하는 문만 잠겨 있는데 문이 워낙 허름하고 약해 단검으로 한 번 툭 치면 부서져 나갔다.

당연히 주워 먹을 아이템도 별로 없어 클로드는 빠르게 탐색을 이어 나갔다.


일곱 번째인지 여덟 번째인지 모를 집을 탐색하기 위해 문을 열고 들어가던 중, 클로드는 이 집은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 것을 느꼈다.

보통 문을 열고 들어선 집의 풍경은 활기가 없고 뭔가 음침한 구석이 있었다.

이 집도 어두컴컴한 것은 맞지만, 음침하고 죽어 있는 분위기라고 하기엔 뭔가 묘한 구석이 있었다.


‘조심해야겠군···’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기가 무섭게 발에 무엇인가가 걸려 앞으로 튀어 가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탱그랑~ 쩔겅쩔겅~ 텅텅.


열어 놓은 문에서 들어오는 옅은 빛에 의지하여 바닥을 살펴보니 철제 냄비 같은 것에 작은 구슬이 들어있는 것을 걷어 찬 것 같았다.

바닥에 구슬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어 발을 떼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클로드는 구슬을 조심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진입했다.

빛을 밝히기 위해 언제나처럼 티라노 송곳니를 꺼내 마나를 일으켰다.


후우우웅.


갑자기 머리 위쪽에서 소리가 들리더니 눈 앞으로 무엇인가가 날아와 클로드는 깜짝 놀라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들고 있던 송곳니를 휘둘렀다.


텅 터엉.


바닥에 떨어진 것을 확인해 보니 줄에 묶여 있던 다리미였다.

현대의 일반 가정집에서 쓰는 그런 세련되어 보이는 물건이 아니고, 통째로 거무튀튀한 강철로 되어있는 무식하게 생긴 물건이었다.

게임이니 생명력이 줄고 말겠지만 현실이었으면 저렇게 무식한 물건에 맞는 순간 그대로 신의 존재에 대한 가설을 확인하러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으아··· 애 떨어질 뻔···’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후다다닥.


그 때 집 한 구석에서 무엇인가가 재빨리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으헉···”


마치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 지 모르는 공포게임을 하고 있는 기분을 느끼며 클로드는 새삼 긴장을 했다.


‘이거 이대로는 안 되겠네.’


무엇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집에는 자신 외에 깨어있는 것이 돌아다니는 게 확실했다.

만약 그것이 뱀파이어였다면 왜 자신을 본격적으로 공격해 오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 집은 이것저것 함정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다행이 클로드는 이런 상황에 쓸 만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집중 관찰!’


눈을 부릅뜨며 집 안을 노려본다.

어두워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아서인지 가까운 곳만 스킬이 적용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위험이 되는 부분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클로드는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며 여러가지 함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닥에 깔린 낡은 양탄자에 압정이 잔뜩 꽂혀 있기도 했고, 머리 위에 식칼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기도 했다.

천장 쪽의 대들보에서 붉은 빛이 흘러나왔을 때는 순간 지붕이 무너지는 것일지 몰라 긴장하기도 했지만, 냄비에 걸쭉한 구정물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맥이 풀렸다.

냄비 손잡이에 줄이 연결되어 잡아 당기도록 되어있는 것을 보고 단검을 던져 줄을 끊어 버리자 집 한 켠에서 “쳇···”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쪽이군···’


클로드가 들어온 문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집에 있는 다른 문 근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허름한 집이라 말이 문이지 그냥 직사각형으로 뚫린 벽이라는 것이 더 맞는 말.

여닫을 수 있는 문짝조차 달려있지 않아 연결되는 방 내부가 대충이나마 보였다.


‘플래시 대용으로 마법등 같은 걸 챙겼어야 했는데···’


보통 게이트에 들어가면 어두운 동굴이라도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빛이 충분히 비춰져서 이렇게까지 시야에 제약을 받지 않았기에 나온 실책이었다.

다시금 단검에 맺힌 마나의 빛에 의지해 조금씩 방을 향해 다가갔다.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방에 들어서자, 예상과는 달리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음? 숨었나?’


혹시나 하고 조심스레 방을 살펴보아도 아무런 흔적이 없다.

궤짝도 열어보았지만 옷장도 없어 궤짝에 옷을 대신 보관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뿐이다.


‘최소한 여자 뱀파이어는 하나 있겠군.’


궤짝에 보관되어 있는 옷은 여성용의 치마와 블라우스, 그것도 고작 낡은 것 한 벌 뿐이었다.

분명히 누군가 혀를 차는 소리를 들었으나 흔적도 없는 상황.

이렇다면 어딘가로 통하는 다른 통로가 있다는 얘기였다.


‘음··· 이런 경우에는···’


클로드는 한 손엔 단검을 들고 장화로 바닥을 툭툭 두들기며 돌아다녔다.

여태까지 수 많은 집을 들락거리며 지하실을 찾아 뱀파이어를 처치한 경험상 대놓고 지하실로 내려가는 문이 없으면 침실 바닥에 지하실로 연결된 통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통통.


여태까지의 묵직한 소리와 다르게 가볍게 울리는 소리.


‘여기로군.’


단검을 가까이 들이대니 확실히 어설프게 틈이 보였다.

어디에도 손잡이 같은 것은 붙어있지 않았다.


‘이것도 이젠 뭐···’


클로드는 능숙하게 다른 한 손으로 허리춤의 단검을 하나 더 꺼내서 틈 사이에 날을 밀어 넣은 후, 지렛대를 쓰는 것처럼 들어올렸다.

첫번째와 두번째는 실패, 세번째에 시도한 틈이 제대로 맞아 뚜껑이 살짝 들려 올라갔다.


‘어이쿠··· 조심해야지···’


무심코 확 뚜껑을 들어 올리려다 이번 집은 깨어서 돌아다니는 뱀파이어가 있다는 것이 기억났다.

클로드는 뚜껑이 열리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넘어가 섰다.

그리고는 단검을 틈에 밀어 넣은 채로 자신을 향해 확 끌어당겼다.


휘이이익~ 퍽퍽!!


벌어진 통로입구에서 무엇인가가 날아오더니 벽에 부딪힌다.

클로드는 아예 단검을 허리춤에 꽂아버리고 거대한 식칼을 들어 마나칼날을 일으켰다.

이름만 식칼이지 크기는 예전에 쓰던 대검과 맞먹는 무식한 크기의 식칼에 마나칼날이 덧씌워지자 사방이 밝게 빛난다.

사실 좁은 곳에서는 이걸 휘두르기가 쉽지 않지만, 이 집은 워낙 허름해서 지하실로 통하는 통로 입구가 좁았기에 아예 식칼로 입구를 막으며 밀고 내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식칼을 앞세우고 천천히 지하실로 내려가자, 한 쪽 구석에 놓여있는 낡은 목관과 그 앞에 관을 지키듯이 서 있는 뱀파이어를 볼 수 있었다.


‘음? 어린애잖아!’


클로드의 눈에 들어 온 것은 낡은 셔츠에 군데군데 구멍 뚫린 것을 바느질로 꿰맨 바지를 입고 있는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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