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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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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재미
작품등록일 :
2020.03.20 20:08
최근연재일 :
2020.04.18 16:17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04
추천수 :
31
글자수 :
113,343

작성
20.03.21 20:49
조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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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7쪽

2. 달라진 일상 (1)

DUMMY

귀가 생각보다 많이 먹먹하다. 하지만 하운드라는 여성은 익숙한지 에일론을 꺼내들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괴물같은 오토바이를 붙잡고 있는 상태다.


 "지금 엘리베이터 탔고, 곧 로비에 도착합니다. 프린스요? 괜찮아보여요."


괜찮아 보인다니, 지금 그는 점점 그녀의 목소리조차 멀어지는 것 같이 들릴만큼 귀의 상태가 이상하다. 심지어 헬멧을 통해서 들리는 목소리인데도.


 "오는 길에 아무일도 없었어요. 미행도 붙지 않았구요. 이건 계획에 없었던 일이라 그런 것 같아요."


계속해서 웅웅거리니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게 느껴지니 이 엘리베이터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에 왠지 괜찮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진정한 충격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서 부터 시작됐다.

세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


'하얗다!'


그 이상 어울리는 표현이 있을까.

지하 83층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고 그야말로 새하얀 세상이었다. 족히 10미터는 돼 보이는 천장이 세하의 머리 위에 자리하고 있었고 벽면은 온통 하얀 벽지 뿐이었다. 그 흔한 광고 홀로그램도 없다. 심지어 지나다니는 사람들마저 모두 하얀 가운이나 하얀 슈트를 입고 있었으니, 얼핏 보면 각양각색의 머리카락과 이목구비가 들어 차 있는 얼굴들만 동동 떠다닐 뿐이었다.

이렇다보니 세하와 하운드는 굉장히 눈에 띄는 존재였다. 주변의 정체모를 사람들도 그들을 빤히 쳐다보곤 했지만 그 이상으로 시선을 두지는 않았다. 정확하게는 하운드의 얼굴을 알아보고 난 후 인 것 같다. 그녀와 같은, 검은 색상의 옷을 걸친 사람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와, 엄청나네요."


 "아, 중간중간에 있는 검은색 선은··· 길

같은 거에요. 적응되면 알아보게 될거에요."


그녀의 설명을 듣고나니 사람들의 움직이는 동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색 선을 중앙선 삼아 우측통행을 하며 다니고 있다.


 "여긴··· 뭐하는 곳이죠?"


하운드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녀는 걸음걸이 속도를 꾸준히 유지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제일 쉬운 단어로만 만들어서 설명하자면, 서번트를··· 노리는 집단들을, 찾아서 범죄를 억제하는? 그런 곳이에요. 여긴 로비이구요, 저 하얀 옷을 입고있는 사람들은 연구원들이에요. 과학적으로도 우린 도움을 많이 받고 있구요, 저처럼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뭐랄까, 직접 움직여요. 현장에서······. 그런 사람들이에요."


한마디로 군사다. 그것도 지하 83층에 숨어있는.


 "되게 무서운 곳이네요, 여기······."


 "···그런건가요."


애매모호하지만 솔직한 세하의 표현에 하운드는 조금 주눅 든 표정을 한다.

넓은 로비를 힘없이 걷다보니 멀리서 그녀의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두가지의 색을 겸한 옷을 입고 있었다. 연구원의 하얀 가운을 대충 걸치고, 그 안에는 현장에서 직접 움직인다는 검은 옷을 입고있는 의상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복장은 그녀의 어머니 뿐이었다. 왠지 독보적인 분위기를 뿜어낸다. 일단 세하의 눈에는 아주 건강해보이는 그녀였다. 그것만으로 일단 안심이다.


 "이걸 어쩌니, 우리 아들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먼 길 오느라 많이 힘들었지?"


집에서부터 대략 3km정도 되는 거리를 힘들게 왔다고 하는것도 조금 웃기지만, 이렇게 깊은 지하까지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서는 확실히 힘들긴 했다.


 "음······. 우리 엄마같지 않은데요. 강원도에만 계실 줄 알았더니 항상 여기 계셨던 거에요?"


 "맞아! 사실은 그래. 안타깝게도 거긴 이제 갈 일이 없어서. 엄마의 직장은 여기야. 나름 오래 있었단다. 우리 세하가 상상도 하지 못했을 때 부터! 정확하게는 네 아빠하고 함께 여기 있었어."

일단 적어도 5년 전부터라는 소리가 된다. 세하의 아버지는 5년 전,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붕괴사고에 휘말려 안타깝게 목숨을 잃게 되었다.


 "그럼 적어도 5년 전이라는 소리인데······."


 "응! 사실 여기서 8년 째 일하고 있어. 이 집단이 생겨난지 8년이 되어 간다는 소리지."


순간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그럼··· 이곳이 설립되고서부터 줄곧 일해오신 거라구요?"


 "그런거지! 네 아빠하고 여길 세웠어!"


맙소사, 이렇게 무서운 집단의 최고 지도자가 그의 부모님이었다니. 그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엔 비밀이 참 많은 것 같았다.


 "용케도 지금까지 잘 숨겨오셨군요, 저한테······."


 "대단하지? 어른들은 원래 이렇게 다들 대단하단다."


배신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든든하고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드는 세하였다. 아마도 그녀의 어머니가 한 단체의 최고 지도자 위치에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내가 금수저였다니!'


본래 인간의 욕구는 단순하고 명확한 법이다.


 "그런데······. 우리 아들 집은 어쩌지? 원한다면 모든걸 다시 원상태로 돌려놔줄 수 있지만······. 엄마는 아들이 이왕 이렇게 된거 여기서 몸을 담아봤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데······."


 '이건 스카웃 제의다. 분명히 스카웃 제의야!'


눈으로 보이는 거대한 업체. 수많은 사람들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발달된 과학문명이 가득한 직장.

일단 마다할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아······. 저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일단 물류센터에 말을 못했는데······."


 "아하, 그거라면 잠깐만 기다려봐. 일단 엄마 사무실로 가면서! 하운드는 이만 가봐도 돼. 내 소중한 프린스 데리고 오느라 고생 많았어!"


 "아닙니다, '하피'. 그럼······."


 '하피?'


하운드는 괴물같은 오토바이를 끌고 방향을 돌려 멀어졌다. 세하에게도 수줍은 듯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를 건넨다. 세하도 얼른 고개를 숙여주었다.


 "하피라뇨?"


 "그냥 별명이야! 여기서는 실명을 쓸 수 없거든. 괜히 나가서 들키면 안되니까!"


별로 의미는 없어보였지만, 일단 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어머니, 즉 하피의 사무실은 엘리베이터를 한층 타고 올라가면 있는, 거의 혼자 쓰는 층이라고 할만한 넓직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동하면서 그녀는 비록 한 층만 올라가면 되지만 얼마나 귀찮은지 모른다며 짹짹소리를 냈다. 혼자 있는 층이다보니 외로워서 여기까지 올라오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평소에는 그냥 아래층에서 이리저리 방황하고 다녀.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 한참 걷다보면 숨도 차고, 운동도 돼서 괜히 뿌듯하기도 해! 아참, 이런 얘기할 할 때가 아닌데. 잠깐만!"


그녀는 주머니에서 에일론 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오빠'라고 하는것을 보니 외삼촌에게 건 전화 같았다.


 "오빠? 응응, 지금 바빠? 아, 다른게 아니고 오빠 조카좀 내가 데려올까 해서. 응, 응.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 뜻밖에 내가 사고를 하나 쳤거든. 헤헤, 아무튼 그렇게 한다? 으응, 알겠어. 고마워!"


 '내가 물류센터에서 나오는건데, 왜 외삼촌한테 전화를 하신걸까?'


그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네 외삼촌, 사실 물류센터장이야. 그냥 아는 직장 소개만 해준다고 하지 않았니? 요즘 세상엔 그런걸로 입사가 쉬운 곳은 아마 굉장히 드물거야. 그냥, 음······. 우리 아들이 엄마 근처에 있으면 뭔가 케어해주는 것도 편할 것 같았고, 네 외삼촌 직장에 있으니 마음이 편하기도 하고, 우리 아들이 잡은 목표에 가까운 직장이기도 했어. 맞물리는게 기가막힌 타이밍이었지. 일석삼조라고나 할까?"


아무리 자신이 친인척들에게 관심이 없었다지만, 이건 조금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세하는 그동안 외삼촌이 강릉에서 외진 시골에 있는 외갓집에서 슈퍼를 지금까지 운영하고 계신 줄 알았다. 자신이 몰랐던 비밀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제부터 저는 여기 사람이군요."


 "응! 엄마 밑에 있는 직원!"


주체할 수 없이 기뻐보인다. 세하도 어머니를 쉽게 표현할 수 없을만큼 사랑하지만, 그녀가 세하를 사랑하는 만큼에는 조금 모자란 듯 하다.


 "돈은 많이 줄거죠?"


 "어떻게 맞춰줄까? 첫 연봉 2억5천 어떠니? 너무 조금인가?"


엄청난 거짓말을 아무렇지않게 뿜어대는 그녀였다.




입사 수속을 밟고 난 세하는 뜻하지않게 그가 등록되어 있는 전산을 쳐다보게되었다. 원래 이런건 보면 안되지않나, 라고 생각했지만 그를 등록해주고 있는 직원이 틀린 것이 없는지 확인해달라는 주문으로 인해, 이렇게 얼굴을 홀로그램으로 떠 있는 화면에 들이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뭔가 이상한 것을 찾아냈다.


 "입사날짜가 제 생일로 되어 있는데요."


 "아, 하피가 주문한 거라 신경 안쓰셔도 돼요."


 "그럼 제가 여기서 20년동안 일 한게 되잖아요?"


 "음, 그게 중요한가요?"


 "아, 아니 뭐······."


인사과 직원이 그렇게 얘기하니 썩 중요한 것 같지도 않았다. 넘어가기로 한다.


 "여기 신체 특이사항 란은 곧 신체검사를 하러 가실건데, 그 이후에 받으실 서류로 제가 기재할거에요. 저쪽에 메디컬 센터 보이시죠? 가시면 박사님 한분이 계실텐데, 지금 검사하러 가시면 될 것 같아요."


세하는 한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여기선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으니, 그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면 된다는 사실을. 심지어 가족사항도 적지 말란다. 뭔가 위험한 곳에 들어온 느낌이 계속해서 마음 속으로부터 끓어오르고 있다.


 "저기······. 계신가요?"


지금까지 주변의 색상과는 다르게 푸른색이 가득 찬 공간이 펼쳐졌다. 여러가지 수치들을 나타내는 기계들이 빼곡하지만 소리 한 점 없이 고요한 장소였다.


 "저기요?"


세하가 한번 더 힘차게 사람을 찾아 울부짖자 우측에서 문 하나가 벌컥 열리며 검은 뿔테를 멋드러지게 쓴 한 남자가 등장한다. 생김새가 매우 이국적이다.


 "오! 하피가 입이 그렇게 닳도록 이야기한 프린스가 등장했군요. 반갑습니다, 제이신 도슨 박사입니다. 그냥 제이신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이국적인 외모 뿐만이 아니고, 진짜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한국말은 너무나도 유창하다.


 "오오, 외국인······. 어, i'm······."


 "이런, 미국쪽은 아닙니다. 전 한국어가 매우 능통해서요, 한국어로 이야기하셔도 다 알아들어요. 얼른 이리로 오시지요. 가장 기본적으로 근력수치를 측정할겁니다."


 "아, 예······."


일단 시키는대로 한다.


 "근력 수치라면······.?"


세하가 들어간 방에는 무게가 다양한 덤벨들과 색상과 크기가 다양한 샌드백들이 가득했다. 아무리 근력을 측정하는 방이라해도 샌드백이 이토록 많다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일단 저 펜타곤에 들어가 주시겠습니까? 그냥 인바디인데, 제가 발명한 겁니다. 예쁘죠? 육체의 전반적인 균형과 근육량을 체크 할 겁니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오각형의 통을 보고 예쁘다고 하다니, 이 박사도 왠지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 하다. 세하는 시키는대로 펜타곤에 들어갔다. 다섯사람이 옹기종기 모이면 딱 들어찰 것 같은 넓이였다.


 "이렇게 서 있으면 되나요?"


 "완벽해요! 그럼 잠시만 움직이지말고 기다려보세요. 아, 숨은 마음껏 쉬셔도 됩니다."


움직이지 말란 말에 조금 경직되었지만, 숨은 마음대로 쉬어도 된다는 말에 긴장이 풀린다.


"그럼 시작합니다."


박사가 멀찍이서 무슨 버튼을 누르자 펜타곤이 '우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벽면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느껴질만큼 격렬한 회전은 아니었지만 세하가 겁을 먹기에는 충분한 회전력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벽면은 회전력을 잃고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끝났습니다! 체내근육량이 굉장하시네요. 체지방도 엄청나게 소량이구요. 평소부터 운동을 굉장히 많이 하셨군요? 혹시 프린스도 권각도를 익혔습니까?"


완벽하게 작동을 멈춘 인바디 펜타곤의 입구로 걸어나오며 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린스··· 네, 권각도가 뭔지 아시는 모양이군요. 그냥 꾸준히 혼자서 익히고 있습니다."


세하의 긍정에 박사는 흥분을 숨기지 못하고 방방 뛰었다.


 "오오! 그렇다면 혹시 몸이 펑펑 터진다던가 하는 느낌은 없었나요?"


생각치못했던 제이신 박사의 질문에 세하는 깜짝놀랐다.


 "어라, 어떻게 아셨어요? 그런게 최근에도 많이 있긴 했어요. 병원에서는 그냥 신경통이라고 하던데요."


제이신 박사는 경이로운 표정으로 박수를 한번 짝 치더니 눈을 반짝거린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없으니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드는 세하였다. 곧 제이신 박사는 고개를 흔들며 세하를 커다란 샌드백으로 안내했다.


 "그럼 근력의 수치를 잴 필요없이 일단 샌드백부터 때리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상의 적을 샌드백으로 생각하시고, 자비없이 있는 힘 껏 샌드백을 두들기시면 됩니다. 저는 샌드백에 내장되어있는 센서들이 보내는 신호를 보고 수치화해서 정리해야합니다. 첫 측정이니만큼, 컨디션이 괜찮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세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본능적으로 어깨와 허리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뭐 이런 검사가 다 있어?'


제이신이 헐레벌떡 뛰어서 기계들 앞에 선 다음 세하에게 소리쳤다. 그는 벌써 헤드셋같은 장비를 머리에 쓰고 있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냥 마꾸 때리면 됩니다!"


세하는 제이신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샌드백을 이리저리 쓰다듬고나서, 세하는 한숨을 내 쉬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일단 시키는대로 해보고나서······.'


세하는 간단한 정권지르기부터 생각했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넘어가는 수순인 레퍼토리를 머릿속에 떠올린 후 세하는 일격 하나하나에 온 힘을 쏟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힘은 공간 전체를 울리는 소리로 뿜어져 나왔다.


하늘에서 농구공만한 쇠구슬이 땅에 떨어지면 나는 소리 일 것이다. 크고 검은 빛깔의 샌드백은 인간의 육체로 맞는 소리가 아닌, 조금 수상한 소리를 계속해서 울부짖어댔다. 분명 사람의 손으로, 발로 때리는 소리인데 '쾅쾅', '쿵쿵' 이라니. 매끄러웠던 샌드백의 자태가 점차 구부정스러워지고, 구겨진 것 같고, 여하튼 재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이상한 춤들만 계속해서 춰댔다. 비록 샌드백에게 자아는 없지만 샌드백은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막 상단 회축으로 샌드백을 걷어찬 세하에게 제이신의 고함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이제 그만 하셔도 됩니다! 샌드백에 내장된 센서들이 고장났어요!"


 '음?!'


별것도 아닌 자신의 주먹으로 샌드백이 절명했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세하는 그토록 퍼부어댔던 폭력에도 흔들림없는 모습으로 호흡을 길게 내쉬었다. 샌드백이 죽었다니, 죄책감이 물밀려오듯 느껴진다.


 "이럴수가, 수치가 모두 최정상 상한치를 기록했군요! 장비들을 더 업데이트 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혈액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그건 밖에 앉아있는 혜지씨에게 부탁해놓을테니 그녀에게 가시면 됩니다. 차트를 뽑아드릴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세하는 샌드백을 하늘로 보냈다는 죄책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몸이 터지는 듯한 느낌은 프린스의, 그러니까 프린스의 가문에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의 변형 형태입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람들의 근력수치는 어느정도 한계치가 있기 마련인데, 프린스는 몸이 터지는 느낌으로 하여금 힘의 한계가 돌파하는 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인간으로서 내뿜을 수 있는 힘의 상한선을 끊임없이 돌파해나가는 것이죠. 프린스는 지금까지 꽤나 많은 한계돌파작용을 겪어오신 모양입니다."


제이신 박사는 싱글벙글하며 세하의 마음따위를 고민하지않고 설명을 시작했다. 고질적인 신경통이 아닌, 유전자 변형의 형태였다니.

얼른 자야했다. 벌써 시간이 한밤중이다.


 "선대 하피 킹, 그러니까 프린스의 아버님께서도 그런 작용이 있었습니다. 비록 하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지만요. 프린스처럼 모든 육체에서 한계돌파가 일어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자, 여기 차트를 가지고 아까 지나온 인사과 직원에게 가시면 됩니다. 가시는 길에 혜지씨가 혈액검사를 하자고 할 거구요. 다음 검사는 대략 한달 후로 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하피에게 제가 보고할테니 추후 계획은 하피에게서 들으시면 됩니다."


 "아, 예······. 고맙습니다."


평소 운동을 지독하게 열심히 한 보람이 있어야 하겠지만,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생전 처음 진심으로 어떤 물체에 주먹과 발을 휘둘러 본 터라, 이토록 자신이 강해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간단한 혈액검사 후, 차트를 다시 인사과 직원에게 가 전해주었다. 혈액 검사 부분은 녹색불이 켜지도록 조작하였지만, 그 외 부분은 회색불이 가득하다.

그녀는 그 외 부분에 아주 큰 글자로, 두글자를 새겨 넣었다.


 '재검사.'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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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 곧 만나게 될거에요! (1) +2 20.03.20 59 2 14쪽
1 Prolog - 신인류 출현 +3 20.03.20 9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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