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펜트하우스
백업을 종료한 후.
나는 미소씨와 함께 지난주부터 봤던 드라마를 이어서 시청했다.
1994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는 총 1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지금까지 13편을 봤으니··· 오늘까지 시청하면 완결까지 볼수있을것 같았다.
우리는 여느때와다름없이 사무실의 불을 꺼놓고, 태블릿 PC에서 흘러나오는 화면에 집중했다.
20대 초반의 젊은 청춘 남녀가 나오던 드라마는 13화가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대폭 바뀌었다.
'4년 후'
드라마가 갑자기 4년후로 넘어갔고.
그와동시에 극중 배우들의 나이가 20대 초반에서 20대 중반으로 올라갔다.
촬영장소는 대학 캠퍼스에서 회사로 이동했고.
배우들이 입고나온 의상은 청바지에서 정장으로 바뀌었다.
'풋풋함이 사라졌네···'
드라마 초반의 감성이 좋았기에 변화된 느낌이 다소 아쉬웠지만···
이제 완결까지 거의다 왔기에 참고서 계속봤다.
그리고 잠시후.
드라마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던 남자가.
알고보니 친오빠였다는 설정이 나오면서··· 사랑의 짝대기는 이어지지 못했다.
석양이 지는 하늘아래.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들판을 걷는 것을 끝으로.
드라마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왔다.
<지금까지 드라마를 시청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들 드립니다. 다음주 이시간부터는 수상한삼형제가 방영됩니다>
그대여-
나의 눈을 봐요-
이윽고 흘러 나오는 드라마 주제곡을 들으면서.
나는 1994년 그해 가을, 이 영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곰곰히 추억을 되새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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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저녁.
나는 평소보다 4시간이나 일찍 회사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곧바로 사무실로 올라가지는 않았다.
오늘은 먼저 가봐야할 곳이 있었다.
공인중개사와 약속했던 장소로 걸어가자···
30대 후반쯤 되보이는 여성분이 서게셨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이틀전에 만났던 실장님이셨다.
나는 먼저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일찍 나오셨네요."
"어서오세요."
나를 발견하고 공인중개사분도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다.
우리는 시간관계상 곧바로 매물을 보기위해 이동했다.
'오늘 보기로한 집의 전용면적은 67평.'
입주자들이 쓸수있는 도서관과 수영장 그리고 헬스장이 있으며.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매물 가격은 좀 비싼편이었는데··· 집주인이 내놓은 가격은 무려 45억원이었다.
우리는 목적지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갔다.
공인중개사분은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코인과 관련된 질문을 쏟아내셨는데.
아무래도 자금증빙이 필요하다고 했을때··· 소득금액증명원대신 S비트 잔액을 보여준게 문제의 발단같았다.
부동산 실장님은 향후 어떤 코인에 투자하는게 좋을지···
비트코인에 지금 들어가도 늦지않을지 물어보셨는데···
나는 그 질문들에대해 나도 잘 모르겠다고 정중하게 답변을 드렸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매물로 나온 집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50대 중후반쯤 되보이는 집주인이 문을 열어주었다.
"편하게 둘러보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들어가서 찬찬히 집을 둘러보았다.
일단 입구부터가 깔끔하고 길었다.
현관문부터 거실까지 걸어가는 중간에는 중문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선반을 비롯해서 가구들의 배치와 바닥 타일의 색감이 조화로운 느낌이들었다.
그리고 거실로 들어가자 압도적인 크기의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높은 층고때문에 설치할수있는 창문이었는데···
일반 가정집에 달린 창문이 50인치 TV라면.
현재 눈앞에 보이는 창문은 경기장에 걸려있는 전광판같았다.
몇년전까지 국내 톱여배우가 이곳에서 살았다고 했는데···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이집에서 왜 그렇게 오래 살았었는지 알것같았다.
"위층도 좀 봐도 될까요?"
"그럼요. 얼마든지요."
나는 집주인의 허락하에 위로 올라가보았다.
대리석이 깔린 계단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 모양이었는데.
샹들리에 조명을 받으며 그 위를 걸어가고있으니··· 마치 중세시대 귀족이 된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층고가 너무 높아서 혹여나 떨어지면 크게 다칠수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
나는 이후에도 회의실, 침실, 주방, 화장실도 둘러보았다.
화장실은 정말이지 호텔 화장실 저리가라할정도로 고급스러웠는데.
벽면과 바닥타일은 최고급 자재를 썼고.
세면대, 거울, 조명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이 눈에 보였다.
보면 볼수록 '괜히 비싼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중개인이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었는지.
추가적인 장점을 몇가지 더 설명해주면서 내 의중을 물었다.
"어떠세요?"
"좋네요···"
집 내부 구조만 비교하자면.
어제 봤던 아파트와는 비교자체가 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살면 독서를 하든 음식을 만들어 먹든 잠을 자든··· 무엇을하든 다 영화같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바로 결정을 내릴수는 없었다.
45억원의 돈을 당장 쓰기에는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돈으로 집을 사지않고 계속 투자한다면··· 어마어마한 이익을 거둘수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잠시 고민을해보았다.
그런후에 어제와 마찬가지로··· 집주인분에게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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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30분.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소씨는 달라붙는 얇은 티에 레깅스를 입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온 소리를 듣지 못하고.
음악 소리에 따라 스트레칭을 하고있었다.
요가매트에 가만히 앉아 다리를 쭉 펴고 상체를 숙이고있는 모습을 보니.
한때 필라테스 강사였다던 말이 사실이었구나···라는 생각이들었다.
잠시후.
내가 들어온것을 발견하고 미소씨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어요?"
"네, 운동에 너무 열중이셔서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괜찮아요. 이제 다 끝났는걸요."
미소씨는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녀는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은 뒤··· 물통에 있는 물을 마시고는 말했다.
"원래 계단타기 운동을 했어요. 그런데 요즘들어 자꾸 게시판에 이상한 글들이 올라와서··· 저도 혼자하는게 무섭더라고요."
"그림자 유령이요?"
"네··· 그래서 당분간은 사무실에서 운동하려고요."
미소씨는 다음달쯤.
데이터센터에서 헬스장을 저녁 10시까지 개방해준다고 했다며.
그때까지는 계속 사무실에서 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봉훈씨. 저 샤워좀 하고 올게요."
"네, 그러세요. 사무실은 제가 지키고 있을게요."
미소씨는 자신의 가방 쪽으로 걸어가더니···
그 옆에있던 쇼핑백을 집어들었다.
아무래도 그 안에 샤워용품과 갈아입을 옷이 있지않을까 싶었다.
그녀는 그것을 들고서, 15분안으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이내 유유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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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소씨가 돌아오기 전까지 K비트 계정을 만들어두기로했다.
다른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인증을 거쳐 게정을 생성한 후.
G비트에 들어있는 자산과 S비트에 들어있는 자산을 K비트로 넘기려고했는데···
'이런···'
S비트의 출금 가능액이 G비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었다.
G비트는 하루 출금액이 총 52억원인데.
S비트는 원화 5억원 + 가상화폐자산 20억원으로 25억원이 출금한도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거래소 규정이 그러한것을···
나는 G비트에 있는 자산중 52억원을 K비트로 이동시키고.
마찬가지로 S비트에 있는 자산중 25억원을 K비트로 이동시켰다.
그 결과.
G비트에는 [1670억 600만원]
S비트에는 [942억 6920만원]
K비트에는 [77억원]으로 자산을 배분하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후.
샤워를 마친 미소씨가 들어왔다.
그녀는 다시 원피스로 갈아입은 상태였는데···
아직 덜 말린 머리를 찰랑이며 들어오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봉훈씨, 아무일도 없었죠?"
"그럼요. 제가 잘 살펴보고있었으니깐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는 미소씨에게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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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한편 보고나니 어느새 자정이 되었다.
미소씨는 백업을 돌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녀의 옆에 앉아서 G비트와 S비트 그리고 K비트까지 둘러보았다.
그리고 각 거래소마다 어떤 코인의 등락폭이 높은지 살펴보았다.
현재시간을 기준으로 G비트에서는 [피스톤] [그린골드] [크레딧네트워크]등의 코인들이 등락폭이 높았고.
S비트에서는 [다오그래프] [라이브비전] [디웍스]등의 코인들이 등락폭이 높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K비트에서는 [랠리메타]라는 코인의 등락폭이 가장 높았다.
나는 미래의 가격표를 확인한 뒤.
곧장 매수 작업에 들어갔다.
G비트에서 [피스톤] [그린골드] [크레딧네트워크]을 매수하는데 1670억원을 투입하였고.
S비트에서는 [다오그래프] [라이브비전] [디웍스]를 매수하는데 942억원을 투입하였다.
그리고 K비트에서는 [랠리메타]에 77억원을 투입하였다.
269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며 매수세를 이끌자.
각 코인들의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였다.
[매수 5분뒤, 가격변화]
<G비트>
[피스톤] ▲ 6.9%
[그린골드] ▲ 7.8%
[크레딧네트워크] ▲ 14.5%
<S비트>
[다오그래프] ▲ 8.9%
[라이브비전] ▲ 10.5%
[디웍스] ▲ 12.6%
<K비트>
[랠리메타] ▲ 5.8%
그와동시에 평가손익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3시 58분] 평가손익 + 106억 1700만원
[23시 59분] 평가손익 + 222억 2500만원
[00시 00분] 평가손익 + 310억 5800만원
[00시 01분] 평가손익 + 358억 7600만원
[00시 02분] 평가손익 + 322억 8200만원
[00시 03분] 평가손익 + 361억 8900만원
[00시 04분] 평가손익 + 388억 6200만원
나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평가손익을 바라보면서.
매도시점이 도래할때까지 차분히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후.
미래의 가격표에서 봐두었던 고점에 도달하는 코인부터.
순차적으로 매도 주문을 넣기 시작했다.
각 코인마다 거대한 물량이 쏟아지자.
이내 가격이 하락하면서··· 매도 주문이 빠르게 체결되기 시작했다.
<피스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피스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피스톤.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린골드.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린골드.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린골드.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크레딧네트워크.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크레딧네트워크.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크레딧네트워크.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빠르게 체결되는 거래 속에.
일일손익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복도에 선채로 쉴새없이 울리는 알림음을 들으며··· 계좌에 쌓여가는 돈을 바라보았다.
[일일손익이 + 1,324,550,000원이 되었습니다!]
[일일손익이 + 2,527,610,000원이 되었습니다!]
[일일손익이 + 2,852,500,000원이 되었습니다!]
[일일손익이 + 3,150,000,000원이 되었습니다!]
[일일손익이 + 4,875,000,000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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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벽 3시까지.
G비트에서 38거래, S비트에서 25거래, K비트에서 11거래를 완료하였다.
그리고 거래내역에 들어가서.
오늘하루동안 총 얼마를 벌었는지 살펴보았다.
[G비트]
[기초자산 : 167,006,000,000 KRW]
[일일손익 :+ 91,584,000,000 KRW]
[현재자산 : 258,590,000,000 KRW]
[S비트]
[기초자산 : 94,269,200,000 KRW]
[일일손익 :+50,100,800,000 KRW]
[현재자산 : 14,437,000,000 KRW]
[K비트]
[기초자산 : 7,700,000,000 KRW]
[일일손익 :+3,970,000,000 KRW]
[현재자산 :11,670,000,000 KRW]
놀라웠다.
G비트에는 2585억원.
S비트에는 1443억원.
K비트에는 116억원의 자산이 쌓여있었다.
세 곳의 거래소에 분산돼있는 자산을 모두 합하면··· 자그마치 4146억원이었다.
'오늘도 성공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사무실 안으로 힘차게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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