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116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시스템이 두 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스세
작품등록일 :
2023.12.14 12:32
최근연재일 :
2023.12.22 21:05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859
추천수 :
22
글자수 :
51,760

작성
23.12.15 20:32
조회
256
추천
1
글자
12쪽

SSS급 도내 최강 쿨뷰티 미녀

DUMMY

시험 진행위원장이었던 400레벨 대 할아버지가 마왕 아카데미의 교장이었다.


“마왕 아카데미 루시드에 오신 신입생 여러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본교에는 여러분들을 견습에서 어엿한 정식 마왕으로서 육성하기 위한 최고의 환경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배우는 마족 여러분들은 끝없이 마왕의 자질을 시험받을 것입니다. 이는 분명 고된 일이 분명하지요. 허나 자신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고, 끝까지 완수한다면 결국에는 결실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여러분은..."


거 더럽게 따분하네.

나는 너무 잠이 와서 하품을 했다.

끝맺음의 결실을 맺을 줄 모르는 고리타분한 일장연설은 끝없이 이어졌다.


환영회 따위, 청자 중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데 어째서 존재하는 걸까?


어쩌면 이 고문같이 기나긴 시간이 늙은 권력자의 권력욕에서 파생된 일종의 뒤틀린 자기만족의 유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모두의 시간을 아무리 독점해도 누구든 가만히 서서 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 차이에서 희열을 느끼는 거지.


교장이 색기가 넘쳐흐르는 매력적인 중년 누님이었다면 모를까, 주름진 할아버지고 서야 진짜 들을 게 못됐다.


“임프, 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마왕이 되는 거 아냐?”

-마왕의 자리는 72자리밖에 없는 거셈. 시험을 치르고 그 뒤에 아카데미에서 2차로 거른 뒤에 선별된 특별한 인재들만 공석인 마왕성에 취직할 수 있는 거셈.


임프가 특유의 무미건조한 톤으로 설명했다.

옆에 있는 님프는 혼자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듯 흥분하며 내 머리카락 가닥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사악한 마족들이 지천에 깔린 거예요! 용사님 뭐 하는 거예요! 빨리 전부 죽이는 거예요! 산소가 살아있을 가치도 없는 벌레들에게 무의미하게 낭비되고 있는 거예요! 이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쳐 죽이는 거예요! 빨리! 빨리이!


님프 녀석이 뭐라 중얼거리든 상관없다.

나는 당분간 마왕 아카데미에 다니기로 이미 결정했다.

섹시한 서큐버스 누님과, 귀여운 흡혈귀 소녀.

무릇 성욕 있는 모든 남자들의 낭만과 판타지가 기다리는 마족들의 학원을.


용사라면 파티라는 명목으로 히로인 한 둘쯤은 곁에 둬야 하고, 마왕이라면 사천왕이란 명목으로 첩 한 둘은 곁에 둬야 하지 않겠는가.


도합 4명 정도면 충분하다.


“겨우 그런 저열한 이유 때문에 여신을 저버려선 안 되는 거예요!”


물론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목적은 따로 있으니까 진정해.


드르륵!


설레는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뭐지?


이거 이상하네.


마족들이 시선을 피했다.

내가 근처에 다가가면 오물이라도 맞닥뜨린 듯이 기피했다.

옆자리에는 아무도 앉으려 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학생들이 속닥거리는 이야기에서 나는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었다.


마왕 시험은 같은 시각 여러 장소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내가 나온 곳은 제3시험장.

수험생 전원이 사망하고, 열등한 반인반마가 유일한 합격자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곳이다.


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물질적 증거는 없지만 심증으로는 누가 범인인지 명확했다.


“저기, 쟤가 카레 학살자 이창우래.”

“우와, 진짜 무섭다.”


굉장한 카레 혐오주의자처럼 느껴지는 별명이 붙어버렸다.

카레를 어떻게 학살한다는 거지? 누구도 나와 함께 밥을 먹기 싫어했다.


그래도 오후 수업쯤 되니 쭈뼛쭈뼛 곁에 다가와 옆자리에 앉는 마족도 있었다.


“아, 안녕. 나는 아르렌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오! 짝꿍 히로인 등장 이벤트인가?

손가락으로 어깨를 쿡쿡 누르는 소심한 동작에 순간 설레임을 느꼈다.

심지어 얼굴도 예뻤다.


허나.


기분이 팍 식는다.

어깨 골격, 목소리, 손 크기, 내 레이더를 속일 수 없다.


"남자냐?"

"마, 맞아. 엘프의 피가 섞인 마족이야. 한 번에 맞춘 사람은 처음 봤어."


기분이 팍 식었다.


"너는··· 하프구나? 이름이 뭐야?”

“...이창우다.”

“이창우? 이름이 되게 특이하네! 인간들이 이세계에서 소환하는 용사들 이름과 비슷해! 있잖아 창우 너는...”

“쓰읍! 피곤하니까 말 걸지 마. 너도 카레맛 좀 볼래?”

“헉! 아니 아니! 그건 싫어. 미안해, 방해하지 않을게...”


아르렌이 깜짝 놀라서 손을 허우적거렸다.

남정네랑 사교적인 대화를 하며 친분을 쌓을 필요가 어디 있는가.

성별을 전환하고 오면 말 정도는 섞어주지.


나는 꿀 같은 단잠을 취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우리는 루시드 아카데미의 학생회다. 함께할 1학년을 스카우트하러 왔다.”


문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와 함께 우르르 들어오는 한 무리의 발걸음이 졸음을 깨웠다.


교실의 소리가 정지했다.

조용하다.

신입생들이 전부 얼어붙은 듯 싸늘한 정적.


“허억...! 강철의 여제라고 불리는 회장을 필두로 한 학생회야! 2학년에 번개의 썬더와 괴력의 스트렝스, 3학년의 은신술의 귀재, 어둠의 다크와, 흑마술의 영재, 죽음의 데스!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게 되다니! 창우야, 얼른 일어나!”


아르웬이 옆에서 속사포처럼 나불거리며 어깨를 흔들었다.

그냥 자는 게 백번 이득일 거 같은데 옆에서 호들갑을 떠니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대체 뭔 병신 같은 놈들이 찾아온 걸까 싶어서.


[199] [136] [121] [158] [169]


아르웬의 소개대로 차례대로 살펴봤다. 뭐야, 생각보다 레벨이 높았다. 그러나 누구도 나처럼 A급 고유 스킬은 없다.


“이창우! 제 3시험장 유일 합격자이자 반인반마의 카레학살자 이창우. 앞으로 나와라. 얼굴 한 번 보자.”


뜬금없이 이름을 불렸다.


“이창우! 어디 있지? 들리지 않나?”


강철의 여제는 그냥 별명만 거창하고 실상은 못생긴 오크 암컷이었다.

대답이 없으니까 몇 번이나 더 이름을 불렀다.

결국 아르웬이 팔꿈치로 나를 툭툭 치면서 빨리 대답하라고 재촉했다.

쟤는 왜 대답을 안 하나 싶어서 다른 학생들이 다 쳐다보니 오크는 내가 이창우란 걸 알아봤다.


“어이, 신입. 넌 왜 선배의 말을 무시하지?”

“볼 일 있으면 네가 오면 되잖아. 못생긴 추녀야.”

"추, 추녀?"


냅다 찬물을 쏟아부은 듯한 싸늘한 공기.

이제 막 출발한 대화는 곧장 영원히 넘을 수 없는 삼팔선이 그어진 것처럼 단절되었다.

스카우트고 뭐고, 이 새낀 아니구나를 바로 깨달았나 보다.

어처구니가 없는지 학생회 일원은 다들 멍하니 서 있었다.


딩동댕! 종이 울렸다.


“너 얼굴 기억했다. 건방진 놈. 다음에 다시 보자.”


그들이 으르렁거리며 곱게 강의실을 떠났다. 남은 건 지독하리만치 불안하고 불편한 공기.


아, 이놈 1등급 사고뭉치구나.

나를 흘깃흘깃 보는 학생들의 시선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았다.


“너, 지금 큰일 났어! 학생회의 심기를 거스르다니! 이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는 해?”

“몰라 어쩌라고.”


***


끔찍하게 지루한 수업들이 이어졌다.


그 어떤 수업도 내 흥미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서큐버스 여교수가 진행하는 마계학 시간만큼은 나도 온전히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


츠츠츠!


마나를 끌어올렸다.


고유 스킬이 되어버린 신성과 마기.

끌어당기는 인력과 밀어내는 척력의 두 가지의 힘은 아직 익숙지가 않았다.


도구로서의 효능은 더없이 뛰어난 듯한데, 정작 사용자인 내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 하나를 통째로 밀어내거나 당길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범위를 축소하여 원하는 사물에 한정하는 일이 좀 어려웠다.


젠장!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나풀거리는 얇은 천 쪼가리 하나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찾아오는 사무치는 절망감!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용사는, 마왕은! 앞에 그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존재다.

세계를 구하던가, 정복하던가, 위업을 달성할 운명을 짊어진 존재다.

마왕된 자로서, 용사된 자로서, 나 역시 멈출 수 없잖은가.


3일 정도 지난 시점에.


[+집중]


시스템이 염원을 들어주었다.

마력을 다루기 편하게 해주는 보조 스킬.


훌러덩!


“꺄, 꺄악!”


여교수가 깜짝 놀라 다리를 오므리고 치마를 눌렀다.


“유, 유레카!”


성공이다··· 성공이야!

위업을 달성에 환희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버렸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단발머리의 서큐버스 여교수.


당연하게도, 아름답다.

도내 최상위 쿨 뷰티 SSS급 미녀이자 루시드 아카데미의 마스코트로 불리는 여인이다.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단다. 다들 평범하게 레이첼 교수님이라고 불러."


그리고 하얀색이다.


“설마 봐, 봤어?”

“물론입니다. 걱정하지마세요. 아가씨.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요.”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나를 들여다본다고 하던가.

베일에 감춰졌던 사악한 마물이 모습을 드러낸 찰나의 순간, 그 역시 마찬가지로 나를 보고 있었다.

두려운 것···!


얼마나 사악하냐면, 그냥 멍하니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마주치는 것만으로 돌연 불의의 내상을 입었다.


보는 것만으로 남자에게 한 해 100로의 확률로 심각한 비강 출혈을 일으킨다니.


그 위험성은 가히 마계와 인계 깊숙한 곳에 도사린다는 3대 재악에 필적할 정도가 아닌가!

심히 위협적인 토끼였다.


<서큐버스에게 수치심을 알려주다 + 30p>

[+ 음란]


용사 시스템도 잘했다고 포인트와 스킬을 하사했다.

몇몇 남학생들은 감사 인사를 표했다.


마족과 인간, 양측의 공리에 향상에 기여하는 일은 이 세상에서 나밖에 하지 못한다.


분명 나는 방금 세계를 구했고, 또 정복했다. 그만한 값어치의 일을 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징계로 봉사활동 100시간과 모든 학점 F 처리가 되었다.

이 아카데미는 근본부터 썩어빠진 게 분명했다. 내가 바꿔 줘야겠군.


“이창우 학생. 낙제시험도 있어. 공부도 못하고, 태도도 불량, 교수를 성희롱하기까지. 그냥 이대로 퇴출이나 당하렴.”


나의 사랑스러운 피앙새, 서큐버스 교수의 날선 독설이 찔려왔다.

아무래도 미움을 사버린 거 같다.

정의를 위해 행동하고도 비난과 핍박을 받는 다크 히어로 취급이었다.


“그냥 불량학생 취급이야. 그렇게 멋진 말로 포장하지 말렴. 얼른 시험이나 쳐. 어차피 기준 미달이겠지만.”


레이첼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잠시 후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인계학이 만점? 생각보다 점수가 높네...?”


당연하다. 나는 인간이고 거기다 인계의 주축인 용사니까.


마족은 인간 사회를 몰라도 용사인 나는 비교적 빠삭하다.


"마드모아젤. 인계에 대해서라면, 저는 아가씨가 아는 것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답니다."

"봉사활동 10시간 추가야. 교수님이라고 부르렴."

"교수님. 그러는 교수님이야말로 마계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죠? 아카데미의 지하에는 마계의 한 도시를 불바다로 만든 고대의 성기사가 봉인되어 있단 사실은 알고 있습니까!”

“뭐어!? 그걸 대체 어떻게 알았지? 아카데미에서도 교장하고 마계학에 통달한 나밖에 모르는 1급 기밀인데!”


미끼를 문 서큐버스 교수가 깜짝 놀라 책상을 치며 일어났다.

오, 드디어 미끼를 무는 마족이 나타났다.


“에이, 거짓말. 교수님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요? 그럼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겠네?”

“당연하지! 나를 무시하지마. 구교사 서고의 F-786번 서적을 당기면 지하로 통하는 문이 열리는 것쯤 진즉에 찾아냈으니까. 신성을 가진 인간이 마력을 불어넣으면 고대에 봉인된 끔찍한 성기사가 눈을 뜨지. 학생이야말로 이건 몰랐지?”


여교수가 지식을 뽐내며 의기양양하게 허리를 곧게 펴고 커다란 가슴을 자랑했다.

왜 갑자기 저런 외설스러운 살덩이를 뽐내는 거지?

유혹하는 건가?


“......”


대놓고 쳐다보니까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이 되돌아오는 걸 보니 그건 아닌 듯했다. 어쨌든 좋은 정보를 획득했다.


아카데미 낙제가 되든 말든 상관없고, 나는 곧장 도서관을 향했다.

마족 히로인은 포기다!


“야, 너 시험 치다가 도중에 어디가! 설마 도서관? 어차피 마족은 결계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해! 어휴, 지독하게 말을 안 듣네.”


여교수는 뒤에서 소리치다가 그냥 단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혼자 시스템이 두 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마검을 손에 넣다 23.12.22 160 2 12쪽
10 용사란 작자들은 대게 꼴통이다 23.12.21 195 1 11쪽
9 시스템 오류 23.12.20 202 1 13쪽
8 루시드 아카데미를 졸업하다 23.12.19 236 3 10쪽
7 자유를 얻은 성기사 23.12.18 237 1 12쪽
6 봉인된 기사 렘파드 23.12.17 240 1 12쪽
» SSS급 도내 최강 쿨뷰티 미녀 23.12.15 257 1 12쪽
4 마왕 시험에 합격했다 23.12.14 296 1 12쪽
3 용사 시험에 합격하다 23.12.14 291 4 12쪽
2 용사 시험에 떨어졌다. +1 23.12.14 370 3 10쪽
1 프롤로그 23.12.14 376 4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