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Takadang 님의 서재입니다.

높은 장원의 군주 (Lord Of High Manor)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Takadang
작품등록일 :
2023.04.02 14:27
최근연재일 :
2024.06.02 12:40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4,691
추천수 :
495
글자수 :
644,312

작성
23.06.14 20:36
조회
115
추천
5
글자
11쪽

41화 발라-글라스(4)

DUMMY

톨드 백작이 그의 달갑지 않은 손님을 상대하는 동안, 그라벨과 이리스는 톨드가의 하인들의 안내에 따라 성채 내부의 복도를 지나 큰 중심기둥을 휘감은 나선형 계단을 올라 2층의 넓은 응접실에 앉아 있었다.


2층까지는 디알라도 따라서 함께 올라왔지만, 며칠간 마차를 몰며 쌓인 피로를 풀고 싶다면서 응접실에 머무르지 않고 다시 하인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향했다.


그라벨이 푸른색과 검은색의 실로 짜인 융단의 위에 놓인 창가의 옆 의자에 앉아 하인들이 내온 차와 그와 곁들인 말린 과일을 먹으며 벽에 걸린 그림들과 장식품들을 둘러보고 있을 때쯤, 또 다른 하인이 그라벨에게 다가와 톨드 백작의 지시로 가져온 것이라고 말한 뒤 갈색의 가죽으로 덮인 두꺼운 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책의 겉면에는 제목도 적혀있지 않았지만, 책의 내용을 알려주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인체를 표현한 듯한 그림에,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점들이 인체의 곳곳에 찍혀 있었다. 아마도 88개의 마나맥의 위치를 표기한 것일 거라고 생각하며 그라벨이 입가를 씰룩이며 책장을 넘겨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책에 시선을 고정하고 가끔은 손을 뻗어 차를 입가로 가져가 마시기도 하며 계속해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스틸 패스의 기사건, 웨이 오브 마나를 따르는 마법사건, 자연에 존재하는 마나를 몸 안으로 받아들여 신체에 축적하고 그 마나를 호흡과 명상을 통해 마나의 맥을 통과 하거나 축적해서 마나의 맥을 단련한다..."


책은 한 권이었기에 앉아있는 탁자 건너편의 이리스도 들을 수 있게 그라벨이 중요한 내용은 요약해서 말해주었다.


"전투보다는 호흡과 명상을 통한 단련인가... 아니지, 단련된 신체도 중요하다고 하니, 전투도 그리 무시하면 안 되겠네."


그라벨이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


여러 장에 거쳐 마나맥을 단련하기에 앞서 마나는 강인한 육체일수록 그 운용과 깃듦이 쉬워지고, 정신과 의지에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의지의 중요함을 예를 들어 책에 쓰여 있었다.


스틸 패스의 기사가 앞으로는 검 외의 무기는 쓰지 않고 오직 검을 쓰겠다고 스스로 의지를 다지고 결심한다면, 그 의지가 몸속의 마나에도 영향을 주어 검으로부터 마나를 발산하는 기술은 소드 싱(Sword Sing)과 검으로 발산되는 마나의 흐름을 잡아 제어해 압축시킨 마나를 검의 주변을 감싸는 싱잉 소드(Singing Sword)를 익히는데 유리할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싱잉소드라는 명칭은 스틸 패스를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명칭이지만 수인족들은 부러지지 않는 손톱으로 불리기도 하고, 마나 소드, 빛나는 검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노래하는 검이라... 운치 있는 이름이네. 검만을 쓰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의지가 영향을 끼친다니···. 그러고 보니 마법에도 비슷한 것이 있긴하네···. 한가지 속성만을 고집하여 쓰면 쓸수록 마나 자체가 그 속성을 띄게 되어 마나의 효율과 위력이 올라가는 거였지···. 그러면 사용에 의한 마나의 변화가 아니라, 책에 쓰인 것처럼 의지만으로도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걸까?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살의와 파괴의 의지도 영향을 준다는 뜻도 되는 것인데...'


책을 통해 많은 것이 생각나고, 새로운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며 정리해야 될 정보들이 많아졌다.


그라벨이 책장을 앞뒤로 넘기며 책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그라벨을 위해 이리스는 조용히 따듯한 차가 담긴 찻주전자를 기울여 그라벨의 잔을 채워 주었다.


조용한 응접실에 그라벨이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린다. 이리스는 가끔 그라벨이 말을 걸어 올 때를 빼곤 차를 마시거나 탁자 옆의 창문 밖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쁘게 눈을 움직이며 책의 내용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집중하고 있는 그라벨의 모습에 차나 그와 곁들일 말린 과일 같은 것들이 부족하지 않나 묻기 위해 다가온 톨드가의 하인들의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이것들을 옮겨 적어야겠어."


책장을 넘기던 그라벨의 손이 멈추고, 허리에 메여 있던 작은 가방에서 종이 몇 장과 작은 잉크병. 그리고 끝이 뾰족한 펜을 꺼냈다.


펼쳐져 있던 책에는 인체를 나타내는 듯한 그림과 88개의 마나맥의 위치를 나타내는 듯한 작은 점들이 그려진 그림이 있었다. 책의 겉면과 같은 그림이었지만 다른점은 점마다 이어진 선에 작은 글씨로 마나맥의 명칭이 적혀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림이 그려진 뒤의 책장에는 각 마나맥의 명칭과 효과들이 계속해서 책장을 넘길수록 팔, 다리, 몸, 머리로 세분되어 다른 그림들과 함께 적혀져 있었다.


"이리스. 지금 이 마나맥의 위치가 그려진 그림을 옮겨 그려서 보여줄게. 그동안 검술을 쓰거나 나에게 알려줄 때 설명 못 했던 마나의 이동과 제어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는 풀릴 거야."


눈은 책의 그림에 집중한 채 손은 사각거리는 펜을 바쁘게 움직이며 그라벨이 이리스에게 말했다.


"제가 도울까요?"


이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라벨이 옮겨 그리는 책장을 보며 말했다.



"괜찮아. 옮겨 적으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있으니까. 내가 직접 하고 싶어."


"그럼 저도 그라벨님과 같은 걸 옮겨 적겠습니다. 저에게도 필기구를 주세요."


"음? 그래···. 펜과 잉크는 여러 개가 있으니까."


그라벨이 종이 위에 펜과 잉크병을 올려놓았다.


-스윽. 사각사삭. 슥. 스슥-


두 사람이 펜을 종이 위에 움직여 가며 내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


이세계에 온 뒤로 어렴풋하게 감각만으로 느꼈던 마나맥의 존재가 책을 통해 그 존재를 정확하게 알게 됐다. 책과 그 옆에 내용을 옮겨 적은 종이 위로 시선을 옮기면서도 두 사람은 적은 양의 마나를 몸속에 흘려보내며 옮겨 적는 마나맥의 위치를 확인해가며 펜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동안 의문이었던 많은 것들이 설명되는 거 같아. 어때 이리스? 나보다는 네가 더 깨달음이 클 거 같은데?"


"네. 그라벨님의 말씀대로 그동안 설명 못 했던 많은 것들이 마나맥의 위치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제는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리스가 신이 난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입꼬리를 살짝 올려 보이며 그라벨에게 말했다.


"이리스. 만-메스(Maan-Mes)를 쓸 때는 대맥인 남쪽 왕관에서 컵, 까마귀로 마나를 순환시킨 다음 검으로 내보내는 거지?"


"네. 그렇긴 한데 위력을 낮추고 그 대신 오랜 시간 유지할 때는 컵자리의 맥 대신 화로자리로 대신하기도 해요."


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해서 신난 어린아이처럼 검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 이걸 마법에 응용하면···. 마법의 시전 속도, 위력은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한다.'


분명 이세계의 마법사들도 마나맥의 조합과 능력을 사용하진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책의 후반부에는 그러지 않은 이유도 적혀있었다.


마법진에 마나를 주입할 때는 마나의 폭주, 분산, 역류 등이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에 가장 안정된 상태의 마나를 마법진에 흘려보내야 한다. 그렇기에 마나맥을 통한 마력의 변환은 마나를 제어하며 마법을 시전하기에는 부적합하여 웨이오브 마나의 수련자들은 체내의 마나의 양을 늘리고 가장 안정적으로 마나를 마나맥을 통해 발산하는 수련을 하므로 스틸 패스의 수련법과는 마나를 다루는 방법이 상이하다고 쓰여 있었다.


"맥의 순환 수련을 직접 해봐야겠어."


그라벨이 의자를 뒤로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탁자 옆 빈 공간에 자리 잡고 서서히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마시며 호흡했다.


책에는 3개 이상의 마나 맥을 연결하여 조합할 때부터 마나의 제어가 힘들어진다고 적혀있었다.


'3개의 제어는 생각보다 쉬우려나...'


입을 가볍게 다물고 코로 숨을 천천히 내뱉으며 3개의 맥을 이어 마나를 순환시키자, 그라벨의 예상보다 빠르게 마나의 회전이 몸 안에서 일어났다.


'제어가 가능한 맥의 연결과 순환을 반복하여 수련한다고 했지...'


5개, 7개, 15개, 25개. 그라벨이 점점 연결되는 마나맥의 수를 늘려가며 마나를 순환한다.


입을 천천히 열어 숨을 들이켠다. 주변의 공기가 파동치고, 색이 없는 불이 타는 듯한 거친 아지랑이가 일렁이며 그라벨의 주위의 공간을 일그러뜨린다.


다시 숨을 내뱉자, 그라벨의 몸에서 뿜어져 나가던 기운이 한순간 멈추며 한 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 그라벨을 향해 모인 다음 사라진다.


'그러구보니 마나맥의 이름들이 익숙한 이유가 있었네. 별자리의 이름들이었어. 몇몇 개는 전혀 다른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라벨이 순환 수련을 멈추고 앉아 있는 이리스를 바라봤다.


이리스 역시도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하며 자신과 같은 마나의 순환 수련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지금 목소리를 내면 방해될 듯하니 잠시 지켜볼까...'


이리스 역시 그라벨이 했던 것처럼 순환에 연결되는 마나맥의 숫자를 늘려가는 듯했다.


이리스의 몸 주위에도 일렁이는 아리랑이 같은 기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이리스가 미간을 찡그리며 마나의 제어에 힘겨운 듯 이마에서 땀이 맺히고 있었다.


'이리스도 맥의 순환에 익숙해진 건가? 어···. 어?'


그라벨이 속으로 놀라며 본 것은 이리스를 감싸고 있던 기운이 타오르는 불처럼 맹렬한 기세로 뻗어 나오는 모습이었다.


탁자 옆에 있는 의자들이 움직이고, 벽에 걸린 그림들이 덜그럭 소리를 내며 벽에서 떼어져 나갈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리스! 괜찮은 거야?"


"네?"


그라벨의 목소리에 이리스가 반응하여 대답하자 방금 전까지 방을 가득 채우던 이리스의 마나가 이리스의 몸 중심의 한 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이 모인 뒤 사라졌다.


"음? 혹시 순환 수련에 문제가 생겼나 해서 불러봤었어. 그나저나 어때? 마나맥의 순환 수련은?"


"88개의 마나맥의 위치를 확인하고 순환시키는 건 쉬웠습니다. 그런데 몇몇 마나 맥의 조합은 실전에서 쓸 수 있으려면 직접 몸을 움직이면서 수련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마법과는 확실히 다르니까···. 그 대신 장소에 상관없이 순환 수련은 어디서건 가능하니까. (실전에서의 사용은 이번에 베스-디나스까지 석상을 호위한 뒤 그 근처의 모험가 길드에서 의뢰를 해결하면서 해보면 되려나···.)"


디알라의 의뢰가 아녔다면 이대로 한동안 모험가 길드가 있는 도시에 머물며 마나맥의 수련과 응용법을 연구하고 싶었지만, 너무 미뤄지지만 않는다면 괜찮다고 그라벨은 생각했다.


"그럼 식사 시간까지 검술에 쓰이는 조합과 응용법을 알려줘. 실전에서 써보기 전에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니까."


그라벨이 다시 의자로 돌아와 앉으며 이리스에게 말했다.


"그럼 우선은 종이에 적은 뒤에 설명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높은 장원의 군주 (Lord Of High Mano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59화 니아 칼라곤(8) 23.08.16 83 3 11쪽
58 58화 니아 칼라곤(7) 23.08.13 78 3 12쪽
57 57화 니아 칼라곤(6) 23.08.09 89 3 11쪽
56 56화 니아 칼라곤(5) 23.08.06 86 3 11쪽
55 55화 니아 칼라곤(4) 23.08.02 90 4 11쪽
54 54화 니아 칼라곤(3) 23.07.30 79 3 11쪽
53 53화 니아 칼라곤(2) 23.07.26 88 3 11쪽
52 52화 니아 칼라곤(1) 23.07.23 95 3 11쪽
51 51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9) 23.07.19 86 3 15쪽
50 50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8) 23.07.16 86 3 11쪽
49 49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7) 23.07.12 99 3 11쪽
48 48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6) 23.07.09 87 3 11쪽
47 47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5) 23.07.05 90 3 13쪽
46 46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4) 23.07.02 92 3 11쪽
45 45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3) 23.06.28 102 3 12쪽
44 44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2) 23.06.25 109 3 12쪽
43 43화 레바도스 평원의 대시장(1) 23.06.21 124 3 12쪽
42 42화 발라-글라스(5) 23.06.18 119 3 11쪽
» 41화 발라-글라스(4) 23.06.14 116 5 11쪽
40 40화 발라-글라스(3) 23.06.11 114 4 11쪽
39 39화 발라-글라스(2) 23.06.07 110 3 11쪽
38 38화 발라-글라스(1) 23.06.04 118 3 12쪽
37 37화 톨드 백작(3) 23.05.31 116 3 12쪽
36 36화 톨드 백작(2) 23.05.28 117 4 12쪽
35 35화 톨드 백작(1) 23.05.24 127 3 12쪽
34 34화 로울 23.05.21 120 3 11쪽
33 33화 순록 사냥(2) 23.05.17 108 4 13쪽
32 32화 순록 사냥(1) 23.05.14 115 4 11쪽
31 31화 그롱족(2) +2 23.05.10 116 5 11쪽
30 30화 그롱족(1) 23.05.07 121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