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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선주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초능력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신은선주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5
최근연재일 :
2022.07.18 19:2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542
추천수 :
483
글자수 :
183,693

작성
22.05.11 22:52
조회
543
추천
63
글자
9쪽

됐다 안 됐다 초능력 (1) 사기 한 번 치겠습니다

어쩌다 초능력자




DUMMY

1화


토요일 오후. 강남역 근처.


강남역 근처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다.

나는 강남역 근처 보도블럭을 걷는다. 걷다가 잠시 멈춘다.

나는 내 옆을 지나치는 중년남자에게 슬쩍 말을 건넨다.


“저, 실례하지만, 사기 한 번 치겠습니다.”


중년남자는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나는 믿음직한 눈빛으로 중년남자를 쳐다본다.

중년남자는 고개를 까딱이며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중년남자에게 믿음직한 음성으로 다시 한 번 말한다.


“제게 사기 한 번 당해주면 안 되겠습니까?”


중년남자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러시죠. 어떤 건가요? 제가 당할 사기가?”


나는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제가 1천원권 지폐를 한 장 드릴게요. 선생님께서는 1만원권 지폐를 주세요. 어떤가요?”


중년남자는 무표정하게 말한다.


“뭐, 그런 일 가지고, 별 거 아니네요.”


중년남자는 속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그리고는 지갑에서 1만원권 지폐를 찾지만 1만원권 지폐가 없다. 5만원권 뿐이다.


“1만원권 지폐가 없는데, 어떻게 하죠?”


중년남자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중년남자에게 되묻는다.


“그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중년남자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방법을 찾았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제가 5만원권 지폐를 1장 드릴 테니, 선생님께서 1천원권 지폐 5장을 주시면 되지요.”


나는 배시시 웃으면 말한다.


“빙고.”


나와 중년남자는 5천원과 5만원을 서로 맞교환한다.

그리고는 서로 깍듯이 인사를 하고 각기 제 갈 길 간다.


***


나는 강남역 근처 간장게장 전문식당으로 들어간다.

여종업원이 다가오기 전에 식탁에 앉으며 말한다.


“특 정식으로 하나 주세요.”


식당 한쪽 벽면에 티비가 걸려있다. 프로야구 중계를 하고 있다.

여종업원이 다가와 밑반찬을 세팅해준다.

그 여종업원은 눈이 크고, 갸름한 얼굴형의 짧은 머리. 미인형이다.

나는 혼자서 생각한다. 이 분도 될까?

일단 여종업원이 메인음식을 가지고 올 때, 시험해보기로 한다.

티비 속 프로야구 중계가 시끄럽다.

여종업원이 메인음식을 가지고 온다.

나는 여종업원에게 믿음직한 음성으로 말을 건넨다.


“퇴근 몇 시에요?”


여종업원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메인음식을 세팅해주며, 아무 생각없다는 듯 말한다.


“세 시요.”


“일찍 끝나네요.”


“저는 11시부터 3시까지 점심시간만 일해요.”


“퇴근 후 잠시 만나뵐 수 있을까요?”


여종업원은 갑자기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는 믿음직한 눈빛과 믿음직한 음성으로 다시 한 번 말한다.


“한 번 만나 뵙고 싶어요.”


나의 믿음직한 눈빛과 믿음직한 음성에 마음이 바뀌었는지, 여종업원은 웃으면서 상냥하게 말한다.


“그럴까요? 그럼 퇴근시간까지 어디 가서 기다리세요.”


“음. 길 건너 커피숍 2층 창가에 있을게요.”


“네. 조금 있다가 뵐게요.”


역시, 여자에게도 통한다.

나는 나의 믿음직한 눈빛과 믿음직한 음성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면, 어떤 사람이라도 나에게 호의적이게 된다.

그러나 그 시간은 매우 짧아서 그 후 상대방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미지수이다.

이렇게, 나에게는 이상한 능력이 생겼다.


***


나는 커피숍 2층 창가 테이블에서 그 여종업원이 퇴근하고 오기만을 기다린다.

이것저것 유튜브 채널을 돌려 보다가, 3시부터 턱을 괴고 간장게장집만을 유심히 지켜본다.

여종업원이 간장게장집에서 나오더니, 내가 있는 쪽을 잠깐 쳐다보고는 도로 들어간다.

자세히 보니 간장게장집 현관에 ‘3시부터~5시까지 휴식’이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3시 20분이 되었는데도 그 여종업원은 간장게장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마무리할 일이 있나? 생각하고,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3시 40분이 되었는데도 그 여종업원은 간장게장집에서 나오지 않는다.

약속을 잊었나? 생각하다가, 아까 이쪽을 쳐다봤다는 것은 약속을 잊지 않았다는 얘기인데······.


나는 커피숍을 서둘러 나왔다.

길을 건너 간장게장집 현관 앞에 섰다.

문은 잠겨있었고, 전등은 꺼져 있었다.

그냥 돌아가려는데 무언가 기척이 났다.

다시 간장게장집을 들여다 보았다. 누군가 있다.

나는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간장게장집 안에서 누군가 얼굴을 빼꼼 내민다. 주방아주머니와 주인아주머니다.

주방아주머니가 큰소리로 묻는다.


“무슨 일이세요?”


“아까, 여기서 식사를 했었는데요. 휴대폰을 두고 간 거 같아서요.”


“습득물 없는데요.”


“그래도 한 번 들어가서 찾아봐도 될까요?”


“아, 참, 없다니까요.”


주방아주머니는 짜증내면서도 문을 열어주러 걸어온다.


“아, 없다니까요. 쉬는 시간인데. 아, 참.”


주방아주머니가 문을 열어주자마자, 나는 아까 내가 앉아있던 식탁에 가서 여기저기 무언가 찾는 시늉을 하며 두리번거린다.

그러면서 주방아주머니에게 묻는다.


“여기 계시던 홀써빙 하던 분, 어디 가셨나요?”


“왜요?”


“혹시 그분이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아까 퇴근했는데요.”


“네? 퇴근하는 거 못 봤는데요?”


“퇴근은 주방 후문으로 해요. 근데, 근데 계속 여기를 지켜보고 계셨나요?”


“아, 아, 아닙니다.”


나는 서둘러 간장게장집을 빠져나왔다.

주방아주머니는 이상한 눈빛으로, 내가 멀리 빠져나갈 때까지, 나를 쳐다본다.

그 여종업원은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그냥 퇴근해 버렸다.

내 눈빛과 음성의 약발이 다 사라졌는지, 아니면 그냥 추근거리는 손님에게 대충 둘러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그 여종업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으니, 현재로서는 내가 여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안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


나는 터벅터벅 걷는다. 강남역 지하도로 걸어 내려간다.

지하상가 휴대폰 판매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린다.

휴대폰 판매점 앞에는 <휴대폰 0원>이라는 색종이들이 모자이크처럼 붙어있다.

한 붉은얼굴남자가 웃통을 벗고 비분강개하고 있다. 휴대폰을 땅에 던지며 소리친다.


“휴대폰 꽁짜라 해서 가입했더니만, 요금이 12만원씩이나 나와? 이게 사기지 뭐야? 응?”


“손님. 플래티넘 요금제라 말씀드렸습니다. 손님.”


“플레티넘 요금제라 말하면 알아들어? 12만원 요금제라고 해야 알아듣지?”


“손님. 플래티넘 요금제라 말씀드렸습니다. 손님.”


“그리고 <휴대폰 0원> 이렇게만 광고하면 사기지. <12만원 요금일 경우 휴대폰 0원> 이렇게 광고해야지. 이 사기꾼들.”


“손님. 플래티넘 요금제라 말씀드렸습니다. 손님.”


붉은얼굴남자는 땅에 내던져진 휴대폰을 다시 주워들고, 진열장을 향해 던지려 한다.

나는 그를 막아선다. 그리고 믿음직한 눈빛과 믿음직한 음성으로 말한다.


“선생님. 폭력은 안 됩니다. 선생님이 이러시면 폭행죄, 손괴죄, 업무방해죄에 해당합니다.”


붉은얼굴남자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분을 가라앉힌다. 그리고는 내게 말한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붉은얼굴남자는 바닥에 내던져진 웃옷을 집어들고 내게 인사를 꾸벅하고는 재빠른 걸음으로 사라진다.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 박수를 치며 내게 환호성을 보낸다.


***


전동차가 도착하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빠르게 개찰구를 지나 승강장으로 내려간다.

전동차가 도착했고 승객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는 서둘러 전동차를 타려 하지만 하차하는 승객들에게 밀려 전동차를 타지 못한다.

전동차는 떠났고 나는 승강장에 서 있다.

사람들은 승강장을 거의 다 빠져나갔다.

승강장 후미에 웬 여자가 비틀거리며 서 있다. 레일 아래로 떨어질 것 같다.

여자는 뭔가 고민하는 듯 보인다. 초점도 잃은 듯 보인다.

순간 나는 이상한 낌새를 챈다.

나는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선생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


“······.”


여자는 아무 말이 없다. 여자는 나를 초점없이 쳐다본다.

나는 여자에게 말한다.


“여기에 서 계시면 위험해요. 뒤쪽으로 물러나 계세요.”


“······.”


여자는 아무 말이 없다.

나는 믿음직한 눈빛과 믿음직한 음성으로 다시 한 번 말한다.


“여기에 서 계시면 위험해요. 뒤쪽으로 물러나 계세요.”


“······.”


여자는 아무 말이 없다.

전동차 도착 안내 방송이 들리고 전동차 도착 소리가 들린다.

여자는 승강장 안전선 쪽으로 더 다가간다.

나는 믿음직한 눈빛과 믿음직한 음성으로 다시 한 번 말한다.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계세요.”


여자는 들은 척도 안 한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내 말이 먹히지가 않아.

전동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자 여자가 뛰어들려는 태세다.

나는 여자의 팔을 낚아채고 여자를 안전선 밖으로 끌어챈다. 동시에 중심을 잃고 여자와 함께 넘어진다.

나와 여자는 바닥에 겹쳐 넘어져 있다.


여자는 정신을 차렸는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빈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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