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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아카드와 믿을 수 있는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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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더
작품등록일 :
2015.04.20 11:37
최근연재일 :
2015.10.13 16:1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2,335
추천수 :
34
글자수 :
105,367

작성
15.10.08 13:48
조회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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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7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2

DUMMY

아카드는 작전의 성공을 믿고 있었다. 호운타 기사단은 이제 충분히 강하다. 그녀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했다.


이른 새벽 퀼레팔라 요새에서 출격한 호운타 기사단은 아카드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아카드의 전술은 정밀했고, 병사들은 그녀의 수족이 되어 기꺼이 원하는 바를 수행했다. 뜨거운 태양이 쏟아져 내릴 때 즈음, 젠데온의 강철병단은 남쪽에서 접근하는 적의 본대를 막아섰다.


'젠데온은 충분히 그들을 막아주겠지.'


같은 시각, 아체나의 궁병대는 숲을 지나는 적의 별동대를 기습했다. 그녀의 역할은 적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괴멸적인 타격을 줄 필요는 없었다. 적은 포위진을 만들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그럼 그 사이에 적의 본대를 칠 수 있어. 적들은 분명 강을 끼고 돌아올테니까, 우리가 정해진 좌표에서 공격하면 틀림없이 적들의 움직임은 낭비될거야.'


강가를 지나는 적의 선두부대를 직접 공격한 유지니오는 휴베르토와 아나스타시아를 좌우로 세워 적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아카드가 지정한 곳에서 기습한 호운타 기사단의 사기는 높았다. 그들의 외침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린드블름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해. 그는 성질이 급하고, 그에게는 제대로 된 지휘관이 없으니까.'


린드블름은 이들을 너무 얕보고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시작된 전투에서 그는 침착하게 응전하지 못했고, 휴베르토의 좌측면을 노린 병력이 본대를 관통한 순간 이성을 잃었다. 그는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아군적군을 가리지 않고 베었지만, 유지니오의 주문에 의해 심장이 관통당했다. 통칭 데리바라스 블레이드라 불리우는 얼음의 화살은 유지니오의 공격주문중에서도 가장 날카로웠다.


'지휘관을 잃으면 적들은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어. 그들은 제대로 된 군대라고 부르기엔 도적단과 닮았어.'


린드블름이 쓰러지자 호운타 기사단의 환호가 땅을 뒤흔들었다. 멋진 승리를 낚아 올린 것이 틀림없다고 아카드가 생각할 정도로 퀼레팔라 요새까지 그 소리가 전해졌다.


'이겼어. 이제 다음 전투를 준비해야해.'


새벽녘에 출발한 아군은 해가 질 때가 되어서 승리를 얻었다. 아카드의 계산대로다. 이걸로 남은 전투는 한번 뿐이다.


그녀가 기대어 앉아있는 의자는 전장에 어울리지 않게 푹신하고 편했다. 아카드는 꾹 모포를 쥐었다.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굉장히 추웠다.


그녀는 기침을 참기 위해 입을 가렸다. 기침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나 두려운 일이었다. 마루바닥아래에 숨어있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기침을 하려고 할 때마다 입을 막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너무나 애뜻한 어머니의 표정이 지금도 기억난다.


결국 그녀는 참지못하고 콜록, 기침을 했고, 어머니는 뜯겨나가는 마루바닥을 올려다보다가 머리칼을 잡혀 끌어올려졌다. 그와중에도 그녀는 아카드를 놓지 않았다. 그녀는 듬성듬성 빠진 검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고, 쪼글쪼글한 눈가의 주름이 나이에 비해 무척 심했다.


아카드의 기억속에서는 그녀는 인상깊은 외모가 아니었다.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목소리, 어머니의 체온, 엄마의 촉감.


"아직 여름이 오지 않은 걸까."


그녀는 혼잣말을 했다. 아무도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 그녀에게는 그걸로 충분했다. 어릴 때부더 누군가가 곁에 있던 적이 없다. 그러니 말을 하는 대상은 본인. 그렇다면 굳이 소리를 낼 이유가 없었다.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은 아무튼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처럼 목소리가 새어나갈 때마다 커터칼로 목을 긁어내는 것 같을 때는 더더욱 어려웠다.


"왜 이렇게 춥지?"


아버지는 술에 취해있는 일이 많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지만, 아카드에게는 무언가를 잊는 것은 무리였다. 그녀는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결단코 잊지 않았다. 아버지는 가끔은 술에 취해 울기도 했다. 언제나 동전으로 돌바닥을 긁는 목소리를 냈다. 손바닥이 꽤나 매웠다. 한 대를 때리고는, 아버지는 욕설을 지껄이고 아카드를 지나쳐갔다.


아카드가 태어난 것이 그에게는 꽤나 분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 아버지도 죽어가는 동안 꽤나 유약해졌다. 죽기 직전에는 평생 내지 않았던 따뜻한 말도 건냈다. 아버지에게 받은 이 곡도는 지금도 아카드의 보물이었다. 아무리 몸에 힘이 없어도, 이 허블루아를 품에서 때어낸 일이 없다.


"전사의 증표이다. 늑대의 이빨이란 뜻이지."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자랑스럽게 허블루아를 들어보였다. 한참 어렸던 아카드가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자 아버지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내가 죽으면 네가 가져라. 이걸 갖고 있을 때 너는 전사이다. 결코 도망쳐서는 안 돼."


술에 취해서 지껄인 소리였음이 틀림없다. 아마도 아버지는 죽는 순간에도 잊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카드는 잊지 않았다. 그 동안 그녀는 한번도 도망치지 않았다. 끝까지 싸웠다. 그녀의 친구들을 위해서.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위해서.


젠데온은 그녀에게 먼저 힘이 되어준다고 선언한 친구였다. 그는 듬직하고 호탕하게 웃었다.


유지니오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우려 한 친구였다. 아카드에게는 너무나 빛나는 친구였지만, 아마도 유지니오에게도 그랬을 것이다. 그가 아카드를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카드는 너무나 기뻤다.


아체나는 온화한 미소가 잘 어울렸다. 그녀는 언니같아서, 아카드를 이것저것 챙겨주기도 했다.


아나스타시아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그녀를 생각하자 힘이 돌아왔다. 다만 그녀가 지금 곁에 없는 것이 좀 슬펐다.


"다음 전투 준비를 해 둬야지."


아카드는 몸을 일으켰다. 알리시아 영지의 전력은 린드블름보다 훨씬 앞설 것이다. 사실 적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다. 정보를 모아서 그들과 맞설 준비를 해야한다. 그래야만 그녀의 친구들이 행복해질 것이다. 그럼 아카드 역시 행복해질 것이다.


'불이 꺼졌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조금 전까지 켜져있던 랜턴이 모두 꺼진 것일까? 회의장 안에는 항상 몇 개씩이나 촛불을 켜놓을텐데, 이상한 일이다.


'추워.'


여름인데도. 창 밖에서는 여름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처럼 개구리들이 울고 있는데도...


'추워...'


그리고 잠시 후에 그 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되었다. 아카드는 터져나오는 기침을 참았다. 콜록, 콜록, 기침을 한 것 같은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제는 춥지도 않았다. 개구리 소리도, 기침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친구들의 환호소리만이 들려오는 것 같다. 아나스타시아, 아나스타시아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녀는 친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소지었다.




1028년 8주 13일 오전 1시 32분. 아카드 블라드는 깊게 잠들어서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다.


작가의말

요즘 시간을 잘 못지키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모든 건 수능이 나쁘다고 변명하겠습니다... 물론 제가 수능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웃음)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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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2 JackieYo..
    작성일
    15.10.16 14:28
    No. 1

    아카드는... 정말로 죽은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필더
    작성일
    15.10.19 12:02
    No. 2

    죽었지만... 아니기도 합니다. 사실 무슨 말을 해도 미리니름이라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틀림없이 재등장한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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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센트 연대기 ~ 아카드와 믿을 수 있는 친구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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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3 15.10.13 121 1 16쪽
» 17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2 +2 15.10.08 104 1 7쪽
17 16화.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가 -1 15.10.04 113 0 8쪽
16 15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3 15.09.09 44 0 13쪽
15 14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2 15.09.07 106 1 9쪽
14 13화. 스스로 만들어낸 승리 -1 15.09.02 87 1 10쪽
13 12화. 마후라나 15.08.17 67 2 14쪽
12 언젠가의 이야기 15.08.17 85 2 22쪽
11 11화. 유지니오의 군대 15.07.13 95 2 17쪽
10 10화. 강해지기 위해 15.06.22 122 2 3쪽
9 9화. 기만 15.06.22 74 2 6쪽
8 8화. 유지니오의 교섭, 그리고 동맹 15.06.17 89 2 13쪽
7 7화. 정의의 군대가 되기 위하여 15.06.03 170 2 9쪽
6 6화. 기로- 최악의 선택 15.05.04 100 2 9쪽
5 5화. 학생군 출진 15.04.26 95 2 9쪽
4 4화. 첫 승리 15.04.20 168 2 16쪽
3 3화. 아카드와 믿을 수 있는 친구들 15.04.20 143 2 17쪽
2 2화. 새로운 친구들 15.04.20 205 4 25쪽
1 1화. 축복받지 못한 아이 15.04.20 34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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