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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재미 님의 서재입니다.

외로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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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재미
작품등록일 :
2020.03.20 20:08
최근연재일 :
2020.04.18 16:17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19
추천수 :
31
글자수 :
113,343

작성
20.04.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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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5. 악몽의 시작 (2)

DUMMY

세하는 자신이 알고있는 모든 기술들 중 가장 기본적인 기술들부터 운용하기 시작했다. 가벼운 잽과, 빠른 스트레이트, 무거운 훅 이후 더킹 사이드 스텝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어느정도 기본기는 모두 써봤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의 움직임이 더욱 더 빨라졌다.

양 손을 번갈아 뻗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샌드백에는 그의 오른발이 커다란 소리를 폭발시키며 샌드백에 붙었다. 반탄력을 이용해, 잠깐동안 허공에 떠오른 그는 몸을 땅과 수평으로 만들어 다시 오른발로 강한 회축을 뻗었다. 귀신같은 몸놀림이었다.


 '그리고, 항상 임기응변을 생각 할 것.'


멀쩡히 바닥으로 착지할 것 같았던 그가 느닷없이 사라졌다. 빠르게 몸을 낮추니 육안으로는 사라지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의 속도였다. 지금부터 진행되는 그의 몸놀림은 회피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


매뉴얼의 내용 중 머릿속에서 몇가지가 펼쳐졌다. 이젠 실전용으로 훈련을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상대를 무력화하는데에 신경 쓸 것.'


전력을 다한 폭력은 자칫 살해를 할 가능성이 있다. 평소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저번 현장에서 범인들을 타격할 때의 경험은 그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더 강하게 움직이면 충분히 죽일 수 있다는 자신감.

세하는 거기까지 생각하고서 곧바로 움직임을 멈췄다. 참 별에별 자신감도 다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악몽을 꾼 이후로부터 묘하게 신경쓰이는게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는 순간적인 잡생각에 흐트러진 숨을 고르게 붙잡고서 다시 자세를 잡았다. 떨쳐내야했다.


살심의 쾌락(殺心의 快樂).


그는 자신에게 좋아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어울리지않는 옷을 선물받았다고 생각했다. 그건 반품하거나, 태워버리면 그만이다.

자꾸 마음속에서 거슬리는 살심이었다. 더이상 운동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서, 세하는 그저 생각없이, 무의식적으로 주먹과 발을 휘두르기로 했다. 차라리 이럴땐 여러가지의 잡념이 무아지경을 만들어내는 법이다.

그의 전신으로 타고드는 타격의 진동이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 그의 머릿속은 페이트가 떠올라있다. 미래를 볼줄아는 능력자. 앞으로 만나는 많은 사이퍼들이 있겠지만, 미궁이라는 악몽을 꾸게 만드는 라비린 토스, 죽음을 경험하게끔 만드는 무시무시한 능력자 아누비스.

또 누가 있을까.

샌드백이 고통스러워 하건 말건 세하는 주먹과 발을 멈추지않고 계속해서 휘둘렀다. 그러다 흠칫 놀라며 잠시 동작에 딜레이가 생긴다.


 '혹시 마음을 읽는 사이퍼도 있을까?'


그렇다면 그의 살심을 읽게 되리라. 더불어 그의 고민까지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도움을 청할 수도 있겠다. 든든한 아군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이신 도슨 박사에게 심리적으로 신경쓰이는게 생겼다며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을 수도 있다. 또는 그의 영원한 조력자이자 스승, 그 이상의 존재인 어머니에게 가서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좋겠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악몽을 꾼지 하루도 지나지않았기에, 자신의 심성이 약해서 쉽게 휘둘리고 있는 것 뿐 일 수도 있다. 그저 신경쓰지 않으면 되리라.


그의 운동은 점심무렵이 되서야 끝이 났다. 더 할수도 있었지만 멀리서 잡히는 감각으로, 웨펀 팩토리에 다른 나이트가 방문했다. 남들을 신경쓰게 하고싶지 않았다. 그러다보면, 스스로도 신경쓰인다.


한바탕 샤워를 마치고서 점심을 먹고나니 확실히 몸이 나른해졌다. 평소에는 알고만 있었을 뿐, 단련하지 않았던 회피동작까지 익히려고 움직이고 나니 잘 안쓰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분명 자고일어나면 알이 배겨있을 태세다. 생각날때마다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고, 자기전에 가볍게 정리하듯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주말같았다. 어떤 나이트들은 옷을 한껏 차려입고 지상으로 올라간다. 지나가면서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각자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러 갈라지면서 만날 위치를 정한다. 그들의 대화에서 이곳에 존재하는 엘리베이터가 몇개나 되는건지 새삼 궁금해졌다. 훗날, 가까운 시일내에 또한번 출동할 수도 있으니 익혀두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무료한 오후를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곧바로 낮잠이 떠올랐다. 하지만 또 악몽을 꾸게되면 어쩌나 싶어 그건 바로 포기했다. 콘솔게임기가 너무도 그리웠다.


 "오! 프린스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돌아보니 자신에게 한번 덤벼보라고 해놓고 다음에 만났을때는 '그땐 미안했다!'라며 속시원하게 사과를 건넨 남자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다. 아마, '검성'이라는 코드네임을 가진 남자아이일 것이다.


 "어, 안녕?"


이제 세번째 만남인데 딱히 무슨 할말이 있으랴.


 "그대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다! 굉장한 스피드와 힘을 자랑한다더군. 내게도 전수해줄 수 있나?"


당돌하다고 해야할지, 자신감에 차 있다고 해야할지. 둘 다 나쁜건 아니었지만 독특한 말투를 가진 남자아이였다. 세하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민하는 티를 내고있는데, 그 아이가 세하의 뒤를 넘겨다보더니 또 손을 흔든다.


 "트윙클! 여기 프린스가 있다!"


트윙클이라하면, 하운드에게 보이지않는 대단한 힘에 바닥으로 고꾸라진 여자아이였다. 그에게 걱정을 끼친 아이이니만큼 기억이 확실하게 났다. 뒤를 돌아보니 트윙클이 총총거리며 달려와 세하에게 가볍게 점프했다. 적어도 전방 5m의 거리, 가볍게 점프할 위치가 아니다.


 "엇차."


달려드는걸 마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조심히 받아들었다. 기대했던 그 이상으로 가벼운 몸무게를 지닌 꼬마였다. 저번에 만났던 때와 같이, 여전히 재미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오랜만에 본다, 오빠!"


가벼운 몸무게를 활용할 줄 아는건지, 세하의 품에서 어기적거리던 꼬마는 세하의 어깨위로 쉽게 올라가 목마를 탄다. 세하는 그녀가 암살자쪽으로 훈련을 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만약 적이었다면, 정말 깔끔한 동작으로 목의 급소를 점유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소녀에게서 위협은 감지되지 않는다.


 "아,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뭔데? 마음 껏 물어봐! 나도 꽤 직급이 높으니까 많이 알아!"


 "나도 많이 알고 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군!"


어린 친구들이라 그런지, 도와주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열성적이다. 세하는 피식 웃으며 트윙클의 발을 잡고 이리저리 뒤뚱뒤뚱 걸으며 궁금한걸 꺼내들었다. 아이답게 까르르거리며 웃어주는 소녀다.


 "하운드가 뭘 했길래 그렇게 쓰러진거야? 마법같은거야?"


소녀는 따분한 질문이라며 우우 소리를 냈다.


 "마법같은건 아니고, 살기(殺氣)를 나한테 쏘아낸거야. 알아? 살기?"


 "보기만해도 끔찍했던 일 말이군!"


세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리가. 근데 살기를 쏘아낸거라고? 그냥 죽일듯이 노려보면 그게 살기 아니야?"


트윙클은 세하의 머릿결을 정리해주며 놀았다.


 "조금 달라. 부사령관님의 살기는 말이지, 엄청나게 강해. 그걸 막, 뭐라 하지? 눈에 보이게도 바꿀 수 있어! 내가 생각한건데, 그건 성질이 정말 못된 사람만 할 수 있는거야. 약간 정신지배를 쓰는 사이퍼랑 비슷한데, 그건 엄청 높은 나이트들만 할 수 있어."


검성이라는 꼬마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도 나름 높은 나이트이지만, 그건 뭔가 잘 이해가 안돼. 사람을 어떻게 죽이지? 그건 생각만해도 끔찍한 경험이다!"


아이들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순수함에 세하의 얼굴에선 옅은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우와, 신기한게 되게 많구나. 너희들은 직급이 뭔데?"


 "난 암살단장!"


 "난 검술단장!"


장이라니, 둘다 암살단과 검술단의 최고관리자들이다. 도무지 직급 시스템이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근데 부단장이 다 알아서 해. 난 아는게 없거든······."


 "마찬가지다! 검술을 가르쳐달라는 나이트들에게 엄청 열심히 가르쳐 줄 뿐이다!"


세하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게 너무나도 마음이 편했다. 카페에나 가서 맛있는거나 사먹여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들을 보호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부모님은? 여기 같이 계시는거야?"


씩씩한 검성은 풍채좋은 자세로 고개를 흔들었고, 머리위에서 느껴지는 트윙클의 기분은 조금 우울해진 것 같았다.


 "아니, 난 고아야. 엄마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구. 7살에 하피한테 입양됐어."


 "트윙클과 마찬가지다! 같은 고아원에서 함께 오게됐지."


세하는 자신의 실수에 뼈저리게 후회했다.


 "아, 미안······. 그랬구나."


서둘러 대화의 주제를 넘겨야했다. 이 아이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아, 랭킹이라는 것도 있던데, 그건 무슨소리야?"


검성소년이 등 뒤에 검을 맨 상태로 허공을 붙잡고 열심히 휘두르는 시늉을 낸다.


 "우린······. 언제언제 한다고 했더라? 아무튼 나이트들끼리 서로 싸워서 랭킹을 정한다! 81층에 가면 싸울 수 있는데, 연습으로도 서로 많이 싸우기도 한다. 내가 프린스한테 한번 붙자고 한건 거기서 싸워보자고 한 거였다!"


세하는 묘한 눈치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대련을 한다라, 실전적인 경험을 쌓는 방법으로는 최적인 듯 하다. 트윙클은 세하의 머리 정리가 다 끝난 모양인지 그의 두 발을 흔들거렸다. 슬슬 무거워지기 시작해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점점 소녀로부터 느껴지는 무게감이 사라져갔다.


 "그거 엄청 지루해. 내 차례까지 기다리는게 너무 오래걸리거든. 막상 시작하면 재미있긴한데, 기다리는 내내 배도 고프고 졸리기도 하고······."


 "음! 마땅하다!"


 "아니, 마땅한게 아니고 맞는 말 이겠지."


 "음? 서로 비슷하지않나?"


어쩌면 세하도 그 대회에 참여해야하는 순간이 올지도 몰랐다. 실력을 증명하는 자리라고 생각이 들자 몸의 컨디션에 여하를 가리지 않고 다시 한번 운동을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꼬마아이와 복도를 돌아다니며 놀면서 시간을 보내니 오후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트윙클은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벽을 타며 달려가다 천장에 매달리기도 하고, 마법같은 몸놀림으로 세하의 다리 사이를 지나다녔다. 검성은 트윙클과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의젓한 구석이 있었다. 답변을 할때는 어찌나 호탕한지 어린 아이 티가 팍팍났지만, 세하가 무슨 말을 시작하면 얌전히 경청해주었다. 분명 성장하면 대단히 훈훈한 사나이가 되리라.


 "프린스는 어떤 무기를 써?"


트윙클이 세하의 발을 밟고, 두 손을 세하와 맞잡고 걷는 상태로 올려다보며 물었다.


 "나는······. 너클이야. 그냥 발과 주먹을 쓰지."


 "오오, 인파이터인가!"


 "우와! 유일한 인파이터네?"


 "유일해? 몇명 더 있지 않아?"


동시에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에 빠진다.


 "하긴, 따져보면 몇명 더 있기는 한데, 그 사람들은 주 스타일이 아니야. 혹시 디스트로이어라고 알아? 그, 있어. 몸이 엄청 큰 아저씨인데 운동할 때만 주먹을 써. 권투를 배웠었데! 원래는 엄청 큰 헬버드라는 무기를 쓰는데, 그건 너무 위험해서 안쓰고 그냥 봉을 다루는 사람이야."


 "맞다, 클라우드라는 아저씨도 있는데 그 사람은 대검을 잘다룬다. 하지만 운동할 땐 킥복싱을 한다고 들었다. 몸을 단련하는데에는 맨손운동 만한것이 없다고 했다!"


잘 쓰지않는 근육까지 쓸 수 있는 맨손 운동이라면 세하도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어쨌든, 자신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개체수가 적은 '인파이터' 스타일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름 자부심을 느껴야할지, 외로움을 느껴야할지 확실히 정할 수가 없다.


역시 아이들의 순수성은 중독돼야 제맛이다.

아이들과 뜻깊은 수다시간을 보내고나니 저녁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퍼진다. 이런것도 있었는지 의아했지만 마침 배도 고프고 하니 좋은 시스템이다.

식사를 하면서 세하는 에일론을 한번 쳐다봤다. 그동안 친구들에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떤 연유인지 단체채팅방도 고요함을 지키고있다. 천소연은 서번트에게 있었던 일때문에 그렇다치지만, 이영준에게는 조용히 있을만한 이유가 없었다. 세상 모두가 조용해도 그는 시끄러워야 한다. 세하는 수저를 부지런히 놀리며 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뭐하는데 이렇게 조용하냐."


 "아, 미안하다. 지금 올가가 조금 몸 상태가 안좋아서······."


그의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것을 느낀 세하는 의아함을 느꼈다. 활기찬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뭐 얼마나 아프길래 니가 다 죽어가는거냐? 전염병이라도 걸린거야?"


실없는 소리에 힘없는 피식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런건 아닌데······. 그냥 올가가 하루종일 힘이 없어. 그걸 알고있으니까 나도 같이 영향을 받아서 그런거야. 아, 따지고보면 전염병 같기도 하네."


세하는 입에있는 음식물을 우물거리며 숫가락으로 밥을 툭툭 건드렸다.


 "아프다니까 일단 잘 챙겨주고······. 근데 서번트가 아프기도 하냐?"


영준도 의아함을 드러낸다.


 "글쎄? 얘네도 사람이니까 아프기도 한 거 겠지? 근데 병원에서도 원인이 뭔지 모르겠다네. 얘도 자기가 왜 아픈지 몰라. 그냥 내가보기엔 감기 비슷한 것 같은데······."


기다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잘 지내고 있을 줄 알았더니 서번트 때문에 걱정을 태산으로 안고 있다는걸 알고나니 세하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다.


 "뭐, 내가 얘기해봤자 다 알아서 잘 챙겨주고 있겠지.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연락주고,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달려갈테니까."


 "말이라도 고맙다. 연락할게."


 "그래라, 힘내고."


꺼림칙한 전화다. 지금까지 서번트가 질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여러가지 정보통으로 찾아봤을 때 한번도 보지 못한 내용이었다. 물 1.5리터로 보름을 살아갈 수 있는 비인간적인 특징을 가진 서번트가 아프다니, 세하는 에일론으로 검색 엔진을 열어 바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보자······. 서번트, 질병, 아프다······.'


포괄적인 범위를 검색해 훑어보니, 대부분의 서번트들에게는 인간에 비해 15배 이상의 면역체계가 갖춰져있어 신종 인플루엔자가 등장한다 해도 감염될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었다. 면역력의 수치를 정확하게 정하기는 애매하다는 글과 함께, 서번트 개개인마다 다른 수치를 보이지만 최저수치가 평균 한 사람의 10배 이상을 기록했다고 한다. 더 대단한 경우는 30배까지 차이가 있어, 결론적으로 보면 서번트들은 병이 걸릴 일이 전혀 없다고 적혀있다. 그 외, 나머지는 서번트가 병에 걸리지 않는 점이 너무나도 부럽다는 내용들이 다수였다.


 '아플수가······. 없다는데?'


영준의 서번트에게만 독특한 경우가 나타난 걸까? 그는 소연에게도 전화해 에드워드는 건강하냐고 물었더니 너무 건강해서 탈이라고 한다. 평소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하여 세하는 내심 안심하며 전화를 끊었다. 뭔가, 특이한 경우가 생긴걸로 치부해야할까를 세하는 한참 고민하다가, 회의 중 하운드가 했던 말이 그의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듯 떠올랐다.


 '사건이 발생하면, 그 순간부터 본부는 전국으로 있는 통신망, 없는 통신망 가리지말고 모두 다 귀를 기울여야해요.'


별 일이 아닌 것이라도 좋았다. 그가 판단내리기에, 이 일은 어떠한 뭔가가 관련된 특별한 일이었다. 말이라도 해보는게 좋을 듯 하다.

세하는 얼른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돌아보며 하운드를 찾아다녔다. 같은 식당에 있었는지 몰랐는데, 그녀도 식사를 마친 모양인지 다 먹은 접시를 세척칸에 올려놓고 있었다.


 "저기, 할말이 있어요."


하운드도 그가 식당에 있었다는걸 몰랐던 모양인지 화들짝 놀란다.


 "어라, 식사하고 계셨었네요. 아까 방에 찾아갔었는데 안계셔서 지상으로 올라가신 줄 알았는데."


세하는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볼을 긁적거렸다.


 "아, 그랬었군요. 전 방송을 듣고 바로 밥먹으러 왔어요. 저기, 혹시 서번트도 질병에 걸린다거나, 감기가 걸린 것 같은 증상이 생길까요?"


그들은 나란히 걸어가 정수기에서 물을 떠 마셨다.


 "글쎄요, 지금까지 아프다는 서번트는 본 적이 없는데······.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요? 매일마다 스크린에 뭐, 서번트들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발전해나가는 의료산업계 얘기가 정말 하루마다 빼놓지않고 나오던데요."


세하는 입 안에 남은 잔여물들을 얼른 씻어삼키며 조금 무게를 잡고 말했다.


 "저기, 지금 아픈 서번트가 있어요. 어, 그러니까······. 이번에도 친구의 서번트인데, 감기같은 증상이라네요. 아무래도 신경쓰여서요. 그, 저번에 회의 때 말씀하셨던게 생각이나서······."


두서없는 세하의 언변이었지만 하운드는 세하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가 하고싶은 말은, 사건이 발생한 것 같다는 말이었다.


 "이해했어요. 본부로 가보죠. 분명 아프기 시작하는 서번트들이 생기고 있다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사건이 생길 것 같네요. 조심해봤자 나쁠 건 없으니까, 한번 알아보러 가요."


세하는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믿어주는 하운드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걸음의 속도를 높여 로비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로비에서 가장 중앙에 위치한 기다란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 하운드가 비밀스럽게 벽을 만지작거렸다. 매끄럽게 하얀색으로만 칠해져있던 벽에 검은색 선이 생기며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곧 두명 정도가 지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뭐, 아무래도 보안구역이니까요······."


들어선 복도의 벽들은 온통 복잡한 회로의 모양이 가득했다. 단순한 벽이겠거니 싶어 손가락으로 건들어보니 한순간 작은 불빛들이 그의 손가락으로 모여들었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복도의 벽들은 통제실로 정보들을 운반하는, 거대한 회로판이었다.

하운드는 통제실의 문을 한번 더 비밀스러운 손놀림을 구사하여 찾아내 열었고, 믿기힘들만큼 넓은 내부가 드러났다. 족히 4~500개는 되어보이는 스크린들이 가득하다. 대부분 인공지능을 탑재한 프로세서들이 유지 및 감시, 관리를 하고 있지만, 연구복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걸어다니며 접촉을 통한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하운드를 보며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다. 낯익은 인물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부사령관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통제실에서 정보부장을 맡고있는 김현태였다.


 "궁금한게 하나 있어서 조사해보러 왔어요. 혹시 병원으로 통화량이 몰린다거나, 약국마다 당일 매출액이 폭등한 곳이 있는지 알아봐주시겠어요?"


정보부장은 부사령관의 부탁에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며 주변 연구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걷고 있던 사람들이, 그의 한마디에 모두 뛰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 프로세서가 자동으로 수집하는 정보들을 빠르게 분류하여 세세한 내용들을 찾아나선다. 또 다른 사람들은 헤드셋을 끼더니 정신없게 나타나는 신호들을 체크하고 파악하여 무언가를 듣고있다. 김현태 정보부장은 가장 커다란 스크린을 가진 슈퍼컴퓨터를 두드린다.


 "일단 약국들부터 전산망을 해킹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현금으로 장부기록을 하는 곳도 있을텐데, 일단 카드계산을 주로 해서 전산을 등록하는 약국들만 찾아보겠습니다. 여러날들을 모두 뽑아서 비교해봐야하니,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 조금 믿기지 않았다. 연구원들이 손가락으로나, 눈을 움직이는거라거나 하는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서, 매칭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단 세하와 하운드는 기다려보기로 했다. 세하는 하운드에게 작게 속삭였다.


 "해킹하는건······. 불법 아닌가요?"


하운드도 작게 속삭인다.


 "빼돌리는 것도 아닌데요, 뭐."


아하, 빼돌리지만 않으면 불법이 아니구나.


 "거대하고 나쁜 사건들이 있을수도 있으니······. 이걸로 찾아내는거니까 뭐랄까, 등가교환이라고 할까요? 나쁜 짓 한번에, 좋은 짓 한번."


세하는 자신의 판단에 조금 자신이 없어졌다.


 "혹시, 아무일도 아닌거면······. 만약 그냥 한번 아프고 지나가는 작은 일인거면 어쩌죠?"


 "해킹한건, 빚진걸로 넘어가야죠. 그리고 그냥 아프고 지나가는 작은 일인거면, 정말 다행인거구요."


확실히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방식이 확실히 차이가 났다. 그리고, 정보부장으로부터 답이 나왔다.


 "약국의 전산망과는 관련없는 이야기지만, 방금 매스컴에 떠올랐습니다."


그는 하던 해킹을 멈추고, 연구원이 전해온 포트스크린을 들고 왔다.


 "전염병 사태입니다! 서번트의 세포들을 파괴하는 병이라 합니다!"


커다란 정보부장의 목소리에, 스크린들을 제외한 모든 연구원들이 굳어버렸다.

세하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럼 뭘 해야하지? 서번트들의 세포들에게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해야하나? 좋은 방법이다. 그러려면 일단 서번트들을 만나야하는데······.


세하가 시덥잖게 고민을 하고 있을때, 하운드는 이리저리 손을 뻗으며 빠르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일단 원인지역부터 파악해 주세요. 될 수 있으면 모든 통신망으로 파악해주시고, 메디컬 센터에 연락해서 백신을 찾아내라고 해주세요! 필요한 건 뭐든지 지원하겠다고 전해주시고, 진행사항이나 좋은 소식 발견되면 저나, 수장들, 하피를 통해 연락주시면 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세하와 하운드는 서둘러 통제실을 빠져나왔다.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또다시 출동이라는 현실에 신경쓰지 못했던 가혹함이 드러났다. 로비로 달려가는 도중 하운드가 세하에게 물었다.


 "혹시 무기는 지급받으셨나요?"


 "네, 아침에 웨펀 팩토리에서······. 무기까지 챙겨야 할 일인거에요?"


통제실의 긴장감이 로비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지나다니는 사람들마다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스펜타 마이뉴 전체에 퍼져나갔다.


 "혹시 모르니까요. 여러가지를 생각해봤을 때, 메디컬 센터에서 백신을 개발한다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이것도 하나의 인질극 일 수도 있어요. 엄청난 수의 인질들이 붙잡혀 있는거죠. 이정도 규모라면 보나마나 앙그라 마이뉴가 손을 쓴 걸거에요. 그들이 백신을 가지고 있는거라면, 우린 그들을 찾아서 강제로라도 가지고 와야해요."


숙소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평소보다 훨씬 느려진 것 같다.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는 앙그라 마이뉴로 가는거지만, 조금 더 조사를 해봐야겠죠. 잠깐만요, 네, 제이신 박사님."


메디컬 센터로부터 연락이 온 모양이다.


 "가능 할 겁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다. 이 기운은, 한번 더 한 건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친구분의 서번트를 데리고 와야합니다. 직접 서번트의 몸을 검사해보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하네요. 협조를 구할 시간이 없어요. 두 명을 데리고 와야하니, 숙소에서 준비가 다 되시면 바로 로비로 올라오세요. 혹시, 오토바이 운전 하실 줄 아세요?"


불안감의 스케일이 스노우볼처럼 커지고있다.


 "아니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하운드가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어쩔 수 없죠. 일단 최대한 빨리 로비로 오세요!"


고민과 당황을 할 시간은 없었다. 세하는 얼른 숙소로 들어가 가장 질겨보이고, 가장 잘 맞는 옷들을 골라 입었다. 첫번째 출동 때 보다는 나은 기분이다. 이번에도 제압해야 할 상대들이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지만, 이정도면 든든하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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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4. 스펜타 마이뉴(Spenta Mainyu) (3) +1 20.04.02 23 2 16쪽
11 4. 스펜타 마이뉴(Spenta Mainyu) (2) +1 20.03.29 23 2 16쪽
10 4. 스펜타 마이뉴(Spenta Mainyu) (1) +1 20.03.26 43 2 17쪽
9 3. 첫번째 구출 작전 (2) +1 20.03.24 41 2 17쪽
8 3. 첫번째 구출 작전 (1) +1 20.03.23 44 2 16쪽
7 2. 달라진 일상 (2) +1 20.03.22 43 2 18쪽
6 2. 달라진 일상 (1) +1 20.03.21 43 2 17쪽
5 1. 곧 만나게 될거에요! (4) +2 20.03.20 50 2 15쪽
4 1. 곧 만나게 될거에요! (3) +2 20.03.20 48 2 16쪽
3 1. 곧 만나게 될거에요! (2) +2 20.03.20 49 2 14쪽
2 1. 곧 만나게 될거에요! (1) +2 20.03.20 61 2 14쪽
1 Prolog - 신인류 출현 +3 20.03.20 93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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