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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총알이여 - B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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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벼
작품등록일 :
2022.08.30 01:45
최근연재일 :
2022.10.03 17:11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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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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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수 :
251,619

작성
22.08.3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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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 라비라(LabiLa)(4)

DUMMY

4. 라비라(LabiLa)(4)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갔다. 오늘따라 짧은 하루는 처음이었다.

초여름의 저녁은 의외로 쌀쌀했다. 매그는 조금 떨고 있는 레비를 보고 겉옷을 벗었다.


"왜 이리 덥냐."


레비는 멍하니 매그의 손에 든 옷을 쳐다봤다. 그 의도를 알고 웃음이 터졌다.


"뭐가 '덥냐'야 그냥 주면 될 텐데."


그녀는 그의 옷을 받아 어깨에 걸쳤다. 남아있는 온기는 여전히 따뜻했다.


"부담스러울까 봐 그랬구만."


부끄러웠던 매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사이에 무슨."


매그의 멋쩍은 웃음이 둘 사이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매그는 아까 전 봐뒀던 자판기로 향했다. 거기서 따뜻한 캔 커피 두 개를 뽑았다.


"고마워."


따뜻한 커피를 든 손이 따뜻했다. 레비는 단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 정도야 별문제 없었다.

아무말 없이 둘은 땅거미 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반투명한 돔에 빛이라는 물감으로 칠해져 몽환적인 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커피가 식었다.

그녀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슬슬 갈 시간이었다. 기지개를 쭉 켰다.


“이제 슬슬 가볼까?”


레비의 말에 매그의 표정에 살짝 아쉬워하는 게 드러났다.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매그는 남은 커피를 들이켰다. 달았지만 약간 쓴맛이 감돌았다. 레비와 함께 아퀴네스에서 나가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무작정 나오느라 자가용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매그는 전철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단말기를 켰다. 화면을 보고 매그는 깜짝 놀랐다.


“어?”


사샤의 연락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열 번은 넘게 연락이 왔던 것이다. 보통의 일이 아닌 걸 직감했다.


“매그, 어서 와.”


레비의 재촉하는 말이 들렸다.


“레비, 먼저 집에 가. 들려야 할 곳이 있어.”

“뭔데?”

“사샤한테 문제가 생긴 것 같아.”


그녀는 매그의 표정에서 심상찮음을 느꼈다.


“매그, 너 차 타고 왔어?”

“아니.”


오늘 매그는 차를 타고 오지 않았다. 무작정 떠난 휴가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부러 걷기 위해서였다. 그게 독이 될 줄은 몰랐다.


레비는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졌다. 곧 날렵한 유선형의 차 한 대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조수석의 창문이 내려가고 안에 있던 레비가 고개를 까닥했다.


“야, 타.”


오늘따라 레비가 멋있었다.




“아직도 사샤한테 연락 안 돼?”

“응.”


매그가 몇 번이고 연락을 해봤지만 사샤는 받지 않았다. 그는 사샤가 연락을 했던 마지막 장소로 가기로 했다. 레비는 액셀을 꾹 밟았다.


도착한 곳은 11번 지구와 12번 지구가 만나는 일명 잭슨의 거리였다. 사샤가 사는 곳이 15번 지구였기 때문에 15번과 맞닿은 11번 지구로 자주 간다. 중산층과 할렘가 맞닿는 곳인 잭슨의 거리는 수많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군상극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다.


부드럽게 차가 골목 앞에서 멈췄다. 매그는 서둘러 내렸다. 레비도 차에서 내려 신고 있던 구두를 벗고 편한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곳곳이 박살 나 있었다. 간판 몇 개가 떨어져 있었고 벽 이곳저곳이 파괴되어 벽돌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곳곳이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총알의 비가 내린 거리는 흉터로 가득했다.

매그는 바닥에 박힌 얇은 막대를 잡았다. 깊게 박힌 그것을 잡고 힘껏 잡아 뽑았다. 부스스하고 박힌 보도블록이 떨어졌다.


“이건...”


사샤의 화살이었다. 앞부분에 달린 코어는 사라졌지만 분명 사샤의 것이었다. 근처를 둘러보니 버려진 사샤의 백이 보였다. 단단한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그것은 모서리 부분이 깨져 있었다. 안에 들어있는 퀴버는 크게 손상된 건 없어 보였다. 그는 그걸 집었다. 고정대가 박살나 있어 끈만 덜렁 잡았다.


“여기 사샤가 있던 건 분명해.”

“그건 나도 알겠어.”


레비는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골목 끝에 서서 위를 쳐다봤다. 이상한 흔적 네 군데 보였다. 골목 끝자락에 무언가 설치된 흔적이었다. 골목의 건물 꼭대기 부근마다 하나씩 흔적이 있었다.

레비는 머리를 굴렸다. 사샤는 탈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힘이 골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 게 분명했다.

일정 시간 동안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있었지만 저런 흔적이 남는 것은 그것밖에 없다.


몇 개의 정보는 그녀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구체화하였다.


“더스트 드라이버.”


미리 뿌려둔 특정 입자에 전기 신호를 유사 벽을 만드는 기술로 쓸 수 있는 자는 한정적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넥스나 정부, 혹은 그에 준하는 단체. 고급기술이 아니므로 쓰는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오래된 기술이기 때문에 넥스와 정부에서 사장되어 새로운 기술을 쓰고 있다는 점과 진압용이라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 점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드물었다.

몇가지 단체들의 후보가 머릿속을 스쳐 갔다. 소거하고 제외하자 남는 것은 하나였다.


매그는 발 근처에 떨어진 물건을 집어 들었다. 천 조각이었다. 누군가의 의복이었던 그 천에는 복잡한 문양 위로 소머리가 불쑥 튀어나와있는 상징이 그려져 있었다.

이 문양을 몇 번 본적 있었다. 구석진 터널 한 가운데에 그려진 그래피티. 저번에 누가 그래피티에 낙서했다가 실종된 사건이 기억났다.

이 상징을 쓰는 곳은 단 한 군데 뿐이었다.


둘은 동시에 말했다.


“라비라(LabiLa).”


레비와 매그는 서로 쳐다봤다.


“하필 걸려도 그런 녀석들한테 걸렸냐.”


매그의 말에 레비는 고개를 저었다.


“바보야, 너희가 엊그제 했던 내기 기억 안 나?”


라비라의 주요 목표는 에너지원인 열매의 확보였다. 그리고 매그와 사샤가 깨트린 것도 열매다.

사샤를 공격한 건 우연이 아니다.


매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사샤가 가져오려 했던 열매를 박살 내서 화난 걸까?”

“아냐, 저쪽은 아마 열매를 훔쳤다고 생각할 거야. 지하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간 게 아니라면.”


방출하던 에너지가 사라지고 지하가 붕괴했다면 저쪽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사샤를 살려둔 거지. 하지만 사샤가 열매가 박살 났다고 말하면...”


불보듯 뻔했다. 사샤가 위험하다.


“레비, 넌 집에 먼저 가.”


위험하다. 레비까지 엮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레비는 매그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 혼자 못할걸. 어디로 사샤를 찾으려고?”

“일단 이 근처부터 족쳐야겠지.”


아마 라비라의 하위 집단 중 하나일 것이다. 라비라는 갱단이라 부를 수 없는 수준으로 규모가 커졌다. 기업형으로 분화된 그들은 이미 카르텔이었다. 그렇기에 어디에 사샤를 데리고 갔는지는 몰랐다.

근처에 라비라의 아지트를 하나하나 뒤져볼 생각이었다.


레비는 한숨을 쉬었다.


“언제 하나하나 뒤져볼 거야. 내가 도와줄게.”

“아냐, 위험해.”

“사샤가 네 친구인 것처럼 나도 네 친구야.”


분명 매그는 친구인 사샤를 위해 위험한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갈 것이다. 레비는 그런 매그를 위험에 빠지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레비는 따라오라며 매그를 차로 이끌었다. 매그는 별수 없이 그녀를 따라 차에 들어갔다.

그녀는 차에 있는 가방을 열고 조그마한 노트북을 꺼냈다. 화면이 켜지고 그녀가 페이지 하나를 열었다.


“사샤만 해킹할 줄 아는 게 아니라고.”


그녀의 의기양양한 표정에 매그는 킥하고 웃었다.

굳이 깊게 파고들지 않아도, 살짝만 해킹해도 상관없었다. 조금의 정보만 있으면 되니까.


레비는 교통 시스템에 들어갔다. 켜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관리자의 비밀번호를 손쉽게 사용하여 들어간 레비는 매그에게 연락한 시간의 골목 카메라를 확인했다. 하지만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았다.


“안 찍혀 있는데?”

“당연하지. 카메라를 멈춘 거야.”


자세히 보니 동영상의 구석의 시간 표시가 움직이지 않았다. 레비는 다른 카메라들을 확인했다.

시간을 빠르게 재생시키자 골목에서만 멈춰있던 카메라가 골목 너머까지 하나씩 멈추기 시작했다. 멈춘 카메라들은 골목에서 시작하여 하나의 길이 되어 큰 도로를 따라 달렸다. 그리고 멈춘 카메라의 끝에 한 폐건물이 있었다.


“찾았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레비는 노트북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고 기어를 넣었다. 폭발적인 회전이 뒷바퀴부터 시작해 긴 타이어 자국을 남기며 가속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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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4. 라비라(LabiLa)(5) 22.08.31 25 1 9쪽
» 4. 라비라(LabiLa)(4) 22.08.30 29 1 9쪽
22 4. 라비라(LabiLa)(3) 22.08.30 32 1 16쪽
21 4. 라비라(LabiLa)(2) 22.08.30 35 2 11쪽
20 4. 라비라(LabiLa)(1) 22.08.30 37 1 11쪽
19 3. 심연의 열매(8) +1 22.08.30 42 2 9쪽
18 3. 심연의 열매(7) 22.08.30 36 1 9쪽
17 3. 심연의 열매(6) 22.08.30 34 1 8쪽
16 3. 심연의 열매(5) 22.08.30 36 2 11쪽
15 3. 심연의 열매(4) 22.08.30 38 1 8쪽
14 3. 심연의 열매(3) 22.08.30 38 1 10쪽
13 3. 심연의 열매(2) 22.08.30 37 1 9쪽
12 3. 심연의 열매(1) 22.08.30 41 3 8쪽
11 2. 친구(4) 22.08.30 40 2 11쪽
10 2. 친구(3) 22.08.30 46 0 15쪽
9 2. 친구(2) 22.08.30 57 0 7쪽
8 2. 친구(1) +1 22.08.30 72 3 11쪽
7 1. 성녀와의 티타임(6) 22.08.30 82 1 10쪽
6 1. 성녀와의 티타임(5) 22.08.30 88 2 12쪽
5 1. 성녀와의 티타임(4) 22.08.30 102 2 15쪽
4 1. 성녀와의 티타임(3) 22.08.30 109 3 11쪽
3 1. 성녀와의 티타임(2) 22.08.30 146 3 11쪽
2 1. 성녀와의 티타임(1) 22.08.30 293 4 15쪽
1 Prologue-마녀의 유산 +1 22.08.30 545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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