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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장 님의 서재입니다.

내 소환수에겐 비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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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장
작품등록일 :
2024.02.08 20:40
최근연재일 :
2024.05.04 21:25
연재수 :
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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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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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9
글자수 :
443,042

작성
24.04.2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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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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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79. 풀을 건드리다 2

DUMMY

"딱 프랭크 원장님 스타일이군요.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차."


프랭크 원장이 준비한 차량은 아주 평범하고 대중적인 SUV 차량이었다.


"내키지 않으면 혼자 가도 된다."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이애나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누가 내키지 않는다고 했나요?"


버럭 짜증을 부린 다이애나가 운전석에 몸을 밀어 넣었다. 알렌이 고개를 저으며 조수석에 올랐다.


"그럼, 갈게요."


부르릉~


SUV가 천천히 아메리카 협회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향했다. 차가 출발하고 10여분이 지났지만 차 안은 싸늘한 정적만 흘렀다.


"···정말! 답답해!"


결국 참다못한 다이애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알렌, 정말 이럴 거예요?"

"···왜?"

"계속 날 피하잖아요."

"그런 적 없다."


아니, 있다.

3년 전까지 다이애나와 알렌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런 그녀에게 알렌이 고백을 했고, 한마디로 까였다.

그녀는 그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이후 알렌은 다이애나를 피해 국외 임무만을 도맡아 왔다.


"그냥···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시간···?"

"널 친구로 대할 수 있을 시간 말이다."

"······"


알렌의 솔직한 대답에 다이애나의 얼굴이 굳었다.

"단칼에 마음을 끊어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렵더군."

"그래서···아직도 날 똑바로 볼 수 없다는 말인가요?"

"쉽지 않다."

"······"


어둠 속, 희미한 가로등 불빛을 따라 또다시 침묵이 길게 이어지며 차량은 점차 청담대교로 접어들었다.

한강대교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강북에서 한강을 건너 강남으로 가려면 청담대교를 이용해야만 했다.


"난···."


침묵 속에 청담대교 따라 달리던 다니애나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빠앙~


그때였다.

경적과 함께 검은 SUV 한 대가 거칠게 차량을 앞지르더니 앞을 가로막았다.

깜짝 놀란 다이애나가 급제동을 걸었다.


끼익~


차량이 아슬하게 앞선 검은 SUV 앞에 멈췄다.


"···이런 미친!"


화가 난 다이애나가 당장 따지려는지 차에서 내리려 했다.


"멈춰!"


알렌이 급히 다이애나를 제지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앞차를 살폈다.

차량엔 진한 검은 선팅으로 안쪽을 살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알렌이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이곳은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가는 대교 위다.

지금 시간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강북에서 강남으로 넘어가는 사람 없다고 해도 좋았다.

알렌이 지금 움직인 이유도 외부의 시선을 피하기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인적이 드문 이곳에 낯선 차량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절대 좋은 목적은 아닐 것이다.


텅~


드디어 상대 운전자가 차에서 내렸다.


터벅터벅~


어둠 속 발걸음 소리와 함께 서서히 운전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젠장! 놈이다."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제임스다.


"후진! 물러나! 이대로 녀석에게 붙잡히면 끝이다."


부앙~


다이애나가 급히 후진기어를 넣고 뒤로 물러났다. 아니 물러나려 했다.


"뭐 하는 거야!"

"차가···말을 듣지 않아!"

"뭐?"


실제로 다이애나는 가속 페달을 열심히 밟고 있었지만 차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설마···이능력!"


제임스의 이능은 불이다.

그것도 청화

하지만 불을 다룬다고 해도 차를 멈춰 세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

놈에게 또 다른 이능이 있다는 뜻이다.


"넌···차에 있어! 이 일은 내가 처리한다."


아무리 다이애나가 제법 뛰어난 무력을 가지긴 했지만, 그녀는 헌터가 아닌 힐러다.

힐러인 그녀는 절대 제임스를 상대할 수는 없다.


"아···안돼!"


다이애나가 황급히 알렌을 붙잡으려 했다.

상대가 안되는건 알렌 역시 마찬가지다.

알렌은 검술도 제법 강하지만 결국 암살자다. 자기보다 높은 등급의 헌터를 암살로는 죽일 수 있을지 몰라도 직접 눈을 맞대고 검술로, 그것도 중상을 입은 상태로 싸우는 건 사실상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차에서 벗어나 있었다.


"여기서 만나는군."


제임스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알았지?"

"아까 이야기 중 반은 맞고 반은 거짓이었다."


습격자를 만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냥 죽지는 않았다. 암살자를 보낸 자가 아메리카 헌터협회 원장실로 향한 것만은 분명히 말했다.


"···이미 다 알고 있었구나!"

"맞아! 풀을 건드리면 뱀이 튀어나올 줄 알았지!"

"그래서···날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나?"

"일단 잡아 놓고 생각해 볼까 하는데? 어때 순순히 잡힐 텐가? 아니면 어렵게 잡힐 텐가?"


결국 어떻게 해서든 잡아가겠다는 뜻이다.

알렌이 잠시 주변을 살폈다.

알렌의 이능은 흙이다.

일정 반경안 흙을 이용한 이동이나 방어, 공격이 가능했다. 문제는 이곳은 철교인 청담대교 위다.

알렌에겐 이능을 사용할 수 없는 최악의 장소였다.

잠시 미간을 찌푸린 알렌이 손을 뻗어 아공간 속에 손을 쑥 집어넣어 검을 뽑았다.


"어렵게 잡힐 생각인가 보군."


제임스 역시 아공간에서 카타나 한 자루를 뽑았다. 수수한 순백의 검집이 인상적인 검이다.

일전에 사용했던 환도는 다케사와의 대결에서 적지 않은 손상을 입어 폐기했다.


"일본도군."

"이번에 죽은 천황파 놈에게서 제법 좋은 검을 얻었다."


창~

제임스가 검을 뽑았다.

선명한 우유 빛 검신 사이로 황금빛 물결 문양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계에서 가져온 미스릴을 강철 사이에 접쇠 시켜 만든 도검이다.

그에 반해 알렌의 검은 칠흑같이 검은 검신을 가졌다. 마치 어둠을 빨아먹듯 검신 전체가 검은 무광이다. 어둠 속에선 그저 희미한 형태만 잡힐 뿐이다.


"다크 소드다. 널 죽여 줄 검이다."

"재밌겠군. 그럼, 시작해 볼까?"


제임스가 음악을 재생시켰다.

포탈 안과 달리 이곳에선 얼마든 음악을 들을 수 있어, 검술을 펼치기엔 더 자유롭고 편했다.


둥둥둥~


이어링에서 묵직한 베이스 현이 울렸다.


"합!"


짧은 기합과 함께 먼저 움직인 건 제임스다.


스각~


묵직한 음악에 따라 검기 역시 묵직하게 날아갔다. 알렌이 날렵하게 몸을 비틀어 검기를 피하는 동시에 검을 찔렀다.

완벽한 공방일체의 묘기다.

빠른 속도와 어둠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마치 어둠 속으로 검신이 사라진 듯 공격 방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스각~


하지만 제임스는 가볍게 검신을 피하더니 오히려 한 걸음 더 앞으로 나가며 아래에서 위로 사선을 그리며 검을 올려 쳤다.

단순하고 우직한 일격!


"헛!"


알렌이 급히 뒤로 물러나며 피했지만 완벽하진 못했다. 검날이 가슴과 어깨를 가르며 붉은 핏방울이 점점이 번졌다.

다행히 피부를 길게 스쳤을 뿐 큰 상처는 아니었다.


"칫!"


알렌이 스윽, 핏방울을 닦더니 빠르게 스텝을 밟으며 검을 좌우로 흔들며 달려들었다.


"이능 인가?"


한발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아스팔트가 마치 끈적한 늪처럼 흐물거리며 발목을 잡았다.

동시에 다크 소드가 어둠 속에 녹아들며 제임스를 향해 좌우로 지쳐 들었다.


"죽엇!"


깡~

까강~


하지만 제임스는 가볍게 검신을 튕겨 냈다.

수년 동안 지하철역 어둠 속에서 고블린을 죽이며 감각과 염동력을 익혔다.

지금도 반경 2M 밖으로 염동력으로 만든 투명한 둥근 장막과 감각이 다크 소드의 경로를 정확히 알려주고 있었다.

더불어 발밑에도 옅은 염동력의 장막이 지지대를 만들었다.


스각~


"큭···!"


알렌의 왼쪽 어깨에서 핏물이 튀었다.

역시 옷을 가르고 피부를 스쳤다.


"으아!"


이번엔 좌측 허리다.

날카로운 칼날이 허리를 스치며 붉은 피가 옷을 적셨다.

전투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알렌의 옷은 붉은 핏물로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어떻게···!"


알렌의 시선이 발밑으로 향했다.

분명 아스팔트가 늪처럼 변해야 했다. 발목부터 허벅지와 발까지 녀석을 아래로 끌어당겨야 했다. 하지만 녀석은 아스팔트 위를 아무렇지 않게 걸었다.


"쓸떼없는 짓이다. 네 녀석의 이능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말도 안돼!"


알렌이 한발을 크게 굴렀다.

아스팔트가 물결처럼 제임스를 향해 나아갔다.


텅~


마치 둥근 방패 같은 장막이 아스팔트 물결을 가로막았다.


"이···이능!"


어디선가 방어에 특화된 이능이 있단 말은 들었다.


"빌어먹을···."


자신의 이능으로는 저 장막을 찢을 수 없다.

알렌은 확신했다.

결국 방법은 하나!

검기로 방벽을 찢어야 한다.

알렌이 다시 검을 들었다.


"응?"


그때 제임스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잡혔다.

새하얀 나비가 빛을 뿌리며 알렌의 어깨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웅~


나비에서 시작된 빛무리가 점점 알렌의 전신을 휘감았다.


"허!"


나비는 힐러, 다이에나의 소환수다.

새하얀 나비가 어깨 위에 내려앉는 순간 상처들이 빠르게 아물었다.


"힐러라···대단하군."


하지만 그뿐이다.

노래가 바뀌었다.

이번엔 빠른 템포의 곡이다.

빠른 피아노 선율에 따라 검술이 변했다. 앞서 묵직하게 내려긋는 베기 위주의 검술이라면 이번엔 찌르기다. 날카롭고 가볍게, 경쾌한 리듬 속에서 도검이 빠르게 변화하며 춤을 췄다.


캉캉캉



갑자기 검술이 바뀌자 알렌의 손이 바빠졌다.

전후좌우 찔러 들어오는 검의 궤적이 현란하고 빨라 따라잡기도 힘들 정도다.


"헉헉! 역시 대단하군! 이런 검술은 난생처음이다."


정확히 12곳, 검에 찔린 곳이다. 하지만 곧 나비에 의해 상처는 말끔히 나았다.

처절한 싸움과 부상, 그리고 치료


"다이애나! 무리다. 그만해!"


벌써 수십 곳에 난 상처를 치료했다. 아무리 힐러라도 치료를 위해선 본 신의 에테르를 써야 한다.

이렇게 무작정 에테르를 뽑아내다간 오히려 힐러 본인이 위험해질 수 있었다.


"아직···괜찮아!"


처절한 두 사람의 모습에 제임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거 내가 꼭 나쁜 놈이 된 것 같군."


기분이 나빴다.

날 죽이러 온 놈, 죽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잡아가겠다는데, 두 사람은 마치 악당을 만난 듯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봐! 그냥 순순히 잡히는 게 어때? 네가 죽이려 했다면 벌써 죽었다는 건 이미 그쪽도 알 텐데?"

"······"


맞다.

지금껏 제임스는 가벼운, 딱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의 부상만 입혔다. 이미 한번 검을 맞대어 본 알렌으로선 제임스가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사로잡으려 한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다.

지금껏 두 사람이 수십 차례 공방이 오갈 수 있었던 것도 상대가 사정을 봐줬기 때문이다.


"날···어쩔 생각이지?"

"글쎄?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일단 잡아 놓고 이후는 그때 생각해 보겠다."

"······"


알렌이 힐끔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는 다이애나를 바라봤다.

이대로 싸움이 계속되면 다이애나 역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 결국 다이애나까지 다치고 만다.


"좋다. 항복하겠다. 대신···여자는 보내줘라!"

"말도 안돼! 갈 거면 나도 함께 간다."


다이애나가 단호히 말했다.


"멍청한 소리 하지마!"

"멍청한 건 너야! 여기서 헤어지면 난 어떻게 하라고! 진짜 하고 싶은 말도, 좋아한다는 말도 못 했는데···."


다이애나가 알렌을 붙잡고 울먹였다.

그 모습이 마치 악당에게 붙잡혀 죽기 직전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한편의 심파극을 보는 것 같아 너무 황당해 말문이 막혔다.


"이것들을···그냥 죽여!"


제임스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이 결정을 내렸는지 알렌과 다이애나가 손을 맞잡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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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 혈연 24.04.02 773 16 12쪽
68 68. 족쇄 24.03.31 812 18 11쪽
67 67. 조사단 24.03.30 776 1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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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3. 움직이는 주변국 24.03.26 860 19 12쪽
62 62. 등급을 초월하는 검 3 24.03.25 887 19 12쪽
61 61. 등급을 초월하는 검 2 +3 24.03.24 894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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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 영입 +2 24.03.22 930 22 12쪽
58 58. 전승자 +1 24.03.21 952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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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헌터 로빈 1 24.03.19 958 18 12쪽
55 55. 수식의 발견 +1 24.03.18 988 19 12쪽
54 54. 모두 죽을 순 없다고 그랬죠? 24.03.17 1,024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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