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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담의 이야기곳간입니다.

이세계 영웅들이 귀환하니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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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담
작품등록일 :
2024.09.13 17:19
최근연재일 :
2024.09.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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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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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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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화. 권장호(2)

DUMMY

***



-떠어어엉.


범종을 때리는 듯이 육중한 소리가 가슴어림에서 터진다.

그와 동시에 가슴뼈가 내려앉으며 몸이 뒤로 튕겨나가 벽에 처박혔다.

마치 트럭에 받힌 것 같은 충격이었다.


“끄어......억.”


폐가 찌그러졌는지 숨을 쉬기 힘들다.

나는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가슴에 라디카의 불꽃을 일으켰다.

그러자 함몰됐던 가슴이 원상태로 회복되며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좋구나, 제자야. 치유능력까지 있었더냐?”


다가오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됐을까.

난 단지 그놈의 호신술 좀 배우고, 멘탈케어만 받으면 되는데!


“제자는 누가 제자야?! 당신 미쳤어?”

“어허, 이놈이. 사부에게 당신이라니? 아! 방금 한 수에 기혈이 꼬여 머리에 심마가 찾아든 게로구나.”

“무슨......”

“그거라면 걱정말거라. 일원정심장(一元正心掌)이면 머리에 든 사기가 뽑혀나갈 테니.”


그 순간 흐릿해지는 신형.

나는 동시에 반사적으로 머리를 틀었다.


-콰직, 쩌저적!


벽에 틀어박힌 손바닥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거미줄 같은 금이 퍼져나간다.

맞았다면 사기가 아니라 머리가 통째로 뽑혀나갈 것만 같았다.


“고놈 참.”


권장호는 순식간에 왼손을 거두고 손목을 젖히며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눈앞이 번쩍하며 바닥으로 처박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움직임일까.

어떻게 얻어맞는 건지도 모를 정도라니.


“크윽.”


그래도 앞서 두 번의 공격보다 약한 충격에 고통을 견디며 몸을 굴려 거리를 벌렸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권장호는 턱을 긁적였다.


“반사신경이나 몸 쓰는 건 눈 뜨고 못 봐주겠으나 감은 제법 좋구나. 사선은 제법 넘은 모양이지?”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어허, 내 말했지 않으냐. 제자가 구결을 이해하지 못하니 이 사부가 몸으로 알려주는 거라고.”

“아니, 알아먹지도 못할 말을 읊어대고는 대뜸 이해했냐고 묻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반말을 하자 권장호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나는 순간 흠칫하며 뒷말을 이었다.


“요!”


그제야 풀어지는 미간.

권장호는 왼손으로 뒷짐을 지며 말했다.


“구결이란 본디 무공의 원리와 깨달음을 함축해놓은 것이다. 나는 그걸 알려줄 수 있을 뿐 이해하는 건 제자인 네 몫이니라.”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요!”

“해서 내 직접 몸으로 알려주고 있지 않느냐.”


죽일 듯이 공격하는게 알려주는 거라고?

불사재생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뒈져도 벌써 뒈졌을 텐데?


“네 입으로 기본공이 아닌 본문의 진산절기를 제대로 배워보겠다 했으니 버텨내거라.”


그거야 그게 더 좋은 것 같으니 오케이 한 거지!

욕지거리가 절로 솟구치지만 입밖으로 내뱉을 순 없다.

그랬다간 또 머리통을 터트리려 들 테니.


“몰랐어요. 진산절기가 이런 건 줄 몰랐다고요. 그냥 기본공으로 배울게요.”

“남아일언 중천금.”


언제적 남아일언 중천금이야.

아주 씨발 벽창호가 따로 없다.

마음 같아서는 저 놈의 입부터 지져버리고 싶지만 문제는 눈앞의 외팔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라는 것이었다.


‘공격력도 둘째치고 저 귀신같은 몸놀림이 더 문제야.’


내 움직임으로 때리는 건 요원하고, 붙잡기만 해도 라디카의 능력으로 태워버리겠으나 그게 여의치가 않다.

오죽하면 옷자락도 스치지 못할까.

심지어 맞는 걸 각오하고 잡으려고 해도 한 대만 맞아도 패대기 쳐지는 것처럼 몸이 날아가버리기 일쑤라 실행을 못 하고 있다.


“제자야, 잘 듣거라. 무공무계, 이원현강. 천지일원이나 그 또한 이원이라. 하나면서 둘이요, 둘이면서 하나이니 그 끝은 경계가 없고 무한이 펼쳐질 뿐이니라.”


또 그놈의 개 같은 구결이다.

하나면 하나지 무슨 둘이야? 둘이면 둘이지 왜 또 하나냐고!


황당할 따름이지만 이러고 있을 틈이 없다.

여기서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으면 또 미친 놈 마냥 달려들 테니.


“알았어, 알았어요! 그러니까 잠깐 생각할 시간 좀...... 헉!”


눈앞에 손바닥 그림자가 무수히 생겨난다.

자기 말로는 육체의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게 무공이라는데 저걸 배우는 게 가능할까?

믿기지 않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건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보다 공격에 대한 대응이었다.


‘저건...... 못 피해.’


사방을 점하며 달려드는 공격을 어찌 피할까.

나는 맞는 걸 각오하고 타이밍에만 신경썼다.

그러자 몇 개의 장영이 몸을 통과하며 지나간다.

눈에 보이는 전부가 진짜 공격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내 섬짓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앞서 여러 대를 맞아봤기에 느낌이 온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 전신에 최대치로 라디카의 불꽃을 둘렀다.

그야 어디를 맞는지까지는 알 수 없으니까.


-펑, 퍼펑, 펑!


복부, 좌우어깨, 턱주가리.

눈 깜짝할 사이에 네 방을 얻어맞고 허공에 잠시 떠올랐다가 바닥에 처박힌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제한 탓에 곧바로 꺼지는 불꽃.

나는 대(大)자로 누운 채 놈을 올려다보았다.

찰나에 가깝긴 해도 그런 초고열에 맨손으로 닿았으니 멀쩡할 리 없을 거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으음......”


씨발, 멀쩡하다고?

아니, 자세히 보니 멀쩡하진 않지만 생각했던 모습은 아니었다.

그야 내 몸을 네 번이나 만져댔으니 손이 녹아내렸어야 정상인데 손바닥에 허연 뼈가 보이는 정도로 그쳤으니까.


“허어, 이거 참. 제자야, 이 사부가 크게 한 방 먹었구나.”


그러면서 뼈가 드러난 손바닥을 그러쥔다.

미친 놈이라 아프지도 않은 건가?


“수련 첫 날에 이 사부가 권공을 쓰게 만들다니. 너는 천고의 기재임에 틀림이 없다.”


칭찬? 아니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그대로거든.


“조......좆까, 씨발.”


이판사판이다.

온몸이 엉망진창이라 피하는 건 고사하고 일어설 힘도 없거든.


‘한 번 더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시험해보았지만 쿨타임은 대략적으로 최대 10분이다.

하지만 말그대로 시스템처럼 정해진 10분이 아닌 대략적인 10분.

그건 달리 말하면 내 컨디션에 따라 변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음이다.

그렇다면 10분 정도는 정신력으로 뛰어넘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단 1초라도 좋다.

반격은 극적인 상황일수록 더 효과적이니.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스윽.


거리를 둔 채 허리춤으로 왼주먹을 끌어당긴다.

아까의 가벼운 발걸음이 아닌 천년고목이 뿌리를 내린 듯한 자세.

나는 포탄을 쏘기 직전의 발사대 같은 그 모습만으로도 다음 공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원거리 공격이라고? 체술로? 어떻게?’


거리를 두면 방법이 없다.

내겐 거리를 좁힐 능력도, 심지어 지금은 일어설 힘도 없으니 말이다.


‘끝......인가.’


절망감보다는 안타까움이 밀려든다.

다른 소환수의 능력이 한두 가지만 더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랐을 텐데.

핑계가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소환사의 최대장점은 강대한 소환수 하나를 부리는 것보다 상황에 따라 적합한 소환수들을 소환하고 그 조합을 극대화하는데 있으니.


“간다, 제자야.”


준비가 끝났는지 권장호가 공격의 시작을 알려온다.

지금까지 저런 말을 한 적이 없이 대뜸 덤벼든 걸 생각하면 그만큼 위험한 공격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헉, 허억. 거기까지.”


갑자기 나타나 권장호의 뒤에 자리한 최빛나.

그녀는 밭은 숨을 내뱉으며 예의 나이프를 권장호의 목덜미에 대고 있었다.


“응? 빛나 네가 웬일이야?”

“기수식부터 풀어요, 장호오빠.”

“아? 어, 그래.”


권장호가 몸을 바로 세우자 최빛나는 그제서야 나이프를 거두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헐떡이는 모습.

나는 그녀가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무슨 급한 일 있어? 전화를 하지 왜......”


그 순간 말을 끊으며 최빛나가 소리쳤다.


“이씨, 전화를 안 받으니까 그렇죠!”

“무슨 일인데 그래?”


방금 전까지 살초를 날리려던 사람이 맞나 싶다.

저토록 순박한 표정이라니.

최빛나는 그 모습에 더 화를 내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무슨 일은, 무슨 일이에요. 이거 막으려고 왔지!”



***



-치덕, 치덕.


최빛나는 권장호의 손바닥에 연고를 과하도록 바른 후 붕대를 똘똘 감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장 병원을 가야 할 정도로 심한 화상이지만 눈앞의 남자는 어지간한 상처도 가볍게 치부하는 인간이기에 이 정도 응급처치면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다 됐어요.”

“빛나야, 그...... 포션 좀 없어? 이러면 밥도 못 해먹고 볼 일 볼 때도 불편한데.”


그러자 최빛나는 도끼눈을 뜨며 대꾸했다.


“시켜 먹고, 싸서 말려요. 아니면 기저귀를 차든가. 포션이 남아돌아요? 이런 일에 쓰게?”

“......쩝.”


권장호는 입맛을 다셨다.

이런 산중에 배달이 오지도 않을뿐더러 다 큰 성인에게 써서 말리라니.

너무 매몰찬 대답이 아닌가.


“도대체 사람을 얼마나 몰아붙인 거에요?”


최빛나는 난장판이 된 내부와 죽은 듯이 잠에 빠져든 백성민을 번갈아보았다.

이에 권장호는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본인의 처지를 제대로 직시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멘탈케어가 어디 쉬운 줄 알아?”

“......”

“각성하면 세상이 다 제 발 아래 있는 것 같지. 저쪽 세상에서 지녔던 우월감이 그대로 느껴지니까. 반쪽 짜리도 못 되면서 말이야.”

“......”

“네가 아까 그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눈빛을 봤어야 했는데. 눈이 말해주더라. 아! 내 본신의 능력이 있었다면! 그랬다면 누워있는 쪽은 내가 아니라 네가 되었을 텐데! 라고.”

“......”

“이래 가지고 어떻게 도종수 그 새끼를 이겼는지 몰라. 운이 좋았던 거지. 근데 다음 번에 그 새끼를 만다면 두 번은 없을 거야.”


그제서야 침묵하고 있던 최빛나가 말을 받았다.


“그래서 그거 알려주려고 이렇게 만들었다?”

“맞아. 예방주사지. 이 친구, 똑똑한 친구니까 앞으로 더 발전할 거야. 자기 한계를 마주했으니 말이야.”


흡족한 표정은 마치 사랑스러운 제자를 바라보는 인자한 스승의 그것과 같다.

하지만 최빛나는 그 위에 똥물을 퍼부었다.

“똥 싸고 있네.”

“하, 하하. 빛나야 무슨 그런 말을......”

“어디서 약을 팔아요?! 내가 오빠 모르는 것도 아닌데!”

“크흠......”

“말했잖아요. 오빠 무공을 제대로 전수하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진득하게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때려박는다고 박혀요? 어떻게 매번 눈이 돌아가서는......”


최빛나도 알고 있었다.

그가 저토록 무공전수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어떻게든 사문의 진전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문주로서의 책임이라는 걸.

하지만 무공이란 공부 자체가 저쪽 세계의 문화가 근간에 깔려 있는데다 기본적인 용어부터 시작해 그 체계까지 너무나도 심오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조바심을 낸다고 하여 전수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야, 빛나야. 이 친구는 가능해. 봐, 첫 수련에서 내 손을 이렇게 만들었잖아? 지금까지 생체기 하나 낸 놈이 있었어? 능력을 쓰는 타이밍이 예술이었다니까? 근골은 별로라도 센스가 진짜 장난이 아니야. 게다가 아무리 때려박아도 금새 멀쩡해지고 말이야. 이런 천고의 기재를 또 어디서 구해?”


또, 또 눈 돌아간다.

최빛나는 쌍심지를 켜며 대꾸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무원정심공(無元正心功)이나 가르쳐요.”

“......”

“알았어요?”

“......”

“왜 대답이 없어요? 오빠 또 이러다 사람 하나 잡으려고 그래요?”

“휴우.”


권장호는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그게 정석이라는 걸.

하지만 과연 시간을 들인다고 될까?

기본적인 것만 해도 구결, 초식, 내공, 외공, 혈도, 운기, 내기, 외기...... 아주 끝도 없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무림에서 자란 사람에게 인공지능을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비슷할 터.

이목사가 무공을 학습계로 분류했지만 상승무공은 그 난이도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을 괜히 한 게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결정적으로 권장호는 타고난 재능과 감각으로 무공을 익힌 타입이라 가르치는 게 아주 서툴렀다.


“빛나야, 네가 아는 무원정심공은 그저 불경처럼 외우기만 해도 어느 정도 공능이 있지만 그건 상승무공에 비하면 그냥 나는 착하다, 착한 사람이다 되뇌이는 정도일 뿐이야. 비교가 되겠니?”

“그래서? 또 그러겠다고요?”

“이 친구는 된다니까? 막말로 이대로 두면 도종수한테 죽을 게 뻔하잖아? 그 새끼 성격에 가만 있겠어?”

“그전에 오빠 손에 죽겠죠.”


아주 귓등으로도 안 듣는구나.

권장호가 답답함에 제 가슴을 두드리는 그때였다.


“정말 때려박으면 박힙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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