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개 상의 문제에 대하여 많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제 부족함을 여실히 느끼며 스스로 책망도 해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해보았습니다.
지금껏 꾸준히 제 소설을 사랑해주시고, 이 소설의 끝까지 함께 달려주시는 분들의 말씀인지라, 그 한 마디 한 마디를 천금처럼 듣고 어떻게든 더 나은 글로 보답 드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뿐입니다.
제 소설의 판매 금액은 100원입니다. 누군가는 종량제 봉투 두어 장을 살 수 있는 가격이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 그 100원은, 독자 여러분들과 제 사이의 약속이자 상호 신뢰의 표상입니다.
그런 탓에, 저는 글을 올리기 전 제 글의 오탈자를 검수하는 과정에서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 글이 그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어떤 때엔 만족스럽고, 또 어떤 날엔 스스로도 부끄러워 감히 올리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이 며칠 간의 글들이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건 단순히 어떤 캐릭터의 전개 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캐릭터의 행동이 이해하기 어렵고 맥락이 없다 하더라도 그걸 풀어내는 과정에서 충분히 재미있게 묘사할 수 있었다면 되었을 겁니다. 이건 그저 캐릭터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로서 제가 독자 여러분들과의 신뢰관계를 해친 일입니다.
이는 무겁게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돈을 받는 시장에서, 상품의 품질이 균일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입니다. 그걸 해내지 못했다면 판매자의 자격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겠지요.
내내 고민한 부분이 그것입니다. 클라이막스의 고조를 위해 몇몇 회차를 빌드업이라는 핑계로 소비해도 되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그 빌드업조차도 클라이막스에 못지 않게 흥미진진해야 하며,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무료로 빌드업 구간을 공개하고 클라이막스에서만 돈을 받을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그러니, '묵혀 놨다 보면 괜찮다.'라는 세간의 평가는 소설의 질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제 태도와 능력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뜻일 겁니다. 이에 대해 진심을 다해 반성하며, 독자 여러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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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제 소설의 문제점을 크게 들어내는 과정을 가지려 합니다. 지금 문제는 전개가 늘어지고, 주요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그 누구보다 제가 더 명확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목표를 향해 글을 쓰는 방식을 지향하다보니, 그 목적지로 가는 과정을 대충 넘길 수 없는 성격이 문제였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최근 전개에 실망하시고, 또 이 구간에서의 휴재는 제 상품 판매에 큰 차질을 빚어낼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도저히 허위 마케팅으로 포장한 쓰레기를 여러분께 팔아치워 짧은 이문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남아 계신 모든 분들을 실망시켜 드리느니, 차라리 소수의 독자님들만 남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남으신 모든 분들을 만족시켜 드릴 수 있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저 스스로가 어떤 특별한 장인이라거나, 대단한 명작을 만드려는 것은 아니므로 제 가치를 숭고해 보이도록 포장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언젠가 했던 표현대로, 여러분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도축업자가 정육도를 가는 심정으로 준비하고, 초보 요리사가 첫 요리를 대접하는 심정으로 눌러 담겠습니다. 여러분께선 부디 편히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고민과 분노는 저 홀로 하고, 여러분께는 즐거운 글만을 드리려 노력하겠습니다.
8월 첫 주 휴재 후,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연재를 재개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마음이 어지러워, 글을 쓴다는 사람이 휴재 공지마저 읽기 어렵게 늘여 쓰고 말았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Gawayn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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