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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flas 님의 서재입니다.

우리가 가족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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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flas
작품등록일 :
2023.02.25 13:03
최근연재일 :
2023.10.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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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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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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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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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막 마른 듯 깨끗한 회색으로 뒤덮인 건물은 겨우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휑한 모습이었고, 그 위로 솟은 철근 송전탑은 괴물의 뼈대처럼 보여서 음산하기 짝이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음침한 모습조차도 그 거대한 발밑에서 올려다 보면 난쟁이 마을을 모두 내려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추적추적 귓가를 때리는 빗소리 속에서 나와 록슬리 비서관님은 세 명의 병사와 함께 꼭대기 바로 아래층으로 올랐다.


“부인, 책상은 여기다 놓을까요?”


“네, 부탁드려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가지고 온 조명구슬을 눈에 잘 띄는 가장자리 기둥에 걸었다. 외벽이 아직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 발을 헛디디면 바로 5층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조심하세요.”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하려다 보니, 짧은 키로 기둥을 붙잡고 끙끙댈 수 밖에 없었고, 비서관님의 눈엔 내가 무척 위태로워 보였던 모양이었다.


비서관님이 내 어깨를 잡아 부축했고, 덕분에 나는 안전하게 조명구슬을 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연결된 조명구슬에 연장 마도선을 연결해 책상까지 이었고, 마법사인 비서관님이 직접 조작하기로 하셨다.


곧 책상에는 지도와 통신구슬이 올려졌고, 나는 병사들을 불러모은 다음 곧장 펜을 들고 주요 포인트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여기, 여기, 여기. 이 건물 위에서 보이나요?”


“아, 이 지역은 이곳에서 잘 안 보이고, 나머지 두 곳은 그럭저럭 확인 됩니다.”


“그럼 두 분은 이 지역들 집중 감시 해주세요.”


내가 포인트로 지정한 두 장소는 마을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방향의 길과 산사태를 대비해 콘크리트 벽을 설치해둔 마을 뒷산 지역이었다.


문제는 이곳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포인트가 있다는 것. 그건 바로 배수로의 물이 빠져 나가는 하수지역이었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마을 앞 계곡의 둑 근처였다.


괜히 관 형태로 든 걸까?


비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 배수로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내리는 비를 보고 나니 괜한 후회들이 밀려왔다.


특히 틀을 만들어 관형태의 콘크리트 블록들로 배수로를 만든 건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되려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처음엔 그냥 땅만 파서 물만 흐를 수 있는 수로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가끔 술에 취해서 발이 빠져 넘어지는 사람들이 생기고, 뛰어 노는 아이들에게 위험한 상황이 될것만 같아서 관 형태의 블록을 만들어 파뭍게 한 것이다.


분명 훨씬 안전한 방법이긴 했지만 이 경우 물의 배수량이 줄어들고, 관 형태의 배수로가 흡사 스트로우와 같은 효과를 불러내서 최악의 경우엔 수압과 높이에 따른 역류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현상을 방지하고자 중간 중간 최대한 많은 원통에 구멍을 뚫어 최대한 물을 많이 흡수하고, 동시에 수압의 영향을 분산시키려 했다. 트럼펫이나 호른이 아니라, 플루트 같은 형태로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해도 결국 구조적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현대적인 방식으로 지하에 거대한 배수로나, 철망을 이용해 완전 개방된 수로를 만들기엔 시간과 예산이 부족했다.


심지어 이 부분은 블레임의 대도시의 기술과 비교해도 뒤떨어지는 것으로 데마리우스만 가 봐도 훨씬 발달된 하수도가 존재하고 있었다.


나연일 때, 나는 늘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발생한 재산, 인명피해에 늘 불만을 토로했었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한 지역의 운영에 참여해보니, 사고를 사전에 대비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자연재해는 언제나 사람의 예상을 벗어난다. 몇 십년의 강수 데이터를 확보해 실컷 대비책을 세워두니, 100년 만의 기록적인 강수를 기록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더러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 아. 들립니까?


“응, 루카스. 잘 들려.”


통신구슬 너머로 루카스의 목소리가 전해지자, 나는 확인차 대답을 전했고, 그와 동시에 다른 라인들과의 통화도 이어졌다.


-여보, 동물들을 보호하는 건 좋은데, 어디까지 가야하지?


“아, 너무 멀리까지 갈 필욘 없어요. 적어도 계곡 주변지역의 동물들을 대피시켜주고, 스콜에게 전해주세요. 정령들을 계곡 주변으로 계속 순찰시키면서 불어나는 물에 동물들이 휩쓸리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요.”


-알았어.


이 상황에서 동물들까지 신경쓴다는 게 우스운 일 같았지만 요정이 된 내겐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생명력이 넘치는 지역일 수록 영력도 풍부하기 때문에 동식물들을 잘 보존하는 건 곧 그곳 요정의 힘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난 어려서부터 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나연은 동물들을 볼 기회가 적은 도시인이라 그렇지 않았지만, 프레야는 요정의 혈통을 이은데다 서머윈드 백작가의 넓은 정원에는 언제나 다양한 동물들로 넘쳐났었기 때문이다.


이 장마가 인위적인 폭우라는게 밝혀진 이상, 이건 끔찍한 살육행위이기도 했다.


난 이 학살의 현장에서 어떻게든 보다 많은 생명을 구하고 싶었다.


응? 이곳은···


그리고 지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난 종이에 먹물이 스미듯 눈에 들어오는 지형을 발견했다.


하이네스 마을 앞을 지나고 있는 계곡의 형태였는데, 내 눈으로 보기에 계곡의 형태가 이상해 보였기 때문이다.


세상은 등속 운동을 할 때 가장 자연스럽다. 그렇지 않다는 건 어디선가 외력이 가해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거시 세계의 대표적인 힘, 전자기력과 중력은 최소작용의 원리에 따라 힘의 방향으로 최단거리인 직선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다.


계곡의 물의 방향은 중력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게 당연했고, 여기에 사물들의 전자기력이 가진 힘의 크기에 따라 외력이 작용해, 구불구불한 계곡의 형태가 만들어 진다.


다만 지나치게 곡선을 그리는 계곡 몇몇 포인트들이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러니까 그 지역에는 깊은 세월 속에서도 물줄기에 깎여나가지 않은 지형들이 버티고 서서 계곡의 방향을 비틀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어느 계곡을 가 봐도 이런 지형들은 존재하고, 그게 암석의 종류와 강도에 따른 지형변화의 당연한 모습이기에 이상할 건 없었으나, 지금 내 눈엔 아주 특별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플랑 부인..? 계곡 입구쪽에 뭔가 검은 그림자가 넘실대는 거 같습니다만···”


그때 마을 주변을 감시하고 있던 병사가 확신없는 목소리로 상황을 보고했고, 나는 난간 근처로 다가가 계곡 입구 방향을 바라봤다.


“바위와 나무들 때문에 자세히는 안 보입니다만..”


“제대로 봤네요.”


사람의 눈에는 그저 희끄무레한 그림자가 출렁대는 느낌이겠지만 내 눈에는 확실히 그 그림자의 정체가 보였다.


계곡 둑을 넘어온 물들이 어느새 마을 입구까지 다가와 넘실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내 귀에는 쏴아아 떨어지는 빗소리 사이로 요란한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 마을을 침범할 정도의 수위는 아니다.


마을 자체가 산 중턱에 있어서 경사진 형태인데다 마을 회관 자체도 높은 쪽에 있었기 때문에 수심으로 쳐도 10미터 이상은 더 불어나야 위험할 상황이었다.


다만 문제는 이 보다 저지대에 있는 집들이었다.


주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들의 재산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계곡의 특성상 수심 1-2m가 불어나는 건 눈깜짝할 사이이기에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강구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때, 실체화를 통해 육체를 형성한 정령 하나가 쪼르르 날아와 다급하게 말했다.


“마을 외곽으로 순찰을 나선 경비 3조의 보고입니다, 공주전하!”


“말하렴.”


“통행로 일부에 물이 차올라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도로가 끊겼다고 합니다.”


이미 저지대에선 도로가 침수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지 않았는데, 그 위력은 뼈저리게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서로 악수만 한번 나눴을 뿐인데, 손 바닥의 굳은살과 악력으로 지레 움츠러드는 느낌 말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지도가 있는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마치 당연하게 시선을 옮겼지만, 거기엔 확신할 수 없는 인과와 흔적들이 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내 눈에 들어오는 지형의 모습들이 무언가를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말없이 답답한 블레이크의 생각을 추리하듯 지도에 새겨진 흔적들을 증거삼아 형체를 알 수 없는 답을 추리하기 시작했다.


유속을 방해하는 지형.. 거미줄 처럼 뻗어있는 계곡들···


그리고 내 시선은 어느새 계곡과 함께 아비온 산맥의 수 많은 협곡들을 살피고 있었다.


등고선이 없는 지도로는 지형의 형태를 파악하기 힘들어..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그래, 분명 아이월드의 앱 중에 그런게 있었는데···


나는 아이월드를 통해 내 기억속의 아비온 산맥들을 3d 폴리곤으로 구현해냈고, 그것들을 지도위에 겹치기 시작했다.


예전에 연구실을 꾸미기 위해 다운 받아둔 3d 툴이 떠올라 작동시킨 것이다. 이 툴의 기능 중 하나가 자신이 봐둔 기억속의 장면을 촬영해 ar 모델로 재생하는 기능이었는데, 그걸 이용해 내 기억 속에 있던 지형들을 지도 위에 구현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자, 등고선이 그려지지 않은 지도임에도 3d 모델을 통해 높낮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이거였어.


내가 발견한 건 다름 아닌, 커다란 암석으로 막혀 구불구불한 계곡의 형태였다.


특히,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 지점 근처에는 높이가 10m가 넘는 커다란 바위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것이 평소엔 계곡의 흐름을 막으며 계곡물의 방향을 틀어놨었는데, 지금은 워낙 유속이 빠르고, 강수가 많다보니 도로까지 물이 차오른 것이었다.


저걸 파괴할 수 있으면···


바위를 파괴할 수 있다면 분명 유속은 더 빨라질거고, 하류의 부하가 줄어들 수록 상류가 받는 부하도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이를 통해 계곡의 폭이 넓어지면 그 만큼 더 많은 유량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심이 높아지는 속도도 줄어들 것이다.


나는 펜을 들고 다시 한번 계곡의 포인트를 체크한다. 모두 유량에 부하를 주고 있는 지형들이 있는 장소였다.


하나만 파괴한다고 해서 이곳 계곡 전체의 부하를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상류에서 하류까지 유속을 늘릴 수 있는 곳들을 모두 체크한 것이다.


“뭘 그렇게 체크하십니까?”


그리고 그걸 물끄러미 지켜보던 록슬리 비서관님이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해왔다.


“이곳, 이곳, 이곳, 이곳에 커다란 바위들이 있어서 계곡의 유속을 늦추고 있어요.”


“그걸 어쩌시려구요?”


“터트려야죠.”


“터.. 트린다고요?”


“네.”


“자, 잠깐만요. 바위라면서요. 어떻게 터트리시게요?”


“글쎄요. 그건 지금 생각해 봐야죠. 루카스에게 화약이 좀 있지 않겠어요?”


“기껏해봐야 소총용 탄환이나, 개인 수류탄 정도 밖에 없을 겁니다.”


수류탄 정도의 위력으론 바위를 깨트리기 힘들다. 그 바위들은 적어도 몇 백년은 이 땅에서 물을 막아오고 있던 만큼 단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또 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죠? 소금광산에서 사용하던 화약들은 빗속에선 무용지물인데···”


소금광산을 파고내려갈 때, 나는 마법이 새겨진 TNT를 만들었었다. 다만 문제는 이렇게 비가오는 상황에서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내 고민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듯 록슬리 비서관님은 다른 것에 더 걱정스런 목소리를 냈다.


“유속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 장애물들을 치우시겠다는 건 알겠습니다. 계곡의 폭도 넓힐 수 있으니, 물이 불어나는 속도도 늦춰지겠죠. 하지만.. 비가 오지 않을때는 어쩌시려구요? 이렇게 직선으로 계곡을 뚫어 놔 버리면 비가오지 않는 가뭄에는 유속라 물이 고이기 힘들고, 금세 말라버릴 겁니다.”


확실히 록슬리 비서관님의 지적사항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내 생각에 무턱대고 따라오던 다른 마을사람들과 달리, 이성과 의심으로 냉철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건 걱정마세요. 생각해 둔게 있거든요.”


“생각해둔 것..?”


“네.”


방금 3D모델을 통해 아비온산맥의 지형을 파악하면서 알게되었는데, 하이네스를 통해 데마리우스, 테가리스로 가는 방향의 협곡이 상당히 깊고, 둥글다는 것이었다. 마치 케이크를 깊게 한 스푼 푹 뜬 느낌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한때 마을이 있던 장소이기도 했다. 그래, 우리가 처음 하이네스에 온 직후.. 울리린이 전쟁의 증거를 찾아오라고 정찰을 보냈던 그 버려진 마을 말이다.


하이네스의 계곡은 그 마을을 비켜가며 아비온 산맥 밖으로 흐르는데, 그곳 마을 사람들은 계곡의 물이 마을에 흐르게 하기 위해, 일부러 지형을 분지화 시켜둔 모양이었다. 그리고 마을의 크기를 봤을 때, 잘만 하면 저수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여기에 버려진 마을이 있어요. 분지화된 마을이고, 계곡물은 그 옆으로 흐르죠. 반대쪽에 보시면 또 다른 계곡 줄기가 보일 거예요. 마을에서 조금떨어지긴 했지만 지금쯤이면 유량이 많아져서 마을로 흘러들어가는 물줄기가 형성됐겠죠.”


“설마..”


“네, 이 포인트와 이 포인트를 터트릴 겁니다. 양쪽 계곡의 흐름을 바꿔서 마을 내부로 물이 몰아닥치게 할 거예요.”


“...확실히 버려진 마을 맞습니까?”


“네, 그건 제가 확신해요. 지난 3년 가까이 왕래했지만 계속 버려진 장소였어요.”


“...그럼 그 마을을 수몰시켜서 평소에 물을 저장하시겠다는 거군요? 저수지로···”


“정답! 이해력이 좋으시네요?”


이미 우리에겐 물을 정제할 방법이 있다. 그러니 고인물이라도 식수로 사용하지 못할 것 없었고, 더욱이 강수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선 절실했다.


게다가···


나는 회색의 콘크리트 건물을 바라보면서 지난 1년간 준비해온 증기터빈에 대한 생각을 고쳤다.


증기터빈의 경우 이세계에서도 필요한 자원이 많다. 불을 지피기 위해 마력이 필요하고, 거기에 뗄감이 될 자원들이 많이 필요했다.


물론 이 증기터빈에 대한 회의감이 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천연자원을 두고 터빈을 돌리기 위해 불만 사용한다는 건 아쉬운 일이었다.


저수지의 저수량이 크다면 댐과 같은 역할을 소화할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낙수차를 이용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부족한 부분들을 화력발전을 통해 터빈을 돌릴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로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저수량이 많아져야만 하고, 저수지 근처에도 발전소가 들어서야만 했다.


증기터빈을 만든 순간부터 수력발전시설을 설계하는덴 어려움이 없었고, 지금은 어떻게 하면 그 에너지를 충당할 대량의 물들을 끌어모으느냐가 문제였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그 일념이 캄캄한 눈 앞에 불을 키게 한 순간, 내 눈에는 거미줄 처럼 펼쳐져 있는 수 많은 계곡들이 보였다.


유난히 여러 줄기로 뻗어있는 계곡들을 한군데로 집중시킬 수 있다면···


나는 하이네스 부근을 지나고 있는 네 군데의 계곡을 유심히 살폈다.


물길을 트려면 유속이 약한 하류보다 중상류에서 부터 시작하는게 좋아보였다.


다시 한번 내 펜이 구르기 시작했다.


하이네스 위에서부터 물이 만나게 되면 마을에 피해가 올수 있기 때문에 물길의 합류점은 마을 아래에서 시작되도록 고려해야 했다.


이곳, 이곳, 이곳을 터트리면···


그리고 마침내 계산을 마쳐 물길을 틀 지점을 상정했을때, 갑자기 통신구슬이 울리기 시작했다.


통신구슬에 떠오른 얼굴은 다름아닌 카이사르 영애였다. 그리고 그녀는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플랑 부인. 급한 일이 있어서 하이네스에 요청을 청합니다.”


갑자기 무슨 일인 걸까? 평소엔 늘 침착하고 여유롭던 사람인데 무슨일로 이렇게 당황하고 있는 걸까?


“무슨 일이세요, 영애?”


“하이네스로 정기 교역을 진행중이던 우리쪽 상회가 고립됐어요.”


고립..? 뭐 때문에 고립되었다는 건가?


“혹시 혈족이라도 다시 나타난 건가요?”


“아뇨.. 그런게 아니라, 갑자기 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버려진 마을의 시계탑으로 도망쳤다는데..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는 군요. 그래서 탑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답니다.”


버려진 마을..?


“설마, 루온 마을입니까?”


“네. 하이네스에서 훨씬 가깝기도하고, 강철기사를 거기로 보내는데만 하루가 꼬박 걸릴 거예요. 그런데 거긴 그 전에 물에 잠길거 같고요. 플랑 부인이라면 방법이 있을 거 같아서 도움을 청해요.”


“...트라이아던들을 움직여서 구출해야겠군요.”


웬만한 건물들보다 거대한 트라이아던들이라면 침수되고 있는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을 구출해올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계탑이 잠길 정도면··· 곧 트라이아던들도 손쓸 방도가 없어질 거야.


내가 기억하기로 그 시계탑은 높이가 15m는 되어 보였고, 그 버려진 루온 마을에서도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트라이아던들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개체가 그 쯤의 크기란 걸 생각해보면 빨리 구출을 서두르는게 좋아보였다.


나는 지도에 체크된 지형들을 아쉽게 바라보다가 록슬리 비서관님을 바라봤다.


“방금 연락 들으셨죠?”


“네, 직접 가시게요? 그럼 저도 같이···”


“아뇨. 누군가는 여기서 통제를 해야죠. 그러기 위해서 비서관님을 모셔온 거구요. 이런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지는 록슬리 비서관님이 잘 아시잖아요?”


비서관님을 보좌시킨 건, 다름 아닌 3년전 툴리를 뒤덮은 화마를 떠올렸던 탓이다. 비서관님은 그 상황에서 라 윈디벨 대사의 대처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고, 그를 도와 구명활동을 펼쳤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렸을 때, 비서관님이 나를 대신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록슬리 비서관님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의 수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뻥 뚫린 건물에서 단번에 점프해 내려갔다.




많은 관심과 의견 바랍니다. 항상 좋은 일 가득하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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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9.19 6 0 17쪽
94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9.11 7 0 17쪽
93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9.01 6 0 16쪽
92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8.23 8 1 18쪽
91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8.16 6 0 17쪽
90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8.13 8 0 24쪽
89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8.07 7 0 19쪽
88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7.31 7 0 17쪽
87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7.26 8 0 17쪽
86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7.23 7 0 16쪽
»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7.18 9 0 19쪽
84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7.12 7 0 17쪽
83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7.09 7 0 18쪽
82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7.05 8 0 16쪽
81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6.29 7 0 20쪽
80 열역학 1법칙:에너지 보존의 법칙 23.06.26 9 0 17쪽
79 전자기 유도의 법칙 23.06.22 12 0 17쪽
78 전자기 유도의 법칙 23.06.19 10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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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전자기 유도의 법칙 23.06.12 10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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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전자기 유도의 법칙 23.06.06 1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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