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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S급의 옆집 사는 김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양념피자
작품등록일 :
2021.07.26 12:16
최근연재일 :
2021.08.22 19:21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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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4
추천수 :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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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186

작성
21.07.2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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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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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3화

DUMMY

공유한이라는 남자는 가만히 명함을 건넸다. 무슨 날인지, 오늘만 벌써 두 번째다.

명함을 보니 재난대책본부 긴급파견 3팀 팀장이라고 적혀있었다. 예전에 유정이가 3팀에 들어간다고 이야기했으니, 바로 위의 상관인 셈이다.

나는 명함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니, 확실히 고민 걱정이 많은 표정이었다.


“저한테 무슨 일이신데요?”

“아, 그게, 이런 곳에서 서서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그럼 저기로 가죠.”


나는 맞은편의 옆옆집 아주머니가 운영하시는 까페를 가리켰다. 나와 이 팀장이라는 사람은 그곳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짜 커피를 얻어 마시고 도장도 두 개 찍었지만, 그런 걸 좋아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공 팀장은 입만 우물거리다 마는 게 말을 꺼내기 어려운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니까 말씀해주세요. 커피도 사주셨고.”

“아, 네. 꼭 비밀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공 팀장은 정장 상의의 포켓에서 동그란 바둑알 같은 것을 꺼냈다.


“혹시 녹음이나 녹화를 시도하면 기기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비밀유지 장치인 듯했다. 기록 행위를 탐색하고 차단하는 기능에 방음 기능마저 있다고 했다.


“그런 거 안 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방음 장치를 작동시키겠습니다.”


두꺼운 손가락으로 바둑알을 잡아 슬며시 비비자 희미한 마나가 퍼져 주변을 감쌌다.

공 팀장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제가 말재주가 있는 편이 아니라서,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혹시, 최근에 유정 씨를 보셨습니까?”


딱히 숨길만 한 것은 없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본부 들어가고 나서는 딱 한 번 봤어요. 한 1년 전? 그때, 강우 빌딩 폭파 신고 사건요. 근처 부대에서 복무하다가 출동해서, 멀리서나마 보기는 했죠. 그 뒤로는 못 봤고요.”


공 팀장은 예상대로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시 내가 말을 꺼냈다.


“근데 왜 그런 걸 물어보시는 거죠?”

“실은···. 유정 씨를 찾지 못한지 오늘로 3주째입니다.”

“네?”


예상치 못한 말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나는 정신을 다잡고 스마트폰을 꺼내, 저번에 봤던 추천 글을 보여주었다.


“일주일 전쯤에도 봤다고 하는데요. 여기 사진도 있고···.”

“...그건 저희 팀의 다른 대원입니다.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는 스킬이 있습니다.”


공 팀장은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보였으나 망설이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약간의 침묵 뒤, 그는 말을 덧붙였다.


“일종의 알리바이 확보입니다. S급 헌터가 사라졌다는 것을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내가 언짢은 표정을 지었는지, 공유한은 재빨리 이어서 말했다.


“저희 팀에서 탐색 스킬이나 아티팩트를 사용해 찾고 있습니다. 그래도 S급 정도 되면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마 자의로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재 상당히 곤란한 상황입니다.”


누가 곤란하다는 것일까. 나는 유정이를 안다. 유정이가 스스로 숨었다면, 지금 가장 곤란한 것은 유정이다.

나는 침착하려고 애쓰며 물었다.


“유정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어떤 문제 때문인지···. 현재 파악 중입니다. 저희 쪽에도 사정이 좀 있어서.”


공 팀장의 말투가 묘했다.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른다기보다는, 여러 문제 중 직접적인 원인을 찾고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그런데, 왜 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건가요?”


공 팀장은 자기도 확신이 없다는 것처럼 힘없이 말했다.


“팀원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다들 김헌터 씨를, 유정 씨가 찾아오거나 연락할 만한 가장 유력한 사람이라고 봤습니다.”

“저를요?”


왜 내가 나오는 거지? 알 수 없는 평가다. 당황스러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공 팀장은 무거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십니까? 유정 씨에 대해서.”

“저도 몰라서 답답하네요. 말씀을 들으니 유정이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공 팀장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지 한숨을 쉬었다.


“알겠습니다. 혹시 유정 씨를 만나거나 연락이 닿는다면, 명함의 연락처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네.”


나는 일단 대답했다. 나를 빤히 쳐다보던 공 팀장은 뭔가 생각하다가 부탁을 추가했다.


“그리고 유정 씨에게 전달을 부탁드립니다. 아직은 팀 내에서 긴 휴가 정도로 처리할 수 있는 선이고, 기관에서도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할 것이니 조속히 복귀해달라고요.”

“무슨 문제가 있는데요?”

“죄송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기관 방침상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나는 기분이 매우 나빠졌으나 공 팀장이 정말로 죄송한 얼굴로 말하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화를 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공 팀장은 할 일을 다 마쳤는지,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중요한 일이니 이번 일이 유출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정중히 머리를 숙인 공 팀장은 바둑알을 포켓에 넣은 뒤 출구로 향했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한마디 했다.


“혹시 찾으면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예.”

공 팀장은 그렇게 대답하고 나갔다. 나는 스마트폰의 톡을 확인했다. 지워지지 않은 1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유정이한테 무슨 일이 있다면······. 나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나에겐 걔에게 갚아줘야 할 의리가 있다.

그리고, 사준다는 치킨도 아직 얻어먹지 못했다.

그렇게 가만히 서 있으니 까페 사장님이 다가와 물었다.


“어머. 헌터 학생, 무슨 일이라도 있어?”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적당히 인사하고 바로 까페를 나섰다.

비록 헌터가 아닌 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준비해야 한다.

나는 유정 경비회사로 향했다.


***


“아들, 또 알바하러 왔냐?”

“네. 벌어서 나쁠 것 없죠.”

“그래, 열심히 일해서 최준영이 주머니를 탈탈 털어버려야지.”


뭐가 그렇게 웃긴지, 아버지는 계속 킬킬대면서도 바쁘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 은근슬쩍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은 오후 5시쯤. 어제도 야근하신 터라, 피곤한 눈꺼풀이 슬슬 내려오는 게 빤히 보인다. 기회가 왔다.


“아버지, 가서 좀 주무세요. 제가 할게요.”

“어? 아, 또 졸았나.”


화들짝 놀란 아버지는 머리를 휭휭 젓더니 눈 사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아이고, 그래야겠다. 이거 발주서 숫자 하나라도 틀리면 큰일 나는 거 알지? 내일 바로 들어오는 물건이니까, 전에 몇 번 해봤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한 시간 정도만 자고 와야지.”


아버지는 하품하며 일어나 휴게실로 가셨다. 나는 아버지 자리에 앉았다.

유정 경비는 작은 회사다. 사원은 15명. 아버지의 직책은 일단 총무지만, 실제 하는 일은 재무, 고객 응대, 구매 등 다양하다.

눈앞의 화면에 보이는 건 마나석 발주서였다. 이미 수치는 모두 입력되어 있었고,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있으셨던 것 같다.

마나석은 경보 아티팩트에 쓰이기도 하고, 유정이네 아버지도 마법계 헌터라 많이 쓰는 물건이다. 그래서 거의 매주 주문해야 한다. 단골이라 배송도 빠르다.

나는 키보드에 손을 올린 채 주변을 살폈다. 경비 직원들은 전부 외부 업무 중이라 지금 사무실에는 나밖에 없었다.

나쁜 짓을 하려니 괜히 손이 떨렸다. 그렇게 조마조마하며 숫자를 입력하려는데······.


“오, 헌터 왔니?”

“아, 네. 저 왔어요.”


유정이네 아버지와 경비 직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창수는?”

“아버지는 잠시 휴게실에요.”

“하긴, 요즘 너무 무리를 시키긴 했지. 창수가 자식 하나는 잘 뒀어.”


유정이네 아버지는 껄껄 웃었다. 나는 크게 들리는 것 같은 심장 소리를 외면하며 물었다.


“저··· 유정이가 요즘 전화해요?”

“바빠서 그런지 잘 안 하더라. 저번 달 초에 한 번 하긴 했지. 이해는 하지만···. 아빠로선 서운해.”

“직접 보신 건요?”

“새해에 찾아가서 한 10분쯤 봤나? 일 때문이라고 금방 또 어디를 가야 한다고 하더라. 아, 혹시 저번에 그 기자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유정이 정도 되는 헌터면 기자가 붙는 건 당연한 일이지.”


나는 좀 전에 공 팀장을 만났던 일을 말해도 될지 고민했다.

말했을 경우, 이 아저씨의 성격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하다. 딸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하면 모든 일을 다 때려치우고 당장 본부에 찾아가 난동을 피울 게 틀림없었다.

공 팀장의 말로 추정해보면, 지금은 유정이가 자신의 위치를 밝히지 않을 뿐이다. 까페에서 나눴던 말도 의미심장했다.

아직은 팀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준. 이 말은 자칫하다 일이 커졌을 때 유정이에게도 좋을 게 없을 터다.

내가 가만히 있자 유정이네 아버지는 내 옆으로 다가와 모니터 화면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마나석이 슬슬 떨어져 가고 있었구나. 머리 아픈 일을 창수가 맡아주니 참 편하단 말이야. 헌터도 잘 부탁한다. 우리 회사 사무 업무는 너희 부자 덕분에 굴러가는 거야.”

“네, 사장님.”

“하하, 그래. 내가 사장이지.”


그렇게 말한 사장님은 내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경비 직원들을 데리고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이라고 해봐야 작은 사무실 안을 유리벽으로 다시 나눈 작은 방이긴 하다.

어쨌든 이제야말로 방해꾼은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마나석 수량에 6개를 더했다.

한 개에 백만 원이니 총 6백만 원. 지금 내 계좌에 있는 거의 모든 재산이다. 즉,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이다.

보는 사람이 없음을 다시 확인하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그때야 나는 조마조마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


아버지와 함께 8시쯤 퇴근했다. 함께 저녁을 먹고 나서 설거지를 마치니 아버지는 소파에 누운 채로 졸고 계셨다.


“들어가서 주무세요.”


나는 아버지를 일으켜 안방 침대에 눕히고는 책상 앞에 앉았다.

딱히 뭔가를 하지 않더라도, 공부하듯 앉아있으면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일단 노트와 펜을 꺼내 내가 알게 된 정보들을 정리해나갔다.

요점은 유정이가 실종된 상태고, 유정이를 찾는 사람들(기자, 팀장)이 있다는 것.

다음엔 내가 알아야 할 정보를 적기 시작했다.

유정이는 헌터다.

나는 일반인이다.

내가 헌터에 대해 아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지식에 그친다.

그렇다고 유정이네 아버지께 물을 수는 없었다. 의외로 감이 좋은 사람이라, 자칫하면 눈치챌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어볼 만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전화를 걸었다.


“예, 태양 선배. 저 헌터인데요, 혹시 내일 교수님 계실까요?”


[응? 갑자기 왜···. 아, 혹시 산학 클래스 들어오려고?]


“아, 아뇨. 그건 아직 생각 중이고···. 과제 때문에 여쭤볼 게 있어서요.”


[아, 그렇구나······. 내일은 교수님 강의시간 지나서 오면 괜찮을 것 같은데, 확인해보고 시간 보내줄게.]


“정말요? 고마워요.”


[하하, 이 정도로 뭘. 혹시 또 도와줄 건 없어?]


“아뇨. 충분해요.”


[알았어. 그럼 내일 보자.]


“네. 그럼 이만 끊을게요.”


안 될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나는 안도하며 통화 종료를 눌렀다.

지금은 정보가 더 필요했다.

금태양 형의 담당 교수님은 헌터 관리청에서 20년을 일했던 사람이다. 필요한 건 대체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행동 방침을 정하면 된다. 아저씨한테 말하든, 기자한테 정보를 주든, 마나석을 쓰든.

아니면 또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유정이가 잘 복귀해 아무런 문제 없이 해결될 수도 있다.

문득 짜증이 났다. 무슨 일이 있으면 있다고 말만 해줬어도 내가 이 고생은 하지 않을 텐데.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인가?

나는 괜히 혼자서 식식거리며 톡방의 1을 노려봤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다. 나는 입이 말라붙는 기분으로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미래두리은행입니다. 회원님의 계좌에서 약 천만 원 이상 금액의 인출 기록이 있어···]


하아······.

나는 숨을 길게 뱉어내고는 말했다.


“야, 장난치지 마라. 최유정.”


[에이 뭐야. 재미없게. 좀 속는 척 좀 해봐.]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잘 아는 소꿉친구의 목소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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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 21.08.17 199 5 15쪽
22 21화 21.08.16 202 6 13쪽
21 20화 21.08.15 239 7 15쪽
20 19화 21.08.14 232 8 13쪽
19 18화 21.08.13 241 7 14쪽
18 17화 21.08.12 282 7 15쪽
17 16화 21.08.11 29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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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21.08.09 314 4 14쪽
14 13화 +1 21.08.08 343 5 13쪽
13 12화 21.08.07 368 9 13쪽
12 11화 21.08.06 389 8 13쪽
11 10화 +1 21.08.05 460 10 15쪽
10 09화 +1 21.08.04 486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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