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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dang 님의 서재입니다.

높은 장원의 군주 (Lord Of High Manor)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Takadang
작품등록일 :
2023.04.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6.02 12:40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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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
글자수 :
644,312

작성
23.06.2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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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3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1)

DUMMY

다음날 발라-글라스 외곽의 대로에 검은색의 마차와 그 옆에 붙어서 같이 가는 네 마리의 말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라벨과 이리스 그리고 리브와 케인. 이른 아침 디알라와 그라벨, 이리스가 출발하기 직전 전날의 숙취로 머리를 감싸 쥔 리브가 마차를 보고 멈춰 세우며 야영지의 설치, 마차의 간단한 수리, 말을 돌보는 일 등을 해야 할 사람이 있어야 할 거 아니냐며 자신과 케인이 그런 일들을 도맡아 하겠다고 디알라를 설득했다.


리브의 말에도 설득력이 있었기에 디알라가 톨드 백작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 두 마리의 말과 여분의 갑옷을 얻어 발라-글라스를 나섰던 것이었다. 물론 마차에 실린 검은순록의 모피를 팔기 위함은 아니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 번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디알라님. 이대로 길을 따라 레바도스 평원으로 가는 건가요?"


케인이 말 안장의 가방에서 물주머니를 꺼내서 마신 뒤 디알라에게 물었다. 지난밤 마신 술과 강하게 양념 된 고기 때문인지 목이 계속 말라왔던 탓에 리브와 케인 두 사람은 평소보다 자주 물주머니를 꺼내서 마시고 있었다.


"네. 마침 트레아 상단이 레바도스 평원의 십자로에 대시장을 여는 시기라서 대륙 곳곳에서 오가는 수백 대의 마차가 레바도스 평원에 있을 테니 저희에게는 잘된 일이죠."


"아! 그렇겠네요. 수많은 마차중에 저희 마차를 찾아내긴 힘들 테니까요."


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도 늘 주위를 경계해 주세요. 귤릭 같은 자들이 저희를 찾아낼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디알라님."



서쪽에는 노르완 산맥. 남쪽으로는 페스트로낙 산맥. 그리고 동쪽의 로우윈 산맥. 북쪽은 캣크라우해에 둘러싸인 에스테타 왕국 북서부의 땅에서 가장 넓은 평원인 레바도스 평원이 있다.


그리고 그 평원에는 여러 지역을 이어주는 큰 가도들이 있는데, 북쪽으로는 바나스 공작의 도시 베스-디나스로. 서쪽으로 가면 톨드 백작의 발라-글라스. 남쪽으로 가면 카빌 공작의 카로브디프(Karobdiff) 동쪽의 가장 크고 긴 길은 로우윈 산맥과 패스트로낙 산맥의 사이를 지나 대륙 중앙의 에스테타 왕국의 수도 드라스나르(Drasnarr) 까지 이어지는 길이 있다. 그리고 이 가도들이 만나는 평원의 한 가운데에는 대십자로라고 불리는 장소가 있다.


그 대십자로에는 모이는데 30일. 머무는데 30일. 흩어지는 데 30일이 걸린다고 말하는 90일간의 대시장이 열린다.


대륙의 곳곳에서 상품을 싣고 오는 상인들의 마차가 모이는 대시장에는 대륙 최대의 도시 익스타른의 상점에서 오는 출장 분점, 남쪽 사막 왕국의 상인, 더 먼 동쪽의 드워프들과 대륙 북쪽의 바다에 있는 코발트 군도의 마도구 상인, 수인들의 섬인 론델라 섬에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대시장을 향해 온 수인 상인들이 모여든다. 장사를 하는 상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고 한 번쯤은 가고 싶어 하는 게 트레아 상단의 대시장이다.


"으흐흐! 대시장에서는 검은순록 모피를 얼마에 팔 수 있을까?"


리브가 기쁨이 흘러나오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며 케인에게 말했다.


"장사의 귀재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가격을 후려칠 수도 있고, 쓸데없는 물건을 얹어서 건네는 금화를 줄일 수도 있으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 해!"


"음! 그래야지, 동화 한 닢도 손해 보지 말아야지!"


리브와 케인이 말 위에서 대화를 주고받으며 있을 때, 그라벨의 시선은 멀리 보이는 관문 요새의 벽을 향해 있었다. 한쪽 성벽은 남쪽에 흐르는 데우레강에, 그리고 다른 한쪽은 북쪽의 자락에 닿아 있는 요새의 높은 성벽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높이와 견고함을 보이고 있었다.


"톤드 관문 요새에요. 동쪽에서 발라-글라스로 가려면 저곳을 지나야 하죠. 그리고 관문을 지나면 레바도스 평원으로 이어지구요."


"강과 산을 이어 만든 견고한 요새군요."


관문 요새의 벽에 더 가까이 다가가자, 성벽의 높이가 이제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높게 서 있었다.


톨드 백작은 왕국의 가장 서쪽 끝에 위치한 영지를 다스리는 변경의 백작인데 왕국 외부쪽이 아닌 동쪽을 이토록 견고한 관문으로 막은 이유에 대해서는 복잡한 사정이 있을듯해서 그라벨은 말 위에서 요새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며 디알라의 마차를 따라 관문의 입구로 향했다.


관문 요새의 입구에 다다르자, 디알라의 마차 외에도 많은 짐마차와 등짐을 멘 상인, 짐을 실은 노새, 다양한 모습의 상인들이 줄지어서 있었다.


"다들 십자로로 향하는 걸까요?"


리브가 앞에 이어진 줄의 길이를 보며 말했다.


"네. 아무래도 그렇겠죠?"


"리브. 줄을 기다리는 사람 중에 모피 상인은 없어?"


"음···. 글쎄···. 신경 쓰고 자세히 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근데 모피 상인은 왜?"


"대시장으로 가는 모피 상인이라면 검은순록의 모피값을 잘 쳐주는 상인을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잖아."


"오오! 그래! 그렇겠네! 좋은 생각이야 케인. 줄의 앞까지 한번 다녀올게."


리브가 케인에게 말고삐를 넘긴 뒤 말에서 내려 관문의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그렇게 줄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낸 뒤 디알라의 마차는 톤다 관문 요새의 동쪽의 길 위에 있었다. 따르는 네 마리의 말의 발굽 소리와 마차 바퀴의 소리가 서로 맞춰 소리 내듯이 기분 좋은 박자로 귀에 들려온다.


지평선이 보이는 드넓은 평원이 모두의 눈에 들어오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천천히 움직여 그 모습을 보았다.


귀를 울리는 바람의 소리와 가끔씩 들려오는 평원 늑대의 울음소리가 말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사락거리는 풀들의 소리가 기분 좋게 귀를 간지럽히듯이 들려온다. 시야를 막는 산도 없기에 끝 없이 이어지는 평원의 끝에는 하늘과 만나는 지평선이 보인다.


몇몇 이들은 길에서 조금 떨어져서 모닥불을 피우고 지나가는 상인들과 인사하며 예정보다 늦은 식사와 달콤한 차를 끓여 마시며 멀리 보이는 오늘의 사냥감을 물고 자신의 굴로 향하는 여우를 바라본다.


이름 모를 덤불에 핀 노란 꽃과 그 옆에 놓인 바위 위에서 쉬고 있는 큰 새들의 무리가 보이고 가까이 다가오는 말밥굽 소리에 놀라 하늘 위로 날아가며 내는 날갯짓 소리마저도 먼곳에 있는 일행에게 들려온다.


끝없이 이어지는 평야의 길에 무료함을 느낀 그라벨이 디알라에게 레바도스 평원의 동물이라던가 이곳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들에 관해 묻고 그에 답하는 디알라는 직접 평야 지대를 여행하며 알았거나, 숨은 달의 사원 서고에서 배운 지식을 그라벨에게 알려준다.


이제는 말 위에서도 펜을 꺼내 글을 적는 행위가 익숙해진 그라벨이 디알라와 대화를 하며 디알라가 전해주는 지식을 종이 위에 옮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해가 지고 길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 밤을 지새울 야영지가 세워지고, 평야의 곳곳에서도 붉은 모닥불의 불빛들이 보이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악기 소리와 노랫소리,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가 어우러져 들려오는 평원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다음날. 순록의 육포를 잘게 잘라 넣어 끓인 국물을 딱딱한 마른 빵과 곁들여 간단한 아침을 먹고 디알라의 마차가 다시 길을 나섰다.


어제와 비슷한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 만에 익숙해진 풍경을 보며 말 위에 올라 옆을 지나쳐 가는 일행에게 인사하는 무거운 짐을 등에 멘 상인의 무리를 지나 동쪽에 열린 대시장으로 디알라의 마차가 향한다.


디알라의 마차와 그 옆을 따르는 모두가 말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대로를 따라 이동할수록 걸어서 길을 가는 사람들과 곡식이 든 포대를 쌓아 올린 짐수레를 끄는 당나귀 두 마리가 끄는 마차를 모는 마부가 보였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른 뒤, 이리스가 그라벨 가까이 말을 몰고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멀리 앞쪽에 큰 가재 같은 모습의 괴물이 마차에 탄 상인인 듯한 사람을 쫓고 있어요."


"음? 저 앞쪽에? 잘 안 보이는데. 뭔가 보이는 것 같기도..."


그라벨이 눈 사이를 찡그리며 멀리 있는 작은 점과도 비슷한 무엇인가를 보려 했다.


"켄타우로스 맥에 마나를 집중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어? 아···. 그래. 그렇게 해볼게."


그라벨이 미간 사이의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길이 위에 위치한 마나 맥에 마나를 불어넣자, 이리스가 말한 가재 괴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감지계 마법과는 확인이 다른 감각이었다. 사물을 보는 힘이 증폭되어 대상을 눈앞으로 끌어당겨 확대해서 보는 감각이었다.


"이거 굉장한데..."


새롭게 익힌 능력에 그라벨이 감탄하며 마차를 쫓는 괴물을 보고 있었다. 마른 흙을 뒤집어쓴 바위와도 같은 어두운 노란색의 머리와 등을 이어 몸을 감싼 겉껍질은 두껍고 단단해 보였다. 큰 집게발을 마차에 뻗으며 도망치는 마차를 붙잡으려 하고 있었다.


"뭐지? 저 멀리 앞쪽에 흙먼지가..."


리브가 말을 빠르게 몰아 앞으로 달려 나가며 흙먼지의 정체를 알아보려 했다.


"두꺼운 껍질의 가재와 같은 괴물인데, 마차를 쫓고 있어요."


"예? 그라벨님은 저게 보이시는 건가요?"


리브가 눈가에 손을 모아 해를 가리며 멀리 있는 마차와 그 뒤의 괴물을 보려 노력했지만, 그라벨이 설명한 모습을 확인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설명해 주신 외형이라면 록 스크래퍼 일거에요! 쫓기고 있는 분을 구하러 가겠습니다. 잠시 마차를 부탁합니다."


디알라가 두 마리의 말 중 왼쪽의 말 위에 올라탄 뒤에 마차와 연결된 끈을 풀고 앞으로 나아갔다. 언제나 마차의 옆자리에 기대어 놓고 있던 지팡이도 어느샌가 디알라의 한 손에 들려져 있었다.


"이리스! 병사 두 분과 마차를 부탁한다!"


그라벨이 말을 재촉하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말을 몰아 디알라의 뒤를 따랐다.


"디알라님, 어젯밤에 주문 낙인으로 익히신 폭스 플레임을 써보시는 건 어떨까요?"



"네! 한번 해볼게요."


그라벨이 말한 주문 낙인이란 그랜드 월드 온라인에서의 그라벨의 직업 중 하나인 마도학자의 고유 스킬이다. 5레벨 이하의 어떤 마법이든 타인에게 전해줄 수 있는 스킬. 입수 난이도가 높은 마법의 경우에는 주로 마도학자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에게 배우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그 유용성이 입증된 스킬이었다.


이세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리스에게도 주문 낙인을 사용해 마법을 전수하려 했지만, 이리스가 가진 직업 중엔 마법과 관련된 직업이 없어서인지 발동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마법에 대한 기본 지식을 익힌 뒤에는 그 기능이 발동되었기 때문에 지난밤 여느 때와 같이 야영지에서 디알라와 이 세계의 마법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새로운 마법을 익히는 과정과 높은 수준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수련하는 방법을 듣던 중에 한동안 잊고 있었던 주문 낙인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고, 마법에 관한 지식욕이라면 그라벨에게 지지 않을 정도의 디알라였기에 기꺼이 그라벨의 주문 낙인을 통해 마법을 전수받기로 한 뒤 4레벨 마법 중 불 마법인 폭스 플레임을 익혔다.


이미 4레벨급의 화염계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했기에 그와 같은 레벨의 마법이라면 디알라가 익힐 수 있을 것이라고 그라벨은 생각했다.


과정은 디알라의 상상보다 훨씬 간결했다. 그라벨의 손가락 끝에 빛나는 작은 마나의 입자들이 모인 구체를 디알라의 이마에 가져다 대자 디알라의 머릿속에 주문을 시전하기 위한 마법 문장, 마법진의 구성, 최적의 크기, 예상되는 마나의 소모량 같은 마법을 시전하기 위한 모든 지식이 머릿속으로 파도치듯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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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3화 니아 칼라곤(2) 23.07.26 88 3 11쪽
52 52화 니아 칼라곤(1) 23.07.23 95 3 11쪽
51 51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9) 23.07.19 86 3 15쪽
50 50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8) 23.07.16 86 3 11쪽
49 49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7) 23.07.12 99 3 11쪽
48 48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6) 23.07.09 87 3 11쪽
47 47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5) 23.07.05 90 3 13쪽
46 46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4) 23.07.02 92 3 11쪽
45 45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3) 23.06.28 102 3 12쪽
44 44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2) 23.06.25 109 3 12쪽
» 43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1) 23.06.21 124 3 12쪽
42 42화 발라-글라스(5) 23.06.18 119 3 11쪽
41 41화 발라-글라스(4) 23.06.14 115 5 11쪽
40 40화 발라-글라스(3) 23.06.11 114 4 11쪽
39 39화 발라-글라스(2) 23.06.07 110 3 11쪽
38 38화 발라-글라스(1) 23.06.04 118 3 12쪽
37 37화 톨드 백작(3) 23.05.31 116 3 12쪽
36 36화 톨드 백작(2) 23.05.28 11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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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순록 사냥(2) 23.05.17 10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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