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첫 업로드가 4월 17일. 한 차례의 리메이크를 거친 이후 지금까지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이른바 '폼'이 좋았다 라고 표현되는, 작중 묘사를 자기인용하자면 이 소설의 '전성기'인 타이밍이 몇 차례 있었겠지요.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제 스스로 폼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연찮게도 잘 나온 부분 덕에 연중을 유예 받은 작가라고 여깁니다.
제 스스로가 가진 한계, 어쩌면 초보 작가인 탓에 가질 수 밖에 없던 고질적인 한계를 몇 차례쯤 겪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한때 활활 타올랐던 글이 잔불이 되어 식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근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습니다.
한때나마 빛나던, 적어도 제 자신에게만큼은 밝게 빛나던 이 글이 어째서 지금 이렇게 시들어 죽어가는가.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제게 여가가 남을 때 마다 스스로에게 끊임 없이 하던 질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운 글을 쓸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그 때처럼 밝게 타오르고 힘 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그러던 중, 어느 순간 깨닫고 말았습니다. 그 시절의 글이 밝았던 이유는, 하루하루를 분량 맞춰 텍스트를 찍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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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함이 의무가 되는 사회 생활의 연장으로 글을 바라보고, 최대한 연재 주기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부족한 분량이 있다면 주말에라도 써서 올리면서 노력해 봤습니다.
그렇게 하루, 또 이틀, 어느새 몇 개월이 지나고 보니. 저는 기계적으로 의무감에 활자를 혼합해 미리 만들어둔 레시피 대로 글을 짜내어 쏟아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정해둔 큰 플롯에 따라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변한 것이 없는데, 글에서 보이는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되어서야 뒤늦게 깨달은 겁니다. 의무감으로 쓰는 글엔 생명력이 없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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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한 태도에 거듭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제 당분간 연재가 올라오지 않을 겁니다.
완결까지 한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게 쓰고, 갈고 닦아서. 최대한 흡족한 결과물을 한번에 업로드하겠습니다.
성실한 연재가 보장하는 것은 지속적인 수익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차피 이 시점에서, 제 글은 유의미한 수익이 나오지 않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도, 저는 지금 당장의 수익에 허덕이지 않아도 좋을 감사한 환경에 있습니다.
그러니, 돈이 아니라 이야기의 완성에 더 큰 욕심을 내보겠습니다. 매일매일 따라가는, 성실하지만 보기 힘겨운 이야기가 아닌. 한번에 읽었을 때 더 즐거운 큰 줄기의 소설로 끝맺음을 하고자 합니다.
적어도, 저를 믿고 따라와주신 여러분들께서 보시기에 '그래도 재밌는 소설이었다.'라는 감상평을 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이후에 업로드 될 글은 완결까지 한 번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정확한 시간을 공지하지 못함에 거듭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11월 안엔 돌아오겠습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계셨던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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