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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S급의 옆집 사는 김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양념피자
작품등록일 :
2021.07.26 12:16
최근연재일 :
2021.08.22 19:21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11,253
추천수 :
289
글자수 :
162,186

작성
21.07.31 23:07
조회
583
추천
15
글자
12쪽

05화

DUMMY

“딱히 그때 일을 신경 쓰는 건 아닌데요.”


전역하기 몇 달 전쯤 휴가 때, 복학 신청 때문에 학교에 왔다가 검사기를 발견했었다.

태양 선배의 말에 심심해서 한 번 해봤는데, 내가 검사를 마치자마자 검사기가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제법 곤란했다.

관리 직원은 마나석에 문제가 있었던 것뿐이라며 괜찮다고 말해주긴 했다.

그래도 나는 조금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 탓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 헌터 형. 태양 형님!”

“안녕하세요!”


잠시 생각에 빠져있었더니 영식이와 여학생 하나가 다가와 인사했다.

이쪽은 이름이···. 민희라고 했던가. 둘의 사이가 제법 가까운 것을 보니, 영식이의 연애 사업은 굉장히 잘 풀려가는 것 같다.

슬쩍 눈으로 민희를 가리키니 영식이는 입이 찢어져라 웃기만 했다.

한편 태양 선배는 뭔가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왜 얘는 형이고, 나는 형님이야?”

“그야···. 형보다 더 선배시니까요.”

“나이 많은 게 뭐가 자랑이라고.”

“아뇨, 나이라기보단···. 그, 대학원생이시잖아요. 저희 같은 학부생보다는 한 차원 더 높다고나 할까···.”


눈치를 보던 영식이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자 선배와 민희를 서로에게 소개했다.

영식이의 태도는 이해할 만하다. 태양 선배는 길드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대학에 입학한 특이한 케이스다. 그래서 나보다도 5살이 더 많다. 충분히 형님이다.

적당히 인사를 마치고 눈앞을 보니 마침 줄도 별로 길지 않았다. 우리 넷은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신형 간이 검사기는 스티커 사진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커다란 자판기 앞에 상반신 정도를 가리는 천막이 붙어있다.

차례가 되자 앞에 섰던 영식이와 민희가 같이 안에 들어갔다.


“네가 먼저 할래?”

“아뇨. 오빠가 먼저.”

“그럴까? 마나석에 손을 올려주세요, 라. 음··· 마나고 뭐고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그런가요? 저도. 안 느껴지네요.”

“엇···.”

“왜요? 손 닿는 것 싫으세요?”

“아, 아니. 흐, 하하, 아니야.”


진도 빠른 커플이 시시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금 거리를 두고 서서 옆에 적혀있는 안내문을 읽었다.


- 능력 등급 판정 안내 :

검사 결과는 A 이상, B, C, D, E 이하의 5가지 등급 중 하나로 표시됩니다.

이러한 등급은 정밀 검사와 같은 원리로 판정됩니다. 감지된 능력의 질과 품귀성, 사용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뭔가 어렵게 쓰여 있지만, 결국 희귀하고 쌔고 쉽게 많이 쓸 수 있는 능력일수록 등급이 높다는 뜻이다.


“저희는 E급 나왔어요.”

“나는 C급.”

“우와!”

“뭐야, 왜 놀라? 아, 나는 예전에 헌터 했었거든.”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나도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가만히 마나석에 손을 대고 있으니 결과지가 튀어나왔다.


“아, 형도 나왔다. 형은요?”

“나도 E급.”

“D라도 나왔으면 했는데. 결국, 우리 셋은 평민이네요.”

“검사 다시 한다고 바뀌면 헌터가 우르르 쏟아지게.”

“하긴 그렇죠.”


나는 결과지를 구겨 휴지통에 넣고는 시간을 확인했다.


“나는 이만 가볼게.”

“네? 형, 조금 이따 수업 있잖아요. ‘미래 사회의 이해’하고···.”

“급한 일이 있어서 말이야. 재밌게들 놀아. 태양 선배, 오늘 고마웠어요. 다음에 봬요.”

“어? 그래. 다음에 보자.”

“안녕히 가세요!”


나는 어리둥절한 세 사람을 두고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 세 사람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별일이네. 쟤가 수업도 다 빠지고.”

“그러게요. 무슨 일일까요?”

“중요한 일이겠지. 그런데···.”


다음 대사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나는 걸어가며 슬쩍 뒤돌아보았다.

금태양 선배가 마른 입술을 혀로 쓸고는 말했다.


“이야, 후배님. 여자친구가 참 예쁘네. 정-말 부러운데.”

“어, 그게 무슨···.”


영식이와 민희는 묘하게 당황한 눈치였다.

선배의 나쁜 버릇이다. 긴장하면 자기도 모르게 묘한 말투를 쓰고는 한다.


“지금 수강 변경 기간이지? 두 사람이 함께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낼 좋-은 수업 하나 소개해주려고 하는데 말이야?”


열심히 영업에 애쓰는 선배를 뒤로하고, 나는 버스를 탔다.

마나석이 들어오는 시간은 1시. 지금 가면 시간이 얼추 맞을 것이다.


***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다.

마침 아저씨와 아버지가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말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내가 인사를 하려던 차에, 유정이네 아저씨가 가만히 부르셨다.


“헌터야.”

“네.”

“마나석 발주, 어제 네가 보낸 거 맞지?”

“네.”

“실수한 모양이구나. 중하급 마나석이 여섯 개 더 왔다. 6백만 원어치.”

“진짜요? 죄송합니다.”


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유정이네 아버지는 나를 잠시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뭐,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도 하는 거지. 돈이 모자란 건 아니니까, 어차피 쌓아두면 나중에라도-”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급히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 돈, 제가 메꿀게요!”

“메꿔?”

“제가 살게요. 6백만 원이라고 하셨죠? 그러면···.”


나는 마나석이 필요하다. 헌터도 아닌 내가 마나석을 구할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사정을 말할 수도 없는 마당에, 일단 사놓고 나서 달라고 하는 게 그나마 가능성이 큰 길이었다.

나는 크게 혼날 것을 각오했다. 그런데 반응이 좀 달랐다.

두 남자는 잠시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아저씨는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뭐, 그렇게 하면 깔끔해지겠구나.”


별 탈 없이 성공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근데, 6개로 충분하니?”

“네?”

“필요하면 더 가져가도 좋다. 월급에서 가불하면 되니까. 대신, 다음엔 이렇게 하지 말고 그냥 필요한 만큼 달라고 말하렴.”


감이 좋은 아저씨다. 얕은 수법을 들킨 것 같은 기분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도 돼. 창수도 있고, 나도 있고. 우리 유정경비 식구들은 언제든 도와줄 거다.”

“...네. 감사합니다.”

“그래. 오늘도 일 좀 도와주겠니?”

“아뇨. 죄송하지만 당분간 일이 좀 있어서······.”

“알았다. 바쁜 것 같구나. 마나석은 적당히 창고에서 챙겨가고.”

“네.”


나는 꾸벅 인사하고 나서, 곧바로 중하급 마나석 열 개를 챙겨 손가방 두 개에 나눠 담았다. 사무실 밖으로 나오자 아버지가 복도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아버지의 얼굴은 바위처럼 굳어있었다.


“아들. 잠깐 나 좀 보자.”


그러고 보면, 아저씨 밑에서 일하는 아버지에게는 정말로 죄송한 짓을 했다. 친구네 회사에서 아버지 얼굴에 먹칠한 셈이다. 화가 오죽 많이 나셨을까.

아버지는 나를 계단 층계로 데려가 말씀하셨다.


“네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줄은 몰랐구나. 다 애비 잘못이다.”

“...네?”

“예전부터 그런 미신 같은 게 돌았지. 마나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마나석을 갈아 마시거나 하면 각성할 수도 있다고.”


뭔가 오해를 하시는 것 같다.


“나도 그런 것에 매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전부 부질없···. 아니다. 그렇게 다 해보고 나서라도 받아들이면 차라리 낫지. 내가 먹어봤는데, 마나석 두 개쯤 먹어도 몸에 아무 문제도 없다. 너 원하는 대로 실컷 해봐라. 아들, 나는 너를 믿는다. 네가 어떻든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알겠지?”


아무래도 내가 헌터가 되고 싶어서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필사적으로 아니라고 말했지만, 아버지는 믿지 않으셨다.

결국, 그냥 그런 것으로 치고 나는 마나석이 든 가방을 든 채 집으로 향했다.


***


집으로 향하는 길. 양손에 든 손가방이 제법 묵직하다.

마나석까지 준비했다. 이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거의 다 한 셈이었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유정이는 오늘 오후, 늦어도 저녁에는 올 것이다.

옛날부터 항상 그랬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쭉, 서로 어느 쪽이든. 아무 말 없이 간다고 들으면 학교 끝나고 우리 집에 오겠거니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이다. 그리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 실실대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어제와 같은 번호. 최유정이다.


“왜? 못 와?”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너 대학교 다니잖아. 대학교는 끝나는 시간이 요일마다 다르다면서? 어떨 땐 안 가는 날도 있고.]


“아······.”


유정이는 20살에 바로 일을 시작했으니 고졸이다. 잘 모를 수도 있긴 했지만, 나는 왠지 모를 배신감과 함께 축 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내 감동 물어내.”


[어? 뭐라고?]


“아니야. 나 오늘 수업 없으니까, 알아서 와도 돼.”


[그래? 음···. 나 때문에 괜히 수업 빠지고 그런 거 아니지?]


“그런 거 없으니까 편하게 오셔.”


[오케이. 바로 출발하면, 늦어도 한 10분쯤 걸리겠는데.]


“아, 오고 있던 거야? 근처에 있어?”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아직 2시가 채 안 됐다.


[아니. 여기 해남이야.]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뭐? 해남?”


[그래. 그러니까 조금 걸려. 그럼 이따 봐. 흡!]


유정이는 뭐가 힘을 주는 듯한 소리를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해남이면 완전 땅끝 아닌가···?”


영문 모를 소리에 나는 얼이 빠져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걸었다. 그때, 옆에서 갑자기 누가 튀어나왔다.

저번에 봤던 사람이다.


“저번에 보셨죠? 안사용 기잡니다. 근데, 해남이라뇨?”


슬쩍 보니, 며칠을 씻지 못한 것처럼 얼굴이 기름으로 번들거렸다. 눈도 벌겋게 충혈된 게 잠을 제대로 못 잔 것같이 보였다.

취재하려고 집 앞에서 계속 잠복이라도 한 것일까.

혹시라도 이 사람이 유정이를 발견해서 좋을 건 없었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아, 옆집인데요.”

“옆집요? 왼쪽? 오른쪽?”

“왼쪽요.”

“아하!”


유정이네 집을 거론하자 기자가 빵끗, 피곤함이 사라지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옆집이, 무슨 일입니까?”

“안 그래도 저번에 들은 말이 있어서 물어봤는데, 옆집 외가가 해남에 있다나 봐요. 거길 가서 없는지···.”


유정이네 조부모님은 친가와 외가 모두 서울에서 쭉 사신 분들이다.


“정말입니까?”

“글쎄요? 저도 동네 분한테 들은 거라 잘 모르겠네요.”

“그런가. 아무리 찾아도 흔적이 없던 게 수도권에서 벗어나서···. 확실히 그때 들었던 것도 그렇고···.”


기자는 가만히 서서 혼잣말을 하더니, 씩 웃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덕분에 실마리가 좀 잡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한 게 도움이 됐나요? 해남?”

“그럼요.”

“혹시 해남까지 가시게요?”

“당연하죠. 특종이 기다리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가 없죠! 흐핫!”


기자는 이상한 추임새를 넣고는 빠르게 달려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다행히도 잘 된 듯하다.


나는 혹시 몰라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근처를 빙 돌아서 걸었다.

기자가 정말로 갔는지, 혹시 가는 척하고 몰래 따라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려고 그랬다.

과할지도 모르지만, 혹시나 유정이가 곤란해질 일은 조금이라도 없어야 했다. 다행히도 수상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나는 편한 발걸음으로 집 앞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여자가 있었다.

머리카락은 긴 금발에, 키도 작고 골격이나 얼굴 모양도 다르다.

그런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왠지 모르게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눈빛이라, 나는 그냥 문을 열며 한마디 했다.


“뭐해? 안 들어가고. 비밀번호 까먹었냐?”

“아니, 그게 아니라···.”


외모는 마치 딴 사람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황당한 얼굴이 되어 원망하는 눈빛을 보내는 유정이의 모습은 너무나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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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21.08.13 241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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