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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뚜기 님의 서재입니다.

극한던전운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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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뚜기
작품등록일 :
2019.04.1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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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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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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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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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랜덤 뽑기 성전사라고 들어나 봤을까?-(5)

DUMMY

사실 기탄과 합을 이뤘기 때문에 뒤의 도적놈이 성가셨지. 기탄을 빼고 싸우면 1대1로는 전혀 무섭지 않은 상대다.


놈이 은신을 했다만 금수저 물고 태어난 나의 동체 시력은 잔상이나마 놈을 포착할 수 있었다. 곧바로 추격해서 도망치는 놈의 진행경로에 세검을 찔러 넣었다.


만약 여기서 보이지도 않는 대상의 위치를 감으로 예상하여 정확하게 찌르는데 성공했다면 사실상 내 실력은 달인을 넘어 극에 다가갔다고 평가 받을 수 있겠지만 아직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고, 놈의 경로를 막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였다.


은신이라는 게 대부분이 그렇듯 일단 조금의 접촉이라도 허용하면 풀리는 게 정상이랬다. 은신이라는 소재 자체가 소설이든 게임이든 참 많이도 나오기에 성전에 관심 없이 살았던 나조차도 이 정도는 잘 안다. 실제로 신체가 닿기는커녕 가까이 다가간 것만으로 놈의 은신은 해제되었다.


그래도 꼴에 도적이라고 눈치는 제법 날카로운 것인지 은신이 벗겨지자마자 바로 반격이 날아왔다.


자연스럽게, 항상 그랬던 것 마냥 내 몸은 정확하게 움직였다. 찔러 넣었던 세검에 방향을 틀어 날아오는 단검을 눌러놓고 검 손잡이를 빠르게 쳐올려 놈의 턱을 가격했다.


사실 검을 눌러 놓자마자 검로를 틀어 아예 베어버리는 게 최상의 결과일 테지만 아마 하책일 것이다. 단검을 막은 시점에서 이미 내 세검은 가속도를 잃었기 때문에 연이어 공격하면 반드시 틈은 생긴다.


이 틈을 대처 하지 못하고 당하는 건 하늘과 땅 만큼의 실력 차이가 있을 때나 발생하는 경우이지, 상대가 민첩한 도적이라면 더욱이 턱도 없는 요행일 것이다.


그렇기에 곧바로 몸을 던져 방어나 회피를 생각하고 있는 상대에 밀착했고, 선이 아니라 점. 그것도 가장 읽기 까다로우면서 가속도를 받지 않아도 되는 공격.


즉. 손잡이를 밀어 올림으로서 밑에서 위로의 타격 공격을 선택했다. 실제로 근접 공방에서 이 패턴은 종종 나오는 편이다. 고유화 무기 인해 보정을 받는 나의 실력이 슬슬 달인의 경지를 초월하기 시작했으니, 분명 턱 올려치기가 효과적인 수단인 것은 확실했다.


물론 고작 턱을 가격해 놓고 효과가 있는 공격에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 하지만 말이다. 그건 놈이 턱을 얻어맞은 시점에서 이어질 후속타가 높은 확률로 성공 할 것이라는 점을 빼놓았기 때문에 계산에 착오가 발생하는 것이다.


턱을 맞으면 당연히 맞은 자의 시야는 위로 치솟고 운동량에 의해 뒤로 밀려나기까지 한다. 나는 그걸 감안해서 미리 몸을 던져서 살짝 멀어진 거리는 충분히 줄어든 상황.


자, 이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검로 중에서 놈이 보이지도 않고 자세 또한 불안한 상태로 막거나 피할 수 있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까?


그렇다. 사실상 이 후속타는 ‘확정타’나 다름없다.


그리고 지겨워도 다시 한 번 언급한다. 나의 일격 일격은 ‘필살’이다. 상대가 온 몸을 철갑으로 둘렀거나, 방패를 들어서 급소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게 아닌 이상에야 평범한 상태에서 내 일격에 적중당하면 그 대상은 반드시 사살될 것이다.


하여튼 말하고 싶은 점은 이 더러운 고블린 새끼는 뒈진거나 다름없다는 거다. 나는 뒤로 날아가는 놈을 다시 추격해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놈은 최후의 발악으로 단검을 휘둘러 접근을 저지하려 했지만 저런 건에 성전을 치루기 전의 나라도 피했을 것이다.


키악!


쯧! 별 것도 없는 것에 고생을 해버렸어. 반성하고 더 정진해야겠다.


생각보다 전투가 길어졌기 때문에 마진이 아슬아슬하다. 다행이 삼종버프를 전부 받은 오크는 의외로 손쉽게 파편 셋의 공격을 버티고 있었다. 한 술 더 떠 뒤늦게 달려온 나를 보고 허허 웃으며 농담을 건내는 여유를 보이더라.


“이보게, 정복자 친구. 마법이란 건 역시 끝내주는 구만! 그렇지 않나 친구들? 허허! 허허허!”


그렇지. 삼종 버프가 보통 좋은 게 아니긴 하지.


근력, 스피드, 반응속도, 방어력 등이 전부 급격히 상승하는 변화의 메리트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단순한 가정 하나를 만들어보면 그 위력을 새삼 예측 할 수 있다.


당신이 길가다 시비에 휘말려서 당장 주먹을 맞대고 맞짱을 떠야 하는 상황에 쳐했다고 생각해봐라. 처음에는 그럭저럭 비슷비슷하게 치고받았는데 갑자기 상대가 주술에라도 걸렸는지 고급 아카데미나 경우에 따라선 중급 아카데미 수준의 나이로 퇴화되어버린 것이다!


자, 이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그때 그 시절을 떠올려봐라.


나는 아무리 짱구를 잘 굴려 봐도, 하물며 성전에 나서기 전 온실의 화초나 다름없었던 나를 대입해 봐도 고급 아카데미나 중급 아카데미를 다니는 배당충들한테 쳐 맞는 시나리오를 짜낼 수가 없다. 그저 ‘하여튼 요즘 배당충 쉐리들은 싸가지가 없어요!’ 하면서 뚝배기를 사정없이 갈겨줄 뿐이다.


각설하고 그 뒤로는 너무나 간단했다. 파편 셋이서 한 명을 처리하지 못했는데 거기에 파티를 단위로 씹어먹고 다니는 내가 가세했으니 결과야 묘사를 할 필요도 없지.


“껄껄! 괜히 다들 출세를 목적으로 정복자들 밑으로 들어가서 싶어하는 게 아니군 그려. 어때, 자네 나 한번 키워보지 않겠나? 마법만 제때 걸어주면 내 방금 같은 혁혁한 전공을 매번 세울 수 있을 것 같다네.”

“....갑작스럽게 영업이라니. 어이가 없군!”


뭐, 언젠가는 나도 흔한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벽을 느끼고 파편들을 영입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한참 나중의 일이다.


애초에 이런 저층에서는 파편들을 유지할 만한 마나 수급량을 확보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저층에는 주로 모험가들이 파티를 이루어 생계형 성전을 수행하고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건방진 오크가 의외로 괜찮은 실력을 가지고 있고 이번 전투에서도 유용한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삼시 세끼 마나를 배당해야 할 정도의 메리트는 아니었다.


당장 한 층만 올라가도 이번처럼 활약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는데다가 더 미래를 생각해서 두고두고 써 먹으려면 파편들의 성장에도 투자를 해야만 하는데 그럴 바에야 그냥 상위 층의 파편을 영입하고 마리라.


안타깝지만 저 말 많은 오크 친구는 영원히 이곳 토박이로 살아가게 될 운명이다. 저층의 파편이 꾸준히 성장하여 한 층 한 층 층을 올라가서 결국에는 ‘조각’이 되는 길은 지독히도 어려운 고행이다.


그전에 시간 단위로 강해지는 모험가나 군단들에게 공략당해 버려서 던전에게 버러지거나 운이 좋다면, 영입 의사가 있는 모험가와 함께 제2의 생을 살게 될 것이다.


“쯧!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나. 나도 다 알고 있지만 농담 한 번 해 본 걸세. 사실 성격상 누구 밑으로는 못 들어가겠다네. 대세가 한참 전에 기울었지만 아직도 출세보다 자유와 신앙을 우선시하는 나 같은 파편이 더 많은 이유가 괜히 있겠나? 삶이 고단하니 명예는 버릴 수 있어도 신앙을 버리는 일만큼은 쉽지가 않지. 신앙을 버리면 정말로 희망이 사라지는 거니까 말일세.”


오크의 서글프지만 신념이 깃든 눈빛을 보고 새삼 성전에 임한다는 길이 고단하고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게 느껴졌다.


다들 자신의 성전에 미쳐있는 시대다. 경쟁자 한 명 한 명, 하다못해 시작점부터가 다른 파편들까지도 자신을 만들어낸 창조자를 위해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런고로 앞으로 만나야 할 적 혹은 아군은 다들 신랄한 광기에 사로잡힌 미친놈 미친년들이라는 것만큼은 확신 할 수 있을 것 같다.


“괜히 나중에 후회 할까봐 말해두지. 나를 잘 꼬셔서 영업에 성공했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네 말대로 나는 던전 경험이 적거든. 변명할 거리도 없으니까 솔직히 말하지. 사실 영속화 하는 법도 잘 몰라.”

“껄껄껄! 거 농담도 지나치시. 영속화 하는 법도 모르는 문외한이 던전에는 무슨 연유로, 또 어떤 방법으로 들어왔겠나? 하물며 작정하고 홀몸으로 던전을 공략하는 자네 같은 실력자가 왜 저층에서 혼자 나돌아 다니고 있겠냔 말일세. 우리들도 알만한 다 알고 있어. 놀리려 했다면 실패한 걸세.”


뭐,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확실히 나 같은 케이스는 특수한 상황이지.


“실없는 농담 말고 빨리 야영 장비나 내놓으시게. 이번엔 자네도 좀 거들고 말이야. 이번 전투에서 1등 공신은 당연 이 몸 아닌가? 인정하시게나.”


큭! 이것 만큼은 인정해야 하는 부분인가? 확실히 도움이 되었지.


방금의 전투에서처럼 싸울 의사가 없는 파편들을 포로화 시키는 것의 장점은 상당했다. 단순히 머리수가 한 명 늘어난다는 것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데 머리수를 늘리는데 아무런 코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


귀찮다고 싸울 의사도 없는 파편 포로를 죽여서 마나를 얻는 것보다는 살려놓고 등 떠밀어서 얻는 이득이 훨씬 컸다.


참고로 파편들끼리는 전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런 화목한 사이가 아니다. 필요에 의해 파티를 형성하거나 아예 던전이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묶어놓았기 때문에 파티 단위로 활동하기는 한다만 개인으로 봤을 때는 서로 경쟁하는 사이인 것이다.


그들도 자신들의 성전이 있고 오크의 경우에는 정복자, 즉. 나 같은 애신족이나 다른 파편들을 사냥하며 강해져서 신계를 노리고 있는 창조물이다. 다만 다른 점은 우린 하나의 목표를 위해 시덥잖은 반목을 하진 않는 정도일까?


길가다가 만난 다른 파티들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덕담을 나눌지언정 절대 서로의 등에 칼을 겨누진 않는다는 게 우리와 파편들의 차이다. 그 사소한 차이가 던전계를 지배 하냐 아니면 지배당하느냐의 판결로 이어진 건 겨우 내 세대에 와서야 굳어졌다.


“하여튼 말은 많은 친구군.”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이공간을 열어 야영 장비를 빼내려했다.


하지만...


황급히 열었던 이공간을 닫아야만 했다. 또 내 뿔이 벌겋게 달아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전투가 벌어진다면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서 다섯 번째 전투가 되는 터였다.


아무리 다음 층이 가깝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 한 감이 있는데....


특히나 더 걱정스러운 점은 점유율이다. 여긴 고작 2층이란 말이다. 생계형 모험가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인공 던전의 저층인데도 불구하고 머릿수에서 압도당하고 있는 상황은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불평한다고 아군이 늘어나는 것도 아닐 거고 차라리 빨리 전투를 거듭해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게 속편한 방법일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또 뭔가? 그러고 보니 자네 뿔이 다시 빨개졌군. 설마?”

“그래. 눈치 챘으면 준비해!”

“이런! 요즘 던전에 이상한 놈들이 많이 보이더니 뭔가가 확실히 있긴 한 모양이시. 사실 자네를 만나기 전에도 다른 층의 파편들에게 공격당할 뻔 했네. 이런 일이 생기면 그 동안은 던전이 알아서 중계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낌새도 없으니 보통 일은 아닌 것 같구먼.”

“다른 층의 파편들이 내려왔다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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