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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톤 님의 서재입니다.

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77,114
추천수 :
980
글자수 :
699,515

작성
20.11.30 18:00
조회
567
추천
10
글자
12쪽

던전 4층

DUMMY

대장 고블린의 반짝이는 입안을 유심히 지켜보던 중 내 공격에 충격받고 굳어있었던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끼에에엑!


큰 고블린이 괴성을 지르며 물러선다. 놈이 물러서는 방향에는 작은 통로가 있었다. 도망가려고? 내가 그렇게 놔둘 것 같냐?


“키에에엑!! 크레렉!!”


그놈을 향해 내가 뛰어오르자 놈이 잔뜩 당황한 채 울부짖었다. 마치 부하들을 다그치는 듯한 목소리로.


그 목소리에 부하 고블린들이 움직였는가?


아니.


놈의 부하는 잔뜩 겁먹은 채 대장의 머리 위 천장에 붙은 나를 쳐다만 보고 있었다.


결국 포기한 것일까?


대장 고블린은 부하들을 노려보는 시선을 거두고 무기를 들어 올렸다.


‘늦었어.’


다리에 마력을 담뿍 담아 천장 벽을 힘차게 박찼다. 엄청난 속도! 몸에 스치는 바람에 피부가 간지러울 정도다.


“키에......”


내 신형은 눈 깜짝할 새에 대장 고블린의 코앞까지 다가왔고, 너무 놀라 동공이 작아진 고블린의 얼굴에 주먹을 질렀다.


“크르륵!”


내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나는 살짝 놀랐다. 분명히 머리를 노렸는데 빗나갔으니까. 놈의 피한 거 아니냐고? 놈이 피했으면 내가 놀랄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놈은 여전히 굳은 채 제 자리에 우뚝 서 있다. 코앞에 적이 있는데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놈이 내 주먹을 피했을 리 없다.


“이게 주술인가?”


프로이슨 던전에는 주술사가 존재한다 들었다. 아마 이놈은 주술사가 만든 부적을 소지하고 있을 것이다.


결론을 내린 나는 놈을 향해 다시 한번 다리를 질러 봤다.


휘릭!!


빗나갔다.


예상이 맞았어.

이 새끼 뭔가 좋은 걸 가지고 있잖아?


“키에엑!!”


내 공격이 빗나간 것에 자신감을 얻은 걸까? 대장 고블린은 자신감 넘치는 함성을 내지르며 내게 뛰어들었다.


‘좋단다.’


이럴 땐 간단하다. 감각을 열고 놈의 위치를 특정하거나 한 대 맞아준 뒤 붙잡아 쥐잡듯이 두들겨 패면 되겠지.


하지만, 난 이제 마력이 있잖아. 그런 무식한 방법을 쓸 필욘 없다.


나는 눈에 마력을 집중했다.


‘보인다.’


일반적인 시야에 보이는 고블린과 마력을 불어넣은 시야에 보이는 고블린의 모습이 겹친다.


뭐야. 그냥 운 좋게 빗나간 거잖아.


내가 노렸던 부위는 고블린의 인중. 인중을 향해 가벼운 잽을 2번 날렸었다.


인중 말고 가슴을 노렸거나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면 이 새낀 진작에 뒤져 나자빠졌을 것이다.


‘뭐야?’


그때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이 새끼... 안 움직인다? 그래.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 같았던 대장 고블린은 그 자리에 멈춘 채 사시나무 떨 듯 덜덜 떨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다른 고블린들을 돌아봤다.


“끼르륵......”

“끽!?”


똑같아.

대장 고블린과 동일한 반응.

겁에 질려 덜덜 떠는 놈.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는 놈. 선 채로 오줌 지린 놈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뭐야?’


눈에 마력을 불어넣었을 뿐인데 저 꼴이 된다고?


아! 생각해보니 있었다.


‘군주의 강렬한 눈빛에 압도된 적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덜덜 떨었다. 자신의 죽음을 깨닫기라도 한 듯이.’


오늘 익힌 마나 심법에 적혀있던 구결이다. 난 그냥 비유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네. 이거면 적의 빈틈 찾기에 유용하지 않을까?


물론 지금은 필요 없다.


푸화악!!

“끼에에에엑!!”


사방에 널린 게 다 좆밥들 뿐인데 이런 고급기술을 사용하는 건 낭비지.

그래도 좋은 기술이란 것은 부정하지 못하는 진실이지.


‘협박에 써먹기 딱 좋겠네.’


주먹 쓸 필요 없이 눈빛으로 확!

왠지 멋진데?


나는 얼굴에 힘을 준 채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내리눌렀다.


“이제 끝내자.”


발로 대장 고블린의 시신을 치우고 번개처럼 고블린 사이를 헤집었다.

그제서야 정신차린 놈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지만 여긴 구석진 장소. 출구는 내 뒤에 있다. 도망칠 수 없다.


“끝.”

우둑!

“꺽!”


마지막 한 마리가 내 손에 목숨이 끊어지고 나는 대장 고블린을 향해 다가갔다.


“어디 숨겼니.”


주술사의 부적. 비록 내겐 통하지 않았지만, 성능이 구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뛰어난 편이지.

잠깐이지만 내가 속을 정도였으니까.


‘어디 숨겼어.’


목걸이 안 했고 반지도 없다. 귀걸이를 끼고 있지만 평범한 나무 귀걸이 어딜 봐도 부적으론 안 보인다.


‘설마.’

스릉.


나는 붉은 노을을 뽑아 고블린의 턱을 쪼갰다. 그 안에 있는 반짝이는 푸른 이빨.


이거다! 이게 부적이 분명해!


푸른 이빨을 뽑아내고 마력을 불어 넣어봤다. 확실해졌다. 내 손안에서 반발하는 이빨.


‘카르투스 부탁한다.’

-일거리가 또 늘어나는군.


키메라 제조에 영약 제조 내가 수집한 아이템 분석까지 매우 편리한 동료다.


가마솥 안으로 이빨을 던져넣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푸슉! 푸화악!

“깽!”

“캐갱!”


이번이 몇 번째일까?

푸른 이빨의 고블린 이후로도 수많은 몬스터들을 마주했다. 개중엔 고블린도 오크도 있었고 지금 잡는 중인 개 인간 놀도 있지.


뻐억!

“깨행!”


마지막 놀을 주먹으로 마무리하고 붉은 노을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없네.”


이 새끼들은 부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직립보행하길래 지성 있는 몬스터인 줄 알았거늘......


내가 있는 장소는 4층. 짐승형 몬스터와 지성 있는 몬스터를 만날 수 있는 장소.


보통 지성 있는 몬스터들은 부적 한 두 개 정도는 꼭 가지고 다니더라.


‘뭐 쓸모있는 건 몇 없었지만.’


처음 만난 고블린의 환영 부적처럼 좋은 아이템을 가진 몬스터는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미각을 강화한다거나 발자국을 더 선명하게 보이게 만드는 정도가 전부.


푸슉!

“이걸로 끝.”


마석 채취가 끝났다. 마지막 마석을 카르투스의 던전에 던져넣는 것을 끝으로 나는 분신을 역소환했다.


4층 진입한 내내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났다. 5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이 일어나겠지.


‘거의 다 온 것 같아.’


처음과 달리 지성 있는 몬스터의 수가 점점 많아지는 중이다. 이대로 쭉 가면 5층 입구가 나타나 날 환영해 줄 것이 분명해.


쿠어어어어!!

“이건 또 뭐야.”


저 멀리서 커다란 포효소리가 들린다.


그 이후 들려오는 커다란 굉음. 큼직한 덩치가 저 쪽에서 날뛰는 중인 모양이다.


‘저쪽이 계단 방향인데.’


굳이 이 쪽길로 가야할까?


지도를 펼치고 계단 방향을 살펴보면서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괴물이 있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가려면 너무 멀리 이동해야 한다.


이제 내겐 마력이 있다. 저깟 덩어리의 포효따위에 쫄지 않아.


쿠어어어!!

쾅! 꽈광! 꽈직!

끼르륵! 케엑!!


소란이 이는 장소에 거의 도착했다. 이제 저 코너만 돌면 놈의 얼굴을 볼 수 있겠지.


‘자! 어떤 놈이냐!’


나는 두근두근하는 심장을 부여잡고 잽싸게 코너를 돌았다.


“쿠어어어!!”

“세상에......”


날아다니는 고블린.

기어서 도망가는 오크.

도망치는 몬스터의 가축에.

하나하나 무너져가는 건물들까지.


그 정중앙에서 어마어마한 포효를 내지르는 몬스터. 그 모습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이었다.


“쿠어어어!!”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포효. 하지만, 그 포효를 내지르는 존재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쿠어어!!”


마침 나를 발견한 그 존재가 덤벼든다. 부숴진 건축물들을 밟으며 어마어마한 속도로 쇄도하는 몬스터.


그에 내가 한 행동은 간단했다.


정면으로 덤벼들던 녀석을 살짝 피해 목덜미를 붙잡았다.


“쿠어!?”


내 손에 잡힌 채 바둥바둥거리는 작은 몬스터. 이 몬스터가 큰소리를 내지르며 몬스터 부락을 박살낸 범인이다.

나는 그 몬스터를 들어올려 눈을 맞췄다.


“넌 뭐냐?”

“큥......”


나를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인지. 입을 다물고 귀여운 척을 하는 몬스터.


개와 고양이를 적당히 섞은 것 같이 생긴 기묘한 생김새의 소형 몬스터.


‘촉감이 좋네.’


비단과도 같은 하얀 털의 감촉은 뭇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뀽......”

“키울까?”


축 늘어진 몬스터의 모습을 보니 어릴적 키우던 강아지 뽀삐가 생각난다. 중성화 수술 다음 날의 뽀삐가 꼭 저랬었지.


“네 이름은 이제 뽀삐다.”

“큥? ...컁! 캉캉! 캬컁!”


역시! 너도 좋은가 보구나.

너무 좋아서 발광하는 뽀삐. 그 귀여운 모습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것을 느끼며 뽀삐를 땅에 내려놨다.


-...내가 보기엔 싫어하는 것 같......

“닥쳐.”

-......


좋은 분위기에 초를 치는 카르투스를 말 한마디로 조용히 시킨 나는 인벤토리에서 참치통조림을 꺼냈다.


‘설마 이걸 사용할 일이 있을 줄이야.’


톡! 끼기긱!


뚜껑을 가볍게 따고 뽀삐의 앞에 내려놨다.


“낑... 낑......”


참치통조림을 보고도 낑낑대는 뽀삐. 빨리 받아들여라. 넌 강아지와 고양이가 섞인 몬스터다. 고양이는 참치통조림 좋아하잖아?


맛있는 걸 줬는데 왜 먹질 못하니?


“...먹어.”

“...뀨우웅......”


나는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뽀삐의 앞으로 통조림을 밀어줬다. 뽀삐는 머뭇거리며 통조림에 머리를 가져간다.


-자네 방금 상당히 무서웠......

“닥쳐.”


드디어! 뽀삐가 통조림 안을 핥았다!


“큐웅!!”


곧이어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고개를 처박고 미친 듯이 참치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역시!”


역시 참치통조림!


몬스터도 반하게 하는 그 맛! 이걸 대체 누가 뽑은 거야! 후후! 바로 나! 내가 뽑았다! 내가 뽑은 랜덤박스에서 나온 참치통조림이다!

이걸로 증명됐다! 내 운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사실이! 반박시 뽀삐.


“깍.”


참치통조림을 전부 먹어치운 뽀삐가 작게 트름하고. 내 옆을 뱅글뱅글 돌며 꼬리를 흔들어 재끼기 시작했다.


“그래.”


이제 5층으로 내려갈 시간이다.

나는 양손으로 뽀삐를 들고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아 참.”


깜빡할 뻔했네.

여기가 어디인가?

몬스터 부락이다.

뽀삐에게 박살난 몬스터 부락. 그리고, 뽀삐는 이제 내 애완몬스터가 되었다.


그럼 이제 이것들 내꺼 맞지?


“전리품 수거해야지.”


내 뒤로 8명의 분신들이 나타났다.


뽀삐는 동그래진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수확이 크네.’


마을 중앙에 턱 하니 박혀있는 적당한 크기의 제단. 제단답게 그것을 장식한 물건 하나하나가 전부 주술사의 부적이었다.


“그리고 이거.”


나는 제단 중앙에 박혀있던 내 주먹 만한 돌덩이를 꺼내 들었다.


새파랗게 빛나는 기묘한 마석.

이 마석에서 느껴진다. 부적들이 풍기는 기묘한 마력이. 몬스터들은 푸른마석과 제단을 이용해 부적을 만드는 모양이다.


‘아쉽게도 주술사는 안 보이네.’


살짝 아쉽지만 괜찮다.

어차피 곧 5층으로 내려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거 이름이 뭐였지.”


무슨 감자였는데.

뮬리스가 가져다 달라던 뿌리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아 몰라.


일단 내려가야지.


몬스터들이 장식한 것으로 보이는 칙칙한 계단. 몬스터 부락 한가운데에 있는 계단이니 아마 내려가자마자 몬스터들로 가득 할 것이다.


그 사이에 주술사도 있겠지.


고개를 으쓱한 나는 뽀삐를 껴안고 5층으로 향했다.


“아 참.”


이번엔 그걸 한 번 써볼까?


뽀삐를 어깨에 올려두고, 손을 뻗어 허공에 무언가를 불러왔다.


‘감이 죽진 않았나 모르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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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검은용 군단 - 2 20.12.24 431 6 13쪽
62 검은용 군단 20.12.23 421 5 13쪽
61 화이트레온의 멸망 20.12.22 433 7 14쪽
60 테리오스 - 2 20.12.20 441 5 13쪽
59 테리오스 20.12.19 444 6 13쪽
58 뱀사냥 - 2 20.12.18 474 6 14쪽
57 뱀사냥 20.12.17 462 6 13쪽
56 그린 20.12.16 470 6 14쪽
55 토끼와 뱀, 그리고 달걀귀신 20.12.15 473 6 14쪽
54 어부지리 20.12.13 504 6 13쪽
53 사전조사 20.12.12 493 7 13쪽
52 침투 20.12.11 503 7 12쪽
51 여행 20.12.10 497 7 13쪽
50 영약 섭취 20.12.09 527 8 12쪽
49 이상한 탄생 20.12.08 521 7 13쪽
48 성검 20.12.06 521 9 13쪽
47 마석과 트롤 20.12.05 532 8 12쪽
46 바위트롤 20.12.04 533 8 11쪽
45 몬스터 부족 대참사. 20.12.03 538 7 12쪽
44 감자를 찾아서 20.12.02 571 7 12쪽
43 던전 5층 20.12.01 573 9 13쪽
» 던전 4층 20.11.30 568 10 12쪽
41 던전 재입장 20.11.29 567 9 12쪽
40 혼란의 끝 20.11.27 567 9 12쪽
39 혼란 - 3 20.11.26 571 9 12쪽
38 혼란 - 2 20.11.25 583 8 12쪽
37 혼란 20.11.24 600 9 12쪽
36 상점 20.11.23 593 8 12쪽
35 결승전 - 2 20.11.22 586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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