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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담의 이야기곳간입니다.

이세계 영웅들이 귀환하니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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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담
작품등록일 :
2024.09.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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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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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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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화. 권장호(1)

DUMMY

***



-짹, 짹짹.


숲속에서 들리는 새소리가 정겹다.

이런 산중에 사람이 살까 싶지만 이목사가 알려준 위치대로 찾아가니 정말로 산장이 하나 있다.

겉으로 보기엔 별 다를 것 없는 펜션이나 별장같은 모습.

다만 한 가지 독특한 건 입구에 무술도장에나 있을 법한 나무현판이 걸려있다는 것이었다.


“이원문(二元門)?”


심리치료를 위한 정신병원이라기보다 무슨 무협소설에 나오는 문파이름 같다.

이런 곳에서 멘탈케어라니.


이목사는 이곳의 위치를 알려주며 가보라고만 했지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

그러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실례합니다. 계세요?”


노크를 하자 인기척이 들린다.

곧이어 말쑥하게 생긴 한 남자가 문을 열며 나를 바라보았다.

서른 중반 정도 되었을까.

인상은 평범하지만 오른팔의 소매가 펄럭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은 팔이 하나 없네.’


그때 그 개눈깔은 눈이 하나 없더니 이번엔 팔이 없다.

왜 클랜과 관련된 남자들은 이목사를 제외하면 어디 한 군데씩 신체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는 걸까.

문득 불안감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백성민이라고 합니다. 목사님께서 가보라고 하셔서 왔습니다.”

“아...... 새로 들어온 클랜원인가요?”

“네.”

“들어오세요.”


그를 따라 들어간 산장 내부는 겉이 펜션이나 별장처럼 보이는 것과 달리 독특한 점이 있었다.

바로 밖에 걸린 현판에 어울린다는 것.

내부 전체가 수련을 위한 목적인양 휑하니 마룻바닥이 깔려 있고, 주거용은 복층공간에 있었다.


“앉으시죠.”


나는 그가 놓아준 방석에 앉아 마주보았다.

분위기상 차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는 어울리지 않게도 콜라캔을 하나 내어주었다.


“빙의한 기억 중에 콜라를 마시고 싶다는 기억이 무척이나 강렬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건 못 마시겠더군요.”

“아, 네......”


나는 콜라캔을 따서 한 모금 마셨다.

탄산의 청량함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자 어색함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권장호라고 합니다. 무림인으로 빙의했었고, 지금은 클랜에서 관리조에 속해 있죠.”


클랜은 크게 네 개 조로 나뉘어 있다.

모집조, 척살조, 지원조, 관리조.

모집조는 말 그대로 클랜원을 찾아 영입하는 역할을 하고, 척살조는 클랜원의 복수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으며, 지원조는 클랜의 수입원과 앞의 두 부서와 관련된 부수업무를, 마지막으로 관리조는 클랜원의 신체나 정신에 대한 관리 및 규정위반에 대한 처벌을 담당하고 있었다.


“새로운 클랜원이면 호신술 아니면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오신 것 같은데, 어느 쪽이죠?”


응? 호신술?

멘탈케어만 받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가르쳐 준다고?


“목사님께서 멘탈케어를 받으라고 하긴 했는데...... 호신술도 배울 수 있는 건가요?”

“가벼운 기본공이긴 하지만 그렇습니다. 그럼 둘 다 배워보시겠어요?”

“네, 부탁드릴게요.”


이렇게 쉽게 근접격투를 배울 수 있을 줄이야.

그것도 무공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다.


“그럼 잠깐만 기다리세요. 먼저 데이터부터 확인할 테니까. 이름이 백성민 씨라고 하셨죠?”

“네.”


권장호는 스마트폰을 꺼내 무언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놀란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어? 백성민 씨.”

“네?”

“정말 도종수 그 새끼를 죽였습니까? 그것도 각성하자마자?”


놈을 지칭하는 말투가 거친 걸 보니 최빛나처럼 이 사람도 벼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그런 놈은 평소 행실이 더럽다니까.


“네. 그 사람 때문에 죽을 뻔 했거든요.”

“후우, 이 미친놈이 또 그 짓을 했나보군요. 역시 개버릇 남 못 준다더니.”

“최빛나라는 분도 그런 말을 하던데 예전에 똑같은 짓을 했었나보죠?”


권장호는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오른쪽 팔뚝부분을 두드렸다.


“그놈 때문에 이렇게 된 겁니다.”

“아......”

“덕분에 본문의 무공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죠.”


그의 말에 따르면 이원문의 무공은 양손으로 펼치는 쌍수권장술이 특징인데 손이 하나밖에 없다보니 본래 힘의 반의 반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이곳에 무관을 차리고 후학양성과 동시에 한 손으로도 펼칠 수 있도록 무공을 개량하고 있다지만 어째 둘 다 성과가 시원찮은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게 문하생이 한 명도 없는 듯 했고, 무공을 개량하고 있다는 말을 할 때의 표정이 무척이나 어두웠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팔, 포션으로는 치료가 안 되나요?”


포션을 붓자 죽은 놈의 얼굴도 원상태로 회복이 되었었다.

그러니 잘린 팔도 재생되지 않을까 싶어 물은 것이었다.


“포션은 만능이 아닙니다. 떨어져나간 신체일부분을 완벽히 재생해주진 않아요. 제 팔을 보면 알겠지만 재생되다가 말았죠.”


효과에 한계가 있는 거구나.

하긴 그런 엄청난 회복제를 물 쓰듯 쓸 수 있는 것도 아닐 테니까.


“그럼 목사님의 치유능력은요?”

“아, 힐을 말하는 거군요. 그것도 상처를 치료하는데는 효과적이지만 재생에는 큰 기대를 하기 힘들어요.”


권장호는 애써 미소지으며 자신은 괜찮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래도 당사자인 그놈이 죽었으니 이제라도 마음 편히 가지세요.”

“죽어요? 누가요?”


응? 누구냐니?

당신도 제 입으로 정말 죽였냐고 물었잖아?


“그 눈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요. 제가 죽였잖아요.”

“아, 모르셨나보군요.”


모르다니? 뭘?


“도종수 그 새끼, 아직 살아있습니다.”

“......!”


살아있다고?

그 새끼가? 분명 칼날이 아가리를 찢고 뒤통수까지 잘랐는데? 어떻게?

설마......


“포션인가요?”


그 상황에서 그놈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을 것이다.

최빛나가 치유능력이 없다면 말이다.


“네.”


와, 미친.

이해할 수가 없네.

서로 죽일 듯이 칼부림을 했으면서, 왜?

설마 자기 손으로 죽여야 한다 뭐 그런 건가?


이유야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클랜원들끼리 죽이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나요?”

“없습니다. 원한이 있다면 복수할 수 있다는 건 그 대상이 누구든, 설령 클랜원이라도 해당되니까요.”


하! 심플해서 좋네.


“그럼 그놈이 복수하려고 들겠네요?”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 혹시 자신 있나요? 표정이 그런 거 같은데.”


자신? 근거는 없지만 있다.

그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어떻게든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사람 하나 죽이는데 자신까지 있어야 할까요?”

“그냥 평범한 사람 하나가 아니니까요. 도종수는 인성은 비록 개차반이지만 실력만큼은 클랜에서 상위에 속합니다.”

“그 정도였습니까?”

“백성민 씨의 능력을 모르니 방심했을 겁니다. 만약 알았다면 목을 자른 걸로 끝나지 않고, 재차 팔다리를 잘라 무력화시켰겠죠.”


그래, 상황이 돕긴 했었다.

최빛나와 얽혀 있었던데다가 그의 말대로 내 능력에 대해 몰랐으니.

하지만 그 또한 실력이다.


“전투는 그 순간이 있을 뿐 만약은 없어요. 그러니 다음 번에 만날 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제 능력은 그때와 또 다를 테니까.”


권장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알려줄 호신술.

그거라면 라디카의 능력을 십분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감이 보기 좋군요. 이제보니 근골은 썩 좋지 않아도 무인으로서 마음가짐 하나만큼은 발군인 듯 합니다.”

“......예?”

“생각해보면 저는 오히려 성민 씨 같은 부류를 기다려 왔는지도 모르겠군요.”

“네?”


아까부터 도대체 뭔 소리야?

근골이 안 좋아? 마음가짐이 어쨌다고? 그리고 뭘 기다려왔는지 몰라?


“성민 씨, 혹시 이원문의 무공을 제대로 배워볼 생각 없나요? 기본공 따위가 아닌 본문의 진산절기를 말입니다.”



***



스시세키구치.

오마카세 맛집으로 유명한 일식당이다.

식사비용도 비용이지만 예약만 한두 달 이상 걸릴 정도로 방문하기 힘든 곳.

게다가 가장 바쁜 디너타임이 아닌가.

최빛나는 프라이빗 룸에서 착석하며 말했다.


“혜윤언니, 여기 예약하기 어려운 곳 아니야? 듣기로는 매번 풀부킹이라던데.”

“그거 다 비싼 척 하는 거야. 그래야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

“그래?”


아무렴 어떨까.

최빛나는 그러려니 하며 수긍했다.

애초에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로 식도락이 있지도 않았고, 그저 오혜윤이 자리 마련에 신경 썼다는 걸 알아주는 척 하기 위해 물었을 뿐이었다.


“근데 어쩐 일로 불렀어? 비싼 밥까지 사주면서.”

“얘는. 우리가 이 정도 밥도 못 먹는 사이야?”

“그건 아니지만 왠지 이유가 있어 보여서.”

“하여튼 눈치는 빨라요.”


오혜윤이 입을 삐죽 내밀며 핀잔을 준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에 사진을 하나 띄워 보여주었다.


“이게 뭐야?”

“뭐긴. 잠입해야 할 곳이지.”


어디든 몰래 잠입하는데 있어 최빛나의 능력만큼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없다.

척살조에도 잠입에 능한 인원이 있긴 하지만 오혜윤은 상황에 따라 최빛나에게 도움을 구하곤 했었다.


“아하, 오랜만에 건수 생겨서 불렀구나. 보수만 확실하면 나야 땡큐지.”


하여튼 저 돈귀신.

오혜윤은 혀를 차며 말했다.


“빛나 넌 딱 우리쪽이라니까. 왜 그렇게 모집조 일만 고집하는 거야?”

“자유롭고, 성공수당 쎄고, 무엇보다 손에 피를 안 묻혀도 되니까?”

“자유로운 건 인정. 근데 성공수당은 쎄긴 해도 애초에 건수가 거의 없잖아? 그리고 피를 안 묻혀? 그런 애가 종수랑 칼부림을 했어?”

“어머? 그건 어떻게 알았어?”

“종수가 그러던데? 너랑 한바탕 했다고.”


최빛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읊조렸다.


“그 새끼는 어떻게 입까지 싸구려지?”

“신입한테 죽을 뻔 했다고 소문 쫙 퍼졌잖아. 그래서 궁금해서 자초지정을 물어본 거지. 넌 그때 물어봐도 안 알려줬고.”

“아오, 그때 그냥 뒈지게 나뒀어야 했는데.”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새자 오혜윤은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피를 묻히는 건 왜 싫은 거야? 너 그다지 꺼려하지도 않잖아? 할 땐 하는 애 아니었어?”

“언니, 나 엘프야. 요정족 중에서도 고귀한 엘프. 꼭 필요할 때야 어쩔 수 없이 손을 쓰지만 내가 무슨 피에 미친 다크엘프인 줄 알아?”


하는 짓은 다크엘프 저리 가라지.

오혜윤은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삼키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래. 엘프 맞지. 누가 아니래니?”


하여튼 중증이다.

그러니 엘프미모 되찾겠다고 이리 뜯어고치고, 저리 뜯어고치고 하는 거겠지만.


“그건 그렇고 이번 신입은 무슨 조에 지원할 거 같대?”

“백성민? 글쎄? 왜? 척살조로 데려가고 싶어서?”

“응. 대담한 것도 마음에 들고, 우리쪽은 워낙 불 지를 일이 많잖아.”


증거를 덮는데 있어 화재만큼 쉽고 유용한 방법이 없다.

더욱이 사람을 한 순간에 재로 만들 정도로 고열을 뿜어낼 수 있으니 그 쓰임새가 얼마나 많겠는가.


“언니. 복수한다니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봤으면서 그래? 데려가도 내가 데려가.”

“네가? 도종수 대신 파트너로 삼게?”

“응. 화려하니 이능력을 시연하기에도 좋고, 일단은 도종수 그 새끼를 이겼잖아?”

“얘, 얘. 그걸 이겼다고 할 수 있어? 운 좋게 얻어걸린 거지.”

“언니. 뒷걸음질로 쥐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소니까 가능한 거야. 그리고 그 능력이면 정신줄 놓은 신입들한테 뜨거운 맛을 보여주는데도 좋지 않겠어? 그럼 선배 무서운 줄도 알고.”


초기 각성상태에서 이지를 상실하고 덤벼드는 빙의자들을 제압하는 것이 도종수의 역할이다.

그 일을 백성민이 맡는다면?

일단 홀라당 태워서 빈사상태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는 포션으로 되살리게 될 터.

깨어나면 얼마나 두렵겠는가?

인간이 느끼는 고통 중 가장 심한 것이 작열통이라니 말이다.


‘이년 이거 분명 그냥 엘프가 아니라 다크엘프였을 거야.’


오혜윤은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린 후 물었다.


“뭐 본인 의사가 제일 중요하지. 근데 그 소는 지금 어딨어?”

“지금 멘탈케어 받고 있을 걸? 목사님이 장호오빠한테 보냈다고 하더라고.”

“뭐? 혼자 보냈어?”

“혼자 보내지 그럼? 내가 뭐 걔 보모야?”

“장호 눈이 돌면 어떡하려고?”

“에이, 그럴 일 없어. 백성민 씨 봤잖아? 오빠 눈에 들기엔 키랑 체격이 영 별로지 않았어?”


그 말에 오혜윤은 한숨을 내쉬었다.


“근골을 보면 그런데 걔는 종수 머리통을 따버린 애잖아. 장호입장에서는 얼마나 예뻐 보이겠어?”

“......헉!”


최빛나의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이후 일어날 사태에 대해 이제야 파악이 된 것이었다.


“보나마나 오성이 뛰어나다니 무인으로서 자세가 됐다느니 하면서 애 하나 잡고 있을 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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