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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8******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인생은 균열이였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t8172464
작품등록일 :
2018.09.24 19:48
최근연재일 :
2018.09.24 21:47
연재수 :
1 회
조회수 :
92
추천수 :
0
글자수 :
3,267

작성
18.09.24 21:47
조회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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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한 소년의 균열 1-

DUMMY

안녕하세요. 죽기를 각오한 날 이렇게 손 편지를 쓰네요. 당신이 이걸 읽을 때에는 전 이 세상에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더 용기가 납니다. 이 세상에 없으니 이 글을 쓰고 남한테 핑계대지 말라는 소리를 듣지 못할 테니까요. 편지의 내용은 사실 제 얘기를 적지는 않을 겁니다. 제 친구 얘기예요.


이상하다고요? 제가 죽는 건데 왜 마지막을 남의 얘기로 적는 제가 이상하다고요? 당신은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이 모든 균열의 시작은 그 친구로 인해서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이야기를 시작할께요.


나이는 18살로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학교에는 총 7개의 반이 있습니다. 저희는 3반 이였습니다..


반에는 남자 밖에 없었습니다. 남고였기 때문이죠.


그는 유독 키가 작았습니다. 검은색의 네모난 안경을 쓴 점잖은 친구였죠. 그는 비록 키가 작았지만 운동도 잘하고 공부까지 잘하는 멋있는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 자신의 꿈을 항상 크게 외치고 다녔죠. 목숨을 구하는 소방관이 꿈이라고 자랑스럽게 떠들었습니다.


주변 친구들, 선생님들은 그런 그에게 다시 생각해보라며 말했죠. 그도 그럴게 우리나라에서 소방관의 대우는 최하를 넘어 최악인데 공부도 상위권인 얘가 굳이 그렇게 힘든 직업을 고를 이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의지를 꺽을 수는 없었습니다. 곧 걱정하던 시선들은 응원하는 시선으로 바뀌었죠. 저도 그 중 하나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했죠.


이유요? ...말하기 싫지만 어차피 전 죽기로 마음 먹었는데 비밀을 남길 이유는 없으니 말하겠습니다. 응원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제 아버지가 소방관이셨기 때문입니다.


"소방관은 제일 멋있는 직업이다!" 저희 아버지가 늘 입에 담던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늘 아버지에게 박수를 쳤습니다. 저도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직업을 가진 아버지를 히어로로 삼고 있었죠.


웃기지도 않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목숨을 구하는 직업이라서 자신의 목숨도 버려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제가 8살이 되던 해 6층 짜리 빌라에 큰 불이 났습니다. 저와 어머니는 아버지와 외식하던 도중이였는데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급히 현장으로 가야 한다며 먹던 밥도 내버려 두고 식당을 나갔습니다. 분명 자기는 쉬는 날이라고 제게 말했었는데도 말이죠.


이상하게도 그 날은 아버지를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머니께 아버지를 따라가자며 부탁을 했죠. 크게 어려운 부탁은 아니였는지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현장에는 아버지와 동료 소방관들이 출동했습니다. 빌라의 주변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습니다. 스마트 폰으로 불타는 빌라를 찍는 사람. 그 안의 사람들을 걱정하는 사람. 자신의 집이 타는 걸 울면서 쳐다보는 사람 등이 있었죠.


그런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불을 끄는 소방관들 중 몇 명이 활활 타오르는 빌라를 향해서 돌진했습니다. 그들 중에는 아버지도 있었습니다. 이유는 자식이 안에 있다며 울면서 소방관들에게 구해달라 부탁하는 아줌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 들어가는 소방관들이 마치 팀을 이뤄 악당을 무찌르러 가는 영웅들처럼 보였습니다. 전 그들을 향해 "화이팅!"이라고 소리쳤습니다. 주변 모두가 절 쳐다봤지만 부끄럽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방관들 중 아버지가 있다고 아버지는 대단하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그리고 몇 분뒤에....


총 소방관 6명이 들어갔지만 나온 건 3명 뿐이 였습니다. 그들의 품에는 키가 작은 아이가 안겨 있었죠. 소방관들은 분명 아이를 구했는데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기쁨'의 눈물이 아니였습니다. 분명히 그건 '슬픔'의 눈물이였죠.


...이쯤되면 감이 잡히지 않나요? 아버지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돌진한 빌라는 곧 아버지의 묘가 되었습니다. 최초로 본 화재현장이...아버지의 묘였습니다.


나온 사람들 중에서 아버지가 없는 것을 보고 먼저 달려간 것은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소방관들 한 명 한 명을 붙잡고 "제 남편이 안 나왔어요!" 라고 소리쳤습니다.


전 한심하게도 아무런 생각도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충격 때문이 아닌 겁이 나서 였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때의 소방관들의 표정을 보고 아버지는 이제 못 보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그 생각을 하자 앞의 불타는 건물이 거대한 괴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온몸이 떨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았죠.


그런 절 어머니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습니다. 어머니도 아마 제정신이 아니셨겠죠. 불타는 빌라에 아버지를 구해겠다며 난동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분명 절 신경 쓸 상황이 도무지 나오지 않았던 거겠죠.


그러던 와중 제게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아이는 키가 유독 작았지만 제 또래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저희 초등학교의 체육복을 입고 있었는데도 이렇게 작은 데 2학년은 아닐테니 말이죠.


이 아이가 제 인생의 균열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하하...혹시 여러분들은 소방관에게 구해진 아이가 소방관을 꿈꾸는 아이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렇다면 전 여러분들에게 실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아이가 소방관을 꿈으로 정할 리가 없잖아요.


아무리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고 해도 불에 집어삼켜질 뻔한 기억이 평생 그를 괴롭힐텐데요. 그러고보니 그 아이는 지금 뭘 할까요? 아니. 굳이 궁금해할 필요는 없겠네요. 그 아이가 뭘하든 저랑은 상관없을 테니까요. 어차피 전 죽을 텐데.


뭐...본론으로 돌아와서 손을 내민 그가 말했습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고 말이죠.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의 손을 전 잡지 않고 스스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면전에 대고 이렇게 말했죠. "시X새X야" 라고 말이죠. 초등학교 1학년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욕설을 그에게 내뱉었습니다.


사실 그에게 잘못은 없었습니다. 그는 소방관이 아이를 구한 모습만이 보였을 뿐일테니까요. 그 속의 진실을 그는 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보고나서 그런 소리를 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가 싫었습니다. 녀석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전 그에게 욕을 하고 혼자서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10분 정도를 미친듯이 뛰었을까? 익숙한 교차로가 나왔습니다.


아무생각 없이 뛰었는데도 몸이 기억을 해서인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길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 5분 정도만 걸으면 저희 집에 도착하거든요.


하지만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인지 계속 주변을 방황하며 돌아다녔습니다. 어느새 하늘에는 태양이 지고 둥근 달이 떴습니다. 그 날은 아마 11월 14일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머니가 절 애타고 찾고 있을 지 모르지만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때부터가 저와 어머니 사이의 작은 균열의 시작이였을 지도 모르겠네요.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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