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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선주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초능력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신은선주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5
최근연재일 :
2022.07.18 19: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576
추천수 :
483
글자수 :
183,693

작성
22.05.25 18:41
조회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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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9쪽

빌런의 등장 (2)

어쩌다 초능력자




DUMMY

10화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홍주 어딨어? 만나야겠다.”


“미국으로 출국했어요.”


“그새? 우리에게 말도 안 하고 이민갔어?”


“이민 가기 전에 미국에 아는 사람과 조율할 게 남아있나 봐요.”


“계약서를 수정해 달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수정해줄까요?”


“얘기는 해봐야지.”


“계약서에 얼른 싸인받고, 안 마주치려고 미국 간 거 같은데······.”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솔직히, 우리 당했다. 여기 관원이 32명이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15명이잖니. 15명이면 딱 임대료까지는 내겠다. 또 여기 이 바닥매트 다시 깔아야되. 바닥매트가 왜 이렇게 숨이 죽었을까 했는데, 1층 편의점 사장님 말 들어보니까, 예전에 샤워실에 물을 틀어놓고 귀가해서 금,토,일, 월요일 오후까지 침수되어 있었대.”


“하, 참 나, 바닥매트 다시 깔아야 되겠네요.”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야.”


“또 무슨 문제라도······.”


“이렇게 침수가 되고 나면, 장마철이나 겨울철에는 곰팡이천국이 돼, 숨을 못 쉴 정도로.”

“장마철은 습하니까 곰팡이가 피는 건 알겠는데, 겨울철은 왜요?”


“곰팡이의 대부분은 결로현상 때문에 일어나. 바깥은 춥고 안에는 따뜻하고. 우리 겨울철에 난방기 틀 거 아니야. 그럼 실내가 습해지지.”


우리는 또 한동안 말이 없었다.


“원래 사기는 아는 사람한테 치는 거라 그러더니, 홍주가 그 말을 몸소 실천했군. 정말 대차게 사기치고 갔어.”


“네? 사기를 아는 사람한테 쳐요? 그게 말이 돼요?”


“모르는 사람이 와서 사기치는 경우는 없어. 모르는 사람이 와서, ‘실례합니다, 사기 한 번 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거 봤냐?”


“에이, 그래도 홍주형님은 그럴 사람 아니에요. 무슨 사정이 있었겠죠?”


“보증금, 권리금은?”


“그건, 서로의 의중을 파악 못한 거죠.”


“그럼, 회원수 거짓말한 거는?”


“그건 홍주형님이 막판이라 하니, 회원들이 재등록을 안 한 거겠죠.”


“그럼 침수된 사실을 숨긴 것은?”


“그건 꼭 말할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와! 너 꼭 홍주 대변인 같다.”


갑자기 손영재가 벼락같이 소리쳤다.


“왜, 자꾸, 없는 사람 헐뜯어! 홍주형님이 앞에 있으면 찍소리도 못하면서!”


나는, 반말로 소리치는 손영재의 얼굴을, 한동안,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손영재의 붉으락푸르락하는 얼굴에서 손영재의 진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손영재에게 맥이 빠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 직속 선배 욕해서 미안하다.”


그 후로 손영재는 나의 상사가 되었다.

체육관 웃사람이 된 것이다.


물론 대출받아 갚았지만,

어쨌든 나는 손영재에게 돈을 빌린, 잠시나마 채무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대출금 이자를 갚기 위해,

어떻게든 망한 체육관 살려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였고,

손영재는 그런 나를,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전화상담 마케팅부터 전단지, 현수막 벽보작업까지 하였고,

손영재는 왜 그런 일로 돈 버리고 벌금까지 물게 하냐고 내게 신경질을 냈다.

손영재는 다른 데 가서 파트 타임 일을 하며, 가끔 체육관에 와서 둘러보고 그냥 들어가곤 하였다.


이게 여유자본이 있는 사람과 부채가 있는 사람과 동업을 하면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운동선수는 운동할 때, 경기에 나갈 때나 멋져 보이지,

일단 체육관을 운영하게 되면, 서비스업에 종사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나는 손영재에게 말했다.


“이 체육관에서 두 사람 몫이 나오겠냐?”


“열심히 하면 되죠.”


“‘열심히’도 ‘어떻게’가 중요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일단, 체육관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먼지 하나 없이, 항상 도복이나 체육복 입고 있고, 관원이 아무도 없는 시간이라도 체육관 지키고 앉아 있고, 출퇴근/등하교 시간에 전단지/판촉물 나눠주러 거리에 나가기도 하고, 운동 커리큘럼 만들고, 코칭 테크닉 연습하고······.”


“그럴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체육관에 매여있어야 되는데, 저는 그럴 자신없어요. 또 저는 오전에 파트 타임 일해야 하잖아요.”


“너, 오전에 파트 타임 일하지 않으면 안 되겠냐?”


“그럼, 내 생활비는 어떻게 벌어요?”


“여기 체육관을 살려서 그 돈으로 생활비 하면 되지.”


“지금 당장 돈이 급한데 어떻게 그래요?”


“너보다 내가 급하지. 나는 이자도 내야 하는데.”


“그건, 형님 사정이죠.”


“야! 수익금을 똑같이 나누자는 말은, 똑같이 일을 하자는 거와 같은 말이야.”


“형님! 그럼 제가 일을 안 했다는 건가요? 청소하고, 관원 지도하고, 뭘 어떻게 더 하라는 건가요?”


“전단지도 돌리고, 현수막도 달고, 예전 관원 전화해서 재등록 상담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걸 나 혼자 맡겨 놓으면 되겠냐?”


“나는 뭐, 전단지 안 돌렸어요? 현수막 안 달았어요?”


“그래도 100장이 뭐냐? 기본적으로 한 500장 돌려야 되는 거 아니냐?”


“솔직히 전단지, 현수막 작업하기도 싫었는데 억지로 한 거에요.”


“그런 걸 하기 싫어하면 어떡하냐?”


“형님이 시켜서 하기는 했는데요. 왜, 그런 걸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무 효과도 없는 거. 괜한 일을 해서 전단지, 현수막 제작비용이나 없애고. 구청에서 벌금이나 맞고.”


“야, 그럼 그거라도 해야지 어떡하겠냐? 뭐라도 해봐야 할 거 아니냐?”


“카페, 블러그, 페이브북 같은 SNS를 활용해야지. 그런 게 통해요?”


“야! 체육관은 지역광고를 해야 하잖니. 그런 거는 불특정 다수, 무차별 광고인거고.”


“꼭 이 지역에 사는 사람만이 관원으로 등록하러 온다는 보장 있어요? 타지역에서도 이름만 나면 얼마든지 오거든요.”


“타 지역에서 몇 명이나 오겠니?”


“형님은 시대의 흐름을 못 읽으세요.”


더 이상의 대화는 소비가 된다.

나는 손영재에게 친절하게 말한다.


“그럼, 네가 카페, 블러그, 페이스북 운영하겠니?”


“정기적으로 업테이트 해야 하는데, 우리에게 그럴만한 콘텐츠가 있나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반대는 하는데, 대안이 없는 사람.

방향은 알고 있는데, 걸어가지 못하는 사람.

손영재와 같이 운동할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손영재라는 사람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는 이해관계가 얽혀, 감정까지 상한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관원이 15명인데, 버는 것도 없는데, 무슨 이해관계가 생겨나겠는가.


우리는 빈 체육관에 둘이 가만히 앉아 있자니, 죽을 맛이었고, 개인운동하는 것도 심심하기 그지없고, 그래서 가끔, 연습스파링을 했다.

보통 타격, 그래플링, 종합격투 이렇게 세 파트로 나누어서 연습스파링을 했었다.

15분 3라운드로 했는데, 1라운드는 타격, 2라운드는 그래플링, 3라운드는 종합격투 순이었다.


1라운드 타격을 킥복싱룰로 한다면 아무리 보호대를 찬다 하더라도, 정강이, 무릎, 발가락 등을 다치기 일쑤여서, 복싱룰로 했다.

타격은 나보다 손영재가 훨씬 좋았다. 손영재는 주특기가 복싱이라 스트레이트가 깔끔했다. 특히 원투스트레이트는 상대가 근거리든 원거리든 갖다 맞추는 능력이 탁월했다. 인파이터이긴 하지만 위빙, 더킹, 슬리핑을 사용, 상대의 주먹을 피하면서 들어가는 피커부 스타일이 아니라, 같이 맞받아치는 카운터 스타일이었다. 아웃복싱 스타일인 나는, 이런 카운터 스타일이 까다롭다.

예상대로, 완패였다. 15분 동안 유효 가격 횟수로 따지면, 손영재가 월등히 높았다.

굳이 판정을 하자면, 10대 8 정도일 거 같다.


2라운드 그래플링은 내가 훨씬 유리하다.

나는 유도, 레슬링 그레꼬로망형, 주짓수가 주특기이다.

그러니 나는 손영재를 거의 가지고 놀 수가 있다.

그레플링의 특징은 서브미션 방식이어서, 상대가 탭을 수십 번 쳐도 어쨌든 15분을 채워야 한다.

나는 수십 번 탭을 받아냈다.

기무라, 암바, 하이 키락, 숄더 락, 쵸크, 아킬레스 홀드, 힐훅, 니바 등,

갖가지 서브미션을 골고루 사용하며 탭을 받아냈다.

손영재는 자신이 이렇게 무참히 깨지는 게, 무지하게 화가 났었나 보다.

얼굴만 붉그락푸르락할 뿐, 라운드 중간의 5분 휴식시간 동안 한 마디 말도 없었다.


3라운드 종합격투에서 우리는 서로 무도인 답지 못한 비매너 기술을 사용하였고 화근이 되었다.

종합격투 연습스파링에서는 타격 공방을 펼치다가 서로 엉겨붙어 목잡기 싸움을 하다가 태클, 후리기 등을 이용, 그라운드로 몰고 가서, 거기서 서브미션을 이용, 승부를 결정짓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손영재는 아웃복서마냥 타격한 후, 얼른 빠져나와 거리를 두려 하고, 나는 클린치 후 목잡기 싸움하다가 그라운드로 끌고 가려고만 하니, 스파링이 아예 안 되는 것이다.




빈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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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인칭 전지적 주인공 시점 (일전주시) +4 22.06.02 83 6 10쪽
15 발단, 본격 스토리의 시작 +8 22.06.01 96 9 10쪽
14 초능력 수련 (2) 가야시 초능력과 사이다 초능력 +5 22.05.31 101 11 9쪽
13 초능력 수련 (1) 덩어리들 저리로 가! +5 22.05.30 110 8 9쪽
12 빌런의 등장 (4) +5 22.05.28 101 7 10쪽
11 빌런의 등장 (3) +5 22.05.27 101 10 10쪽
» 빌런의 등장 (2) +6 22.05.25 107 8 9쪽
9 빌런의 등장 (1) (9화→13화 워프 가능) +5 22.05.23 132 9 10쪽
8 초능력 연구 (3) 복잡한 체육관 공사 +8 22.05.21 142 9 10쪽
7 초능력 연구 (2) 초능력의 원리 +6 22.05.20 165 12 9쪽
6 초능력 연구 (1) 자꾸 만나게 되면, 인연 +7 22.05.18 173 12 9쪽
5 됐다 안 됐다 초능력 (5) 고양이군대! 앞으로! 앞으로! +4 22.05.17 184 14 10쪽
4 됐다 안 됐다 초능력 (4) 황당한 여자, 두선미 +5 22.05.16 216 28 9쪽
3 됐다 안 됐다 초능력 (3) 다 된 밥에 뿌려진 재 +4 22.05.14 266 32 9쪽
2 됐다 안 됐다 초능력 (2) 남자는 되고 여자는 안 된다 +5 22.05.13 357 38 9쪽
1 됐다 안 됐다 초능력 (1) 사기 한 번 치겠습니다 +14 22.05.11 545 6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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